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드립니다, 마마.”심초운이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소우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부드럽게 말했다.“앞으로 우리는 한 식구가 될 사이인데, 그리 예를 차릴 것 없다.”“영이라 부르거라.”혼례를 치른 뒤에도 마마라 부르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거북하고 어색하겠는가.사실 소우연 자신도, 이육진과 마음을 나눈 이후로는 대개 그를 ‘부군’이라 불렀지, ‘왕야’혹은 ‘태자’나 ‘폐하’ 같은 딱딱한 칭호는 거의 입에 올리지 않았다.“진이에겐 이름을 부르고, 내게는 어마마마라 불러도 된다.”“그리고 나나 폐하를 뵐 때도, 영이를 대할 때처럼 편히 대하도록 해라.”비록 혼례는 아직 올리지 않았으나, 성지가 이미 내려졌으니, 초운은 이영의 정식 시군이나 다름 없었다.곧, 한 가족이라는 뜻이었다.무엇보다도 어릴 적부터 곁에서 지켜보아 온 아이라, 눈에 거슬릴 것 하나 없는 아이였다.이제 와서 일부러 어려워할 이유가 있을까.심초운은 말없이 입술을 다문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예, 어마마마.”얼굴은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수저를 들었으나, 마음은 여전히 술렁거렸다.그는 은근히 이천을 바라보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연희의 생일 잔치 날, 진이도 오고… 누님도 함께 가신다 들었습니다. 혹… 형님께서도 함께 하시겠습니까?”그 순간, 반찬을 집던 이천의 손이 멈칫하였다.세속의 일에는 마음을 두지 않던 그였기 때문이다. 무릇 자신 수행에 방해되는 일이라면 굳이 나설 뜻도 없는 자였지만, 이번만큼은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이영의 시군이 될 자가 처음으로, 진심을 담아 내민 청이었다.심초운은 용강한의 제자이기도 하였다.그의 사부인 용강한이 경성을 떠나기 전, 이천에게 수차례 당부했던 말이 떠올랐다.‘너는 나처럼 세상과의 인연을 끊을 수 없다. 너에겐 태어날 때부터 가문이 있었고, 피를 나눈 혈육이 있었으니, 세상과 등을 지는 길은 너의 길이 아니다. 넌, 이전의 감정들과는 다른 사람이 될 것이다. 황실을 어지럽히기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