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하께 인사를 올립니다.”심연희의 목소리에 이천은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낭자가 또 무슨 일로 찾아온 거지? 또 무슨 핑계를 들고 온 걸까?’팔을 대충 탁자 위에 올려놓은 이천은 고개를 들어 소녀를 쳐다보았다.“연희 낭자.”한편, 심연희는 입술을 살짝 오므린 채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 바빴다.‘저하께서 왜 전혀 놀라지 않으시지? 심지어 나한테 왜 왔냐고 묻지도 않잖아?’이에 목청을 살짝 가다듬은 심연희가 말했다.“제 방에 상처에 바르는 고약이 없어서 저하께 고약을 빌리고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심연희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고 이에 이천이 몰래 피식 웃었다.‘낭자도 이런 핑계가 부끄러운 건가?’어제 다친 상처는 전혀 심각하지도 않았고 고약까지 발랐으니 진작 아물어서 딱지도 떨어졌을 것이다.이천의 시선이 면사포를 감은 심연희의 손가락에 닿았다.“앉으시게.”“네, 감사합니다, 저하.”심연희가 자리에 앉았다.한편,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난 이천은 고약이 든 약상자를 가져왔다.이천이 고약을 꺼내 들자 심연희는 어쩔 수 없이 면사포를 풀었다. 그리고 완전히 아문 손가락이 두 사람 앞에 드러났다.“낭자, 아무래도 너무 늦게 온 것 같소. 상처가 다 아물었네.”말을 하던 이천은 곧바로 고약을 다시 약상자 안에 넣었다.“아니, 저기!”급하게 소리를 낸 심연희는 심지어 손을 뻗어 이천의 옷소매를 덥석 잡았다.“저하 오라버니, 제 손가락은 아직 너무 아픕니다.”저하 오라버니…이 호칭을 들은 순간, 이천은 심장이 너무 쿵쾅거려서 쉽게 진정할 수가 없었다.그리고는 자신의 옷소매를 꼭 잡고 있는 심연희의 손을 힐끔 쳐다보았다.딱지도 다 떨어졌는데 아프다는 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저하 오라버니.”심연희의 표정은 유난히 불쌍하기도 하고 유난히 귀엽기도 했다.이에 이천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자리에 앉아 약상자를 열고는 고약을 꺼내 심연희에게 건넸다.한편, 심연희는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 조금 전까지 자신의 이런 선을 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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