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마마…”그 한마디에 이영은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같은 여인으로서, 어미라면 지금 자신의 이 처참한 상황과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 주리라 믿었기 때문이었다.이영은 심초운의 눈을 차마 똑바로 마주할 수 없었다. 과거 그녀는 심초운에게 단호하게 약속했었다. 평생 시군을 들이지도, 다른 남자를 곁에 두지도 않겠노라고 대못을 박듯 말했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설령 이곳을 떠나 상운국으로 돌아간다 한들, 소열과 있었던 그 일들은 평생 잊히지 않을 터였다. 하물며 소열은 죄가 없었다. 분풀이 삼아 그를 매질할 수는 있어도, 차마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공기는 순식간에 기묘하고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육진이 다급히 물었다. “영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저놈이 너를 괴롭히기라도 했느냐?”말을 내뱉는 이육진의 몸에서 제어되지 못한 마기가 흑적색 실타래처럼 피어올랐다.바닥에 머리를 박고 엎드린 소열은 감히 입을 떼지 못했다. 이영이 단 한 마디도 입 밖으로 내지 말라 명했기 때문이었다. 이영이 이육진을 바라보며 놀란 듯 물었다. “아바마마, 몸에서 검은 기운이…”그제야 이육진은 황급히 마기를 거두어들였다. 자칫하면 마계의 마존으로 변해버릴 뻔한 순간이었다.“나는 괜찮다. 어서 말해 보거라, 소열 저 자가 너를 핍박했느냐?”이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그런 게 아닙니다. 그저 아바마마와 어마마마, 그리고 외삼촌을 너무 오랜만에 뵈니 마음이 좋지 않아 그렇습니다.”정말 그뿐이란 말인가? 하지만 이육진이 보기에 이영은 분명 무언가 숨기는 기색이 역력했다.차마 더 묻지 못하고, 이영이 소우연의 품에 파고드는 것을 지켜보던 이육진은 다가가 두 모녀를 한꺼번에 품에 안았다. “이 아비가 절대로 너희 모녀가 서러운 일을 겪게 두지 않으마!”소우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육진을 쏘아보았다. '당장 손 치우지 못해요?'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이육진은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못 본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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