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도사는 껄껄 웃으며 반문했다. “그럼 나도 하나 묻자구나. 이곳이 한 권의 책 속 세상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도, 만약 전생으로 돌아간다면 너는 여전히 소우연을 위해 천명을 거스르고 그녀를 부활시키겠느냐?” 용강한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보아라. 너조차 네 일 앞에서는 그토록 내려놓지 못하지 않느냐? 그런데 사제야, 너는 왜 내게만 포기하라 권하는 것이냐?” 용강한은 진 도사를 바라보았지만, 입술만 달싹일 뿐 그 어떤 대꾸도 하지 못했다. 진 도사가 말을 이었다. “나는 평범한 백성들을 해치지도 않았고, 조정의 기강을 어지럽히지도 않았다. 사제야, 너는 내가 악인이라 생각하느냐?”용강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 도사가 미소 지었다. “너 스스로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거늘, 나라고 안 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이냐?”“사제, 대접 잘 받았구나.” 말을 마친 진 도사가 몸을 일으키자, 환영술과 함께 그는 노군산에서 찰나의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찻잔을 들고 있던 용강한의 손이 멈칫했다. 그는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창밖의 맑은 하늘을 응시했다. 지난 사흘 밤낮 동안 그는 이 세계의 비밀을 털어놓았고, 진 도사 역시 결코 수많은 생명을 제물로 삼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적어도 진 도사가 세상을 위태롭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결국 전생의 용강한 자신이 그토록 집착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용강한은 달이 나무 끝에 걸릴 때까지 창가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노군산 특유의 지형을 살피며 별자리를 보고 점을 치기 시작했다. 한참 뒤, 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참으로 기이하구나.” 거센 바람이 불어와 그의 옷자락과 백발을 휘날렸다. 산 정상에 한참 동안 우뚝 서 있던 용강한은 다시 내공을 끌어올려 산 아래로 쏜살같이 내달렸다.날이 밝은 뒤, 용강한은 흠천감으로 돌아왔다. 이를 가장 먼저 알아챈 정 대인이 급히 용강한의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의 설백색 의복은 여기저기 흙먼지로 얼룩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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