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연로한 진국공이 한걸음 나서서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평서왕, 조금 전과 말씀이 너무 다르지 않습니까?”이어서 정태부와 다른 대신들까지 한 마디씩 보태자 평서왕 이남진은 곧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사죄를 했다.이육진이 기세 등등한 표정으로 말했다.“황숙, 어떻게 이런 저급한 잘못을 저지를 수 있으십니까? 근거도 없는 떠도는 소문만 듣고 저의 책임을 묻겠다고 하시다니. 누가 보면 황숙께서 제 자리를 탐내는 줄 알겠습니다.”“제가 어찌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그래요? 제가 보기엔 황숙은 충분히 대담하신 분 같은데.”말을 하던 이육진은 평서왕에게 다가가 고고한 자태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평서왕을 내려다보았다. 얼굴에 야심이 잔뜩 묻어 있는 이자가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황숙께서는 조정을 어지럽힌 죄로…”이육진의 말에 화들짝 놀란 평서왕이 바닥에 머리를 조아린 채 다급하게 외쳤다.“태자 저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민간에 떠도는 소문만 듣고 태자 저하를 오해했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하여 주시옵소서.”평서왕은 너무 분하고 화도 났지만 이 상황에서 자세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이제 보니 이육진은 아령 뱃속의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 없는 듯했다.‘역시 조상들 말이 맞아. 마음이 급하면 될 일도 망치는 거야. 조금 더 참고 적절한 시기를 기다려야 돼.’그렇게 기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이육진은 순조롭게 자신의 편을 중요한 자리에 앉힐 수 있었다.한편, 평서왕 일당은 화가 나서 이를 부득부득 갈았지만 방법이 없었다.오늘 조정에서 벌어진 일로 평서왕 일당에게 타격이 꽤 컸다.조금 뒤, 조정을 떠난 이육진은 바로 명화궁으로 향했지만 황제는 여전히 그를 만나지주 않았다.아령이 그런 이육진에게 비꼬듯이 말했다.“태자 저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하는 이곳에서 식사도 잘 하시고 잠도 잘 주무십니다.”이육진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홱 돌리자 섬뜩한 눈빛에 아령은 소름이 쫙 돋았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이복 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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