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사가 눈썹을 치켜올렸다.“당신 말이 맞아요. 시도해 보죠. 하지만 여기 남겠다면 예전의 신분을 버리고… 새 신분으로 바꿔야 합니다.”그녀가 잠시 침묵하더니 계속 말했다.“간밤에 저들이 온아려를 데리고 남산에 들어오는 것을 직접 봤으니, 내게 의지할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니까 내게 찾아와 당신을 내놓으라고 협상하거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게 온갖 누명을 뒤집어씌워 당신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겠지요. 어떤 쪽이라고 생각하세요?”최량봉은 스스로 온권승에 대해 잘 안다고 자신했기에, 그가 어떻게 나올지 추측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일단 전자를 시도하다가 안 먹히면 후자를 선택할 겁니다. 폐하와 섭정왕이 계시니 직접 전하를 핍박하지 못할 겁니다. 일단 전하께 협상을 요구하겠지만 제가 아는 두 분의 성격으로 보아, 협상은 실패할 겁니다.”“그러니 결국은 누가 먼저 이기나 서로 대립하고 핍박하고 협박하겠죠.”최량봉의 말을 들은 란사는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최 세백, 이따가 부인의 시체를 잘 매장한 후에 의상을 바꾸고 하산하세요. 누군가 란씨 저택으로 안내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알려드릴 겁니다.”최량봉이 남산에 오래 머물 수 없으니 이렇게 안배한 것이다.솔직히 오늘 아침, 앞뒤 상황을 추측한 란사는 미리 모든 것을 준비해 놓고 최량봉이 명확한 태도를 보여주기를 기다렸었다.이제 결과가 확실하여 매우 만족하고 있으니 그녀도 자신의 태도를 보여주었다.란사가 ‘최 세백’이라 부르자 최량봉은 마음속에 감동을 받았다.이 순간 기쁘기 그지없지만 그보다 미안한 마음이 더 들었다.“성녀 전하, 고맙습니다.”“별말씀을요. 이따가 부인과 아들에게 제사를 지내 줄게요. 그리고 복수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으니 조금만 참아주세요. 복수할 시기가 곧 올 겁니다.”란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초가집에서 나갔다.“한아, 수고해.”이 일을 하녀에게 맡길 생각이었다.“전하, 염려 마세요. 소인 반드시…”“누이, 이 일은 내가 해결할게.”상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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