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공 스님이 찻잔에 조심스레 차를 따르며 입을 열었다.“용 시주, 속세에 머무른 지난 날들 동안 이미 기력을 회복하신 듯합니다.”용강한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입술은 끝내 감사를 말하지 못했다.처음에 그는 소우연의 운명을 자신이 모두 떠안고, 한 목숨으로 이영과 이천의 운명을 바꾸려 했다.그러나 뜻밖에도, 장공 스님은 이천의 운을 빌어 그의 생명을 바꾸어 주었다.비록 소우연이나 이육진이 말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들 또한 마음속으로는 이천에게 너무나도 불공평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비록 오늘 이천이 도문의 길을 택하였다 하나, 그 일생은 지극히 외롭고 고요하며, 쓸쓸한 길이 될 가능성이 컸다.마치 장공 스님과 그의 사부들처럼 말이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용강한이 조용히 물었다.“스님께서는 이 생에 미련이 남는 일이나, 한스러운 것이 있으십니까?”장공 스님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없습니다.”그는 다시 용강한을 바라보며 물었다.“어찌하여 이 운불사까지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습니까?”용강한은 담담히 입을 열었다.“경성을 떠난 뒤, 하늘은 드넓고 땅은 광활하건만, 어디로 먼저 가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그리하여 장공 스님이 떠올랐고, 손가락으로 점을 쳐보니 이 길이 나왔던 것이다.장공 스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허나 용 시주께서는 아직 정과 사랑의 본질을 꿰뚫지 못한 듯합니다. 그대는 여전히 그 정애의 굴레 안에 머무르며, 단 한 번도 그 경계를 벗어나 본 적이 없는 듯합니다.”용강한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반박도 하지 않았고, 해명도 하지 않았다.전생에 모든 것을 바쳐 얻어낸, 다시 시작된 삶. 그 삶 속에서 소우연과 함께 헤아릴 수 없는 고난을 지나왔거늘. 어찌 그것을 쉽게 내려놓는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정녕 내려놓을 수 있었다면, 애초에 이 생을 다시 구하려 애쓰지도 않았으리라.그때, 장공 스님이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내려놓으면 그만이고, 내려놓지 못하더라도 또한 그만일 뿐이니라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