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Bab 571 - Bab 580

1102 Bab

제571화

간석이 눈썹을 치켜올렸다.“개 눈으로 사람을 얕잡아보는 것들 같으니. 네가 무슨 주인이냐?”이육진이 아직까지 참고 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아니었더라면 그는 정말로 이 여자를 후려쳤을 것이다.음란하고 천박한 여자.어떻게 평춘왕 이지윤이 이런 여자에게 마음을 줄 수 있었는지,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두고 봐! 내 너를 반드시 칠 것이다!”아령은 씩씩거리며 몸을 홱 돌려 나갔다.이복이 서둘러 그녀를 따라갔다.“오래 못 버틸 겁니다.” 수현이 조용히 말했다.“맞는 말이다. 요즘 수 총관 그대가 참 고생이 많구나.”수현은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태자 저하께서 이렇게 침착하게 계시니, 저희 궁인들도 마음이 놓입니다.”문이 닫히고, 두 사람은 전각을 떠났다.이육진은 곧장 안쪽 방으로 향했다.방 안에는 황제가 청강석 바닥에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마치 햇볕을 쬐는 고양이처럼 나른한 모습이었다.“아바마마.”천천히 다가간 이육진은 두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황제의 눈은 부어 있었고, 얼굴에는 깊은 피로가 서려 있었다.“나는 좋은 황제도, 좋은 아버지도, 좋은 형도 아니었다.”“아닙니다. 아바마마께서는 훌륭한 황제이십니다.”황제는 허허 웃었다.그 웃음엔 체념이 배어 있었다.“그래도 너는 좋은 황제가 될 것이다… 좋은 아버지가 될 거야.”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다.“정이라는 것 말이다. 나는 그게 진심이라 믿었다. 하지만 결국 자업자득이었지.”황제는 자조적으로 웃었다.이육진은 그 말의 깊은 뜻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정’이라는 말에 문득 떠오른 얼굴이 있었다.덕빈이 평생 이기지 못한 여자, 평서왕비 아정.황제의 이 말은 결국 그녀에 대한 후회였다.진심이었다면 아정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고, 덕빈을 놓아줄 도량도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덕빈은 단 한 번도 그를 배신한 적 없었다.유일하게 배신한 것이 있다면 아마 자신일 것이다.죽기 전까지도 덕빈이 걱정했던 건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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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황제가 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좋아, 좋아.”웃음 끝에 그는 문득 양고기 탕 한 그릇을 위해 제 위엄을 내려놓았던 자신을 떠올렸다.아령에게 거의 애원하듯 양고기 탕을 해달라고 부탁했던 시간들.두 사람은 한참을 이야기를 나눴고, 그 와중에 황제의 정신이 잠시 흐트러졌다. 온몸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짐의 암위병 말이다. 전부 네가 관리하고 있느냐?”황제가 물었다.“예.”이육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왕부에 몇이나 데려왔느냐?”“오십 명 가량 됩니다.”황제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그 정도면 괜찮다. 육백여 명 정도 되겠지. 그 자들을 모두 조심해라.”갑작스러운 말에 이육진은 잠시 의아했지만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 아바마마께서도 부디 몸조심하십시오.”황제는 멍한 얼굴로 콧물을 흘렸다.그리고는 손을 휘저으며 짜증스럽게 말했다.“가라, 빨리 가. 뭐하느냐. 얼른 가!”이육진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몇 번이나 더 황제를 돌아보았지만, 황제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또 손을 내저었다.“가… 빨리 가…”그는 정신을 놓은 게 아니었다.오히려 아주 또렷하게, 지금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이육진이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알고 있었다.자신이 살아 있는 한 이비 일가에게 아무런 해도 가하지 못할 것이란 걸 말이다.아들이 명분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고통스럽게 기다리고 있는지도.황제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러다 갑자기 포효했다.“양고기 탕! 짐의 양고기 탕!”멀지 않은 곳에서 이육진은 아령과 이복이 아첨하듯 황제를 달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가소롭고, 동시에 분노가 치밀었다.그는 이지윤에게 그들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었다.하지만 어떻게 풀어줄지는 그의 선택이었다.“태자 저하.”간석이 조심스레 다가와 불렀다.이육진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가자.”오늘 부왕을 직접 뵙고 그의 고통과 무력함을 눈으로 확인했다.왜 그가 자신을 만나기 꺼려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이렇게 초라한 모습을, 어느 누가 가족에게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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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한눈에 봐도 그것은 명백한 신호용 불꽃이었다.이복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이육진 앞에 무릎을 꿇고 그의 길을 막아섰다.“이 개 같은 놈!”이육진은 말없이 이복을 한 발로 걷어찼다.불꽃이 하늘로 솟아오른 지 반각도 채 지나지 않아, 황궁 전체는 긴장에 휩싸였다.이육진과 황제의 암위까지… 육백여 명이 순식간에 명화궁을 완전히 포위했다.이복은 공포에 질려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렸다.이윽고 별전에 도착했을 때, 아령이 배를 부여잡고 땅바닥에 웅크린 채 눈가를 붉힌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아바마마!”이육진은 안실로 달려들었다.그리고 그곳에서 가슴에 칼이 꽂힌 황제의 참혹한 시신을 보고, 비틀거리며 무너져 기어갔다.“폐하… 폐하께서 승하하셨습니다.”아령이 울먹이며 말했다.그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황제는 양고기 탕을 먹고, 그녀를 불러 미래를 약속했었다.그녀가 감동에 들떠 있을 무렵, 황제는 그녀가 가져온 과일 칼을 들고 아무 말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무례하다!”이육진은 울분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이비가 황제 폐하를 살해했다! 증거가 명백하다! 명화궁 전체를 봉쇄하라! 궁중의 모든 인원을 제압하라!”“아니에요! 나 아니에요! 폐하께서 스스로…!”“자살하셨어요! 진짜예요!”하지만 누가 그녀의 변명을 믿겠는가.궁중 인원들을 빠르게 제압하는 와중, 이민수가 수천 명의 금위군을 이끌고 들이닥쳤다.“태자가 모반하여 황제를 찔렀다!”그는 외쳤다.“모두 듣거라! 나를 따라 이육진을 체포하라!”전황은 삽시간에 격화됐다.수천 명의 금위군이 이육진의 암위 육백여 명과 격돌했다.이민수는 먼저 사람을 시켜 아령을 끌어냈다.그녀의 뱃속엔 그의 유일한 혈육이 들어 있었다.황궁은 전장의 한복판이 되었다.검광이 번쩍이고, 칼이 울리며 절규가 하늘을 찔렀다.이육진의 암위는 강했다.한 명이 열 명을 상대할 정도였지만, 결국 전세는 기울었다.지원군을 계속 끌어오는 이민수의 금위군에 밀려, 암위는 어느덧 백여 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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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젠장, 누가 상룡종을 울린 거야!”이민수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주위를 둘러보니 명화궁 궁인들의 얼굴은 모두 낯익었지만, 유독 수현이 보이지 않았다.“수현! 이 늙은이가 또 일을 그르치고 있군!”분노에 찬 이민수의 얼굴이 뒤틀렸다.그 순간…“이민수, 너를 더 격분하게 해줄 소식이 있다.”멀찍이 서 있던 이육진이 입을 열었다.그의 주위엔 아무도 감히 가까이 다가서지 못했다.이민수는 이를 갈며 그를 노려보았다.“명화궁에 불을 질러라!”그가 외쳤다.“반역자를 불태워 죽여라!”이육진이 불길을 피하려면 명화궁을 벗어나야 했고, 그 순간 사방에서 몰려드는 호위병들의 공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그것이 바로 이민수의 계산이었다.“태자 저하…”간석은 무공이 없는 탓에 불안에 떨고 있었다.“뭐가 그리 두려운 것이냐?”이육진이 담담하게 물었다.간석은 입을 꾹 다물었다.그래, 태자 전하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자신이 떨면 무슨 소용인가?바로 그때, 평서왕이 군대를 이끌고 나타나 이민수와 합세했다.상황은 점점 절망적으로 치닫는 듯 보였다.누구도 이육진이 살아남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그러나 바로 그 순간, 하늘이 갈라지듯 화살비가 쏟아졌다.삼만 명의 무장한 호위무사들이 궁으로 진입했다!그들의 무공은 금위군보다도 더 날카롭고, 더 빠르고, 더 치명적이었다.선두에 선 얼굴이 익숙했다.“이두독이다! 양부두독도 함께다!”누군가가 외쳤다.얼마 전 황제에게 좌천당했던 바로 그들.그들은 맹렬하게 반란군을 제압한 후, 이육진 앞에 무릎을 꿇었다.“태자 저하, 저희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이육진은 두 사람을 일으키며 말했다.“늦지 않았다. 지금이 가장 좋은 때다.”평서왕과 이민수는 반이 넘는 병력을 잃었다.병사들 중 많은 이들이 겁에 질려 무기를 내려놓기 시작했고, 어떤 이들은 이두독과 양부두독의 뒤를 따라 태자에게 투항하려 했다.“지금 싸우지 않으면, 너희 열 가문 모두가 태자에게 몰살당할 것이다!”이민수가 고함쳤다.“부귀영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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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아이가 누구 건지 알고 싶다면, 소범준한테 물어보는 게 빠르지 않겠어?”이지윤이 조소를 흘렸다.소범준?그 이름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민수야, 당장 가자!”평서왕이 소리쳤고, 더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도망쳤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이두독의 창이 이민수 바로 앞까지 닿아 있었다.이민수는 기어코 아령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네 입으로 말해! 너 뱃속의 아이, 정말 내 아이가 아니란 말이냐!”아령은 눈가를 붉게 물들인 채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당신 아이 아니에요. 그러니 꿈도 꾸지 마세요. 쯧!”“아니야… 아니야아아!”이민수가 비명을 질렀다.“죽여라!”이육진의 냉혹한 명령이 떨어졌다.푸슉.이민수의 가슴에 창이 깊게 박히고, 그의 입에서 선혈이 솟구쳤다.멀리 도망가던 평서왕이 그 장면을 보고 고개를 홱 돌렸다.“민수야…!”그는 비명을 지르며 달려오려 했지만, 부하들이 그를 붙잡고 도망쳤다.“한 놈도 놓치지 마라!”이육진이 천둥처럼 외쳤고, 이두독과 양부두독은 병사들을 이끌고 추격에 나섰다.찬바람 한 줄기가 궁을 휘돌았다.청석판 위, 뜨겁게 뿜어져 나온 피는 끈적이게 엉겨붙었다.승패는 이미 갈린 듯했다.이지윤은 품에 안긴 아령을 꼭 껴안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봐. 이제 내가 선택한 길이 옳았다는 거, 알겠지?”정말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누구도 이육진이 십만 대군을 숨기고 있었다는 건 상상조차 못 했다.황위를 노리는 야심이라 여겼지만, 그는 이미 준비를 마쳐두고 있었던 것이다.“이 정도면 조정을 통째로 갈아엎을 수도 있겠지...”이지윤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아령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은 불편했다.조금만 더…아이만 무사히 낳을 수 있었다면………그 시각, 경성.상룡종이 밤을 찢고 울려 퍼졌다.거대한 소리에 도시 전체가 깨졌고, 소우연도 예외는 아니었다.격렬하게 뛰는 심장을 부여잡은 채, 급히 겉옷을 걸치고 배나무 별채로 달려갔다.“오라버니! 오라버니!”용강한이 막 겉옷을 다 입었을 때, 소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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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태자빈 마마, 태자 저하께서는 반드시 무사하실 겁니다. 우선 놀라지 마십시오.”용강한은 소우연을 덥석 품에 안았다.그의 품에서 느껴지던 차가운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대신 그녀의 따뜻한 체온과 은은한 향기만이 남았다.이렇게 그녀를 안게 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더욱이 그 품이 이토록 편안하고, 만족스럽고… 아쉬움까지 남을 줄은 더더욱 상상하지 못했다.그 순간, 숨이 턱 막히며 열기가 코끝을 타고 올라왔다.그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콧등 아래로 코피가 뚝, 떨어졌다.“오라버니?! 괜찮으세요?”소우연이 화들짝 놀라 그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조심하십시오!”용강한이 갑자기 외치며, 그녀를 다시 끌어안았다.그리곤 한 바퀴 돌며 창문을 뚫고 날아든 화살을 우아하게 피했다.두 사람은 침대 가장자리로 몸을 숨겼다.“어디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그는 숨을 고르며 조심스레 그녀를 바라봤다.“네, 전… 괜찮아요.”소우연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녀는 몰랐다. 용강한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걱정해줄 줄은 말이다.그의 눈빛, 몸짓,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두려움.‘내가 다칠까 봐 무서워하고 있구나…’그 감정이 생생하게 전해졌다.소우연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한 뒤, 용강한은 비로소 긴장을 풀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이네요.”그 모습을 바라보던 소우연은 잠깐 의문이 들었다.평소 감정 표현이 적던 그가, 지금은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마치 신선계에 머물던 신군이 속세의 연기와 불꽃에 물들어버린 것 같은.“그게… 저는 오라버니께서 다치시면… 태자 저하께 설명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소우연은 어색하게 웃으며 둘러댔다.하지만 스스로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감동을 받았을 뿐인데… 왜 이렇게 조심스러운 걸까?그가 자신에게 너무 긴장하고 있다는 이 낯선 분위기. 이육진이 그녀를 대할 때 느껴졌던 감정선과 어딘가 겹쳐지는 기분이 들었다.소우연은 일부러 태연한 듯 그의 손을 살짝 밀었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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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그렇습니다.”용강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경문을 바라보았다.“태자빈 마마와 정연이를 잘 지켜주도록 하여라.”“예, 대인.”경문이 단단한 눈빛으로 대답했다.그 역시 방금 전까지 정연을 찾기 위해 애썼지만, 한 발 늦었을 뿐이었다.진우가 이미 그녀를 안전하게 데려온 뒤였다.정연은 손수건을 꺼내어 서둘러 소우연의 손에 묻은 피를 닦아주었다.“태자빈 마마, 정말 괜찮으신가요?”걱정 어린 표정으로 눈썹을 찌푸렸다.소우연은 고개를 저었다.“정말 괜찮아. 이건… 모두 내 피가 아니라 오라버니의 피야.”경문은 이미 용강한의 어깨와 팔에 간단히 감긴 붕대를 확인했다.그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모두… 제가 늦게 온 탓입니다.”“네 탓이 아니다.”용강한이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밖 상황은 확인했느냐?”“최소… 오천 명 정도 될 거예요, 대인...”경문이 무겁게 말했다.“…뭐라고요?”용강한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경문을 바라보다, 곧 고개를 떨궜다.소우연을 손에 넣으면, 이육진이 항복하리라는 계산. 그 의도를 그제야 깨달았다.경문은 소우연을 흘끔 바라보다 말끝을 흐렸다.소우연이 입을 열었다.“경문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거라.”경문이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선두에 선 자들이… 태자빈 마마의 부친과 큰오라버니입니다.”“…그래?”소우연은 쓴웃음을 지었다.이미 오래전부터 그들과 피로 맺어진 관계라 생각한 적 없었다.그런데 중요한 이 순간, 소홍범과 소현우가 자신을 체포하러 오다니.정말… 웃기지도 않았다.정 하나 남아 있지 않은 그들. 소우연은 소씨 가문이 미웠다.그러나 그들을 직접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태자빈 마마, 괜찮으십니까?”용강한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소우연은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 그들은 그저… 낯선 사람들이에요. 그들이 평서왕부의 명을 받는다면, 당연히 날 적으로 볼 수밖에 없겠죠.”“날 잡으러 오는 것도, 놀랍지 않아요.”그때, 진우가 상처약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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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그들은 제게 친정 가족이 아닙니다.”소우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진위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심소균과 함께 예측한 대로였다.태자빈과 소씨 가문 사이의 인연은 이미 오래전에 끝난 것이었다.“그렇다면… 일이 좀 더 수월하겠군요.”진위가 조용히 말했다.“심 소장군께서 태자빈 마마를 보호하시고, 저는 먼저 나가겠습니다.”“알겠습니다.”진위는 빠르게 자리를 떴고, 심소균은 진우와 함께 남아 소우연 일행을 엄호했다.“괜찮으십니까?”심소균이 용강한 곁에 다가와 물었다.그의 어깨 너머로 붕대가 피로 물들어 있었다.“약해졌지만, 아직 죽진 않을 겁니다.”용강한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심소균은 그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안색은 분명 좋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그를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밖에서는 이제 활 소리는 사라졌고, 칼과 검이 부딪히는 전투음만 날카롭게 울리고 있었다.용강한은 소우연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말없이 서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갈등과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제가 같이 가겠습니다.”그가 부드럽게 말했다.소우연이 고개를 들었다.그는 알고 있었다.그녀가 직접 가서, 소씨 가문이 어디까지 무정해졌는지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말이다.“네, 알겠습니다.”소우연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은 암위들의 삼엄한 경호 속에 동쪽 별채를 빠져나왔다.심소균도 당연하다는 듯 바로 뒤를 따랐지만, 그는 순간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태자빈과 용강한의 관계, 왠지… 남달라 보였다.서로를 부르는 호칭도, 거리감도………배나무 별채 앞.소홍범과 소현우 부자는 전투복을 입은 채 대기하고 있었다.하지만 이곳은 적진이 아닌, 마치 정치적 협상의 전장처럼 조용하고 긴장감 넘쳤다.그들은 소우연을 보자 눈빛을 교환했다.소우연은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다들 그만하세요.”그러나,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반군은 암위들을 무참히 몰아붙였고, 암위들도 더는 물러설 수 없었다.상황은 완전히 통제 밖이었다.“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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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조심하십시오!”호위무사들이 반응하며 뛰쳐나왔다.소현우가 던진 검은 호위무사들에 의해 허공에서 튕겨 나갔다.소우연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말없이 입꼬리를 말아올렸다.쓴웃음이었다.소현우의 살기를 머금은 그 눈빛…정말 이토록 무정할 수가 있을까?소홍범과 소현우. 두 사람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소우연을 바라볼 뿐이었다.그녀에게 다시는 돌아올 수 있는 길 따위, 애초에 내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소현우!”소우연이 눈을 붉히며 외쳤다.“모두 죽어버려!”분노로 떨리는 목소리가 메아리쳤다.그녀의 두 눈은 분노와 슬픔으로 충혈되어 있었다.“태자빈 마마, 조심하십시오!”또다시 공중에서 화살이 쏟아졌다.호위무사들은 소우연을 보호하며 그녀를 서둘러 방 안으로 들였다.마당 한가운데, 심소균은 검을 뽑아 들고 호위무사들에게 외쳤다.“당황하지 말거라! 진위 장군께서 태자부 바깥에서 대기 중이시다! 우리는 진위 장군과 합류해야 한다!”그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미 전장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동쪽 별채로 날아오는 화살들을 검으로 막아내며 싸웠다.문이 닫히기 직전, 소우연은 그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반란군을 베는 모습을 보았다.겨우 이십 대 초반의 나이였지만, 그 손에는 전장의 익숙함과 단호함이 있었다.그는 반란군을 마치 닭 베듯 단칼에 쓰러뜨렸다.소홍범과 소현우가 점차 그의 방향으로 접근하자, 소우연은 입을 열었다.“나야 괜찮으니까… 진우, 그 아이를 도와주거라.”심소균은 태자 이육진의 가장 절친한 벗.진우도 물론 알고 있었다.하지만 태자 이육진은 목숨을 걸고라도 태자빈을 지켜라고 말했다.그는 고민 끝에 몇몇 호위무사들을 불러 심소균을 엄호하게 했다.소우연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전장은 점점 더 치열해졌고, 소홍범과 소현우는 심소균과 정면으로 마주했다.“두 분.”심소균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생각해보지 않으셨습니까? 회남에 있어야 할 제가 어째서 지금 경성에 와 있는지를 말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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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당당당…무기들이 땅에 떨어지며 쇳소리가 땅을 울렸다.절망에 짓눌린 소리였다.소현우는 병사들이 하나둘 무릎을 꿇고,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머릿속이 어지럽고, 귓속에서 웅 하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그때였다.파앗!화살 하나가 허공을 가르더니, 그대로 소홍범의 가슴을 꿰뚫었다.“푸억!”그는 다시 피를 토하며 무너졌고, 남은 체중을 전부 소현우에게 실었다.“아들아… 어서… 어서 도망쳐라…!”“아버지…!”도망? 어디로…?한 손으로는 아버지를 부축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검을 휘둘러 화살을 막았다.하지만 빗발치는 화살 앞에서, 심소균이 굳이 그를 공격하지 않더라도 그와 아버지는 머지않아 벌집이 될 것이 분명했다.결국 그는 검을 놓고, 무너져가는 아버지를 끌어안았다. 항복하기로 다짐한 것이다.고개를 돌리자, 소우연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눈은… 눈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하지만 그 표정은 얼음보다 차가웠다.그리고 기억의 문이 열렸다.어릴 적, 소우연은 그를 ‘오라버니’라 부르며 늘 곁을 맴돌았다.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소우희가 나타나면,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소우연에게서 관심을 거뒀다.시간이 흐르자, 그는 어느샌가 그녀를 무뚝뚝하고, 재미없고, 심지어 자신을 두려워하는 동생으로만 여겼다.그리고 그 순간부터, 그녀는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황제의 하명이 내려왔을 때…“소우희를 회남왕 이육진에게 시집보내라.”소우희는 그날 밤 울며 기침을 했고, 모두가 그녀를 위해 가슴 아파했다.그리고 소씨 가문의 어른들은 ‘대리혼’을 결정했다.소우연을 대신 보내기로 한 것이다.그녀도… 울었다.분명 울고 있었다.하지만 그 눈물은 누구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했다.그녀의 희생은 ‘가문의 명예’로 포장됐고, 그 누구도 그녀에게 선택할 권리를 주지 않았다.“회남왕에게 시집만 가면, 소우희가 반드시 세자빈이 될 거야. 우리가 평생 너를 지켜주마.”그들은 그렇게 말했다.그녀의 인생을 앗아가면서도 무책임하고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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