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971 - Chapter 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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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1화

사흘 전, 최량봉 일가는 경성에서 떠나 쉬지 않고 양주로 달렸다.길을 떠나던 날 밤에 최소택의 몸이 버티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객잔을 찾아 묵었다.최씨 가문에서 그동안 충성스러운 결사대를 키운 덕에, 안전하게 양주에 도착하려고 이번 행차에 전부 데려왔다.최량봉은 그들이 야간 보초를 서도록 안배하고 나서 객잔으로 돌아갔다.“부인, 소택은 어떻소?”물을 열고 들어가니 온아려가 마침 아들의 침상 옆을 지키고 있었다.아들에게 이불을 덮어주던 그녀는 초췌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약을 먹었는데 아직 깨어나지 않았어요.”최량봉이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시오. 성녀께서 말씀하셨잖소. 제때에 약을 먹으면 언젠가 깨어날 거라고.”“말은 그렇다 쳐도 소택이 계속 일어나지 않으면 어떡해요. 정말 걱정이에요. 특히 체내에 아직 그 망할 벌레들이 있잖아요.”온아려는 고충만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두렵고 화가 났다.다 빌어먹을 벌레와 지옥에 떨어져야 할 온모 때문에 충용후는 멸망하고 아들까지 인사불성이 되었다.비록 온모가 죽었지만 아직도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자칫하다 아들의 몸속에 있는 고충이 갑자기 발악하면서 미친 듯이 아들을 죽일까 봐 겁이 났다.온아려는 속으로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아들이 하루빨리 깨어나고 란사가 최대한 빨리 해결 방법을 찾아 고충을 꺼내게 해달라고 말이다.“됐소, 부인. 시간이 늦었소. 내일도 하루 종일 이동해야 하니 이만 돌아가서 쉽시다.”노부부가 묵을 방은 바로 옆에 있었다.온아려는 아들 곁을 떠나기 싫었지만 내일 먼 길을 떠나야 하고, 충분히 휴식하지 않으면 남편이 또 걱정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아쉬운 마음으로 아들을 다시 보다가 최량봉과 옆방으로 갔다.노부부가 쉬려고 침상에 누웠을 때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똑똑!최량봉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향해 물었다.“무슨 일이오?”“손님, 날이 건조해서 불조심하셔야 합니다. 제가 밤에 화재가 일어날 걸 대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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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2화

“매제, 왜 한마디 말도 없이 내 누이를 데리고 떠나려 하는가? 설마 말 못 할 이유라도 있는가?”최량봉은 온아려에게 충용후에서 발생했던 일을 절대 온권승에게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다.그래서 사건이 발생해서부터 지금까지 온아려는 큰오라버니에게 알리지 않고 찾아가지도 않았다.경성을 떠난 지 하루가 지났는데, 큰오라버니가 갑자기 쫓아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아니지, 쫓아온 거 맞아? 설마 큰오라버니가 미리 부하들을 데리고 여기서 기다린 거야?’갑자기 객잔에서 문을 두드리던 일꾼을 떠올리던 온아려는 더 이상 상상할 수 없었다.온몸이 아파서 부들부들 떨려도 창백한 얼굴로 맞은편의 온권승을 쳐다봤다.“큰오라버니, 여… 여기는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지금 온아려는 마음속에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있었다.자신의 추측이 거짓말일 거라는 희망을 말이다.하지만 온권승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대답하지 않고 최량봉에게 시선을 돌렸다.“왜 말이 없는가?”온권승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최량봉! 알다시피 난 자네를 엄청 중시했네. 그 때문에 믿고 수많은 일에 대해 얘기해서 자네는 알고 있는 게 많지. 그런데 이렇게까지 나를 경계하다니, 정말 상처받았네.”최량봉도 똑같이 냉소하며 말했다.“별로 말할 것도 없습니다. 진국공께서 가식적인 걸 좋아하겠지만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중시하든 이용하든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데 굳이 연기할 필요가 있습니까?”그의 말에 온권승의 가식적인 웃음이 서서히 사라지고 얼음처럼 차가워졌다.“자네 말이 맞네. 이제 충용후도 아니니 내게 있어 더는 이용할 가치가 없지. 그렇다면 더는 연기할 필요도 없겠구먼.”여기까지 말한 온권승은 순식간에 살의를 드러냈다.최씨네 결사대는 이미 손에 검을 꽉 쥐고 언제든 싸울 준비를 했다.온권승은 다시 온아려를 보며 짧게 명령했다.“이리 와!”목소리가 너무 차가워서 온아리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그리고 눈물을 글썽이며 물어보았다.“큰오라버니, 대체 뭘 원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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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3화

온아려는 최량봉의 검을 단번에 잡다가 손바닥이 베어 피가 흘러도 놓지 않았다.“부군은 절대 죽으면 안 돼요! 이리 죽으면 나 혼자 어쩌라고요! 나 혼자 살 수 없어요!”온아려는 목놓아 울었다.“우리 아들이 죽었는데 부군까지 가면 안 돼요. 굳이 가야겠다면 나도 데리고 가요. 우리 세 식구 그곳에서 만나 영원히 떨어지지 말아요!”그녀는 죽는 게 두렵지만 부군과 아들을 잃는 것이 더 두려웠다.항상 마음속으로 자신은 좋은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진국공부에 태어나서부터 온씨 가문의 성을 가진 날까지, 결백한 인간이 될 수 없었다.온씨 가문 전체가 결백하지 않아도 그녀는 나름 지키고 싶은 것이 있었다.온아려는 최량봉을 사랑했다.처음 그를 봤을 때 첫눈에 반해버렸다.어느 집 자식인지 젊고 풍류가 넘치는 것이 이 사람에게 시집가서 평생 함께하고 싶었다.“부군, 난 평생 부군과 함께하며 헤어지지 않을 겁니다.”눈물 범벅에 고집스럽게 물러나지 않는 온아려를 보고 최량봉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알겠소. 그럼 오늘밤 우리 함께 목숨 걸고 싸워봅시다.”성공하면 함께 도망치고 실패하면 함께 죽을 것이다.“정말 멍청한 한 쌍이군.”온권승은 그런 온아려를 싸늘하게 노려보며 비웃었다.“너도 많이 컸구나. 감히 내 말을 거역하다니, 이 큰 오라버니가 이젠 안중에도 없나 보지.”온아려는 대답하지 않고 최량봉에게 기대었다.최량봉은 이미 검을 내려놓고 피가 흐르는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주었다.온권승의 말에 그가 코웃음을 쳤다.“자기 친딸까지 죽이는데 외조카가 다 뭐겠습니까. 이리도 잔인하고 냉정한 사람을 오라버니라 부릴 자격은커녕 아버지라 불릴 자격도 없습니다.”“계속 고집을 부려도 좋네. 하지만 오늘 두 사람은 어디에도 못 가네. 눈치가 있다면 최씨 가문에서 발생한 일을 낱낱이 보고하게. 그러면 시체는 곱게 묻어주지.”온권승은 더는 여동생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그의 입장에서 마음만 먹으면 동생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으니, 크게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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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4화

폐허 속에서 불빛이 하늘로 치솟자, 그 주변에서 칼부림이 시작되었다.온권승은 진국공부와 오랫동안 협력해 온 충용후 최량봉을 과소평가할 수 없기에 수많은 살수를 데려왔다.최량봉은 온권승 손에서 가장 능력 있는 유일한 장기말로, 오랫동안 군사를 이끌고 수많은 적들을 무찔렀기에 그 경험을 무시할 수 없었다.만약 능력이 없었다면 황제도 사직할 때 한사코 붙잡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니 최량봉을 죽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하필 일전에 최씨 가문은 온모의 손에서 온갖 고초를 겪고, 최량봉은 온아려를 구하기 위해 화살까지 맞았다.그 상처가 아물지 않았으니 지금 최량봉의 실력은 7할, 8할만 남게 되었다.이 정도라도 앞을 막는 살수를 죽이고 온권승의 앞까지 거의 다가왔다.조급해난 온권승은 안색이 싸늘해지더니 바로 온아려가 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명령했다.“가서 저년을 죽여!”온아려와 가까이 있던 살수는 바로 목표를 바꾸어 검을 들고 그녀에게 돌진했다.“온권승!”최량봉이 이름을 외치고 온아려를 구하러 돌아선 찰나에 온권승의 함정에 걸려들었다.“동시 공격해! 한 놈도 살려두지 말고 전부 죽여!”혼란에 빠진 최량봉은 방심한 사이 살수의 칼에 찔렸지만, 살수의 손에서 온아려를 구하겠다고 강행한 탓에 하마터면 한쪽 손을 잃을 뻔했다.“전부 죽여! 오늘 죽는 한이 있어도 저놈들까지 황천길로 끌고 가자!”최량봉도 똑같이 목소리를 높여 명령하자, 얼마 남지 않는 결사대는 죽을 각오로 필사적으로 싸웠다.피가 곳곳에 튀기고 사지가 잘려 나가고 시체가 피바다에 쓰러졌다.아무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에 모두 혈안이 되어 검을 휘두르는데, 이곳은 어두운 밤이 아니라 피로 물든 지옥 같았다.모두가 필사적으로 싸우는 틈을 타 한 그림자가 서서히 움직이더니 어둠을 가르고 한 걸음 한 걸음 조용히 다가왔다.최량봉은 온아려를 보호하느라 벌써 피로 온몸을 적셨다.이제 몇 안 되는 살수만 죽이면 되는데, 그의 품에 있던 온아려가 여광으로 무엇을 보았는지 갑자기 화들짝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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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5화

“네!”살아남은 살수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제 자리에서 사라지고, 온권승은 최씨 부부가 도망친 방향을 노려보며 안색을 굳혔다.‘누구도 내 손아귀에서 도망칠 수 없어!’진국공부에서 파견한 살수들이 추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한편, 최량봉은 이젠 도망갈 길이 없다는 것을 알고 온권승의 손에 죽을 바에 필사적으로 덤벼 보기로 결심했다.죽는 게 두렵지 않지만 죽기 전에 적어도 아내를 위해 반드시 복수할 것이다.그러는 사이에, 란사는 성녀가 출가하여 수행하는 수월관에 있었다.성녀를 보호하기 위해 폐하와 섭정왕 전하는 적지 않은 호위무사를 수월관 주변과 남산의 산기슭에 배치했다.호위들은 산에 올라가 참배를 드리는 백성들과 관리와 귀족들도 막지 않았다.그들이 유일하게 막아야 하는 것은 한 가문이었다.섭정왕의 명으로 일단 진국공부의 사람이라면 남산 일대를 절대 진입하지 못하게 철저히 막아야 했다.물론 겉보기에 수상한 암살자나 자객들을 제거하는 것은 굳이 말할 것도 없었다.최량봉이 남산 산기슭에 도망쳤을 때, 온권승을 포함한 살수들은 더는 추격하지 못했다.그들은 최량봉이 이미 숨이 끊긴 온아려의 시체를 업고 수월관 쪽으로 가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가 누굴 찾아가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나더러 나서서 복수해 달라고요?”돌 의자에 앉은 란사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최량봉을 내려다보며 담담하게 물었다.“네, 성녀 전하께서 도와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어떤 대가도 치르겠습니다.”지금 최량봉은 전에 보지 못했던 독기를 품고 이를 꽉 물었다.충용후부가 망하고 부인과 아들마저 죽었으니, 지금 유일하게 하고 싶은 일은 온권승을 죽이는 것밖에 없었다.“전하께서 진국공을 원망하시잖아요. 란씨 가문 때문이든 전에 전하께 했던 악한 짓이든, 전하의 입장에서 죽어도 아쉽지 않는 자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전하께서 직접 죽일 수 없으니 대신 죽여줄 칼이 필요할 겁니다.”최량봉이 천천히 얘기하는 말에 란사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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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6화

란사가 눈썹을 치켜올렸다.“당신 말이 맞아요. 시도해 보죠. 하지만 여기 남겠다면 예전의 신분을 버리고… 새 신분으로 바꿔야 합니다.”그녀가 잠시 침묵하더니 계속 말했다.“간밤에 저들이 온아려를 데리고 남산에 들어오는 것을 직접 봤으니, 내게 의지할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니까 내게 찾아와 당신을 내놓으라고 협상하거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게 온갖 누명을 뒤집어씌워 당신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겠지요. 어떤 쪽이라고 생각하세요?”최량봉은 스스로 온권승에 대해 잘 안다고 자신했기에, 그가 어떻게 나올지 추측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일단 전자를 시도하다가 안 먹히면 후자를 선택할 겁니다. 폐하와 섭정왕이 계시니 직접 전하를 핍박하지 못할 겁니다. 일단 전하께 협상을 요구하겠지만 제가 아는 두 분의 성격으로 보아, 협상은 실패할 겁니다.”“그러니 결국은 누가 먼저 이기나 서로 대립하고 핍박하고 협박하겠죠.”최량봉의 말을 들은 란사는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최 세백, 이따가 부인의 시체를 잘 매장한 후에 의상을 바꾸고 하산하세요. 누군가 란씨 저택으로 안내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알려드릴 겁니다.”최량봉이 남산에 오래 머물 수 없으니 이렇게 안배한 것이다.솔직히 오늘 아침, 앞뒤 상황을 추측한 란사는 미리 모든 것을 준비해 놓고 최량봉이 명확한 태도를 보여주기를 기다렸었다.이제 결과가 확실하여 매우 만족하고 있으니 그녀도 자신의 태도를 보여주었다.란사가 ‘최 세백’이라 부르자 최량봉은 마음속에 감동을 받았다.이 순간 기쁘기 그지없지만 그보다 미안한 마음이 더 들었다.“성녀 전하, 고맙습니다.”“별말씀을요. 이따가 부인과 아들에게 제사를 지내 줄게요. 그리고 복수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으니 조금만 참아주세요. 복수할 시기가 곧 올 겁니다.”란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초가집에서 나갔다.“한아, 수고해.”이 일을 하녀에게 맡길 생각이었다.“전하, 염려 마세요. 소인 반드시…”“누이, 이 일은 내가 해결할게.”상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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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7화

“너는 참 알고도 모르겠다.”온권승이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응시했다.“넌 너무 많이 변했어. 가끔은 나도 의심스럽다. 네가 정말 내 딸이 맞는지 말이다.”란사는 왜 이렇게 말하는지 알고 있었다.그녀처럼 전생과 현생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진국공부에 대한 원한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온권승의 눈에는 란사가 성년식을 치르던 날부터 하루아침에 갑자기 달라졌다고 생각했다.예전에는 순진하고 자상한 온사였는데 갑자기 냉담하고 매몰차고 반항적인 모습으로 변했다.마치 진국공부와 온씨 가문의 사람과 넘기 어려운 아주 길고 깊은 장벽이 생긴 것처럼 말이다.온권승은 지금도 이해하지 못했다.분명 자신의 속내를 잘 숨겼고, 심지어 온모를 수양딸 신분으로 진국공부에 데려온 후에도 조급히 일을 진행하지 않았다.그런데 수양딸이 갑자기 수상함을 느낀 것이다.그때부터 마치 구멍 난 주머니처럼 그가 했던 일들은 점점 더 많이 새어 나가 전부 온사의 손에 넘어갔다.참, 지금 수양딸의 성이 온씨가 아니니 정정할 것이다.온권승은 란사를 내려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관두자. 어쨌든 우리 부녀 사이가 이 지경에 이르렀어도 한때 부녀였던 정을 봐서라도 마지막 기회를 줄게. 최량봉으로 란씨 가문이 멸망한 비밀을 교환하자. 나와 거래를 할 거냐, 말 거냐?”그는 말을 마친 후, 한마디 더 보탰다.“최량봉은 나보다 아는 게 많지 않아. 그러니까 그자를 손에 넣으면 모든 걸 알아낼 수 있다는 생각하지 마.”란사가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정말이지, 온권승의 제안에 순간 흔들릴 뻔했다.란씨 가문이 멸망한 것은 어머니가 생전에 가장 고통스러워하셨던 일이었다.그러니 그때 사건에 대해 진국공부와 충용후부가 내막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확실히 컸다.하지만 충용후부는 진국공부가 초대하여 같은 배에 올랐기 때문에, 최량봉은 확실히 온권승보다 아는 것이 적을 것이다.솔직히 란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그러니 최량봉을 남긴 것도 오로지 란씨 가문의 일 때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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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8화

북진연이 약효가 부족할까 봐 걱정하는 줄 알고, 란사는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설명을 덧붙였다.“염려 마세요. 서홍화는 제가 직접 키운 거라 약효가 확실해요. 물론 수량이 적다면 며칠 뒤에 더 만들어서...”실은 공간에도 있지만 한 번에 많이 꺼내면 너무 눈에 띌까 봐 몇 알만 준 것이다.“그런 뜻이 아니야!”북진연이 갑자기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그는 여전히 어리둥절해하는 란사를 바라보며 얇은 입술을 오물거리다 애먼 상자를 꽉 잡았다.“완전히 고친 뒤에는?”그때도 찾아와도 되는지 묻고 싶었다.애당초 그녀에게 접근했던 이유는 경전을 읽는 소리를 듣고 성가진 병을 잠시 억제하기 위해서였다.그러다 나중에는 발병하지 않아도 일부러 발병한 것처럼 자주 찾아왔었다.어느덧 그것이 핑계가 되었는데 지금은 이 핑계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만약 병을 치료하면 또 무슨 핑계를 대서 찾아온단 말인가?“고친 뒤에요?”란사는 북진연의 상태가 조금 불안정하다고 생각했는지 곰곰이 생각한 후에 조심스럽게 물었다.“전하… 제가 불경을 읽는 소리를 듣고 싶으세요?”그 말에 어쩔 바를 모르던 북진연이 두 눈을 반짝였다.“맞아. 그 거야!”그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만약 병이 나아도 찾아와도 돼? 네가 경을 읽는 소리에 익숙해져서 갑자기 끝나면 어쩌면… 잠이 안 올지도 몰라.”마지막 말을 할 때, 북진연은 자신의 변명이 너무나 형편없고 말주변이 서툴다고 생각했다.그는 좌절한 사람처럼 물었다.“무슨 말인지 알겠어?”“알겠어요.”란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북진연의 귀로 흘러갔다.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그의 표정이 멍 해졌다.다시 란사를 보았더니, 지금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겠는가.“제가 불경을 읽는 소리를 듣고 싶다면 얼마든지 오셔도 됩니다. 그때면 수월관에 있는 것이 불편할 테니 뒷산의 냇가에서 만나는 게 좋겠어요. 전하 생각은 어떠세요?”예전에 북진연은 병을 치료한다는 명분으로 폐하께 허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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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9화

한편, 경성과 백 리 떨어진 곳, 즉 최씨네 일가가 습격당한 곳에 멀쩡하던 객잔이 큰불에 타서 시커먼 잔여물만 남았다.이틀이 지났는데도 여기 주변에 여전히 핏자국들이 남아 있었다.살수와 결사대의 시체가 그대로 널브러져 있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유일하게 관심을 주는 것은 오랫동안 굶은 늑대 무리였다.그들은 시체 위에 엎드려 보기 드문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기 시작했다.늑대들이 한창 집중해서 먹고 있을 때,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었다.기척에 늑대들이 고개를 들어 보더니, 하나같이 엄니를 드러내고 갑작스럽게 다가온 불청객에게 으르렁거리며 겁을 주었다.그런데 상대방에게서 강렬한 위기를 느끼고 깜짝 놀라 울부짖으며 전부 도망쳤다.그 자리에 이빨로 뜯어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시체들이 남아 있었다.시체 더미를 본 사람이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안타깝구나.”그자의 목소리는 마치 사찰의 종이 울리는 것처럼 낮고 아득하게 울려 퍼졌다“나무아미타불”부처의 명호를 읽는 순간 숲 사이로 빛과 그림자가 움직이더니 한 노승이 나타났다.“여러분은 생전에 수많은 죄를 지었군요. 본래 여러분의 시체를 단련하여 백성을 도와 죄를 씻을 기회를 주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짐승의 입에 물렸으니 이것도 인과응보라 할 수 있지요.”대머리에 흰 수염을 기른 노승이 고개를 저으며 자비로운 표정을 지었다.마치 이곳에서 죽은 사람들을 가엽게 여기는 것처럼 말이다.그때 노승이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노안으로 혼탁하던 눈동자에서 날카로운 빛을 뿜더니 객잔 폐허의 어딘 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처음에 의심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점점 경악하며 입을 떡 벌였다.“아직 안 죽었어? 정말 흥미롭구나.”노승은 빙그레 웃으며 그쪽으로 걸어갔다.동시에 그의 뒤에 온몸에 붕대를 감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봉합 흔적이 있는 ‘인간’이 따라 나왔다.“소사야. 저 녀석을 파내서 사부한테 보여줘라. 어쩌면 오늘 네게 사제가 생길지도 모르겠구나.”‘인간’은 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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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0화

동 시간 대, 경성의 안씨 저택.평소 손님들의 발이 끊기지 않던 장생전에 며칠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안씨네 집사는 밀실에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나리, 장 대인 측에서 또 사람을 보냈습니다. 전에 구매했던 장생단이 거의 떨어져서 언제면 문을 여는지 여쭤보십니다.”며칠 전에 이족을 대대로 수색한 사건으로 인해 안비각 수중의 장기말들이 여러 명이나 잘려 나갔다.이런 시기에 누구도 감히 나대지 못하니, 안씨 가문에서 운영하는 장생전도 잠시 문을 닫았다.“문은 못 열어. 아직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뭐가 그리 급하다냐?”안비각은 한 손에 작은 칼을 들고 다른 손으로 짜증스럽게 흔들었다.“소식을 기다리라고 전해라. 정 기다리지 못하겠으면 죽어야지 뭐.”집사는 감히 이렇게 전달할 수 없어 옷소매를 들어 식은땀을 닦았다.지금 안비각이 시신을 정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화제를 돌렸다.“나리, 저희가 진국공 쪽을 주시했더니 요 며칠 움직임이 있는 것 같습니다.”“예상대로 최량봉을 쫓아가 죽였어?”“나리의 계략은 정말 신의 한수였습니다. 최씨 일가는 진국공의 손에 죄다 죽고 몇 명이 살아서 도망쳤는데 경성 밖에 남산으로 들어갔답니다.”“뭐라고?”그 말에 안비각이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렸다.“온권승이 언제부터 이렇게 무능해졌어? 사람도 제대로 죽이지 못해?”심지어 남산까지 도망치게 만들다니, 남산이 어떤 곳인가?황제와 섭정왕이 사람을 파견하여 감시하는 곳이 아니던가?그런데 거기로 도망쳤다니 일이 더 번거롭게 되었다.하물에 거기에 정말 상대하기 까다로운 계집 한 명이 있었다.안비각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계속 질문했다.“지금 진국공은 뭐하고 있어? 다른 움직임은 없어?”집사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나리, 아랫사람의 능력이 제한 있어서 거기까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저 진국공부가 조용한 것을 보니 추살 계획을 포기한 것 같습니다.”그 말에 안비각이 코웃음을 쳤다.“하찮은 일에도 반드시 복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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