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Kabanata 1621 - Kabanata 1630

1638 Kabanata

제1621화

“국녀학에 늘 붙어 있다는 말이군…”용강한이 낮게 중얼거렸다. 따로 점을 치지 않아도, 이천과 심연희 사이가 아직 불이 붙지 못했다는 건 뻔히 알 수 있었다.두 사람의 인연이라…용강한은 문득 자신이 이천에게 쳐준 괘상을 떠올렸다. 무슨 하늘이 정해준 인연이라 했던 것도, 결국은 외삼촌 된 자가 잠시 측은한 마음을 낸 것일 뿐. 지금 와서 그게 옳았는지 그른지도 알 수 없었다.“기회가 되면 이천과 심연희의 소식을 한번 엿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대인께선 혹 두 분이 끝내 맺어지지 못할까 염려하시는 겁니까?” 경문이 물었다.용강한은 경문을 바라보다가, 뭐라 말하기도 어려웠다. 어차피 도화 비녀까지 내어줬는데, 그것마저도 인연을 맺지 못한다면 자신이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은가.“대인, 만약 천왕 전하가 아니라면… 연희 아씨와 경 대인은 과연 인연이 있을까요?”용강한은 소매 속 손을 살짝 움켜쥔 뒤 천천히 대꾸했다.“이제 너도 제법 기량이 늘었으니, 네가 한번 점쳐 보겠느냐?”“…….”경문은 말이 막히더니, 곧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대인, 농도 지나치십니다. 전 아직 대인의 발끝조차 따라가지 못하는걸요.”그는 몇 가지 일을 보고하고는 물러났다.용강한은 다시 찻잔을 들어 빙빙 돌리며, 이천의 준수한 얼굴을 떠올렸다. 그 품행이며 가문, 학문까지 흠잡을 데가 없는 사내였다. ‘이토록 많은 장점을 가진 사내거늘…’……“전하를 뵙습니다.”이천이 막 조정에서 돌아와 연못가에 이르렀을 때, 심선희가 그를 가로막았다. 그녀는 두 손에 향낭을 받쳐 들고 고개를 숙여 바치며 말했다.“이것은 제가 직접 바느질해 만든 향낭입니다. 숙면에 도움이 되니, 부디 전하께서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혹시 거절당할까 두려운 듯, 그녀는 서둘러 덧붙였다.“듣기로는 전하께서 요사이 정무에 힘쓰시느라 제대로 쉬지 못하신 듯합니다. 저희 조부님께선 본디 민간 의원이셨는데, 특히 불면과 정신 쇠약을 다스리시는 데 능하셨습니다. 감히 주제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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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2화

“오라버니!”잠시 눈을 감았을 뿐인데, 그새 이영이 꿈속에 나타난 걸까?이천이 흐릿한 정신을 가다듬으며 눈을 뜨니, 눈앞에는 정말로 이영이 서 있었다. 두 눈에는 설렘과 긴장이 가득했다.“오라버니, 어서 절 따라오세요!”무슨 일일까?“제 사람들이 경문의 자취를 찾았습니다.”“경문이?”막 잠에서 깬 탓에 순간 멍해 있던 이천은 곧 정신을 다잡았다. 용강한의 곁을 지키던 자가 바로 경문이 아니던가.“어디서 찾았다고 하던가요?”“명화가에서요.” 이영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떨려 있었다.그녀는 오래도록 용강한을 뵙지 못했으니, 경문을 보았다면 용강한 역시 경성으로 돌아온 것이 틀림없었다.이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손을 씻은 뒤, 이영을 따라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폐하, 또 천왕 전하께서는 어찌 그리 급히 어디로 가시는 걸까요?”정원을 거닐다가 두 사람의 바쁜 발걸음을 본 심교은이 곁에 있던 심연희에게 물었다.심연희는 책을 덮고 고개를 들었다. 자신이 알 리가 없지 않은가.“폐하?”그때 낭하를 지나던 도문군이 다가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저 남장 차림을 한 분이 폐하십니까?”심연희와 심교은은 시선을 돌렸다. 도문군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고, 목소리에는 격한 떨림이 배어 있었다.“맞습니다. 폐하십니다.”과연 남장 차림을 한 황제 이영이었다.황제가 궁궐을 벗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궁 안이 발칵 뒤집힐 만한 일이었다. 하물며 그 모습이 누군가의 눈에 띈다면, 그 파장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 분명했다.심연희는 도문군의 근심을 눈치채고, 조용히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걱정 마십시오. 폐하 곁의 암위들은 허수아비가 아닙니다. 또 오늘은 곁에 천왕 전하와 검오까지 함께 계시네요. 폐하께서 다치실 리 없습니다.”더구나 황제의 얼굴을 아는 이들은 조정 대신 몇몇과, 후궁의 극소수 궁인뿐이었다.도문군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녀의 가슴을 치고 들어온 것은 황제의 위풍당당한 풍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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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3화

“뭐 어때? 청렴하고 곧은 천왕 전하, 서원에 그분을 좋아하지 않는 여인이 어디 있겠니?”“맞아. 왜 꼭 쟤네들만 좋아해야 해? 우리라고 못 좋아할 건 없잖아?”심선희의 얼굴은 더 붉어졌다.“그만해. 가을 과거가 코앞인데 공부나 열심히 하자.”“하지만 전하께서 네 향낭을 받아주신 건 아무한테나 주어지는 영광이 아니잖아.”“그건 그저 우리 집안 비방일 뿐이야. 전하께서 잠을 이루시도록 돕는 거지, 쓸데없는 말 하지 마.”“알았어, 알았어. 조용히 할게.”셋은 그렇게 인사만 나눈 뒤 숙소로 발길을 옮겼다.심교은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전하께서… 선희 언니의 향낭을 받으셨다고요?”심연희는 대답 대신 가볍게 입술을 깨물었다.이천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언니의 얼굴빛이 좋지 않은 걸 본 심교은은 속이 답답해졌다.그렇다고 천왕 전하를 붙잡아 따져 물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사실 저 사람들 말도 틀린 건 아니야. 천왕 전하를 좋아하는 여인이 얼마나 많은데. 전하뿐 아니라 경 대인을 흠모하는 이도 적지 않아. 특히 송윤현은 경 대인을 향해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잖아.”도문군도 거들었다.“우리 서원 여학생들, 참 대담하기 짝이 없죠.”정말 대담했다.하지만 이곳에 들어온 본래 뜻은 잊은 게 아닐까?학문을 닦으러 왔는데 누구는 잘생긴 얼굴만 떠올리고, 누구는 벼슬아치만 마음에 두다니.심교은이 혀를 찼다.“서원에 와서 왜 공부는 뒷전인 거죠? 다들 하나같이 하루 종일 사내들 생각만 하는 거 같아요. 정말 이해가 안 돼요.”도문군은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여인들의 개혁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에요. 모두가 다 깨어 있는 것도 아니고, 저조차 완전히 그렇다고는 할 수 없죠.”“게다가 다 깨어 있다 한들, 남녀 간 정을 맺고 싶지 않다거나, 벗을 사귀고 싶지 않다거나, 혼인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잖아요?”심교은이 씩 웃었다.“그렇긴 하죠. 하지만 언니는 늘 말했잖아요. 과거 시험에 참여해 급제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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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4화

이 답답한 심정에 도문군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그러나 문이를 당당히 곁에 두고, 언제든 마음 놓고 바라보기 위해서는 과거에 급제해야만 했다. 그때가 되면, 이해준이라도 감히 막지 못할 것이다.“송윤현 말이에요. 그 집안 사정도 복잡해서, 설령 과거에 급제하더라도 결국은 강제로 혼인을 시킬 겁니다. 하지만 만약 그 자가 스스로 좋아하는 사람, 혹은 경장명과 같은 인물과 혼인하게 된다면, 그 집안사람들도 더는 감히 뭐라 할 수 없겠지요.”도문군의 말은 정곡을 찔렀다.심연희와 심교은이 나란히 고개를 끄덕였다.“천왕 전하야 더 말할 필요도 없죠.”“맞아요, 언니, 그러니 더 서둘러야죠.”심연희는 말없이 입술을 다물었다. 서두르지 않은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천은 끝내 아무런 말이 없었다.승낙하는 것도, 거절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그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헤아릴 수가 없었다.게다가 정녕 이천이 심선희의 향낭을 받은 것이 사실인지조차 알 길이 없었다.……그 무렵, 이영과 이천 남매는 암위가 전한 소식을 따라 명화가의 한 객줏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서자, 이미 경문과 용강한은 자취를 감춘 뒤였다.“어찌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진 거지…”그날 이후, 자신이 품은 마음을 숙부께서 오해하신 뒤로는 줄곧 피하시기만 했다. 생일날조차 외면하신 채 나타나지 않으셨다. 오늘은 분명 해명할 기회라 여겼는데, 정작 뵙지도 못하고 말았다.돌아오는 길, 이영은 문득 길가에 자리한 한 점포를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안으로 들어서며 물었다.“가게 주인은 어디에 계시느냐?”“대체 누구시길래 묻는 겁니까?”“지기라 할 만한 친구다.” 이영은 살짝 웃으며 답했다.여주인은 두 남매의 남다른 기품에 눌려, 숨기려 하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며칠 전 다녀가시긴 했습니다만, 지금은 뵐 수 없을 듯합니다.”이영은 미간을 좁히며 여주인을 한 번, 가게 안의 여점원들을 한 번 훑어보았다. 모두 단정히 차려입은 여인들이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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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5화

이영이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오라버니, 누군가를 희생양 삼으려 하시는 거군요.”“네.”“심국공부에서 올린 상소문은 보셨습니까?” 이천이 다시 물었다.이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예상한 대로였습니다. 그 자들이 여인을 마음껏 뛰어놀게 놔둘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들 눈에는 여인은 그저 종족을 이어가는 도구일 뿐이지요.”“백 년, 천 년이 흘러도, 누가 조상 운운하며 따질 리 있겠습니까.”이천은 옅은 미소를 머금고 찻잔을 들어 한 모금 삼킨 뒤, 수레 옆 발을 젖혀 번화한 장터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이 이치를 끝내 헤아릴 수 없었다.“참으로 우매합니다! 아바마마께서도 그토록 집착하지 않으셨는데, 저 속인들은 아들로 제사를 잇겠다 하니… 가소롭기 짝이 없습니다.”말없이 앉아 있는 이천을 바라보다가, 이영이 조심스레 물었다.“오라버니, 후회한 적은 없으십니까?”“무엇을 후회한다는 말씀이십니까?”이천은 수레 발을 내려놓고 다시 찻물을 가득 따랐다.“예전에 아바마마께서 오라버니께 삼 년의 시간을 주셨지요. 저와 공평하게 겨루라 하셨는데… 끝내 오라버니께서 포기하셨습니다.”이천은 가볍게 웃으며 담담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조금은 후회가 됩니다.”“……”“알았더라면, 황제가 되든 안 되든 결국 상소문들을 들여다봐야 하는 일인데… 그때 좀 더 힘써 볼 걸 그랬습니다.”“네? 고작 그것 때문이십니까?”“그렇지 않다면 무엇이겠습니까?” 이천이 그녀를 바라보았다.“황제란 본디 천하에서 가장 존귀한 자리. 그 자리는 아바마마께서 쟁취하신 자리입니다.”“제가 줄곧 궁에서만 자라왔다면 그 자리를 사무치게 원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아니지요. 오히려 그 자리는 폐하께서 계셔야 가장 합당하다 생각합니다. 천하의 남녀는 본디 평등해야 하고… 그다음 걸음은…”“노비 제도를 없애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영이 웃으며 받았다.이천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그 또한 아바마마와 어마마마의 뜻입니까?”“아마 그러실 것입니다.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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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6화

”전하를 뵙습니다.”“소첩은 심씨 가문의 심선희라 합니다.”심선희가 공손히 허리를 굽히며 다가왔다. 그녀의 품에는 무언가가 꼭 안겨 있었는데, 얼핏 보아도 작은 베개 같았다.“고개를 들거라.”이천이 손을 들어 가볍게 일으켜 세웠다.“감사합니다, 전하.”몸을 바로 세운 심선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품에 든 것을 내밀었다.“이것은 소첩이 친정으로 돌아가 아버지께 부탁드려 직접 지은 베개입니다. 부디 받아 주시기를 바랍니다.”그리고는 덧붙였다.“전하의 은혜에 감히 보답 드리고자 정성껏 마련한 것입니다.”이천은 순간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녀가 선물한 향낭 덕분에 잠시 눈을 붙였을 때 곤히 잠든 것이 생각났다. 그러나 베개까지 받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시선이 저절로 곁의 검오에게 향했다.검오는 입술을 다문 채 고개를 돌렸다. 그 표정만으로도 뜻은 분명했다. ‘받지 마시라’는 것이었다. 오해라도 생긴다면 곤란하지 않은가.이천이 거절하려는 순간, 심선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전하, 이는 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물건입니다. 부디 받아 주시어, 그 감사를 온전히 헤아려 주시옵소서.”말이 끝나자 그녀는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베개를 받쳐 올렸다.이천은 검오를 잠시 바라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받아 두도록 하라.”“……”검오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밀어 베개를 받아 들었다.이천은 덧붙였다.“그날 그 일은 그저 작은 일을 뿐이다. 그러니 이후로는 다시는 이런 물건을 보내지 말거라.”“……”심선희의 눈가가 붉어졌다. 분명 그날 자신을 구할 때 들었던 이천의 다급한 목소리는 진심이라 여겼다. 그런데 혹시 잘못 들은 것이었단 말인가. 아니면… 그 순간 떠오른 이름, 심연희. 그날 이천이 불렀던 심 아씨는 혹여 자신이 아니라, 늘 이천 곁을 맴도는 심연희를 가리킨 것이었을까?가슴이 서늘하게 식어 내려갔다. 정말로 전하의 마음은 심연희에게 빼앗긴 것일까.심선희는 울분을 삼키며 몸을 일으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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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7화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이천은 곧장 상소문을 펼쳐 들었다. 밤이 깊도록 붓을 놓지 않고 글을 살피기를 거듭하여, 해시가 다 되어서야 두 상자 가득한 상소문을 모두 검토할 수 있었다.그 가운데에는 심국공이 올린 보고문도 있었다. 진주 땅에는 여학당에 드나드는 여인 학자들이 적지 않다는 내용이었다.진주라 하면 과거, 상인호 같은 간신배들이 날뛰던 곳이었지만, 도문군의 승리 이후로는 장차 여학당과 입사의 요람이 될 터였다.이천은 붓을 내려놓고 무심히 상소 더미를 바라보았다. 손을 털 듯 의자에 몸을 기댄 그는, 황좌에 앉아 제 할 일 다 내던지고 있는 이영을 떠올렸다. 참으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오늘도 용강한을 찾아갔으나 헛걸음이었다. 마음속에는 여전히 불안이 가득했으나, 그것을 나눌 이조차 없었다.씻고 자리에 든 뒤, 평소처럼 머리맡에 향낭을 두었다. 늘 전처럼 한동안 뒤척이다가, 오늘은 뜻밖에도 곧 잠에 빠져들었다.한편, 그 시각.심연희 역시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심선희가 일부러 자신이 듣도록 흘린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이천이 그녀의 향낭뿐 아니라 베개까지 받았다니.그것도 향낭과 베개라니. 이 얼마나 다정한 물건이란 말인가.전하는 정말 여인의 마음을 몰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체하는 것일까.다음 날 아침.심연희는 머리가 무겁게 일어났다. 태어나 처음 겪는 불면이었다. 도대체 이천은 모든 이에게 똑같이 잘해 주는 걸까, 아니면 자신에게만 다른 것일까…. 답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그녀의 곁에 있는 것을, 전하는 단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다.그러나 심선희의 다가섬 또한 막지 않았다.생각이 거듭될수록 가슴은 답답했고, 분노마저 치밀었다.“언니, 어젯밤 한숨도 못 주무신 겁니까?”심교은이 걱정스레 물었다.심연희는 고개를 저었으나, 명주와 수화 역시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음을 단번에 눈치챘다.“그렇게 티가 나느냐?”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심교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아마 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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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8화

“뭐라고요?”검오는 눈을 크게 뜨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이천이 조용히 말했다.“매미 말이다. 궁 안에 있는 매미들을 모조리 치워주거라”“……”잠시 말문이 막혔다.부처를 섬기고 도를 깨우치는 분이 매미 소리를 시끄럽다 하시다니. 게다가 쫓아내라니?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알겠습니다, 전하.”검오는 포권을 하며 허리를 숙였다. 곧바로 매미들이 어디 숨어 우는지 찾기로 마음먹었다. 확실히, 그 소리는 마음을 어지럽히는 데 충분했다.“잠깐.”등을 돌리려던 검오를 이천이 다시 불러 세웠다.검오가 돌아보며 물끄러미 바라봤다.전하께서 또 무슨 분부가 있으신가?“생명을 다치게 하지는 마라.”검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명심하겠습니다.”과연 이천은 물처럼 맑고 옥처럼 맑은 자비로운 분이었다. 불쾌해하실 만도 한데, 여전히 신중하고 자애로운 태도라니.검오는 방을 나섰다.고개를 들자 푸르른 하늘이 펼쳐졌고,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세 관문을 통과하고, 다섯 장수를 꺾은 끝에야 황제가 은밀히 키우시는 암위가 되었건만… 지금의 그는 매미를 잡고 있었다.물건 심부름이나 하는 신세라니. 웃음도 안 나왔다.검오는 무공이 뛰어나 단 한 식경도 지나지 않아 원치각 전체에서 매미 소리가 자취를 감췄다. 국녀학 근처에서 울던 매미들도 혹시 이천의 귀에 거슬릴까 싶어 몽땅 잡아버렸다.“지금… 뭘 하고 계신 겁니까?”심연희는 머리가 무거워 명륜당 대신 여학당에서 조용히 책을 보고 있었다. 문득 밖을 보니, 회화나무 사이로 검오가 날듯이 오가며 나뭇가지를 뒤지고 있었다.검오는 그녀를 보자 ‘드디어 연희 아씨를 끌어냈구나’ 싶어 살짝 착지하며 말했다.“아씨, 매미를 잡고 있습니다.”그는 허리춤의 흰 주머니를 살짝 열어 보였다. 안에는 일곱, 여덟 마리쯤 되는 매미가 꾸물거리며 울 듯 말 듯 몸을 떨고 있었다.“왜 이런 걸 잡으세요? 날도 더운데….”심연희는 손에 든 책으로 부채질을 하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전하께서 매미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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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9화

모퉁이를 돌자, 누군가가 두 손을 등 뒤로 하고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심연희는 걸음을 멈췄다. 경장명이었다.그녀는 순간적으로 입술을 깨물며 돌아서려 했다.하지만 경장명은 이미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고 있었다.“낭자.”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심연희는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경 대인.”말은 그렇게 했지만, 심장은 잠시 철렁 내려앉았다.경 대인이라니… 이 말이 그를 더 멀게 느껴지게 했다.경장명의 눈빛이 슬며시 흔들렸다. 상처받은 듯한 눈동자였다.심연희는 어색한 침묵을 깨듯 웃으며 톤을 고쳐잡았다.“오라버니, 언제 오셨어요?”“방금 왔습니다. 매미 소리가 뚝 끊긴 게 이상해서 나와 보았더니… 검오가 매미를 한가득 잡고 있더군요.”그의 시선은 조용히 그녀를 따라다녔다.“아, 그렇군요…”심연희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역시 경장명도 그 장면을 봤던 모양이다.경장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전하께서도 참, 마음을 많이 쓰시는 분이십니다. 혹여 매미 소리가 학업에 방해가 될까 싶어, 검오에게 그런 명을 내리신 모양입니다.”“정말 그러신가 봐요. 그런 세심함까지…”경장명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오늘 낭자의 몸이 불편하다는 말을 듣고… 걱정되어 왔습니다. 혹시 함께 의원에 가 보지 않겠습니까?”심연희는 황급히 손을 저었다.“아니에요. 그냥 어젯밤에 잠을 조금 설친 것뿐이에요. 의원에 갈 정도는 아닙니다.”“잠을 설쳤다는 건… 매미 소리 때문이었습니까?”그가 물으며, 마음속에 섞인 의심은 스스로도 감출 수 없었다.매미 소리 때문이라면? 그래서 이천이 직접 검오를 시켜 매미를 없애게 한 것이라면? 그 모든 배려가 연희를 위한 것이었다면?그 생각이 마음속 깊은 곳을 자극했다.오랜 시간 곁을 지켜온 그는, 단 한 번도 그녀 마음속의 중심이 되어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이천은… 말로는 표현하지 않으면서, 행동으로는 자꾸 다가오는 그 남자. 경장명의 가슴이 천천히 조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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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0화

심연희는 조심스럽게 원치각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그녀는 안쪽에 앉아 있는 이천을 보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전하.”이천은 그녀를 보며 속으로는 반가움을 느꼈지만, 겉으로는 평소와 다름없는 담담한 표정만을 유지했다.고요한 호수처럼 잔잔한 얼굴로 손을 가볍게 들어 보였다.“앉거라.”“네.”심연희는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앉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구들 위 작은 탁자에 놓인 몇 개의 다과들이었다. 그중 하나에는 누군가 한 입 베어 먹은 흔적이 있었다.그녀는 그 다과를 바라보다 물었다.“이건… 망강루 다과들이 아닌가요?”이천은 고개를 끄덕였다.자신이 한 입 베어 먹은 다과를 조용히 옆으로 밀어두며 말했다.“오늘은 안 올 줄 알았다.”그래서 검오에게 두 개를 나눠주고, 자신은 한 개만 맛을 본 것이었다.단 것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기에 한 입만 먹고 내려두었던 것이다.“나머지는 깨끗하다.”그는 먹던 다과를 조심스럽게 작은 접시에 따로 담았다.그의 손이 물러나자, 심연희는 기다렸다는 듯 손을 뻗어 그 다과를 집어 들었다.그리고는 그의 바로 앞에서 한 입 베어 물었다.“아깝잖아요. 음, 맛있네요. 저는 이런 거 좋아해요.”이천은 그녀의 손끝과 작고 붉은 입술을 바라보았다.입가에 아주 희미한, 그러나 따뜻한 미소가 스쳤다.“천천히 먹거라.”심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안 가득 다과를 넣었다.볼이 볼록해졌지만, 전혀 무례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천진한 인상이 어우러졌다.“전하, 그렇게 보시면… 부끄럽습니다.”그녀는 일부러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스스로는 조심스러운 농담이라 여겼지만, 그 말투가 살짝 경솔하게 들렸을지도 모른다.그럼에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오늘 이 다과들은 자신을 위해 준비된 것이라고 검오가 말했기 때문이었다.이천은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말없이 시선을 내리고, 옆에 놓인 ‘역경’을 집어 들었다.그는 조용히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심연희는 곁에 놓인 주장 뭉치를 바라보며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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