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1601 - Chapter 1608

1608 Chapters

제1601화

“오라버니, 가끔 혼자라서 많이 외롭다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이영이 갑자기 물었다.“저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전 만인의 존경을 받는 이 나라의 황제입니다. 하지만 초운이가 없는 요 며칠 동안 마음 편히 담소를 나눌 사람조차 없어서 참 많이 외롭습니다.”이영의 말에 이천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꾸했다.“폐하께서는 만인지상에 오르신 분입니다. 그런 분이 어찌 그리 쉽게 외롭다고 말을 하실 수 있겠습니까? 적당한 외로움도 적응하셔야지요.”“거참…”이영은 말문이 턱 막혔다.“혼자서도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이천이 말을 보탰다.이영은 그런 이천을 힐끔 쳐다보았다. 진지한 표정으로 차분하고 태연하게 말을 하는 이천은 전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이에 갑자기 벌떡 일어선 이영은 복도로 나가 등불 하나를 뜯어서 돌아오더니 등불로 이천의 얼굴을 비췄다.그러다가 고개를 든 이천과 눈이 딱 마주쳤지만 이영은 이천의 얼굴에서 거짓의 티를 조금이라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오라버니께서는 정녕 마음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으신 겁니까? 정말 그렇다면 전 연희 낭자에게 다른 사내를 찾아보라고 확실하게 얘기를 해줄 겁니다!”이영의 경고와 협박에도 이천은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이에 입을 떡 벌린 이영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안 그래도 황실 자손 중에 남아가 이천밖에 없는데 이리 고지식하고 고집불통의 사내라니!‘이게 전부 장공스님 탓이야! 오라버니께서 장공스님을 따라 여기저기 수련하러 돌아다니지 않았다면 이토록 욕망이 전부 사라지지도 않았을 거야!’“그럼 오라버니께서는 연희 낭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입니까? 아니면 이 세상 모든 여인들이 싫은 겁니까?”이영의 물음에 힘칫하던 이천은 이내 대답했다.“난 그 어떤 누구도 싫어하지 않는다. 남녀를 불문하고 말이다.”이에 이영이 어이없다는 듯이 너스레 웃음을 보였다.“오라버니께서는 참 박애하시네요. 불자이시니까 중생을 포용하고 사랑한다. 뭐 이런 말씀이십니까?”이천은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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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2화

이영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심연희를 일으키고는 탁자 앞에 데리고 와서 앉혔다.“조금 전에 경장명 대감과 꽤 사이가 가까워 보이던데 두 사람 많이 편해진 것이오?”이영의 말에 심연희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날이 어두운 덕분에 그리 많이 티가 나지는 않았다.“대감님께서 워낙 박학다식하신 분이라 소인은 단지 대감님께 학술에 대해 물어보고 있었던 것뿐입니다.”심연희가 솔직하게 대답했고 이에 이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사실이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장원급제자도 될 수 있고 진사 급제자일 수도 있지만 아무나 탐화랑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니 말이오.”탐화랑이란, 반드시 완벽한 외모와 탄탄한 능력을 동시에 갖춘 인재여야 한다.이때, 이천이 찻잔에 남은 차를 들이키더니 이내 벌떡 일어섰다.“그럼 폐하께서는 심연희 낭자와 편히 담소를 나누십시오. 전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오라버니가 할 일이 있어서 간다고? 오늘 상주서도 내가 처리했는데 오라버니께서 할 일이 뭐가 있다고 그러는 거지? 더군다나 연희 낭자가 여기 있는데…’이영은 곧바로 이천을 향해 눈짓을 했지만 이천은 전혀 못 본 척하면서 홱 돌아서서 떠났다.저런…이천이 멀리 떠나자 검오도 이천을 따라 점점 멀어졌다.그렇게 정자에는 이영과 심연희 두 여인만 남게 되었다.이영이 먼저 말을 꺼냈다.“연희 낭자 오라버니는 출궁한지 며칠이나 됐는데 그저께 한번 돌아온 뒤로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소.”“오라버니께서는 무공 실력이 워낙 뛰어나서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심연희가 대답했다. 물론 이영도 심초운이 절대 무사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상황이 너무 어색하고 난감해서 뭐라도 말을 하지 않으면 너무 숨 막힐 것 같았다.‘오라버니도 참, 어떻게 우리를 여기에 이렇게 덩그러니 버리고 갈 수 있는 거야.’이영은 가까이 다가가 심연희의 손을 꼭 잡았다.“혹 내 오라버니를 원망하지는 않는 것이오?”이에 심연희는 살짝 놀라게 되었다. 심초운이 자리에 없는데도 황제 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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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3화

특별한 배려라…심연희는 왠지 살짝 긴장되기도 했다.이에 이영이 말을 이어갔다.“최소한 오라버니께서 낭자에게 한 거절의 말은 절대 무겁지 않은 말일세.”무겁지 않는 말…‘그래, 맞아. 난 경장명 대감과 혼약을 취소하려고 했을 때 한번 또 한번 찾아갔어. 대감의 마음을 거절했을 때에도 태도가 분명하고 확실했지. 하지만 천왕 저하는…’이천이 했던 일부 말과 행동들은 무심한 듯 보였지만 확실히 그녀를 배려하고 있는 것 같기는 했다.그럼 이천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나중에 낭자와 오라버니가 어떤 관계로 발전하든 낭자가 마음에 드는 남자라면 내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낭자에게 혼인을 하사하겠네. 상대가 내 오라버니가 아니라고 해도 말일세.”황실 일가는 이천의 혼사가 너무 걱정됐기 때문에, 또한 용강한까지 이천과 심연희 사이에 참 인연이 존재한다고 하니 모든 사람들이 심연희에게 압박을 가하게 된 것이다.이영은 조금 전에 약속한 것처럼 나중에 결과에 어떻게 되든 평생 심연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심연희가 심초운의 여동생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심연희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리자 이영도 덩달아 웃으며 말했다.“필요한 게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궁에 날 찾으러 오시게.”말을 하던 이영은 심연희에게 요패 하나를 건넸다. 이에 심연희가 말했다.“오라버니께서 소인에게 요패 하나를 주셨습니다.”심초운은 그때 당시 심연희가 궐에 들어와 흠천감에 편하게 드나들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심연희에게 요패를 주었다.이영은 그제야 그 사실이 떠올랐다.“무방하오. 이건 짐이 낭자에게 주는 것이오.”결국 요패를 받은 심연희는 이영에게 인사를 하고는 제등을 들고 떠났다.한편, 검오는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계속 정자 쪽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그는 심연희가 떠나자마자 가까이 다가와 허리를 살짝 숙인 채 말했다.“폐하, 소인이 궐까지 모시겠습니다.”이에 이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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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4화

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오라버니, 혹시 말입니다. 이런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느 날 오라버니께서 연희 낭자를 마음에 품게 되었는데 연희 낭자는 다른 사내를 연모하게 된 그런 가능성 말입니다.”이영의 말에 이천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연희 낭자가 경장명 그자를 연모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냐?”“경장명 그자가 아닐 수도 있지요.”이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경장명 그자도 충분히 훌륭한 사내이지 않습니까? 외모가 출중하지, 박학다식하기도 한 그자를 얼마나 많은 여인들이 마음에 품고 있는지 아십니까? 하지만 경장명 그자는 오로지 연희 낭자만 바라보고 원하지요. 두 사람이 혼약을 취소하긴 했지만 경장명 그자는 나에게 찾아와서 간절하게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이 첩과 서장자를 타당하게 잘 정리하겠다고, 앞으로 평생 연희 낭자 한 여인만 아껴주고 사랑해 주겠다고 맹세하면서 말입니다. 그자는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얻기 위해 국녀학으로 들어오게 된 겁니다.”한숨을 살짝 내쉬던 이영이 말을 이어갔다.“천왕 저하는 제 오라버니이고 경장명 그자는 내 충신인데 너무 오라버니 편만 드는 게 아닌가 조심스럽기도 합니다.”이영의 말에 이천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이천은 이영이 일부러 이런 말로 그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한편, 이영은 도무지 이천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어서 끝내 포기하고는 밖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검오야!”검오가 눈 깜빡할 사이에 창문 밖에 나타나 대답을 했다.“네, 폐하.”“짐은 이만 궐로 돌아가야겠다.”“네, 폐하.”이천이 일어서서 배웅하려고 하자 이영이 손을 쓱 내둘렀다.“배웅까지 할 건 없습니다. 오라버니께서 한 번도 다가오는 연희 낭자를 단호하게 거절한 적은 없지만 먼저 적극적으로 낭자에게 다가간 적도 없지요.”“조심히 돌아가십시오.”무슨 수를 써도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이천을 보며 이영은 화도 나고 한심하기도 했다.한편, 이천은 검오와 이영이 멀리 떠나는 것을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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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5화

“부군, 부군…”똑똑똑!“저하, 저하, 조정에 가셔야 할 시간입니다.”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검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이에 이천은 몽롱한 정신으로 잠에서 깨게 되었다.몸은 깨어났지만 감정은 아직 꿈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이천은 멍하니 앉아있다가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평소와 다른 자신의 아랫도리를 쳐다보았다.당황한 나머지 이천은 급하게 고개를 돌려버렸다.“저하…”“알겠다.”이천의 대답에 검오는 더 이상 문을 두드리지도, 말을 걸지도 않았다.침상에서 일어난 이천은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있다가 시간이 꽤 오래 흐르고 나서야 심신이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세안을 마친 뒤, 이천은 고개를 돌려 향초를 넣어둔 상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분명 저 향초를 오랫동안 피우지 않았는데 왜 그는 점점 더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걸까?아침의 바람은 조금 차가웠다.이천과 검오는 원치각을 나서자마자 앞에 서있던 경장명을 보게 되었다.“소신, 천왕 저하께 인사를 올립니다. 저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경장명이 먼저 인사를 올렸다.“경 대감께서 여긴 웬일로 찾아오셨습니까?”더군다나 이렇게 이른 아침에 왜 찾아온 걸까?한편, 경장명이 고개를 살짝 돌려 검오를 힐끔 쳐다보자 이천이 고개를 끄덕였고 검오가 바로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소인은 가서 말을 끌고 오겠습니다.”오늘 아침 이천이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기상했기에 마차를 타고 가면 조정에 늦게 도착할 수도 있다.하늘에는 별들이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었고 날은 아직 완전히 밝아지지 않았다.이때, 경장명이 갑자기 이천 앞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소신 감히 저하께 묻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이천은 경장명이 어떤 질문을 할지 대충 알 것 같았다.“편하게 물어보십시오.”“천왕 저하, 주제넘은 질문이지만 저하께서는 연희 낭자를 마음에 품고 계십니까?”연희 낭자를 좋아하냐고? 솔직히 이천도 알지 못했다.“저하께서 대답이 없으시는 건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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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6화

“낭자도… 아마 알고 있을 겁니다.”경장명이 대답했다.아마 알고 있을 거라고?이천은 경장명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저에게 찾아와 이런 얘기를 하기보다 차라리 연희 낭자에게 진정성 있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리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소신 꼭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겠습니다!”경장명의 대답에 이천은 옷소매 속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왠지 경장명의 이런 말을 듣고 있으니 기분이 수상하게 언짢은 것 같았다.경장명을 지나쳐서 앞으로 두어 걸음 걸어간 이천은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앞으로 저에게 찾아와 이렇게 대감과 연희 낭자 사이의 일을 얘기할 필요 없습니다.”“소신 명심하겠습니다.”이천은 홱 돌아서서 떠났다. 한편, 그런 이천의 뒷모습을 보며 경장명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아무래도 이천은 심연희에게 전혀 마음이 흔들리지 않은 것 같았다.이런 생각에 경장명은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조금 뒤, 정오 시간에 국녀학 동쪽에 위치한 공선소에는 긴 탁자와 걸상들이 잔뜩 놓여 있었고 이미 이곳에 찾아와 밥을 먹고 있는 학자들도 보였다.심연희와 심교은 그리고 송윤연과 도문군이 공선소에 도착하자마자 한 학자가 다가와 심연희에게 말을 걸었다.“심연희 학자, 경장명 대감께서 잠깐 학자를 보자고 하십니다.”이에 심연희가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경 대감께서 저를 왜?”“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한편, 도문군을 힐끔 쳐다보던 심교은이 이내 심연희에게 말했다.“누이, 가보십시오.”이 정도 노력은 해야 천왕 저하를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그래.”심연희도 마음을 굳게 먹은 것 같았다.그녀는 경장명이 대체 무슨 이유로 자신을 부른 건지 확인하고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천이 자신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기도 했다.심연희가 식판을 들고 일어서자 조금 전에 말을 전한 학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대감께서 아무것도 들고 올 필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곳에 가면 식사가 준비되어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그럼 경장명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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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7화

송윤연은 도문군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도문군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었기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누이 말씀대로 하겠습니다.”한편, 행림각에서.행림각에 도착한 심연희를 보자 경장명은 재빨리 방 안에서 걸상을 꺼내 마당에 내려놓았다. 마당은 꽤 넓기도 하고 사방이 뻥 뚫렸기에 사람들이 헛소문을 퍼트리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탁자 위에 음식들이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었고 공선소에서 제공하는 음식과 비슷했지만 공선소보다 고기 반찬이 한 그릇 더 많았다.그러고 보니 국녀학에 계신 대감이나 선생들의 식사는 확실히 학자들보다 나은 것 같았다.“연희 낭자, 이리로 오시오.”가까이 다가간 심연희는 경장명을 보며 그를 대감이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도련님이나 오라버니라고 불러야 할지 당황스러웠다.그러다가 결국 오라버니라고 부르기로 결정했다.“오라버니, 이러실 필요까지는 없지 않습니까? 다른 사람들이 뒤에서 저희를 몰래 의논하고 있습니다. 어찌 됐든 저희는 혼약을 맺었던 사이니까요.”이에 피식 웃던 경장명이 젓가락을 건네며 대꾸했다.“이러지 않으면 낭자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오?”“네?”“천왕 저하께서는 오늘 조정에 참석하셨소. 이때쯤이면 아마 조정을 마칠 시간이 되었을 것이오. 만약 저하께서 사무당으로 가시지 않는다면 이따가 바로 이곳으로 오실 것이오.”말을 하던 경장명은 심연희에게 앉으라고 눈짓을 하자 심연희는 일단 자리에 앉았다.경장명은 이내 말을 이어갔다.“오늘 아침에 난 저하를 찾아갔소. 저하께 이런저런 말씀도 드렸소.”“무, 무슨 말씀을 하신 겁니까?”두 사람은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었다.경장명은 심연희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고 이천에게 했던 말들을 솔직하게 그녀에게 얘기해주었다.조용하게 듣고 있던 심연희는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 이천의 반응 때문에 심연희는 경장명 앞에서 큰 창피를 당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심연희가 경장명과 혼약을 취소한 이유 중 절반은 자신의 진정한 속마음을 따르기 위한 결정이고 다른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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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8화

“그렇게 할 일이 없는 것이냐? 그러지 말고 차라리 공선소에 가서 일손이나 돕는 건 어떻겠느냐?”구들에 앉은 이천이 검오를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이에 입술을 살짝 오므린 검오는 바로 입을 꾹 닫았다. 검오는 평소에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그가 황제 폐하를 궐에 모시고 간 그날, 황제 폐하는 검오에게 많은 얘기를 했다.황족의 사적인 일을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되지만 황제는 이천의 여동생으로서 이천의 혼사가 너무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황제 폐하는 검오가 적절한 시기에 이천에게 이런저런 진심 어린 말을 해주면서 잘 설득하길 바랐다.황제 폐하의 소원대로 검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지만 천왕 저하의 반응은 냉정하고 차가웠다.“소인 공선소에 가서 저하 식사를 챙겨오겠습니다.”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린 검오는 바로 방을 나섰고 이천은 구들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그러다가 머릿속에 경장명이 심연희를 위해 음식을 덜어주던 장면이 떠올랐고 심지어 경장명은 손을 뻗어 심연희의 머리카락에 묻은 뭔가를 떼어주기도 했던 것 같았다.옅은 미소를 짓고 있던 심연희는 경장명의 손길을 그리 배척하지 않는 듯했다.‘두 사람은 어떻게 혼약을 취소하고 나서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앉아서 같이 밥도 먹고 담소도 나눌 수 있는 거지? 그 기분이 엄청 이상할 것 같은데? 좋아하는 마음이 느껴지지 않아서 혼약을 취소했다면 왜 취소하고 나서 갑자기 친해진 거지?’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이천은 창문을 살짝 열었다. 아쉽게도 이곳에서는 행림각 마당에 우뚝 솟은 나무 두 그루밖에 보이지 않았다.그렇게 한참 지난 뒤, 검오가 음식을 챙겨 돌아왔다.“저하.”이미 세안을 마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이천은 곧바로 식사를 시작했다.조금 뒤, 그가 식사를 마치자마자 당안이 내시 두 명을 데리고 찾아왔다.익숙한 나무상자를 보자마자 이천은 이영이 또 게으름을 피우려고 한다는 것을 바로 눈치채게 되었다.“심초운이 며칠동안 궐을 비웠다고 들었는데 폐하께서는 사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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