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Bab 1201 - Bab 1210

1326 Bab

제1201화

“절 보지 마시옵소서.”이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황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저와 언니, 저희 둘은 모두 여인이옵니다. 아이를 낳는 일이라면 어머니처럼 해도 기껏해야...”“둘이겠지요.”말을 마친 이진의 얼굴은 새빨개졌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마차 문을 밀치고 나가더니 당안과 간석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마차 안.심초운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진녕공주는 제일 어려도 세상 보는 눈은 가장 정확하군요.”“그러게 말이다. 이 꼬마가… 황실 자손이 줄어드는 판에 그걸 다 계산하고 있었다니...”이천은 말없이 표정을 굳혔다.어려서부터 장공 스님과 정 스님을 따라다니며 살아온 그의 세계에는 가보를 잇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비록 정 스님께서 상운국의 상황을 분석해 준 적은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인생이란 자식을 낳아야만 완성되는 게 아니라고 여겼다.“그러니 황형, 저희 집안은 겉보기에 번성해 보여도 사실은 꽤 위험한 위치에 있사옵니다.”이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오라버니 쪽으로 몸을 조금 기울이며 어리광 부리듯 말했다.“이 큰 부담을 저랑 진이한테만 넘기면 안 되지요.”이천은 다시 말문이 막혔다. 그는 정말로 이 문제를 고심해 본 적이 없었다.돌이켜 보면 정 스님이나 용 숙부가 그에게 은근히 의미심장한 말을 여러 번 흘렸던 적이 있었다. 이제 보니 그것은 결국 자신에게 혼인을 하고 자식을 보라는 뜻이었다.심초운은 그 반응을 놓치지 않고 눈에 담았다. 잠깐의 대화로는 이천의 생각을 바꾸기 힘들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기침을 가다듬고 말했다.“굳이 황형을 곤란하게 만들 필요는 없사옵니다.”그러자 이영이 눈을 크게 떴다.“대황형은 오랫동안 장공 스님과 정 스님처럼 속세와 인연을 끊은 분들과 함께 지내셨지요. 이미 마음이 고요해져서 혼인 이야기는 황형에게 너무 갑작스러운 걸 수도 있사옵니다.”그 말에 이천이 웃음 띤 목소리로 말했다.“초운 말이 맞다.”이영이 미간을 찌푸리자 심초운이 다시 말을 이었다.“하지만,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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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2화

이영 일행이 국공부에 도착했을 때, 심소윤과 우옥영 부부가 심연희와 심교은 두 사람을 데리고 직접 마중을 나왔다. 그러자 모두가 자리에서 무릎을 꿇어 이영에게 예를 올리며 산호했다.“황태녀 저하를 뵙습니다.”그 광경을 본 이영이 깜짝 놀라자 심초운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기 계신 도련님들은 아마 진녕공주를 ‘우연히’ 마주치러 온 것이옵니다. 그리고 이 아가씨들은...”그가 말끝을 흐리며 슬쩍 이천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영은 단번에 그의 뜻을 파악할 수 있었다.그런데, 정작 이천은 자리에 앉고 나서도 여인들에게는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대신 그는 가끔 낮은 탁자 위의 차를 집어 한 모금씩 마시거나, 과일을 조금 집어 먹는 데 그쳤다.심소윤과 우옥영은 이영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생일 연회는 심연희에게 맡기고 부부는 재빨리 물러났다. 이 자리는 온통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연회였으니 그들이 남아 있을 이유는 없었다.국공부에서 준비한 가무가 두어 차례 막 시작되었을 무렵, 누군가 심연희의 생일을 기념해 재주를 선보이자고 제안했고 곧 각가의 규수들이 생일 선물을 바친 후 차례차례 무대에 올라 공연을 했다.심연희는 그 모습에 무척 기뻐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쯤은 이천의 눈에 들지 않겠는가.그녀는 대담하게 이천을 바라보았다.그의 희고 고운 얼굴에는 파문 하나 없이 평온함만이 서려 있었다. 마치 이야기책 속에서 묘사되는 ‘불자’, 속세의 티끌 한 점 없는 모습 그대로였다.그때 이영이 몸을 기울여 낮은 소리로 말했다.“오라버니, 전부 오라버니를 보러 온 것이옵니다.”이천은 옅게 웃었지만 마음은 전혀 동하지 않았다. 이 가무들이 아무리 훌륭해도 속세의 인연이란 그에게 조금의 흥미도 줄 수 없었다. 그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다가 그때서야 이진이 보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진이는?”그러자 이영이 주변을 둘러보고는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분명 주익선을 찾으러 갔을 것이옵니다.”그말에 이천의 눈이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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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3화

그때 이진이 심교은과 주익선을 데리고 걸어왔다.심교은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그럼 언니의 복사꽃 비녀와 저하의 비녀가 한 쌍이란 말이옵니까?”“이건 두 분께서 인연이란 뜻 아니겠사옵니까?”이진이 질세라 곧바로 말을 이었다. 그러자 심연희는 물론이고 이천, 이영, 심초운까지 모두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아, 저... 언니 생일 축하드리옵니다.”이진은 준비해 온 생일 선물을 그녀에게 내밀었다.“이건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언니께 주시는 선물이옵니다.”그녀는 자신의 선물과 황제, 황후가 보낸 선물을 구분해서 그녀에게 전달했다.심연희는 두 손으로 선물을 받으며 다시 한번 예를 올렸다.“신녀, 황상과 황후마마, 그리고 진녕공주께 감사드리옵니다.”“언니, 그렇게까지 예를 차릴 필요 없사옵니다. 어서 일어나시지요…”심연희는 얼굴이 붉어진 채 서둘러 자리로 돌아가 다른 귀족 아가씨들의 공연을 보았다.한 시각쯤 지나자 이천은 더는 앉아 있기 힘들어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심연희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아, 네… 감사드리옵니다, 저하. 부디 몸 조심 하십시오.”이천 자신도 스스로 이상하다고 느꼈다. 방금 이진이 한 말 때문에 늘 파문 없던 그의 마음이 잠시나마 흔들렸던 것이다.그는 역시 이런 속세의 연회와 어울리지 않았다.하얀 옷자락을 휘날리며 고요히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심연희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화본 속의 불자보다도 더 냉담하고 욕심이 없는 듯했다.이 자리에 이렇게 많은 귀족 아가씨들이 재주를 뽐냈는데도 그의 눈빛 속에는 단 한 번도 감탄의 빛이 스친 적이 없었다. 이런 사람이 정말로 한 여인을 좋아하게 되어 혼인하고 자식을 둘 수 있을까?이천이 떠나는 것을 본 아가씨들은 모두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생일 연회가 끝나고 사람들이 모두 흩어진 뒤 이영이 저택으로 돌아가려 할 때 이진이는 또다시 모습을 감추었다.그러자 심초운이 곁에서 입을 열었다.“주익선이 있으니 별일 없을 것이옵니다.”“그럼 돌아가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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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4화

영화궁.밤이 깊어졌지만, 이육진은 여전히 주장을 검토하고 있었다.소우연은 오늘은 심연희의 생일이니, 몇몇 아이들이 모두 그곳으로 가 분명 시끌벅적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그래서 간석에게 송이를 불러오라고 했다.송이는 공손히 인사를 하고, 오늘 있었던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세세히 소우연에게 아뢰었다.“경성 전체의 규수 아가씨들이나 귀한 집 도련님들이 모두 다 갔다고?”소우연이 조금 놀라며 되묻자, 송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태후마마, 명백한 사실이옵니다.”모두 다 갔다니.“그렇게 귀한 규수들이 공연을 보여드릴 때, 황자가 유심히 본다거나, 뭔가 특별하다거나, 다른 점은 없었느냐?”“마마, 황자께서도 모두 보셨습니다. 하지만 무심한 표정을 하고 계셨던 것으로 보아, 눈에 띈 자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단 한 명도 없었다고?”“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소우연은 손수건을 구기며 말했다.“어떻게 단 한 명도 그의 눈길을 끌지 못했단 말인가?”“……”송이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소우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속으로는 그 괘씸한 자식이 흠천감에서 평생 살아간다는 것을 점점 받아들이기 시작했다.생각해 보면,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장공 스님과 정 도사를 따라다니며 불가와 도가를 불문하고, 세상을 떠돌며 살아왔기 때문에, 그가 봐온 세상은 화본보다 더 다채로울 것이다.그런 그는 그 당시에 마음을 수련하는 데에만 몰두했는데, 지금 와서 어찌 여자 하나에 마음을 빼앗기겠는가?소우연은 손을 가볍게 흔들어 송이에게 물러가라고 했다.함향은 불편한 소우연의 표정을 보고 조심스럽게 달랬다.“마마, 걱정 마시옵소서. 용 대감님께서도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황자께서도 분명 인연이 있으나, 시기가 아직 이르다 하셨지요.”소우연은 웃으며 말했다.“하루 종일 흠천감에만 틀어박혀 있는데, 하늘이 내린 인연이라 해도 어찌 흠천감으로 굴러들어 가겠느냐?”함향은 어깨를 으쓱했다.흠천감은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며, 특별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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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5화

소우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건 좀 난감하구나.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마.”“네.”함향은 잠시 머뭇거리다 물었다.“그럼 시집올 때 준비하는 책은요? 보낼까요?”“내일 다시 얘기하자.”“내일 무슨 얘기를 한다고?”이육진은 마침 주장 검토를 끝내고 간석에게 가져가게 한 뒤, 돌아오는 길에 소우연이 함향에게 하는 말을 들은 것이었다.소우연은 웃으며 대답하지 않고 그에게 되물었다.“피곤하지 않으세요?”이육진은 바로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아이고, 너무 피곤해.”소우연은 그를 흘끔 보았다. 그렇게 피곤하다는 사람이 하루 건너 한번은 침상에서 난리 법석을 피운다고?함향은 사람을 시켜 목욕 물을 준비시킨 뒤, 다른 궁녀들을 데리고 물러났다.소우연은 그를 재촉했다.“어서 씻으세요. 일찍 쉬셔야지요.”이육진은 그녀를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내가 오늘 주장을 보느라 조금 늦은 것뿐인데, 그거 때문에 나랑 같이 목욕을 하지 않겠다는 거야?”“저는 이미 씻었어요.”“그래, 알겠어. 지금 갈게.”그녀는 그의 원기왕성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어떻게 젊은 시절 그대로란 말인가.이육진이 목욕하러 가는 모습을 보고, 소우연도 몸을 일으켜 침상으로 향했다. 그녀는 정말로 졸렸다.두 대의 향이 타고난 뒤, 이육진이 목욕을 마치고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소우연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그만해요. 오늘은 할 이야기가 있어요.”소우연은 그의 손을 살짝 때렸다.“무슨 일이 우리가 사랑을 나누는 것보다 중요해?”“오늘은 싫어요.”그녀가 직설적으로 말했다.“정말 싫어요!”그는 뜨겁게 달아오른 마음이 순간적으로 얼어붙었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든 연이도 거절할 권리가 있는 사람이니까.그는 한 번도 그녀에게 무언가를 강요한 적이 없었다.그는 얌전히 누워 그녀를 품에 끌어안고 물었다.“그래서 할 이야기가 뭔데?”소우연은 그의 품 속에서 편안한 자세를 찾은 뒤에야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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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6화

그녀가 너무 걱정한다고 생각한 이육진은 말을 이었다.“너무 마음 졸이지 마. 영이가 황위에 오르면 심초운은 그저 시군일 뿐이니, 영이가 마음에 들어야 황부로 봉할 수 있어. 그가 이대로 못난 짓만 한다면 영이가 시군을 몇 명 더 들이면 그만이야. 그리고 그가 다른 여인을 넘본다면, 영이 또한 차갑게 돌아서면 될 테니, 그 또한 편한 날이 없을 것이야.”듣고 있던 소우연이 말했다.“그 말대로라면 영이가 손해 볼 일은 없겠군요.”“황제가 아니더라도, 공주이기에, 심초운은 낭군이 된 이상 감히 함부로 굴지는 못할 것이야.”“그렇다면 안심할 수 있겠군요.”소우연은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이영과 심초운의 혼인 소식에 그녀도 모르게 잔뜩 긴장이 되었다. “뭐가 그리도 걱정인 것이냐?”이육진이 웃으며 그녀의 머릿결을 살짝 쓰다듬었고, 그의 따스한 손길에 소우연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중에 시간을 내어 이영과 이야기할 생각이었다. 이육진이 정무를 처리하는 동안, 이영은 심초운과 함께 도성과 그 주변, 심지어 금주까지 구경했다.너무나도 즐거운 나날이었다.도성으로 돌아온 뒤, 이영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부황께서 어머니와 함께 강남이며 다른 나라를 두루 다니려 하셨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어.”심초운이 물었다.“공주님도 그러고 싶습니까?”이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황제가 되어 절대적인 권력을 쥐는 것도 기대되지만, 산천을 돌아다니는 이 자유로운 생활 역시 동경하고 있었다.심초운은 그녀의 생각을 읽은 듯 말했다.“그렇다면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무엇이냐?”“황형께서는 이미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셨으니 바깥세상이 그에게는 큰 유혹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입니다.”이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맞다.”“황형께서는 그 자리에 앉으려는 뜻이 없지요. 그리하여 감히 하지 못했던 말이 있습니다.”이영이 심초운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네가 주저하는 일도 있었다니, 놀랍구나.”“정녕 저를 벌하시지 않으실 겁니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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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7화

“그래, 네가 너무 좋다.”서로를 바라보던 둘은 숨결이 점점 거칠어졌다. 머뭇거리는 심초운에 이영이 먼저 입을 맞췄다.놀라움도 잠시, 심초운이 곧장 주도권을 잡았다.뒤엉킨 호흡 속에 그는 그녀를 번쩍 안아 침상 위에 눕히며 속삭였다.“…괜찮겠습니까?”그는 이미 그녀의 시군이다.며칠 뒤, 그녀가 즉위하는 그날이 곧 그들의 대혼식이다.이영이 그를 바라보았다.“뭘 하려는 것이냐?”“그게…”그녀의 가녀린 손끝이 그의 입술을 눌렀다.“전에 한 말을 기억하거라.”심초운: “……”그는 체념 섞인 웃음을 지었다.“… 입맞춤뿐이란 말씀이지요?”“그래.”그는 그녀 곁에 누우며 다시 물었다.“그럼 함께 잘 수는 있습니까?”한참 생각하던 이영이 답했다.“그건… 가능하다만.”“고맙습니다.”말을 마치자, 그는 다시 몸을 뒤집어 입을 맞췄다.허락된 것이 고작 입맞춤이라 너무나 애간장이 타지만 조금 참아 보기로 했다.하지만, 이 달콤함은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다.다음날.즉위 대전의 예복이 금융궁에 도착했고 이영이 입어 보았다.금사로 수 놓인 검붉은 바탕의 용포는 짙은 빛을 띠었고 그 위에 수놓은 오조룡은 살아 꿈틀대는 듯했다.용포를 걸친 그녀의 모습에 심초운은 알 수 없는 긴장감에 사로잡혔다.그녀가 그저 공주였다면, 이 정도의 압도감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부황의 소원처럼 심초운도 어느새 그녀와 함께 산천을 누비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짙어갔다. “어떠냐?”이영이 묻자, 심초운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위엄이 넘칩니다. 아주 좋아요.”“그럼, 이대로 하자.”이영이 흡족해하자 시의관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곧 심초운을 향해 말했다.“예복도 한번 입어 보시겠습니까?”“그래, 입어보거라.” 이영도 예복을 입은 심초운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심초운은 미소를 지으며 돌아가서 입어 보겠다고 했다. “여기서는 안되겠느냐?”두 사람이 어릴 적부터 금융궁에서 함께 지내왔다는 사실과 심초운은 장춘원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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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8화

‘어마마마께서?’이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송이를 시켜 상자를 받게 했다.“다른 볼일이 남았느냐?”함향이 여전히 돌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영은 의아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중요한 물건이니 혼인식 전에 꼭 보시라고 하셨습니다.”혼인식 전에 보라는 말에 송이는 뭔가 떠오른 듯 함향을 바라보았다. 함향이 말했다.“송이 네가 잘 기억해두렴.”송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예, 걱정 마세요.”옆에서 보살펴줄 송이가 있으니 함향도 안심할 수 있었다. 황후마마도 이 정도면 안심하실 것이다.함향이 돌아간 후, 이영은 송이를 시켜 상자를 열게 했다.춘궁이라는 책자를 본 이영이 뭔가 이상함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했다.“이건….”송이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마마, 마마께서 혼인식을 올리시면 부군과 함께 해야 할 일을 적은 책입니다.”그녀는 조용히 책을 펼쳤다. 대략적인 설명과 적나라한 그림이 시야에 들어오자, 이영은 기겁하며 다시 책을 덮었다.‘어마마마도 참! 왜 하필 이런 책을….’책 속의 내용은 그녀가 심초운과 입맞춤을 하던 때의 느낌과 아주 비슷했다.다른 점이 있다면 그림 속 사람들은 옷을 거의 벗고 있었다는 것 정도랄까.더 뒤로 보다가는 어떤 게 펼쳐질지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송이가 말했다.“소인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시간 되실 때 꼭 보십시오. 며칠 후에 소인이 다시 마마와 책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죠.”이영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꼭 배워야 하는 것을 알기에 손을 휘휘 저으며 송이를 내보냈다.문이 닫힌 후, 그녀는 다시 서책을 펼치고 뒷장을 보았다. 적나라한 화면이 눈에 들어오자 그녀는 처음으로 남녀의 신체 구조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러니 그때 입맞춤을 할 때 딱딱하게 느껴졌던 그것이….’그녀는 새빨간 얼굴로 계속해서 책을 펼치며 음양의 조화를 담은 내용을 숙지했다.어차피 나이도 있고 이 나이에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니 난처할 필요가 없었다.국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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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9화

심연희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황녀마마께서 그냥 해본 얘기여야 할 텐데. 안 그럼 오라버니가 고생 좀 하겠는걸.’심초운은 희열을 감추지 못하며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초구에게는 소리를 낮추라고 타일렀다.국공부의 모든 사람들에게 혼례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비록 그 역시도 이영과의 혼인이 너무 기다려지지만 외부인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았다.“그럼 대비책은 생각해 두셨나요?”심연희가 물었다.심초운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초구를 노려보았다.초구는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고했다.“소인이 말실수를 했습니다. 소인을 벌하여 주십시오!”“아니요. 초구와는 무관한 일입니다. 제가 꼭 말하라고 캐물었으니까요. 황녀마마는 대황자께서 혼인하신 후에 오라버니와 합방을 하신다고 하더군요.”말을 마친 심연희가 얼굴을 붉혔다.심초운도 겉으로는 담담한 척해도 귀가 빨개졌다.그는 콧방귀를 뀌며 초구에게 말했다.“이런 몹쓸 녀석, 아씨에게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하다니!”“오라버니, 저도 이제 어린애가 아닙니다. 저는 그저 오라버니께서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걱정되어 캐물은 것입니다.”심초운은 오히려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했다.그의 생각을 읽은 심연희가 말했다.“그동안 많은 귀족 여식들이 저를 불러내서 대황자에 대한 정보를 물었습니다. 어쩌면 이들 중에 적당한 사람을 골라 소개해 드리면 좋지 않을까요?”그게 아니라면 대황자는 쉬이 흠천감을 나오지 않으려 하니 언제 인연을 만날지도 막막했다.인연이란 때로는 스스로 찾아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본인이 쟁취해야 하는 법이다. 그녀는 오라버니를 돕고 싶었다.심초운은 심연희가 이 일에 끼어드는 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명문가 규수들이 대황자에게 관심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동했다.이영이 한 말은 홧김에 한 말이 아니라 진심일 것이다.그러니 그 역시도 진지하게 대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혼인해도 혼인 전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다.그런데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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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0화

심초운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그를 흘겼다.초구가 웃으며 말했다.“이… 이게 참 적나라하고 직관적이네요. 허나 소인은 차라리 이야기책을 더 읽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책에서 더 상세하게 나와 있으니까요.”“당장 꺼지지 못해!”초구는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러갔다.“예, 그럼 소인은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문이 닫힌 후, 심초운은 기분을 추스르고 계속해서 책을 펼쳤다. 점점 더 눈 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이 펼쳐졌지만 사내인 그는 대충 훑어보고는 바로 숙지했다. 그리고 간석이 왜 그렇게 간곡하게 부탁했는지도 사내로서 잘 알고 있었다.여인의 첫경험은 많이 아프다고 했다.그는 이영을 아끼고 사랑하니 어떻게 하면 그녀의 고통을 줄여줄지 잘 숙지하는 게 도리였다.이날 밤, 심초운은 꿈결에 이영과의 혼인식을 꿈꾸고 있었다.화려한 혼례복을 입은 이영이 침상에 앉아 있었다.국공부의 침실이었다. 그는 천천히 다가가 면사포를 벗겼다. 그녀가 수줍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왜 그리 멍하니 보고만 있어?”“아닙니다.”“어서 이리 와.”그녀가 손짓했다.그는 격앙된 심정을 억누르며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서 앉았다.둘은 애정이 듬뿍 담긴 눈길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천천히 다가가며 입을 맞추었다.격렬한 입맞춤이 오가고 그는 그녀의 의복을 찢었다.새벽닭이 우는 소리에 그는 꿈에서 깼다.황당한 꿈이었다는 것을 인지한 심초운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런 책은 오래 볼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어젯밤 그 서책을 읽고 그런 황당한 꿈을 꾸었으니 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시간은 빠르게 흘러 이영의 즉위 날이 다가왔다. 날씨는 화창하고 제비가 즐겁게 지저귀었다.길시가 되자 즉위 의식이 시작되었고 곧이어 심초운이 시군으로 책봉되었다.어린시절 이영이 살았던 금용궁은 심초운의 궁전이 되었다.이육진은 태상황이 되고 소우연은 황태후가 되었다.모든 것이 순조로웠다.어느덧 저녁이 되어 붉은 노을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이영은 아바마마와 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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