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531 - Chapter 540

637 Chapters

제531화

임연주는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예, 아저씨의 말씀은 제가 잘 전할게요.”온권승 부자가 떠난 후, 임연주는 돌아가서 그가 했던 말을 그대로 온사에게 전했다.온사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역시 능구렁이야. 나한테 와도 내가 안 만나줄 걸 알고 일부러 너를 불러내고는 온장온이 곧 죽는다는 핑계로 날 집으로 끌어들이려는 거지.”게다가 늦어도 오늘 밤에는 가야 할 것 같았다.“위독한 상태에 빠진 진국공 가문의 큰 공자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집 나간 동생을 보고 싶어한다는 소문이 곳곳에 퍼지겠네.”그때가 되면 아무리 온씨 가문에서 온사에게 수많은 잘못을 했다 한들 오라비가 죽어가는데 얼굴도 내비치지 않았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모든 건 그녀의 잘못이 될 것이다.그러면 외부 압력에 못 이겨서라도 온사는 피동적인 국면에 빠지게 된다.“정말 절묘한 수를 썼네. 너희 아버지 너무 교활한 것 아니야? 네가 작심하고 안 가고 장온 오라버니가 돌아가시면 어떻게 하려고?”임연주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녀가 알고 있는 것은 전부 온사가 이번 생에 당한 일들이었다.그래서 그녀가 보기에 온사가 매몰차게 마음먹고 온장온이 죽는 것을 지켜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실 상 온사가 경험한 건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솔직히 온장온이 가진 장원이 아니라면 그냥 모른 척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게다가 온모의 손에 죽는다면 그것 역시 그가 자초한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온사는 그런 생각을 임연주에게 말하지는 않았다.임연주의 성격에 온자월이나 황제 페하 모두 그녀와 어울리는 짝이 아니었다.아직 시간이 있으니 온장온의 일을 해결하고 먼저 임연주의 파혼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았다.온모가 있는 진국공부는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이미 한번 거기서 죽음을 경험했으니 임연주가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어쩌면….’어쩌면 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그녀는 빙그레 미소 짓고는 추월을 불렀다.온사가 귓가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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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하지만 듣고 있던 임연주는 가슴이 철렁했다.“정말 위험했었네. 성녀라는 신분이 듣기에는 고귀하고 명예롭지만 사실 매번 가는 곳이 재난 지역이잖아. 나쁜 결과가 발생한다면 모든 잘못은 너에게 돌아올 테고.”그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온사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고는 미소를 지었다.“걱정 마. 이 신분은 양날의 검이야. 이 신분 덕분에 난 순조롭게 온씨 가문을 떠날 수 있었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들을 할 수 있게 됐어. 그러니 안심해. 나도 이 신분이 내게 가져다줄 위험성은 잘 알고 있어. 그리고 그걸 위해 대비하고 있지. 다만 시간이 좀 필요할 뿐이야.”“그럼 됐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 우리 할아버지 성격 아시잖아. 그래도 학자들 사이에서는 할아버지의 영향력이 제법 잘 통한다고.”임연주와 온사 사이에는 네 것 내 것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온권승을 제외하고 온사의 어머니와 란씨 가문, 그리고 임씨 가문은 예전부터 사이가 좋았다.그래서 임연주의 할아버지인 임 태부도 온사를 손녀딸처럼 생각하고 아꼈다.게가 아니라면 임연주가 경성에 오는 것을 허락했을 리도 없었다.란씨 가문은 이제 존재하지 않지만 임씨 가문은 건재했다.사람들에게 임씨 가문의 태도를 보여줘야 온사를 막대하지 못할 거라 판단한 것이다.“아무 걱정하지 마. 난 예전의 순진한 바보가 아니야. 온씨 가문은 내 계획을 어떻게든 교란하려 하고 있어. 하지만 그들은 이제 내 상대가 아니야. 나중에 땅 치고 후회할 사람도 내가 아닌 그쪽이 될 거야.”온사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임연주는 그제야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면서도 불과 반년만에 이렇게 사람이 변했다는 것이 경이롭기도 했다.어떻게 하면 반년 사이에 사람이 이 정도로 성장할 수 있을까?조금 위안이 되기도 하면서도 온사가 입고 있는 법복을 보자 안쓰러운 마음이 더 들었다.‘우리 온사는 한때 경성에서 가장 행복한 소녀였는데… 왜 이렇게 된 걸까?’“무우야!”이때 처소 밖에서 무고 사저의 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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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온사는 감격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전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해주세요.”고요가 떠난 후, 온사는 영패를 들고 처소로 돌아갔다.“누가 보낸 서신이야? 표정이 좀 이상한데?”임연주는 그녀에게 따뜻한 차를 따라주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섭정왕 전하께서 보내셨어.”온사는 조금 전 있었던 일을 그녀에게 얘기해 주었다.임연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난 어쩐지 섭정왕 전하께서 너를 대하는 태도가 특별한 것 같은데? 그 사람 이렇게까지 다정한 사람 아니잖아? 사람들한테 들은 바로는 여인과의 접촉을 아주 혐오하신다고 했는데?”온사는 잠시 고민하고 말했다.“어쩜 우리가 친구여서일 수도 있지.”“친구?”임연주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나도 전에 섭정왕 전하를 도와드린 적 있거든. 그래서 사이가 좋아졌고 나중에는 친구가 되었어.”“정말 그렇게 간단해?”“아니면 뭐 겠어. 일인지하 만인지상에 있는 섭정왕 전하께서 왜 한낱 비구니인 날 돌봐주신다고 생각해?”온사는 담담하게 말했고 임연주는 인상을 쓰며 머리를 긁적였다.‘뭔가 여전히 이상한 것 같은데? 온사의 말도 일리는 있어 보이고.’하지만 그런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온사는 온권승의 계략을 예상하고 추월을 란 집사에게 보내 진국공부 사람들이 움직이기 전에 소문을 퍼뜨리라고 했다.“폐하께서 성녀 전하께 설련화 한송이를 하사하셨는데 성녀 전하께선 그 좋은 것을 여러 백성들과 나누고 싶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내일 새벽에 선착순으로 50명에게 성녀께서 친히 달인 설련화 미용탕을 한그릇씩 그냥 내어준다고 하네요.”그 소식이 전해지자 진국공부의 소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수월관에 자주 찾아가 향을 올리던 귀부인과 아씨들은 감격을 금치 못했다.“설련화 미인탕이라니!”“폐하께서 하사하신 꽃이니 최상품일 거야!”“게다가 성녀께서 직접 끓인 미인탕이면… 그거 한 그릇 마시면 저도 성녀 전하처럼 아름다워질까요?”“꿈 깨. 그 얼굴로 예뻐져 봤자지!”경성에 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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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당장 저 여자들을 물러서게 해!”온권승은 분노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고 그와 함께 온 호위들이 앞으로 나섰다.하지만 인파에 접근하기도 전에 귀족 마님들과 같이 온 호위들에 의해 앞길을 가로막혔다.“거기 서! 우리 부인 곁에 접근하지 마!”“앞으로 다가오는 자에게 우리 장군부의 위엄을 보여줄 테다!”“넌 뭔데 감히 우리 아씨한테 접근하지?”진국공부 호위들이 주변을 둘러보니, 상서부의 부인과 장군부의 아씨, 총독부의 부인과 어사대부의 여동생까지 하나 같이 조정 관료들의 가족이었다.이들을 어찌 감당한단 말인가!그들의 얼굴을 알아본 온권승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는 사람들 틈에서 익숙한 얼굴을 알아보고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온아려!”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온아려는 익숙한 고함소리가 들려오자 겁에 질려 어깨를 흠칫 떭었다.“오라버니?”온아려는 놀라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오라버니가 왜 여기 계시지?’온권승은 그런 그녀를 보고 있자니 분노가 치밀었다.“당장 이리 오지 못할까!”온아려는 아쉬운 표정으로 선점했던 자리를 포기하고 쭈뼛쭈뼛 온권승의 곁으로 다가갔다.“너 여기 왜 왔어?”온권승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온아려는 감히 거짓말을 할 수 없어 사실을 말했다.“저도… 설련화 미용탕을 마시고 싶어서요.”온권승은 그 말을 듣고 헛웃음만 나왔다.“네 큰조카가 지금 침상에서 죽어가고 있는데 그깟 미용탕 마시려고 여기까지 왔다고?”온아려는 억울한 마음에 입을 삐죽였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안 그래도 오라버니가 아들의 다리를 부러뜨린 일로 온권승에게 불만을 품었던 그녀였다. 비록 차후에 어의를 보내 치료를 해줬지만 어쨌거나 후유증은 남을 거라고 말했다.이 모든 게 다 친오라버니가 한 일이었다.‘그 미천한 사생아를 위해 조카의 다리를 분지르고 나한테 이런 말을 하다니!’온아려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위압감 넘치는 온권승 앞에서 감히 티를 내지는 못했다.“무섭게 왜 그러세요. 전 장온이가 그 정도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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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온권승에게 덜미를 잡힐 줄이야!어쩌면 그가 그녀에게 심부름을 시킬 수도 있을 것 같았다.온권승은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지금 너랑 그런 거 따질 기분 아니다. 어차피 여기 왔으니 굳이 집으로 가서 온모를 데려올 필요도 없겠구나. 네가 들어가.”“예? 제가 어딜 들어가요?”온아려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모양이었다.온권승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히 저 사람들 비집고 들어가서 수월관 대문을 열어야지.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서 온사가 그 아까운 설련화를 탕으로 끓이는 것부터 막아!”온아려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아니, 그럴 거면 저를 왜 부르셨어요? 저 일찍 와서 자리까지 선점하고 있었는데! 또 저길 비집고 들어가라고요?”그녀는 수백 명이 모여든 대문 앞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온권승의 냉랭한 시선이 쏟아지자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예, 가요. 갈게요!”그녀는 겁이 나서 앞에 있는 부인과 아씨들을 밀치고 안간힘을 써서 조금씩 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그렇게 힘들게 앞으로 끼어들어가는데 성공했을 때, 온아려는 머리가 산발이 되고 옷매무시도 엉망이 되었다. 온권승의 지시가 아니었으면 절대 못할 노릇이었다.온아려는 악을 쓰며 대문을 두드렸다.“이봐! 문 좀 열어봐! 당장 안 열어? 때가 언제인데 수월관은 아직도 문을 꾹 닫고 있어!”“당장 온사 나오라고 해!”옆에서 지켜보던 한 부인이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아니, 충용 후작 부인,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이 시간이면 사태들은 아침 불경을 읊으러 불당에 계실 시간입니다. 대문을 열 시간이 아니라고요!”그 부인은 수월관에 자주 드나들던 향객이었기에 수월관 사태들의 일과에 대해 익숙히 알고 있었다.온아려는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돌렸다가 예부시랑 부인임을 알아보고 입을 다물었다.정삼품에 불과한 예부시랑이지만 그는 태후의 남동생이었기에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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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어느 사태가 나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온사였다.맨 앞에 있던 양 부인과 온아려도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양 부인은 먼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반짝이며 온사에게 예를 행했다.“소인, 성녀 전하를 뵈옵니다.”양 부인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뒤에 있던 부인과 아씨들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예를 행했다.“성녀 전하를 뵈옵니다!”순식간에 떠들썩하던 분위기가 잠잠해졌다.온사는 면사포로 얼굴은 가리고 있지만 무척 긴장하고 있는 온아려를 바라보고는 양 부인 일행에게 말했다.“일어나세요, 여러분. 자애로우신 폐하께서 저에게 설련화를 선물해 주셨고 여러분이 이렇게나 저를 믿어 주시고 찾아와 주셨으니 선착순으로 50명에게 설련화 미용탕을 대접해 드리겠습니다.”“뒤에 계신 분들도 너무 서운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 사부께서 여려분을 위해 팔진 보신탕과 인삼, 그리고 기혈과 혈액순환에 좋은 보약을 준비해 주셨으니까요.”뒤에 있는 부인과 아씨들의 표정이 밝아졌다.설련화 미용탕도 좋지만 백년 인삼을 넣고 끓인 팔진 보신탕도 여인에게 좋은 보약이었다.둘을 놓고 비교했을 때 설련화 미용탕이 비교적 효과가 좋을 뿐이었다.하물며 그것은 성녀가 직접 끓인 것이 아닌가.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래도 50명 안에 들기를 원했다.“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가서….”“온사!”맨 앞에 있던 온아려는 등을 꿰뚫을 것 같은 따가운 시선에 온사가 간다는 말을 듣자마자 다급히 그녀를 불렀다.온사는 계단에 서서 담담한 시선으로 온아려를 바라보았다.그녀에게서 풍기는 압박감은 온권승과 매우 흡사했다.온아려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했지만 결국 압박에 못 이겨 말을 꺼냈다.“온사… 아니, 성녀 전하, 제가 단독으로 드릴 말씀이 있으니 같이 들어가서 얘기 좀 나눌까요?”“싫습니다.”온사는 주저없이 거절하고는 뒤돌아섰다.“잠깐만요!”온아려는 다급히 그녀를 불러세웠다.“아니 정말 급한 일이라서 그래요. 저랑 같이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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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가서 네가 할 일을 해. 여긴 내가 있을 터이니.”막수도 최근 온사가 뭘 계획하고 있는지 알기에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고는 저 멀리서 이쪽을 지켜보는 한 사람을 보고 차갑게 코웃음 쳤다.“받을 수 있을 때 많이 받으렴. 예전에 란씨 가문은 아주 부유한 집안이었어.”온사는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알겠어요. 감사해요, 사부님.”곧이어 온사는 온아려한테 가려다가 막수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막수는 재미난 얘기나 들은 듯, 굳었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그래. 그건 나에게 맡기렴.”한편, 수월관으로 들어온 온아려는 날렵하게 자신을 가로막는 사태들을 따돌리고 수월관 주방을 찾았다.주방에 도착하니 가마솥에서 팔진 보신탕이 끓고 있었다.“거기 서. 그 성녀가 직접 끓인다는 설련화 미용탕은? 그거 재료는 어딨어? 빨리 말해!”질문을 받은 어린 사태는 온아려의 흉악한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라더니 이상한 표정으로 답했다.“무우… 아니 성녀 전하께서는 진작에 설련화 미용탕을 만드셨지요. 그건 성녀 전하의 처소에서 만들었고 여기 주방엔 없어요.”그 말을 들은 온아려는 세상이 다 무너진 기분이었다.“뭐? 이미 다 끓였다고?”‘망할 년이 뭐 이렇게 빨라?’온아려는 다급한 마음에 곧장 물었다.“온사의 처소가 어디지? 당장 말해!”“남쪽에 있어요. 여기서 나가서 왼쪽으로 돌다가 쭉 걷다 보면 보일 거예요.”위치를 확인한 온아려는 재빨리 그쪽으로 향했다.설련화는 이미 가마솥에 끓여졌지만 국물이라도 가져가서 조카에게 마시게 한다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아미타불.”그녀가 나간 후, 어린 사태는 두 손을 합장하며 뒤쪽을 향해 물었다.“사숙, 제가 무우의 처소를 저 사람한테 알려줬는데 별 문제 없는 거겠죠?”등 뒤에서 불조절을 하고 있던 사태가 말했다.“걱정할 것 없어. 무우가 어련히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어린 사태가 얘기한 대로 따라간 온아려는 잠시 후 온사의 처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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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그런 생각이 들자 온아려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그녀는 주저없이 주방에서 사발과 국자를 찾았다.그리고 자신을 위해 한 사발 가득 담은 후, 그대로 마셔 버렸다.안에 뭘 넣은 것인지 맛은 아주 좋았다.온아려는 한 사발로 부족해서 자꾸 마시다 보니 어느새 다섯 사발을 마셔 버렸다. 배가 터질 지경이 되어서야 그녀는 드디어 사발을 내려놓았다.그리고 이때,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여러분, 잠시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설련화 미용탕은 이곳 제 주방에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가져다드리죠.”“에이, 어찌 성녀 전하께서 그런 시중까지 들게 하겠어요. 저희가 하겠습니다.”“예, 저희가 직접 떠다 먹을게요.”말을 마친 사람들은 주방 안으로 들어서다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손에 사발을 든 온아려를 발견했다.그 모습을 본 온사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역시 이 사람은 참 날 실망시키지 않는단 말이지.’그녀는 짐짓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아한 듯 물었다.“충용 후작 부인, 지금 여기서… 뭐 하세요?”현장을 들킨 온아려도 당황했다.양 부인 일행은 경악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니, 충용 후작 부인. 방금 왜 그렇게 빨리 달리나 했더니… 탕을 훔쳐 먹으려고 들어왔어요?”온아려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누가 훔쳐 마셨다고! 난 그저 집을 떠난 조카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와본 거라고요!”양 부인은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그런데 사발은 왜 들고 계신가요? 훔쳐 먹은 게 아니면 여기서 뭘 하고 있었죠?”오늘 이곳에 온 사람들은 모두 경성 사람이고 예전에 온아려가 어떤 식으로 온사를 도둑으로 몰아갔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나중에 섭정왕께서 충용 후작부로 찾아가서야 겨우 사건의 진실이 드러난 것도 알고 있었다.그때 성녀는 진국공부를 나간지 얼마 안 됐을 때인데 친고모에게 도둑 취급을 당한 것이다.이 일로 성녀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도 아주 많았다.성녀를 대하는 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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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그녀는 이렇게 하면 양 부인 일당의 입을 틀어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그걸 가만히 지켜볼 온사가 아니었다.온사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아하니 충용 후작 부인께서는 나이가 많이 드셔서 기억력이 안 좋아진 것 같군요. 저는 진국공부와 진작에 연을 끊었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충용 후작 부인이 제 고모는 아니지요. 그리고 당신은 허락도 없이 제 처소에 발을 들이셨습니다.”“들었죠? 성녀 전하는 댁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씀하시잖아요.”총독가 며느리는 비웃음을 가득 머금고 말했다.“그래서 말인데요. 이걸 두고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성녀의 거처에 몰래 잠입하여 도둑질을 시도한 겁니다!”“닥쳐!”온아려는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녀는 사발을 바닥에 던지고는 고함을 질렀다.“누가 도둑질을 했다고 그래! 누가! 너 말 똑바로 해! 내가 그까짓 탕약 몇 그릇 마셨다고 침입이라니! 도둑질이라니!”“그게 왜 도둑질이 아니죠? 당신은 몰래 남의 처소에 들어왔어요. 그런 걸 침입이라고 하죠! 그리고 허락도 구하지 않고 밖에서 선착순도 기다리지 않고 사사로이 안으로 들어와서 탕약을 마셨는데 그런 걸 두고 도둑질이라고 해요!”“게다가 그것은 폐하께서 하사하신 설련화 아닌가요? 어찌 감히 그걸 몰래 훔쳐 먹을 생각을 했죠? 이건 폐하에 대한 불경입니다!”총독가의 며느리가 언성을 높이자 양 부인은 물론이고 온사도 끼어들 틈이 없었다. 온아려는 치미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씩씩거리더니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쳇. 몰래 훔쳐 먹기까지 한 사람이 몇 마디 꾸지람 좀 들었다고 기절을 해?”총독가의 며느리는 바닥에 쓰러진 사람을 보고 혐오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그 뒤에 있는 다른 귀족 가의 아씨들은 감히 목소리도 내지 못했지만 흥미로운 표정으로 분쟁을 지켜보고 있었다.양 부인은 못 말린다는 듯이 말했다.“그만해요, 이 부인. 폐하에 대한 불경 얘기까지 꺼냈으니 겁에 질려서 쓰러진 거겠죠.”총독가 며느리는 콧방귀를 뀌고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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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온사는 그쪽에서 적반하장으로 나올 것을 대비해 사태들에게 부탁하지 않았다.귀족 아씨의 사람이 바깥으로 나간 이후, 그녀는 주방에 깨진 그릇을 정리하고 가마솥에 든 탕을 버려버렸다.그 모습을 본 양 부인과 총독가 며느리가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말렸다.“아니, 성녀 전하! 왜 그걸 버리려 하시나요? 아직 절반이나 남았는데… 너무 아깝지 않나요?”온사는 그 말을 듣고 순진무구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이건 설련화 미용탕이 아닌걸요.”“예?”양 부인과 이 부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게 설련화 미용탕이 아니라니요? 방금 전하께선 분명….”이 부인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그러고 보니 성녀는 이 솥에 든 것이 설련화 미용탕이라고 직접 말한 적이 없었다.다만 뜰에서 주방 안에 그것이 있다고 말했을 뿐이었다.두 부인은 황망한 눈으로 온사를 바라보았다.온사는 구석진 곳으로 가 눈에 잘 띄지도 않는 평범한 가마솥을 열었다. 안에서 농후한 향이 풍겨 나왔다.온사는 웃으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이게 설련화 미용탕이랍니다. 저 솥에 건 평범한 야채탕인데 양조절에 실패해서 큰 솥에 끓인 것뿐이에요.”양 부인과 이 부인은 할 말을 잃었다.그러니까 충용 후작 부인이 기를 쓰고 들어와서 훔쳐먹은 게 평범한 야채탕이란 말이 아닌가!한심하고도 우스운 경우였다.온사는 설련화 미용탕이 든 가마를 밖으로 가지고 나갔다.이 부인은 옆에서 거들어 주려다가 온사가 홀로 가마를 번쩍 드는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했다.그녀는 예전에 귀하게 자란 진국공부의 아씨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두 사람은 온사의 괴력에 놀라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를 도와 탕약을 그릇에 담고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사람들은 각자 한 그릇씩 마신 후에 약속이나 한 듯이 자리에 남았다.진국공부에서 사람을 보내오자 그들은 온사를 대신해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에 돌아갔다.온사는 그들의 호의를 알기에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사람들이 다 돌아간 후, 온사는 정원에 앉아 불청객의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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