그녀는 싸늘한 눈으로 온권승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은 이미 그럴 자격을 잃었으니까요.”“온사, 말 조심하거라. 아무리 네가 지금 성녀가 되었다지만 아비와 딸의 관계는 영원히 변하지 않아. 네 몸에 흐르는 피가 누구의 것인지 잊지 말거라!”“왜 변하지 않죠?”온사는 냉소를 지었다.“그 관계는 곧 변할 겁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진국공 어르신. 아직 저에게 선택을 알려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누굴 선택하실 생각인가요?”감정으로 호소해도 안 통하고 위협도 먹히지 않자, 온권승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온사는 그러거나 말거나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재촉했다.“제가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요. 빨리 결정하는 게 좋으실 겁니다. 어쩌면 앞으로 기회가 다시 안 올지도 모르잖아요.”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큰 오라버니께선 시간이 많이 안 남으셨죠?”“퉤!”온자월은 바닥에 침을 뱉더니 소리를 질렀다.“형님한텐 너처럼 악독한 여동생 없어!”“예, 제가 악독한 거 인정하죠. 하지만 아무리 해도 온모만큼이나 하겠어요? 그 극악한 독을 탄 범인은 그 애 아니던가요?”온사는 온자월을 힐끗 보고는 피식 웃었다.“아, 당신에게도 독을 먹인 적이 있었죠. 그때 후유증으로 머리가 우둔해졌나요?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막내가 어떻든 네가 평가할 바는 아니야!”온자월은 씩씩거리다가 온사를 힘껏 노려보고는 고개를 돌려 온권승에게 말했다.“됐어요, 아버지. 쟤 그냥 저희를 우롱하고 있어요. 어쩜 손에 약재가 없을 수도 있다고요. 쟤한테 부탁하느니 차라리 밖에 나가서 찾아보는 게 낫겠어요.”말을 마친 온자월은 바로 뒤돌아섰다.하지만 따라와야 할 온권승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아버지?”온자월은 미간을 찌푸린 채, 온권승을 다시 불렀다.“온사, 설련화든 백년 자령지든 네 손에 쥐고 있는 게 뭐지? 내가 선택을 하기 전에 먼저 네가 가진 것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니?”온권승은 전혀 동요 없는 목소리로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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