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1221 - Chapter 1230

1326 Chapters

제1221화

이영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너 설마 아바마마께서 네가 내 황위를 빼앗을까 봐 두려워한다고 생각하느냐?”심초운은 대답하지 않았다.“아바마마께서 어마마마와 함께 왜 너를 시군으로 여겨왔는지 생각해 보거라. 당연히 대대로 충심을 이어온 심국공부의 자제이자, 어릴 적부터 곁에서 지켜본 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바마마께서는 예전에 황위를 외삼촌에게 주고 싶어 하셨을 정도였다.”이영의 목소리가 차분해졌다.“아바마마께서 하신 말씀을 잊었느냐? '천하의 안정을 위해서가 아니고, 백성들의 삶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면, 황위 같은 건 누가 하든 상관없다'고 하셨다. 물론 나는 아직 아바마마만큼 마음이 크진 못하다.”그녀가 씁쓸하게 웃었다.“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아무리 아끼는 사람이라도, 누가 자기 금고와 은고를 통째로 남에게 주겠느냐?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도 재물을 좋아하시지만, 그렇다고 전부 내어주신 건 아니었다.”심초운은 잠시 멍해졌다. 아침에 황제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자 그제야 깨달았다. 처음부터 황제는 자신이 황위를 빼앗을까 봐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 오직 누가 천하를 안정시키고, 백성들이 평안히 살 수 있게 하느냐만을 생각했을 뿐이었다.심초운이 미소 지었다.“제게 한 가지 생각이 있습니다.”“무엇이냐?”“제게 맡기신 일은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그리고 후사를 잇는 문제는 당연히 형님이 책임져야 할 일이지, 결코 폐하께 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이영은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지.”다만 이천이 그 일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였다. 이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우리, 기한을 1년으로 하자.”“무엇을 두고 하시는 말씀이십니까?”“1년이다. 오라버니께서 그 책임을 맡든 맡지 않든… 만약 이번에 내가 아이를 가지지 못한다면…”이영이 잠시 말을 끊었다가 이어갔다. “우리가 아이를 낳자. 그리고 훗날 아바마마, 어마마마처럼 세상 구경 다니면서 살아보자구나.”심초운은 순간 움찔했다. 사실
Read more

제1222화

역시 누구든 한 곳에 갇혀 지내면 쓸데없는 생각만 하게 되는 법이다. 그 문인들이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규수들 중에 제대로 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누님.”심초운이 그녀를 불렀다. 이영은 주자를 읽으면서 '음'하고 대답했다.“선황 폐하께서는 오랜 세월 동안 여인들이 상업에 종사하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장려하셨는데, 누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심초운이 갑자기 물었다.이영이 고개를 들었다.“갑자기 왜 그런 것을 묻는 것이냐?”심초운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누님께서는 지금 저를 누님의 '안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이영이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 전 어마마마께서 하신 말씀 속에도 그런 뜻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이 녀석이 괜한 생각을 할까 봐 걱정했는데, 이제 확실해졌구나.“후회하느냐?”이영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그의 답을 기다렸다.심초운이 입술을 다물고는 미소를 지었다.“오늘 아침, 저는 누님께서 드신 것이 피임약인 줄 알았습니다.”“……”“제가 속량이 좁았습니다.”“아니다. 만약 우리의 신분이 바뀌고 처지가 바뀐다면, 아마 나야말로 너보다 더 불안해할 것이다.”그녀는 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였다.그렇게 두 사람은 눈이 마주치자 서로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며 한참을 바라보았다.심초운이 먼저 그 정적을 깨며 아까의 화제로 돌아갔다.“혼례를 올린 첫날부터 저는 한 곳에 갇혀 지내는 것이 매우 답답하다고 느꼈습니다.”그의 눈썹과 눈매가 온화했다.“게다가 지금은 후궁 안 남자는 저 한 명뿐이지만, 만약 다른 시군들이 생긴다면 그땐 정말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심정이 어떨지.”“아마 미쳐버리겠죠.”이영은 잠깐 상상해보았다. 심초운은 그녀가 유일하게 사모하고 있는 남자였다.만약 그런 심초운이 바람을 피우고 주변에 처첩들이 바글바글하다면, 그녀는 절대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심초운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 누님께서는 저와 한 약속을 기억해 주십시오.”기회
Read more

제1223화

이렇게 깊은 고백을 들은 심초운은 진심으로 감동하였다. 그는 이영을 바라보며 품에 안고 말했다.“이런 말들이 제게 얼마나 큰 용기를 주는지, 얼마나 큰 확신을 주는지 아십니까?”한때 그는 그녀의 시종 중 한 명이 되는 것조차 기꺼이 받아들이려 했었다. 그런데 결국 그녀는 오직 심초운 단 한 사람만을 택했다.“감동할 것 없다. 이미 예부에 명해 너를 황부로 책봉하는 조서를 작성하게 했다. 나의 부군은 내가 직접 책봉한 자여야 한다.”이것이 그들 사이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더욱 드러내는 일이었다. 그의 진심 어린 눈빛을 보며 이영이 물었다.“그러니 다시는 그런 걸 내게 묻지 말거라.”심초운이 고개를 저었다.“예, 다시는 묻지 않겠습니다.”“누님을 반드시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지금 그의 가슴속에는 전에 없던 행복감이 가득했다.그는 아무것도 개의치 않고 그녀의 부드러운 허리를 끌어안아 책상 위에 앉히고는 그녀의 얼굴을 감싸 안고 입맞춤을 시작했다.젊은 남녀가 함께 있으니 마른 나무에 불이 붙듯 했다. 두 사람의 숨이 거칠어지고 숨쉬기조차 힘들어진 후에야 끝이 났다.심초운이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참 아름다우십니다.”이영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무력하게 한숨을 쉬었다.“내가 정말 해야 할 일이…”“알고 있습니다. 누님께서 바쁘시다는 것을 말이에요.”그러고는 그녀의 다소 흐트러진 옷을 정리해주고,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스스로 삭이며 참아냈다.이영은 그가 정말로 한쪽 침상으로 가서 정좌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자리에 앉아 진지하게 상소문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붓에 먹물을 묻혀 상소문 위를 가볍게 지나가는 사각거리는 소리, 상소문을 펼치고 접는 소리가 서재 안의 유일한 소리가 되었다.두 사람 모두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심초운은 진지한 이영을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의 생리적 반응이 사라진 후에야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사실 이영이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었지만, 다만 그를 붙잡지 않았을 뿐이었다.서재를 나온 후 심초운은
Read more

제1224화

우옥명은 아들이 과거 용강한을 위해 약을 구하러 다녔던 경로를 묻자 다소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설마 폐하와 함께 또다시 미복 차림으로 궁을 나서려는 것이냐?”“미복은 아닙니다, 어머니. 그저 어떤 장사가 좋을지 궁금해서 여쭤본 것뿐입니다.”“그런 걸 왜 나에게 묻느냐? 사방팔방을 누비며 온 천하를 돌아다닐 수 있는 장사라면, 선황 폐하와 태후마마께서 이미 하고 계시지 않느냐?”우옥명이 되물었다.다른 이들은 모르지만, 심소균과 이육진은 절친한 사이였기에, 이육진이 이번 출행을 위해 무려 십여 년을 준비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육진이 하는 장사는 이익도 상당했고, 그 사업망 또한 사통팔달했다. 설령 황제의 자리가 없더라도 그 재력만으로는 국고에 견줄 만했다.“저는…”심초운이 갑자기 말끝을 흐렸다.우옥명은 단번에 눈치를 챘다. 아들뿐만 아니라 심소균과 이육진도 이미 다시 길을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이 바보 같은 아들아, 집안의 돈도 돈이니 아끼지 말고 써라. 게다가 네 부인은 여황제가 아니냐.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그이가 돈을 못 내줄 리가 있겠느냐?”심초운은 고개를 저었다.“폐하의 은전을 제가 어떻게 쓸 수 있겠습니까.”우옥명이 미소를 지었다.“그럼 국공부의 사업과 공주가 네게 준 재산이 있지 않느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세상을 유람할 수 있을 것이다.”“어머니, 저는 진심입니다.”우옥명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입을 열었다.“네가 폫아ㅘ 혼례를 올리던 날, 붉은 칠이 되어 있던 눈에 잘 띄지 않는 나무 상자가 있었지? 그것이 아직 있느냐?”심초운이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금융궁의 별전에 있습니다.”“그 안에 국공부의 재산과 공주가 준 산업이 모두 들어 있다. 그것만 잘 굴리면 충분할 것이다.”우옥명은 그렇게 말하고는 목이 말랐다. 예전엔 그저 아들이 황실에 장가든 것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현실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었다.심초운은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어머니.”잠시
Read more

제1225화

심초운은 잠시 말없이 심연희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다가가 여동생의 어깨를 가볍게 두어 번 두드렸다.“남자는 장가를 가고, 여자는 시집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아닙니다. 혼례란 대사인 만큼 신중히 결정해야지요.”그가 심연희를 곧게 바라보며 물었다.“그렇다면, 마음에 둔 사내가 있느냐?”심연희는 고개를 저었다.심초운이 다시 물었다.“그날 네 생일 잔치에 세가의 자제들이 그리도 많이 왔는데, 혹 눈에 드는 이가 없었느냐?”심연희가 잠시 말이 없다가, 이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그날은 모두의 시선이 황자마마께나 세가 규수들께로만 향하였사옵니다. 미처 주의 깊게 살펴보지 못하였습니다.”심초운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렇다면, 다음에 내가 궁에서 잔치를 열면 그때 다시 살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직접 보는 것이 그림첩 속 초상화를 보는 것보다 나은 법. 그림 속에서는 용모가 떨어지는 자도 절세미남으로 그려지니.”이에 심연희가 그만 웃음을 터뜨리며 한결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렇다면 오라버니께서 저 대신 아버지와 어머니께 말씀해 주시겠습니까?”“그래, 알겠다.”그 역시 지금은 마음에 둔 이를 얻어 날마다 달콤히 살아가고 있었다. 하물며 선황과 태후 같은 지위 높은 이들조차, 한 사람의 진심을 얻는 것을 천하와 제위보다 귀히 여겼으니 말이다.그런데 어찌 귀한 여동생을 알지도 못하는 자에게 시집보낼 수 있겠는가.심연희가 더 환히 웃으며 말했다.“정말 알 수 없습니다. 혼인이 대체 무엇이 그리 좋은지. 혼인하지 않아도 국공부에서 교은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안된단 말입니까? 작은 오라버니께서는 충분히 저희 둘을 먹여 살릴 수 있지 않습니까. 설령 오라버니가 아니라도, 큰 오라버니께서 저희를 보살펴 주실 것이지요?”심초운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너희들에겐 우리가 있지 않느냐.”그는 문득, 더 많은 재물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그럼 앞으로 종종 궁에 들어가 오라버니를 뵈어도 되겠습니까?”심연희의 물음에,
Read more

제1226화

“머리카락이 다 풀어졌잖아요.”심연희가 미간을 찌푸리며 조금은 성난 표정을 지었다. 심초운은 가볍게 웃으며 손으로 복숭아꽃 비녀를 쓸어보았다.“머리에 먼지가 묻어 있구나.”차마 입 밖에 꺼낼 수 없는 말도 있었다.특히 심연희가 궁에 들리겠다고 했던 그 일, 그 모든 일들은 마치 실타래처럼 얽히고 또 얽혀 있었다.곧이어 심초운은 복숭아꽃 비녀를 집어 들어, 심연희의 곱게 쪽진 머리에 다시 꽂아주었다.“참 예쁜 비녀다.”“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맑고 투명해서, 머리를 틀어도 전혀 무겁지가 않아요.”심연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하지만 그녀의 머리카락은 뜰에서 이미 다 풀어헤쳐진 상태였다.“그래, 너와 잘 어울리는구나.”심초운도 맞장구치며, 이번엔 진지하게 당부했다.“궁에 자주 오거라.”심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응’ 하고 짧게 대답했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마치 방금 들은 말의 끝을 마음속에서 굴려보는 듯, 심초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왜 그러느냐?”“오라버니… 궁에서 정말 잘 지내고 계신 겁니까?”예전에는 후궁의 안살림을 전부 소우연이 주관했었다.하지만 지금은 한낱 사내가 후궁의 주인이 되었으니… 과연 잘 적응하고 있을까 걱정이 된 것이다.심초운이 그녀의 속내를 모를 리 없었다.“난 괜찮다.”심초운은 그저 옅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궁 안에 자신 말고 다른 시군은 없는데, 뭐가 불편하겠는가?굳이 흠잡을 데가 있다면, 그저 조금 한가롭다는 것 정도였다.한가로워도 상관없고, 이영의 덕을 입는 처지가 되어도 괜찮았다.이영이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땐, 차라리 그 정력을 장사에 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였다.심연희는 심초운의 표정이 담담하고 숨김없는 듯 보여,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사실 묻고 싶은 말은 아직 많았다.하지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도 있었고, 또 많은 일들은 자기 힘만으로는 바꿀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심초운은 국공부를 나서자마자 계획대로 자신이 가진 여러 상업 거점을 둘러보
Read more

제1227화

그의 모든 움직임은 숨이 막힐 만큼 빠르고도 자연스러웠다.이영은 심초운이 부르는 ‘누님’이라는 낮고 부드러운 호칭을 들을 때마다, 이미 그 울림 속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무슨 속내를 품고 있는지, 굳이 따져 묻고 싶지도 않았다.입술이 맞닿자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 그는 그녀를 가뿐히 안아 올리더니, 입맞춤을 이어가며 용상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멈춰!”눈가가 붉게 물든 이영이, 달아오른 숨결을 간신히 가다듬으며 그를 바라봤다.“그건… 안 된다.”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심초운은 단번에 알아챘다.이영은 예전에 말한 적이 있었다.아이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함부로 버리지 않겠다고.그녀가 한 말은 군자의 약속처럼, 한 번 뱉으면 결코 거두지 않는 법이었다.게다가 그녀는 황제였다.그녀의 말은 결코 흘려들을 수 없었다.심초운은 시선을 맞추며 낮게 대답했다.“압니다.”“안다고?”“예.”이영은 그를 응시했다. 사실 첫날 밤, 그는 너무 거칠었다.아픔과 쾌락이 뒤섞인 그 기억 때문에, 다음 날 조회에서 온 정신을 다해 버텨야 했고, 실수 없이 하루를 넘긴 것이 기적이었다.그래서 그녀는 심초운과 몇 가지 규칙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여자는 소처럼 힘이 넘치는 사내를 당할 수 없으니, 다음 날 조회를 위해서라도 절제해야 했다.그녀는 그를 밀어내지 않고, 가만히 두었다.이번만큼은 자신이 버틸 수 있으리라 믿었다.하지만 그의 손길이 점점 대담해졌다. 입맞춤과 유혹이 깊어질수록, 술 한 방울 마시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온몸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누님, 걱정 마십시오. 누님이 허락하지 않으시면, 절대 선은 넘지 않겠습니다.” 심초운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그럼… 비켜라.”“누님, 저 그냥… 입만 맞추고, 안고만 있겠습니다.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하지만…”“무엇 때문에 그러십니까, 누님?”이영의 입술이 떨렸지만, 그의 거센 기운과 한 번 한 번 파고드는 입맞춤이 그녀를 깊은 욕망의 심연으로 끌어내렸다.아직 정신이
Read more

제1228화

”두 사람의 금슬이 이리도 좋고, 서로 의지하며 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참 흐뭇하구나.“ 소우연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이영과 심초운을 바라봤다. “그야말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로구나.”“그리 말씀해주시니 참 감사드립니다.”이영과 심초운이 공손히 두 손을 모아 절을 올렸다.“그리 거창하게 예를 갖출 것 없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변함없이 지내 준다면, 이 어미는 더 바랄 것이 없다.”“그렇게 하겠습니다.”심초운은 고개를 숙이며 이어 말했다. “저희 또한 늘 두 분을 아끼고 사랑하겠습니다.”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오늘따라 이영의 기분이 어쩐지 그리 유쾌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도통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소우연을 향해 다시 말을 이었다. “그저 저희 부부가 선황 폐하와 태후마마 두 분처럼 일생일세를 함께하며, 서로 믿고 의심 없이 사랑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이영이 부드럽게 웃으며 그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곧 그의 마음을 받아들인다는 표시였다.소우연은 두 젊은 부부가 이렇게 마음을 잘 맞추는 모습을 보며, 예전에 품었던 근심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느꼈다.“아바마마, 어마마마!”그때, 이진의 발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그녀가 성큼성큼 달려 들어왔다. 그 뒤로는 흰옷 차림의 이천이 천천히 뒤따랐다.“아바마마, 어마마마.”이진은 두 사람에게 예를 올린 뒤, 이영과 심초운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폐하, 황부마마.”이제 심초운이 황부로 책봉되었으니, 과연 그녀의 진짜 '매형'이 맞았다. 이영과 심초운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모두 이 막내를 무척 아끼고 있었다.뒤이어 들어온 이천도 예를 올린 뒤, 방 안의 분위기를 살폈다. 겉으로는 화목하고 따뜻해 보였지만, 그 속에 묘한 아쉬움이 배어 있었다. 그 이유를 그는 잘 알고 있었다.이육진과 소우연 그리고 이진이 내일이면 궁을 떠나기 때문이었다.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는 그 자신조차, 이상하게 이번만큼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진아, 어
Read more

제1229화

이육진이 나직이 말했다.“음, 아마 우리와 함께 갈 것 같구나. 함께 상인으로 위장해 표국을 따라 이동할 계획이다.”“함향이도 함께 간다면… 아바마마, 혼사 하나를 주선해 보고 싶습니다.”이영의 말에 함향이 번쩍 눈을 크게 떴다.‘설마 황녀마마… 아니, 폐하께서 말씀하시는 혼인 상대가 자신이라는 건가?’“오?” 이육진이 흥미롭게 눈썹을 올렸다.소우연도 웃으며 물었다.“누구 혼인을 주선하려는 것이냐?”이영은 함향을 슬쩍 바라보다가, 이육진 앞에서는 굳이 하고 싶지 않은 말이라는 듯 입을 열었다.“아바마마, 잠시만 물러나 주시옵소서.”이육진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천과 심초운을 불러 함께 자리를 비켰다.이윽고 방 안에는 소우연, 이진, 함향, 그리고 이영만이 남았다.함향의 입술이 바짝 말랐다.그날 황후와 용강한의 대화를 황태녀가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꺼낸 적이 없었다.그런데 황제께서 혼인을 주선하겠다며 자꾸 자신을 바라보니… 혹시 그 일 때문에 억지로 자신을 시집보내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렇다면 선황과 태후를 모시고 천하를 두루 다니려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영아, 대체 누구의 혼인을 주선하려는 것이냐?”소우연이 함향을 곁눈질하며 물었다.사실, 이영이 함향을 몇 번이고 바라보는 것을 보고 대략 짐작은 했지만, 확실히 듣고 싶었다.이영이 단정히 대답했다.“어마마마, 함향이의 혼사를 주선하려는 것입니다.”역시나 예상대로였다.사실 소우연도 몇 차례 함향의 짝을 찾아보려 했지만, 함향은 매번 자신의 제안을 거절했었다.그때 함향이 한 말이 있다.‘대부분의 사내는 일처일부를 지키지 않으니, 차라리 평생 곁에서 모시고 사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그 말 이후, 혼사 얘기는 늘 흐지부지 사라지곤 했다.함향은 이 말을 듣자마자 곧장 무릎을 꿇었다.“폐하와 태후 마마의 은혜만으로도 가슴 벅찹니다. 송구하오나 혼사는 사양하겠습니다. 저는 그저 평생 선황 폐하와 태후 마마를 모시며 살고 싶습니다.”이미
Read more

제1230화

함향이 머뭇거리며 말했다.“……”진호범은 여러 번 본 적이 있는 인물이었다. 겉모습은 순박해 보였으나, 눈매에는 장수다운 기개가 어려 있었다.나쁘지 않은 사람이긴 했다.다만, 그 역시 진호범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었다. 저 사람이 무슨 마음을 품고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이영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함향아, 내 너를 억지로 밀어붙이지는 않겠다. 언젠가 네 마음이 정해지면, 어마마마께 말씀드려라. 어마마마께서 너희 일을 주선해 주실 것이다.”“감사드립니다.”함향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이 일은 그렇게 일단락되었다.곧 저녁상이 차려져 있었다.온 가족이 함께 저녁을 들었다.식사 후에도 식당에서 한참을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떠나기 전이라 그런지, 서로를 향한 아쉬움이 한층 짙어졌다.소우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영아, 이제 자리로 가거라. 나와 네 부친은 늘 너희에게 서신을 보낼 것이다.”그녀는 딸의 얼굴을, 눈을, 그리고 무언가 말하려다 멈춘 듯한 입술을 유심히 바라보았다.“우린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아뢰옵기 어마마마, 저도 압니다. 다만,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가 너무 그리울 듯합니다.”이영은 소우연을 한번, 이육진을 한번 번갈아 바라보았다.그러자 이진이 달려와 세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저도 언니가 그리울 거예요.”이영이 말했다.“그렇다면 이곳에 남거라.”이진이 잠시 얼떨떨하더니 입을 열었다.“다만… 이곳에 남으면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가 그리울 거예요. 전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를 모시면서 언니랑 오라버니 대신 효도할래요.”“참 영리하구나.”이영은 동생의 볼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었다.“두 분을 속 썩이지 않는 것이 최고의 효도다.”“알겠어요. 언니 말씀 꼭 기억할게요.”이진의 목소리에는 눈물이 섞여 있었다.그녀는 곁에서 묵묵히 서 있는 이천과 심초운을 번갈아 보았다.“오라버니와 형부가 언니 곁을 지키니, 전 마음이 놓여요.”이영의 시선이 이천을 스치고 심초운에게로 옮겨갔다.이천이
Read more
PREV
1
...
121122123124125
...
133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