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태수 대인. 설마 이 밤에 달 구경이라도 나오신 겁니까?” 심초운이 미소를 띠며 가볍게 물었다.상인호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달빛이 좋아 거닐다가, 심풍군과 천왕전하께서 아직 자리에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태수부는 뭐든 좋은데, 너무 철통같이 지키는 게 흠이군요.” 심초운이 여유롭게 덧붙였다.상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심풍군, 천왕전하의 신분이 존귀하시니, 두 분의 안위가 무엇보다 중한 일이지요.”“허허, 그 곧은 말만 하느라 피곤하지 않습니까, 상태수?”“허허.” 상인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심풍군, 천왕전하께선 이미 뜻을 정하셨습니까? 상운국에선 대대로 여인이 나라를 다스린 적이 있었습니까?”“여인이라면 어떤가. 법도에 맞고, 정해진 순서대로 잇는 것일 뿐이지 않습니까.”상인호가 크게 웃었다.“장자가 멀쩡히 있는데 무슨 순위 계승이란 말입니까?”“조상께 고하고, 천지를 제사하며, 황제가 친히 봉하고 선위까지 거친 일입니다. 어찌 정통 계승이 아니라 할 수 있겠습니까?”“심풍군은 여전히 스스로 봉군이 되려는 욕심이 가득하시군요. 여존남비라니, 참으로 즐겁겠습니다.”심초운이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말했다.“적어도 태수 대인보다 야망에 눈먼 자보단 훨씬 낫지 않습니까.”“이야기가 더 이어질 필요는 없겠습니다. 두 분은 이곳에서 편히 지내십시오. 천하 사내들을 위해 제가 길을 도모할 터이니 말입니다.” 상인호는 말끝을 맺고 몸을 돌렸다.“상태수…”그때 이천이 입을 열자, 상인호가 뒤를 돌아보았다. 높은 지붕 위에 선 이천의 옷자락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속세와는 동떨어진 듯한 기운, 인간이 아닌 듯한 기품을 품겼다.어릴 적부터 도승과 함께 천지를 유람하며 수양을 쌓았다는 천왕, 과연 중생을 굽어보는 듯한 자태였다. 그러니 황권에는 뜻이 없다는 말이 떠도는 것이리라.“천왕전하.” 상태수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불러세웠다. “무슨 일입니까?”“만약 제가 그 자리에 오르고자 한다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