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이 군막은 소항이 평소 군영에 들러 공무를 처리하는 곳이었다.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서자, 소항이 물었다.“혹 군영에서 무슨 심상치 않은 점이라도 발견한 것이냐?”“대왕 전하, 그렇지 않습니다.”소 대장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감히 소항의 눈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했다. 비록 그는 자유를 갈망했고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굳게 믿었지만, 어릴 적부터 모셔온 주군을 마주하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묘한 동요가 일었다.“없습니다만…”잠시 말을 멈췄던 소 대장이 이어서 보고했다. “문산 쪽에 이상한 움직임이 있어, 제가 먼저 아갑과 아을을 보내 감시하도록 조치해 두었습니다.”“이상한 움직임이라? 이 대인을 말하는 것이냐?”소 대장은 고개를 저었다.“그 자가 아닙니다. 문산 쪽 땅에서 거대한 이무기가 나왔다 하기에, 제가 직접 한번 가보려 합니다. 대왕의 어명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소항이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직접 가겠다고? 아갑과 아을이 이미 가지 않았느냐?”“예, 하오나 제가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이는 대왕의 대업이 걸린 중대한 일인데, 그들의 융통성 없는 성격으로는 영 불안합니다.”소 대장이 덧붙여 말했다.“네가 가는 것도 좋지. 그럼 이곳은…”“이곳은 제가 다른 수하에게 맡겨두었습니다.”소항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리하거라. 그럼 이제 왕 부인의 일에 대해 말해보거라.”“왕 부인 말씀이십니까? 왕 부인은 모든 것이 평안하며,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소 대장이 틀에 박힌 듯 또박또박 대답했다.“과인이 묻는 것은, 왕 부인이 널 찾아와 과인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느냐는 것이다.”'예?'소 대장은 흠칫 놀라 눈을 들어 소항을 쳐다보았다. 그는 지금까지도 왕 부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그분이 누구란 말인가. 상운국의 존귀하신 황태후 마마가 아니신가.정말이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이 틀림없었다.소 대장은 입을 뻐끔거렸지만,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가 소
소 대장은 이진과 주익선 두 사람을 배웅한 뒤, 무거운 짐을 벗어던진 듯한 홀가분함을 느꼈다.군막 밖, 물로 씻어낸 듯 티 없이 맑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는 생각했다. '자유를 되찾을 희망이 생기는 날, 마음이 이토록 평온해질 줄이야. 나는 아마 아주 오래전부터 노비로 살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야.'고개를 돌리자 순찰을 도는 수많은 병사들이 눈에 들어왔다.어젯밤, 그가 선약방으로 가려 했을 때 길을 잘못 들었다며 일깨워 주던 병사들이 떠올랐다.지금 생각해 보면, 이 군영 전체의 그 수많은 장병들이 이미 알게 모르게 소성진 무리에게로 돌아선 것이 틀림없었다.소 대장은 군막을 나서며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사실 군영의 모든 것을 몰래 감시하는 자들의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주익선의 말을 굳게 믿었다. 만약 그들이 정말 밀고할 마음을 먹었다면, 애초에 이 운하 군영을 빠져나가지조차 못했을 것이다.연병장으로 걸음을 옮긴 소 대장은 양세봉과 부장군이 함께 병사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들에게 다가갔다.“양 장군.”소 대장은 깊이 읍을 하며 매우 진심 어린 태도를 보였다.양세봉은 어리둥절한 기색이었다.그는 소 대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소 대인, 이게 무슨 일입니까? 어찌 이리 큰절을 하시는 겁니까?”“양 장군님이야말로 제 귀인이십니다. 이 절은 그 은혜에 깊이 감사드리는 뜻입니다.”“은혜라니요?”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멍해진 양세봉은 곁에 있던 부장군 일행을 쳐다보았다.부장군 일행 역시 고개를 저을 뿐, 소 대장이 도대체 무슨 속셈으로 이러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소 대장은 그저 옅은 미소를 지을 뿐, 굳이 상황을 설명하려 들지 않았다. 만약 그가 조금이라도 일찍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면, 지금쯤 대왕에게 충성을 바치겠다고 나서다 소성진 일행의 칼날 아래 억울한 원혼이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사람이 죽으면 등불이 꺼지듯 모든 것이 끝나는 법이다.그가 죽는다면 가족을 위해 분투하고 맞서 싸우는
이진이 웃으며 물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날 사부로 모시겠다더니, 어째서 지금은 저 녀석을 사부로 모시겠다는 게냐? 설마 날 얕보는 것이냐?”그러면서 이진은 다시 주익선을 힐끗 바라보았다. “어떻게 내 눈앞에서 내 제자를 가로채?”주익선이 웃으며 물었다. “진이 너 정말로 이 사람을 가르치려고?”“당연히 진짜지. 하지만 네가 맘에 들어 하는 것 같으니, 특별히 너한테 양보할게.”이리저리 물건처럼 넘겨지게 된 소 대장은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졌다.주익선이 소 대장을 보며 웃었다. “그렇다면야, 안 될 것도 없지?”“사부님, 제자의 절을 받으십시오.”소 대장은 때를 놓치지 않고 넙죽 절을 올렸다.주익선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 절은 받아두마. 어서 일어나거라.”소 대장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우연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절로 웃음이 났다.이진이 소우연의 팔짱을 애교 있게 끼며 물었다. “어마마마,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그 말에 소 대장과 주익선 모두 소우연을 쳐다보았다.소우연이 그제야 소 대장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조금 뒤면 소항이 도착할 텐데, 어찌 대처할지 생각은 해두었느냐?”소 대장이 흠칫 놀라며 대답했다. “어찌 대처하다니요? 어제는 아무 일도 없이 평온했습니다. 아갑과 아을은 제가 문산으로 보내 이 대인을 잘 보필하라고 지시해 두었습니다.”소우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내가 괜한 걱정을 한 셈이구나.”소 대장이 두 손을 맞잡아 정중히 읍하며 말했다. “왕 대인께서는 염려 놓으십시오.”그 말에 소우연도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나갔다.이진은 남아서 주익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바마마께서… 크흠, 그러니까 이 소 대장을 문산으로 보내겠다고 하시지 않았어?”이진도 자신이 어쩌다 또 '아바마마'라고 불러버렸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소 대장이 주익선을 사부로 모시려 한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들의 진짜 신분은 이미 더 이상 소 대장에
이육진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럼 나를 따라오거라. 이후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자.”말을 마친 이육진은 곧장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아갑과 아을은 행여나 놓칠세라 허둥지둥 그의 뒤를 쫓았다.소우연이 문가에 섰을 때는 이육진의 모습은 이미 온데간데없고, 저 멀리서 아갑과 아을의 그림자만이 어렴풋이 보일 뿐이었다.주익선이 말했다.“아갑과 아을의 무공도 제법 쓸 만해 보입니다.”소우연이 대답했다.“그저 쓸 만한 정도겠지. 폐하께서 기다려 주지 않으셨다면, 아마 두 사람 모두 따라잡지도 못했을 것이다.”주익선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무래도 이 영남은 경성만 못하니까요.”“진이는?”“아직,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소우연은 픽 웃고 말았다. 진이의 성격은 아무리 봐도 자신을 너무 쏙 빼닮았다. 하지만 그녀도 이제는 젊었을 때처럼 잠이 많지는 않았다. 요 며칠 이육진이 일찍 일어나는 통에, 그녀도 덩달아 일찍 일어나게 된 것이다.“그럼 소 대장은?”“아직도 제 발로 방 안에 묶여 있습니다.”소우연은 미소를 지으며 하늘 저편의 구름을 바라보았다. “우리도 어디 한 번 가볼까?”“마마, 그 자에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지요?”소우연은 대답 없이 그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익선도 얼른 그 뒤를 따랐다.“언제까지 방 안에 묶여 있게 둘 순 없지 않느냐. 게다가 조금 있으면 소항도 도착할 테고.”소우연이 걸으며 말했다.주익선이 대답했다. “그 자가 온다 한들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소 대장도 진심으로 귀순한 듯합니다. 만에 하나 그가 밀고를 했다 치더라도, 신과 진이가 즉시 태후 마마를 모시고 떠나면 그만입니다.”“그래, 마음 써줘서 고맙다.”“모두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우연과 주익선은 소 대장의 군막 밖에 다다랐다. 두 사람이 미처 들어가기도 전에 이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우연과 주익선은 시선을 교환했다.“진이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느냐?”소우연은 말을 건네며 곧장 군
주익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들은 자신들의 충심을 증명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그 소 대장이 그리 쉽게 귀순했단 말이냐?”주익선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그럼 익선이 네가 보기엔 어떻느냐? 그 자가 진심인 것 같으냐?”주익선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소 대장의 귀순이 전혀 뜻밖의 일은 아닙니다. 그는 줄곧 소항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해 왔지만, 정작 소항이 바라는 것은 천추에 길이 남을 대업 같은 것이 아니라…”주익선은 뒷말을 맺지 않았다. 하지만 소우연과 이육진은 그가 하지 못한 말이 무슨 뜻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그런 자가 어찌 명군이 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요 며칠 저희가 부지런히 움직이기도 했고, 양 장군과 경장명의 일침도 있었으니 소 대장도 자연히 정신을 차렸을 것입니다.”이육진이 먼 곳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가 했던 말 중 기억나는 것이 하나 있다. 더 이상 노비로 살고 싶지 않다고 했지.”“이 세상에 스스로 노비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설령 그런 사람이 있다 해도, 그것은 오랜 세월 억눌리고 길들여진 탓일 뿐이지요.”소우연이 담담하게 말을 맺자, 이육진과 주익선은 나란히 고개를 끄덕였다.“됐다. 진휘 일행이 이미 뒤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이 일로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주익선이 두 손을 맞잡아 읍하며 말했다.“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이육진이 손을 내저었다. “어서 돌아가보거라. 진이가 애타게 기다리지 않도록 말이다.“주익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자리를 떠났다.소우연이 물었다. “어째서 저는 조금…”“조금? 무슨 일이냐, 연아.”이육진이 물었다.“꽤 긴장이 되는 듯합니다.”“오히려 꽤 짜릿하지 않느냐?”소우연이 입술을 오므리며 답했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이육진이 빙그레 웃었다. “더 짜릿한 것도 있단다.”그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옷고름을 풀기 시작했다.“따뜻한 물이 벌써 다 식은 것 같습니다.”소우연이 말
주익선은 소 대장을 향해 눈을 흘기고는 막 자리를 뜨려 했다. 그때, 아갑과 아을이 다급히 달려와 주익선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주 장군님!”아갑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익선이 두 사람의 멱살을 쥐고 번쩍 일으켜 세웠다. “말을 할 거면 말만 하란 말이다. 툭하면 무릎을 꿇으니 원…… 내 명줄을 줄일 셈이냐?”아갑이 머리를 긁적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명줄을 줄이려는 게 아니라… 저희 두 사람도 이제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그러는 겁니다. 저희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소 대인께서 내일 저희를 소룡진으로 데려가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아을도 거들었다. “맞습니다. 차라리 저희를 포박하시는 건 어떠십니까?”소 대장 역시 다급하게 나섰다. “맞습니다, 저도 묶어주십시오.”“뭐야, 밀고라도 하러 가고 싶은 게냐?”“주 장군님, 그건 틀린 말씀이십니다. 저희가 밀고하러 갈 작정이라면 굳이 묶어 달라고 부탁을 하겠습니까?”“맞습니다. 저희는 그저 장군님께서 저희를 믿지 못하시고 밀고할까 봐 걱정하실까 봐 이러는 겁니다.”“그렇습니다, 맞아요. 차라리 저희를 꽁꽁 묶어두시면 절대 밀고하러 가지 못할 것 아닙니까.”주익선은 참지 못하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세 사람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안심해라. 너희가 진심으로 밀고를 하러 가고 싶다 한들, 애초에 운하 군영을 살아서 빠져나가지도 못할 테니까.”소 대장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물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설마 양세봉 장군도 그쪽 사람이 되었다는 겁니까?”“그자가 우리 사람인지 아닌지는 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느냐?”소 대장은 흠칫했다. 오늘 양세봉이 자신에게 했던 말들을 떠올려 보면, 그가 이미 소성진 일행에게 귀순한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귀순은 그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양 장군이 소항에게 꽤나 충성스럽긴 하지. 다만 아직 몇 가지 일의 진상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주 장군님 말씀이 맞습니다.”소 대장 역시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영도 심초운과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얼마나 많이 흔들렸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가끔 이런 짓까지 한 우리가 너무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구나.”이영의 말에 심초운이 대답했다.“너무한 건 없습니다. 연희와 경장명 그자의 혼약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연희의 참 인연이 형님이 아니라고 해도 절대 경장명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심초운의 부모님, 그리고 황태후와 태상황에 이어 주익선의 부모님까지, 그들은 전부 일부일처를 고집하여 왔으며 평생 다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부
“제가 좋아하는 꽃이네요.”그녀가 가늘고 고운 손으로 꽃을 받아들며 향기를 맡았다.경장명이 물었다. “낭자, 아까는 무슨 생각에 그렇게 빠져 있었던 겁니까? 혹시 걱정되는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그는 알 수 없었다. 혹시 자신이 괜한 걱정을 하는 걸까. 처음에는 그녀가 잘 감추고 있는 듯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어딘가 마음이 산만해 보였다.이 모든 것은 그녀가 이천이 장안거리에서 점을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였다.“아닙니다.”그녀는 청년의 시선을 피하며 교외를 흐르는 강을 바라보았다. 강 양쪽으로는 잡초가 무성했지
’만약 일찍 이 사실을 깨달았더라면, 궁궐에 들어가 호위무사가 되든지, 아니면 마음잡고 글공부를 하여 과거를 봤을텐데… 그랬다면 이렇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신세는 되지 않았을 텐데.’그는 가슴이 쓰렸다.이진은 주익선의 얼굴에 분을 바르고, 눈썹을 그리며, 고운 입술선을 그려주기 시작했다.“아씨…”하녀 염이가 복숭아꽃 가지 몇 개를 안고 들어왔다. 방 안에서는 공주가 또다시 주익선에게 화장을 시키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광경이 전혀 낯설지도 않은 모양이었다.다만 이번에는 주익선의 화장된 얼굴을 본 순간 눈이 동그래지더니 깜
이튿날, 경문과 이천은 말을 달려 운불사에 당도하였다.달리는 내내, 이천의 가슴 속엔 설명할 길 없는 불길한 예감이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큰일이 아니고서야, 사부님께서 경문을 보내어 자신을 부를 리 없었다.“사부님.”이천은 용강한의 얼굴을 보자 안절부절못한 채 입을 열었다.“이영 누님은 사부님께서 누님 때문에 경성을 떠나셨다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용강한은 조용히 응하였다.“그 일은 이미 심초운에게 부탁하였다. 그 아이가 영이를 잘 달랠 것이다.”“경성을 떠나신 것이 누님 때문이 아니라면…”이천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