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뵙겠습니다.”“내일 뵙겠습니다.”심연희가 국공부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던 경장명은, 미소 짓던 얼굴에서 어느새 웃음을 거두었다.그녀가 저토록 용기를 내었건만… 이천은 어째서 아무 반응도 없는 것인가?아니다. 뭔가 이상했다.손수건을 받았다는 건, 단순한 호감 이상의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집으로 돌아가자.”경장명이 낮게 말했다.“승상부로 가시겠습니까, 아니면…”“경부로 가자.”“알겠습니다.”아달이 마차를 몰며 고요한 밤길을 달렸다.마차는 덜컹거리며 경부로 향했다.저택에 도착한 경장명은 억지로 버티던 강한 척을 내려놓고, 곧장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그는 아무 불도 켜지 않은 채, 오늘 하루, 심연희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머릿속에서 하나하나 되짚었다.그녀의 눈동자, 목소리, 말끝의 떨림, 작은 숨결까지.하늘은 어느새 칠흑같이 어두워져 있었다.“도련님, 저녁이라도 드십시오.”문밖에서 아달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평소처럼 음식을 내놓고 물러서지 않고, 직접 문을 두드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경장명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었다.“잠깐이라도 드셔야 합니다. 방 안에 등불도 켜시고요.”경장명은 쓴웃음을 지었다.어찌 이 마음으로 밥을 먹을 수 있겠는가.이천이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들수록, 모든 것이 허망하게 느껴졌다.“대인?”아달이 쟁반을 들고 망설이는 사이, 경장명은 말없이 밖으로 나섰다.그가 향하는 곳을 본 아달은 손짓으로 하인에게 뒤따르라 지시했다.하인은 조심스럽게 쟁반을 든 채,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그 뒤를 따랐다.경장명의 걸음은 뒤뜰, 황폐한 별채를 향하고 있었다.뒷마당은 아무 등불도 없이 칠흑처럼 어두웠다.“도련님, 잠시만요.”아달이 손전등 두 개를 들고 왔다.두 등불을 합치자, 앞길이 희미하게 밝아졌다.별채의 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밖에서 들어가는 건 쉽지만, 안에서 나오는 건 불가능한 구조였다.경장명이 문을 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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