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듣자마자 고옥산은 뒤돌아서 도망쳤다.북진연은 검을 들고 바짝 그의 뒤를 쫓았다.곧 잡으려던 시점에 갑자기 수십 마리의 들개가 나타나 북진연을 덮쳤다.곧이어 피 튀기는 소리와 함께 들개들이 순식간에 쓰러졌다.들개 무리를 처리하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고옥산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그의 남은 부하 세 명 중에 둘은 이미 처결당하고 한 명은 복부에 화살을 맞아 숨만 붙어 있는 상태였다.고요는 음침한 얼굴로 다가가서 유일하게 숨이 붙어 있는 이족인의 가면을 벗겨 버렸다.“왕야, 여자인데요?”비록 얼굴은 망가진 상태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북진연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끌고 가서 심문부터 해.”“예!”고옥산 한 명 도망친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어차피 경성에 매복해 있던 이족 첩자들은 거의 토벌한 상태였다.홀로 도망친 고옥산은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그는 오늘 고옥산을 도와준 인간이 20년 전 그 첩자일지, 아니면 안비각일지 궁금해졌다.북진연은 잠깐 고민하다가 고요에게 말했다.“우린 중서령 저택으로 가보자.”이틀 후.어느 허름한 저택의 문이 열렸다. 온사는 머리 위로 떨어지는 거미줄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갔다.너무도 익숙한 저택의 모습을 보고 그녀의 뒤를 따라왔던 란 집사는 눈시울을 붉혔다.“어느덧 15년이 흘렀군요. 나리, 소인… 이제야 돌아왔습니다.”란 집사는 이번 생에 살아서 이곳에 돌아올 수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온사가 태어나기 전에 란씨 가문은 변을 당했고 그 뒤로 저택은 줄곧 봉쇄된 상태였다.그래서 온사에게는 이곳이 처음이었다.어쩌면 한 번도 얼굴을 본 적도 없는 외조부 일가에 어느새 정을 느껴서인 걸까, 이 집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무서운 감정은 전혀 없고 오히려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가세요, 아저씨. 일단 집안을 둘러보죠.”온사는 울고 있는 란 집사를 이끌고 안쪽을 향해 걸어갔다.“예, 제가 아씨를 위해 안내를 해드리지요.”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