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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8화

Author: 주 한잔
비풍정 아래, 심초운은 오랜 사색에 잠겨 있었다.

과거 이영과 흠천감에 자주 드나드시던 시절, 그는 당안과 송이 고모, 그 밖의 사람들과 함께 이 정자에서 누님을 기다리곤 했다.

해마다 반복되던 일상이었건만, 비풍정은 여전히 옛 자리에 있었고, 흠천감 또한 옛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용 사부께서는 이제 먼 곳으로 떠나셨고, 그는 여전히 흠천감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처지에 머물러 있었다.

그때 초구가 머리를 싸쥐며 나직이 말했다.

“도련님, 그냥 마마께서 명을 내려 황자 마마께서 흠천감을 떠나 궁 밖으로 별저를 옮겨 살게 하시면 되는 것 아닙니까?”

심초운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 분 손에 들린 것이 흠천감의 인장이다. 곧 다음 감정의 증표지.”

“이제 사부님도 계시지 않으니, 그 분께서 그 자리를 잇게 된다면 그리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다.”

“그 분께서 흠천감을 지키고 계신 한, 누님이라 하여도 억지로 움직이게 하실 수는 없을 것이다.”

초구는 입을 다물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다른 수를 찾아야겠군요. 황자 마마께서 흠천감을 나서시기만 한다면, 그제야 저희가 손쓸 틈이 생길 것입니다.”

심초운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어느 집안의 규수가 감히 황족의 장자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초구는 투덜거리듯 혼잣말을 내뱉었다.

“마마께서도 참, 어찌 이토록 어려운 숙제를 주셨는지…”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심초운의 눈빛이 번뜩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누님을 험담하지 마라.”

초구는 화들짝 놀라 허겁지겁 입을 막았다.

“송구합니다! 종이 경거망동하였습니다. 다음부턴 절대로… 절대로 입조심하겠습니다!”

스스로를 꾸짖듯 뺨을 철썩 한 대 내리쳤다.

심초운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만두어라. 네 뺨을 때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

초구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역시 도련님께선 자비로우십니다…”

아직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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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이 맞은편의 심초운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네 말이 옳다.”심초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술을 따랐다. 두 사람은 다시 잔을 부딪쳤다.“누님이 오늘 아주 서럽게 울었습니다.”이천의 손이 순간 멈췄다. 그 뜻을 모를 리 없었다.그는 밖에서 운유로 떠돌며 지낸 세월이 워낙 길었고, 경성에 돌아온 지도 고작 몇 달밖에 되지 않았다.선황 부부와 진녕공주와의 정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하물며 이영이라면… 오죽하겠는가.“네가 많이 위로해 주었겠구나.”“당연한 일이지요. 누님께서 우시면서 자신 곁에는 저와 형님, 단 두 사람뿐이라고 하소연하다 잠들었습니다. 하아…”그는 한숨을 쉬며 땅콩 몇 알을 집어 술기운을 달랬다.“형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예전처럼 저와 누님과 함께 매일 저녁을 드시면 어떻겠습니까. 누님께서 분명 더 기뻐할 겁니다.”이천이 잠시 멍해졌다. 사실 그는 이미 결심하였다.아바마마와 어마마마가 경성을 떠나면 곧바로 문을 걸어 잠그고, 단식하며 마음을 수련할 생각이었다.그런데 지금 예상치 못한 심초운의 말에 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그렇다고 하겠다는 말도, 아니라고 하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심초운이 자리에서 일어섰다.“사부님께서 늘 말씀하셨습니다. 형님의 인연은 아직 다하지 않았으며, 반드시 맞는 인연이 있다고요. 그런데 그걸 일부러 피하는 건 옳지 않지 않겠습니까?”그는 잔을 비추며 웃었다.“수행이라면, 시고 달고 쓰고 매운 맛뿐 아니라 은원과 정까지 모두 겪어야 비로소 수행 아닙니까?”이천이 웃었다.“네 말대로라면, 사부님께서야말로 이제야 제대로 된 수행을 하고 있는 셈이로구나?”심초운이 잠시 말문이 막혔다. 직접 확인한 적은 없지만, 용강한이 소우연을 좋아한다는 건 상운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었다.“형님께서 또 놀리시는군요.”그는 웃으며 잔을 들었다.“벌로 제가 한 잔 받겠습니다.”이천도 잔을 비웠다.잠시 뒤, 심초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누님께서는 진심으로 형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2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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