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561 - Chapter 570

582 Chapters

제561화

소범준과 같은 사람들에게 잘못을 따질 수는 없다. 그저 입장이 다른 것뿐이다.한편, 본채에서.이육진이 빠른 걸음으로 방 안에 들어섰다.“태자 저하.”시녀들의 인사를 가볍게 무시한 채 방으로 들어온 이육진은 탁자 앞에 앉아있는 소우연을 보자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부군.”소우연이 환하게 웃으며 이육진을 불렀다.“평서왕이 이민수가 내시 신세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자들을 전부 죽이기로 결정한 것 같네.”이육진의 말에 소우연이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생각인가요?”“넌 어찌하고 싶으냐?”“그자가 하늘을 가리고 싶어한다면 전 이 일을 만천하에 알려야지요.”그렇게 되면 대신들이든 백성이든 평서왕에게 큰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고 어쩌면 그자들이 견디지 못하고 먼저 검을 뽑을 수도 있다.서로를 쳐다보던 이육진과 소우연은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이육진이 말했다.“진규가 소범준 그자를 구해서 데리고 왔어. 그자를 한번 만나봐야 할 것 같아. 그자는 이민수와 아령 사이의 일을 꽤 많이 알고 있을 것이야.”“네.”잠시 앉아있던 이육진은 바로 밖으로 나갔다.조금 뒤, 화차를 들고 들어온 정연은 태자가 다녀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소우연은 정연이 이 일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기에 그녀에게 구구절절 얘기해 주었다.“그자들은 정말 천벌받아 마땅한 나쁜 놈들입니다. 소인은 지금 당장이라도 그자들을 갈기갈기 찢어서 죽이고 싶습니다.”태자가 제때에 오두막에 찾아가지 않았다면 태자빈과 용 대감에게 어떤 사고가 일어났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용강한은 이틀 동안 혼절 상태에 빠져 있다가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국 한 모금을 마실 수 있었다.소우연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바로 용강한을 찾아갔다.“마마, 전 이제 많이 좋아졌습니다. 마마께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안색이 무서울 정도로 창백한 용강한은 이불로 자신의 몸을 꽁꽁 감싸고 있었다.소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며칠동안 별채에 잠깐씩 와서 용강한
Read more

제562화

용강한의 말에 경문은 말문이 턱 막혔다.“소인은 대감님의 호위병입니다. 이런 소인이 어찌 대감님의 재능을 따라가겠습니까?”한숨을 살짝 내쉰 용강한은 다시 이불 속으로 몸을 숨겼다. 안색이 더할 나위 없이 창백한 그를 보며 경문은 마음이 너무 아팠다.경문은 어렸을 때부터 고아였다. 그해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행인에게 무릎 꿇고 구걸하여 겨우 떡 하나를 얻었는데 다른 거렁뱅이에게 빼앗기고 말았다.경문이 서럽게 울던 그때, 용강한이 나타나 그를 흠천감으로 데리고 돌아가 무술을 가르치고 그에게 새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경문은 마음속으로 오래전부터 용강한을 친형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가능하다면 자신의 목숨으로 대감의 평안과 행복을 바꾸고 싶었다.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기에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한편.소우연이 급하게 본채로 돌아왔을 때, 이육진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종이에 뭔가를 적고 있었다.소우연은 고개를 돌려 정연에게 눈짓을 보냈고 그녀의 뜻을 바로 알아차린 정연은 조용하게 물러났다.소우연은 이육진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살금살금 탁자로 향했는데 바로 이때 이육진이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연아, 이리 오거라.”소우연은 이내 팔을 활짝 펴고 있는 이육진에게 다가가 그의 다리 위에 앉았다.이육진은 소우연을 품에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소범준 그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전부 얘기하였다. 아령 뱃속의 아이는 우리가 추측한 대로 역시나 이지윤의 아이였어.”소설 원작에는 이지윤과 아령에 관한 복잡하고 쓸데없는 얘기는 적혀 있지 않았다. 이지윤에 대한 묘사는 그저 놀음과 여인을 탐하는 철없는 세자라는 한 마디일 뿐이었다.종일 기생집과 술집에만 머물러 있는 이지윤은 별다른 능력도 없고 이 나라에 큰 공헌도 없는 피해자였다.소설 원작에 적힌 내용에 따르면 이민수가 황위에 오른 뒤, 이지윤의 부왕 이종대가 예전에 소우희를 농락했던 사실을 문제 삼아 평춘왕 관저의 사람들을 전부 살해하거나 유배 보냈다. 그렇게 이지윤
Read more

제563화

이때, 소우연이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하지만 아령 그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한번도 얻지 못한 물건이나 아예 희망이 없는 일에는 기대조차 안 하지만 손에 넣었다가 잃게 되면 그땐 매우 아쉬워하고 괴로워하기도 하지요. 이지윤은 아령 그자가 권력에 대한 탐욕이 강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요?”“당연히 알고 있겠지. 하지만 이지윤 그자는 알아. 평서왕 관저나 자신이 나한테 절대 안 된다는 사실을.”“역시 제 부군이 천하무적이군요.”소우연이 환하게 웃으며 말하자 이육진이 그녀의 콧등을 가볍게 툭 치며 웃었다.그는 소우연이 무탈하고 행복하게 살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으며 상대가 누구든 두렵지 않았다.소우연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게 그의 유일한 목적이니까.모종의 의미에서 보면 사실 이육진과 이지윤은 꽤 많이 닮아 있었다. 두 사람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남자였다.이육진이 원하는 건 시종일관 소우연 한 사람뿐이다.소우연을 품에 안은 이육진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의 머릿속에는 그날 옷이 잔뜩 헝클어져 있던 용강한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그때 당시 소우연의 옷도 살짝 헝클어져 있었는데 이육진은 그 뒤로 자신도 모르게 자꾸 그 장면이 떠올랐던 것이다.최음제의 약효에 이성을 잃은 두 사람은 어디까지 간 걸까?마지막 단계까지는 아니더라도 두 사람의 옷은 분명 벗겨져 있었다.이런 생각만 하면 이육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가 원하는 건 소우연 단 한 사람뿐인데 이것도 허락되지 않는단 말인가?이 일이 마음에 걸린 이육진은 요 며칠동안 계속 소우연 곁을 지키면서 그녀가 용강한을 찾아가지 못하게 은근슬쩍 제지했다.이육진은 이기적이다. 그는 용강한이 자신의 아내와 너무 오랜 시간동안 같이 있는 게 싫었기 때문에 배나무 별채로 여러 명의 의원들을 보냈지만 무능한 그들은 단 한 명도 용강한의 병을 치료해주지 못했다.“부군, 왜 그러십니까?”이육진이 내쉰 한숨소리를 들은 소우연이 고개를 살짝
Read more

제564화

“연아, 연아.”어느새 날이 밝아졌고 소우연은 자신을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몽롱한 정신으로 눈을 떴을 때, 눈앞에 이육진이 서있었다.“부군.”“외출을 해야 할 것 같아.”이육진이 외출을 하기 전에 소우연을 깨운 건 오랜만이었다. 순간 정신을 번쩍 차린 소우연이 그에게 물었다.“돌아오시는 겁니까?”“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 아바마마 몸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계셔서 아무래도 가서 지켜봐야 할 것 같다.”이육진의 말은 그가 이제 근정전을 차지하고 황궁을 차지하겠다는 뜻일 것이다.“제가 내시로 둔갑하여 아바마마를 뵈러 가도 되겠습니까?”“아니다. 아바마마는 지금 나조차 만나주지 않는데 연이 너는 더더욱 만날 기회가 없을 것이야.”“아바마마께서는 체면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십니다.”소우연의 말에 이육진이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대꾸했다.“어쩌면 황제로서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려는 것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그자들에게 통제를 당하고 있는데 존엄이 웬 말입니까?”잠시 머뭇거리던 소우연이 말을 이어갔다.“제가 알아봤는데 임월 지역 일대에 아주 예쁘고 화려하게 핀 꽃이 있습니다. 이 꽃들은 전부 독성을 가지고 있는데 가루로 갈아서 한입 먹으면 처음에는 사람을 흥분하게 만들었다가 계속 복용하면 중독 증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제때에 제지하면 돌이킬 방법이 있는데 아바마마처럼 이렇게 완전히 중독된 자들은 더 이상 치료 방법이 없습니다.”“그럼 어떡해야 하는 것이냐?”“계속 복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온몸의 장기들이 기능을 잃고 망가져서 사망까지 이르게 될 겁니다.”이육진은 고개를 숙여 소우연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남겼다.“연이 너는 아무 걱정도 말고 집에 있거라.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진우와 진이준 걔들이 너를 데리고 떠날 것이다.”“싫습니다. 전 떠나지 않을 겁니다. 전 부군 곁에서 부군과 함께 할 겁니다.”소우연의 말에 이육진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래, 알겠다.
Read more

제565화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찻집과 경성 곳곳에 이육진이 충신들을 잔인하게 해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고 있었다. 그 충신들 속에는 전 금주 태수 일가에 관한 얘기도 포함되어 있었다.소문이 점점 황당하게 퍼지다가 결국 이육진은 잔인하고 무서운 폭군이 되어버렸다.한편, 소우연은 용강한과 바둑을 두고 있었다.진우는 곁에 서서 백성들 사이에 퍼진 이 소문을 소우연에게 보고를 올렸다. 이는 태자와 태자부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물론 세력이 막강한 사람은 이런 소문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지만 불필요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건 사실이다.“걱정할 것 없다. 태자 저하께서는 금정전에 입주하신 만큼 다 생각이 있으실 것이다. 이것만 기억하거라. 우리 태자부에서는 그 어떤 소식이든 가장 먼저 접해야 한다.”용강한의 말에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대감님 말씀이 옳으십니다.”진우가 떠나자 용강한이 소우연에게 말했다.“백성들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엎을 수도 있는 자들이라는 사실을 평서왕 관저에서는 누구보다 확실하게 알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태자 저하께서는 마마와 혼인을 하고 나서부터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한 가지도 한 적이 없습니다.”소우연이 씩씩거리며 대꾸했다.“솔직히 전에도 부군은 그저 진상을 밝히기 위해 그런 겁니다. 부군이 전 금주 태수의 가족들을 살해한 게 아니라 누군가가 부군에게 뒤집어 씌운 겁니다.”“마마와 저는 당연히 알고 있지만 백성들은 이 사실을 모르지 않습니까?”“그럼 백성들도 알게 만들어야지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각자 알아서 판단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최소한 이렇게 모든 사람이 태자 저하를 욕하고 손가락질하지는 않겠지요.”“급해 하실 것 없습니다.”용강한이 소우연을 다독였고 소우연은 그제야 자신이 조금 전에 너무 흥분한 탓에 바둑알을 바둑판에 던져버렸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전에 너무 흥분했나 봅니다.”“무방합니다. 마마께서 혼자 마음속으로 속앓이를 하는 것보다 이 모습이 훨씬
Read more

제566화

“그렇군요. 상운국에서 명망이 높은 흠천감의 감정들은 부귀영화를 탐하거나 찬송 받는 느낌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세상 만물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거군요.”소우연이 웃으면서 말하자 용강한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오라버니 같은 분들은 정말 단 한순간도 자신과 마음이 맞는 짝을 찾아 남은 평생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겁니까?”소우연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물었다.그들이라고 어찌 그러고 싶지 않을까?하지만 너무 많은 천기를 훔쳐보았기에 그들은 대부분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없었다. 좋은 인연을 만난다고 해도 천기를 훔쳐본 화가 가족에게 돌아갈 수도 있기에 함부로 가정을 이룰 수가 없었다.때문에 흠천감의 감정들은 대부분 부모님을 잃은 고아나 혼자인 사람이 많았다. 그렇게 그들은 이 세상에 혼자 왔다가 혼자 생을 마감하는 게 일쑤였다.유일한 위로는 소우연이 말한 것처럼 상운국의 황제와 백성들에게 높이 찬송 받는다는 점일 것이다.천기를 엿본 대가 중에서 가장 큰 벌은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지 못하는 일이다.때문에 용강한이 하늘의 뜻을 거스른 것도 그저 소우연이 그해 겨울에 처참한 죽음을 당하는 걸 면했을 뿐, 나머지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용강한은 결국 소우연의 행복을 빌어주고 그녀가 다른 남자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용강한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감히 할 수도 없습니다.”소우연은 용강한의 대답이 꽤 놀라웠다.“오라버니, 오라버니에게 제가 모르는 비밀이 아직도 매우 많은 것 같습니다.”용강한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고 그 모습에 소우연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언젠가 얘기하고 싶어 질 때 용강한은 그녀에게 말을 해줄 것이다. 이게 바로 소우연이 알고 있는 용강한의 성격이다.“나중에 기회가 되면 오라버니와 함께 흠천감에 가보고 싶습니다.”소우연이 용강한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그녀는 용강한이 어렸을 때부터 자란
Read more

제567화

“미안하다.”“아니요. 미안하다고 하지 마십시오. 전 오라버니에게 그런 마음이 없었으니까요. 단지 처음 누군가에게 고백을 받아본 터라 기분이 좋았던 것뿐입니다.”손에 찻잔을 든 정연은 경문을 지나 두어 걸음 걷다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다시 돌아섰다. 그리고 경문에게 말을 건네려던 그때, 근처에 숨어있던 진우를 발견하게 되었다.‘진우가 또 몰래 나를 따라다닌 건가?’피식 웃던 정연은 경문에게 다가가 말했다.“그리고 저한테 미안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때 당시 상황에서 전 오라버니와 상관없이 태자빈마마를 위해서라도 제 자신을 희생했을 겁니다. 오라버니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오라버니가 좌우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그때 당시 정연이 싫다고 거절했다면 태자빈은 절대 그녀를 억지로 용 대감 방에 밀어넣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용 대감은 성인 군자였기에 정연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용 대감이 태자빈을 연모하고 있다는 비밀을 경문도 알고 있는 걸까?지금 돌이켜보면 경문은 늘 알게 모르게 용 대감과 태자빈에게 단 둘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을 마련했다.용 대감도 태자빈에게 친 오라버니처럼 매우 잘해줬지만 단 한번도 보답을 바란 적이 없는 것 같았다.예를 들면 용 대감의 병은 태자빈과 자주 교류를 하면 훨씬 나아질 수 있는데 용 대감은 단 한번도 주동적으로 태자빈을 찾아온 적이 없었다.늘 태자빈이 먼저 용 대감의 건강상태를 걱정하여 찾아가곤 했다.이런저런 생각에 정연은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경문 오라버니, 혹시 그때 당시 저를 선택하신 이유가 저를 통해 태자빈마마와 용 대감님께서 더욱 자주 만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입니까?”정연의 물음에 경문은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용 대감님이 어떤 분인지 오라버니가 가장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앞으로는 차라리 솔직하게 얘기하고 부탁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도 그렇고 마마께서도 속이 좁으신 분이 아닙니다!”“미안하다.”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로 모든 걸
Read more

제568화

풉…정연이 웃음을 터트리자 진우는 더욱 어리둥절했다.“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신경이 안 쓰이니까 웃음이 나오는 거야.”진우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여자애가 어떻게 이런 게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있어?”경문은 분명 정연을 농락한 건데 정연은 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고 하는 걸까?“경문 오라버니에게 큰 관심이 없으니까 그자가 뭐라고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신경이 쓰이지 않는 거지.”피식 웃으며 말하던 정연은 화가 나서 볼이 빵빵해진 진우를 보며 너무 우스웠다.한편, 한참 지나고 나서야 정연의 말뜻을 알아차린 진우가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좋아! 아주 좋아!”조금 전보다 훨씬 다정해진 눈빛으로 정연을 바라보자 정연이 말했다.“너도 신경을 딴데 팔지 말고 정신을 바짝 차려. 요즘 태자부가 태평하지만은 않잖아.”“나도 알아. 난 반드시 태자빈마마와 너를 확실하게 지켜줄 거야.”“그래.”젊은 두 남녀는 그렇게 점점 멀어졌고 그들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던 경문은 이내 씁쓸하게 웃었다.그러다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뭔가가 싹을 트더니 그의 심장을 확 찔렀다.한편, 조정에서.평서왕 일당은 태자가 폭군이라는 소문이 난 일로 이육진을 공격하고 있었다.순간, 조정은 장내 마냥 시끌벅적했다.“그러니까 대신들 뜻은 제 아바마마가 정정하게 살아 계신데 대신들이 제 황태자의 신분을 박제하겠다는 뜻입니까? 그리고 나서는요? 저 대신 누구를 황태자의 자리에 올리실 생각입니까?”이육진이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위압감 넘치는 모습으로 대신들을 쳐다보며 물었다.이때, 정태부가 한걸음 나서서 말했다.“이 모든 건 근거 없는 모함입니다!”“근거가 없다니요? 전 금주 태수 위문현이 지금 이 순간 저희 평서왕 관저에 있습니다. 그자를 이곳에 데리고 와서 직접 대면할까요?”평서왕이 담담하게 말을 하자 이육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저도 그분과 직접 마주보면서 얘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만약 평서왕께서 그분을 모셔오지 못하면 그땐 조
Read more

제569화

이때, 연로한 진국공이 한걸음 나서서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평서왕, 조금 전과 말씀이 너무 다르지 않습니까?”이어서 정태부와 다른 대신들까지 한 마디씩 보태자 평서왕 이남진은 곧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사죄를 했다.이육진이 기세 등등한 표정으로 말했다.“황숙, 어떻게 이런 저급한 잘못을 저지를 수 있으십니까? 근거도 없는 떠도는 소문만 듣고 저의 책임을 묻겠다고 하시다니. 누가 보면 황숙께서 제 자리를 탐내는 줄 알겠습니다.”“제가 어찌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그래요? 제가 보기엔 황숙은 충분히 대담하신 분 같은데.”말을 하던 이육진은 평서왕에게 다가가 고고한 자태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평서왕을 내려다보았다. 얼굴에 야심이 잔뜩 묻어 있는 이자가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황숙께서는 조정을 어지럽힌 죄로…”이육진의 말에 화들짝 놀란 평서왕이 바닥에 머리를 조아린 채 다급하게 외쳤다.“태자 저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민간에 떠도는 소문만 듣고 태자 저하를 오해했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하여 주시옵소서.”평서왕은 너무 분하고 화도 났지만 이 상황에서 자세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이제 보니 이육진은 아령 뱃속의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 없는 듯했다.‘역시 조상들 말이 맞아. 마음이 급하면 될 일도 망치는 거야. 조금 더 참고 적절한 시기를 기다려야 돼.’그렇게 기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이육진은 순조롭게 자신의 편을 중요한 자리에 앉힐 수 있었다.한편, 평서왕 일당은 화가 나서 이를 부득부득 갈았지만 방법이 없었다.오늘 조정에서 벌어진 일로 평서왕 일당에게 타격이 꽤 컸다.조금 뒤, 조정을 떠난 이육진은 바로 명화궁으로 향했지만 황제는 여전히 그를 만나지주 않았다.아령이 그런 이육진에게 비꼬듯이 말했다.“태자 저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하는 이곳에서 식사도 잘 하시고 잠도 잘 주무십니다.”이육진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홱 돌리자 섬뜩한 눈빛에 아령은 소름이 쫙 돋았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이복 곁으
Read more

제570화

이복의 말에 아령이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배를 끌어안고 여유롭게 뒤따랐다.“당연한 것 아니겠느냐?”저번에 황제가 반항을 보인 뒤로부터 아령은 확실하게 깨달은 게 있었다. 황제가 평안하고 기분이 좋아야 그녀와 뱃속의 아이도 무탈할 수 있다.한편, 앞에서 걷던 이육진은 은은하게 울리는 가야금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황제의 웃음소리도 간간히 들리기 시작했다.이육진은 가슴속에 분노가 조금씩 차올랐다. 아바마마는 지금까지 여색을 즐긴 적이 단 한번도 없었는데 방 안에서 들리는 웃음소리는 분명 아바마마의 것이다.이때, 아령이 실실 웃으면서 다가와 이복에게 일부러 방문을 살짝 열어두라고 했다. 그렇게 이육진은 곁채 안의 광경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거의 누운 상태로 의자에 기대고 있는 황제의 곁에는 궁녀와 새로 들인 후궁으로 가득했다.그 여인들은 황제에게 술과 과일을 쉴 새 없이 권하고 있었다.이 순간, 이육진은 아바마마가 더 이상 아령의 양탕을 떠나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완전히 깨닫게 되었다.웃고 떠드는 방탕한 생활에 취한 황제는 방문 밖이 어떤 세상인지 까맣게 잊은 듯했다.이육진은 고개를 돌려 수현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수현은 한걸음 앞으로 다가갔다.“태자 저하.”“자네가 가서 가무를 멈추고 아바마마께 다시 한번 정중하게 말씀드리게. 연이도 양탕을 만들 줄 알고 그 맛은 이비가 끓인 것보다 더 훌륭하다고 말일세. 그러니 나와 함께 근정전으로 돌아가지 않으시겠냐고 여쭤보게.”이육진의 말에 수현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이육진을 쳐다보았고 뒤에 서있던 아령과 이복도 꽤 많이 놀란 표정이었다.소우연도 양탕을 끓일 줄 안다고?물론 양탕은 누구나 끓일 줄 알지만 사람을 중독 시킬 만한 양탕은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한편, 아령은 이육진의 말뜻을 바로 알아차렸다. 소우연은 그녀가 양탕에 무엇을 넣은 건지 알아낸 게 분명하다.“네, 소인 바로 전달하겠습니다.”궁에서 반평생을 지낸 수현도 태자의 말뜻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수현이
Read more
PREV
1
...
545556575859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