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Bab 591 - Bab 600

606 Bab

제591화

지금쯤 아마도 소씨 가문의 묘지에서는 두 사람의 장례를 치르고 있을 것이다.벌써 보름 가까이 지난 데다, 비록 겨울이라 하나 시신은 서서히 부패하고 있을 터였다.진우가 물었다.“마마, 성문 쪽으로 갈까요, 아니면 소씨 가문 묘지로 향할까요?”소우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밖에서는 나를 ‘부인’이라 부르렴.”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내 덧붙였다.“소씨 가문 묘지로 가자.”임씨는 늘 말하지 않았던가. 자신은 소우희보다 못하다고. 심지어 자신이 잘사는 모습이 보기 싫다고 하였다.그러기에 그녀는 웃으며 당당히 마지막 걸음을 걸어가는 모습을 임씨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다.묘지를 향해 가던 길, 뜻밖에도 그들은 만삭의 아령과 이지윤을 마주쳤다.“신, 마마를 뵙습니다.”이지윤은 고개를 숙이며 공손히 인사했다.옆에 선 아령은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소우연을 향한 분노가 가득한 얼굴이었다.그녀의 계획은 거의 성공할 뻔했다.만약 그날의 계획이 이루어졌더라면, 오늘처럼 소우연이 의기양양하게 이곳에 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이지윤이 조심스레 아령의 손을 당기자, 아령은 마지못해 고개를 숙이며 형식적인 인사를 건넸다.“마마께 문안드립니다.”소우연은 짧게 미소만 지은 채 더는 그들을 돌아보지 않고, 수레에서 내려 묘지 쪽으로 걸어갔다.멀리서 애절한 곡소리가 들려왔다.진우와 변장한 호위 무사들이 바짝 뒤따르며 혹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까 긴장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그때, 이아령이 갑자기 이지윤의 팔을 움켜쥐며 말했다.“저하, 저하는 제 소원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시죠?”이지윤은 소우연의 뒷모습을 한 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다른 사람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황후만은 안 돼.”“황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도, 그리고 아이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정말 너무하시네요!”“아령아, 어리석은 짓은 이제 그만두거라.”이아령의 입꼬리에 냉소가 번졌다.“저하도 이민수도… 결국 다 똑같아요. 저한테 진심인 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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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정말로 내가 널 죽일 용기가 없다고 생각하느냐?”소우연은 그를 쳐다보는 것조차 귀찮다는 듯, 고개를 돌려 진우를 향해 말했다.“가서, 아령을 데려오거라.”소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아령을 데려와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진우 역시 영문을 몰라 당황했으나, 명을 받은 이상 즉시 움직였다.소우연은 한 번 죽음을 경험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생명을 소중히 여겼고, 이곳에 온 목적도 단순히 소씨 가문의 비참한 꼴을 보기 위함만은 아니었다.더 중요한 건, 아령과 소씨 가문 사이에 어떤 숨은 관계가 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아령이 호위들에 의해 끌려왔다.“감히 나를 끌고 오다니, 무례하다! 당장 놓아라!”아령은 배를 감싸 안으며 날 선 목소리로 외쳤다.이지윤은 놀라 급히 소우연 앞에 무릎을 꿇었다.“황후 마마, 부디 노여움을 거두소서! 아령이는 아직 아이를 가진 몸이니, 제발 너그러이 대해주시옵소서.”소우연은 조용히 대답했다.“해치지는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거라.”배 속 아이를 위해서라도, 아령에게 해를 가할 생각은 없었다.정연이 조용히 다가와 의자를 가져다주었고, 소우연은 그 위에 앉았다.그때 이지윤이 나지막이 말했다.“마마, 황제 폐하께서는 저와 아령을 살려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소우연은 태연하게 말했다“황제 폐하의 약속을 내가 번복하거나 집행할 권한은 없다. 오늘 이 자리는 그저, 내가 아령과 소씨 가문 사람들에게 몇 가지 물을 것이 있어서 마련한 것이다.”그 말에 임씨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 절대!”그녀는 아령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황제 폐하의 말씀은 금과옥조이다. 어찌 번복할 수 있겠느냐.”“목숨을 걸고 맹세하마. 죽어서라도 원혼이 되어 저 소우연에게 복수할 것이며, 하늘이 도와준다면 반드시 너희를 지켜줄 것이다.”아령의 입가에 냉소가 떠올랐다.임씨를 지키겠다고?웃기지도 않았다.만약 임씨가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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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정연은 차분히 말을 이었다.“아령 배 속에 든 건 황제 폐하의 아이가 아니라, 평춘왕의 아이입니다.”“평… 평춘왕의?”소씨 가문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과거 그들은 평춘왕부와 연을 맺기 위해 과거 아령에 대해 조사를 했었다. 그들은 모두 아령이 이민수의 아이를 가졌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소우연은 조용히 아령과 임 씨의 반응을 살폈다.소씨 가문에서 가장 연장자인 임 씨가 혹여 무언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임 씨가 아령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전혀 경계심이 없었다.오히려 아령을 ‘정말 좋은 아이’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소우연은 천천히 말했다.“내가 오늘 이 자리에 온 건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다.”그녀는 아령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너와 소씨 가문 사이에 도대체 어떤 원한이 있느냐?”하지만 아령은 대답하지 않았다.속으론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오늘은 소씨 가문 사람들을 전부 죽여서 그동안의 분을 풀 작정이었건만, 이대로라면 불가능해질 것 같았다.그녀는 누구보다도 소우연을 증오했다.왜 임 씨의 딸은 태자빈이 되고, 이제는 곧 황후 자리에 오르려 하는가?반면 자신과 어머니는 어째서 이토록 참담한 결말을 맞아야만 했는가?이번 생 운명이 너무나도 불공평했다.이 세상에서 가장 악독한 여인인 임 씨조차 저토록 번성한 자식을 두고 있다니, 하늘은 정말 너무나도 매정했다.“할 말 없습니다.”아령은 담담히 웃으며 대답했다. 눈가엔 반짝이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그 모습을 본 이지윤은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그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절대 입을 열 수 없었다.임 씨는 아령이 눈물을 보이는 걸 보며, 실망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을 했다.그녀는 언젠가 이 아이의 뱃속 아이가 소씨 가문을 구원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였다.임 씨는 냉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쓸모없는 계집… 정작 올라갈 데까진 올라갔으면서, 결과는 이 모양이니 말 다 했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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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저년 입을 당장 다물게 하거라!”소우연이 날카롭게 외쳤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항상 침착하던 그녀였지만 오늘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임 씨가 그 한계를 무참히 짓밟고 있었기 때문이다.그 모습을 본 아령은 속으로 은근히 미소를 지었다.회임한 여인은 원래 불면이 잦고, 성격도 날카로워진다.지금처럼 점점 이성을 잃고 격앙될수록 더 좋았다.차라리 그 뱃속의 아이까지 함께 사라져버린다면 더 바랄 게 없을 터였다.아령이 비꼬듯 말했다.“친딸을 저주하는 건 좀 지나치네요.”임 씨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광기 어린 눈빛으로 외쳤다.“저년은 내 딸이 아니다! 차라리 너처럼 얌전한 아이가 내 딸이었으면 좋았겠구나. 저딴 독종은 자식으로 두는 것도 불쾌하다!”“애초에 태어났을 때, 포대기 속에서 목을 졸라 죽여버릴 걸!”그 미친 웃음소리에 주위는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해졌다.소한준 또한 이를 악물며 말했다.“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때 운불사에서 널 없앴어야 했어.”“그때 단호했더라면… 지금 이런 꼴은 없었을 거다.”“…잘들 한다, 정말.”소우연은 허탈한 듯 웃다가 끝내 삼켜낸 눈물을 안고 정연을 향해 말했다.“보았느냐, 정연아. 저들 마음속엔 피가 아니라 차디찬 쇳조각이 흐르는구나.”“저들과 나의 인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수였나보다.”정연은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술만 달싹였다.소우연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그저 태중의 아이를 위해 선한 인연 하나 맺어보려 했을 뿐이다.”“잠깐, 아주 잠깐 마음이 약해져서 어리석은 자비를 베풀어보려 했을 뿐인데… 되돌아오는 건 죽으란 말뿐이로구나.”“마마…”정연은 소우연의 손을 꼭 붙잡았지만, 위로할 말을 찾지 못했다.아령은 속으로 쾌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소우연의 방금 말에 어딘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잠시 생각하던 그녀가 불쑥 말을 던졌다.“마마, 혹시 한 번쯤은 생각해보셨어요?“저 피 자체가 더러운 피라서 이런 일이 생기는 거 아닐까요?”“정신 나갔구나, 너…!”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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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정연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마마께서 이렇게까지 마음을 쓰셨건만… 그 깊은 뜻은 조금도 헤아리지 못한 채, 저 여자를 은인으로 아는군요.”아령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소한준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저 낭자는 너보다 천 배는 나아. 넌 그저 더러운 운으로 그 자리에 기어올라간 거야!”무슨 말을 하든 상관없었다.어차피 황제는 그녀에게 분명히 말했다.아령과 이지윤, 그 둘은 결코 쉽게 넘기지 않겠다고.그들은 이민수나 소우희처럼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고, 살아 있든 죽든 소우연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다.굳이 따지자면, 그저 태중의 아이를 위해 덕을 쌓는 셈이었다.하지만 소우연의 시선이 서늘하게 바뀌었다.임 씨와 소한준 그리고 소현준까지. 이 세 사람은 영남으로 유배될 예정이었다.험한 땅이긴 해도, 운만 따라준다면 생명은 부지할지도 모른다.“너희들이 죽든 살든, 나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소우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곤 천천히 시선을 소현준에게 옮겼다.고개를 깊이 숙이고 있던 소현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소씨 가문의 무게는 이제 그의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그는 이미 벗어날 수 없는 늪 속에 빠진 몸이었다.소우연은 그를 잠시 바라보다, 눈을 마주쳤다.그 눈빛 속엔 분명한 뜻이 담겨 있었다.‘지금 이 순간, 한 마디라도 내게 청한다면… 너 하나쯤은 살려주겠다.’소우연은 그렇게 생각했다.그리고 소현준은 그런 뜻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 순간, 소현준의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모두가 죽을 운명 속에서, 혼자 살아남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과거 그는 직접적으로 소우연을 해친 적은 없었다.하지만 누구보다도 조용히, 그리고 확실하게 그녀를 외면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소우연이 수많은 모함과 핍박을 받을 때에도, 그는 단 한 번도 나서지 않았다.그때, 정말 단 한 번만이라도 막아섰더라면… 지금쯤 그녀에게 고개를 숙일 최소한의 자격은 있었을지도 모른다.“…살고 싶다면, 스스로 지키거라.”소우연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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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그가 모를 리 없었다.아령이 지금까지 해온 모든 일의 시작은 바로 그가 세상에 드러날 기회를 갖게 하려는 것이었다.이후 그녀는 권세 곁을 떠돌며 하나하나 힘을 얻기 위해 온갖 수모를 견뎌냈다.그 힘으로 소씨 가문의 뿌리를 서서히 무너뜨리고, 임 씨와 그녀의 남편, 자식들을 모조리 아령의 어머니 앞에 무릎 꿇게 만들기 위해서.솔직히 말해, 아령은 절반은 성공한 셈이었다.“이제 우리에게 뭐가 남았단 말이냐?”“저하, 예전에 제게 말했죠. 목숨까지 내걸어도 절 돕겠다고요.”“그 말… 거짓이었나요?”아령은 말하면서도 스스로 우스웠다.남자란, 다 똑같았다.겉으론 여자의 미색을 탐하고, 달콤한 말로 속삭이면서도,막상 그 말 한마디에 움직여 줄 남자는 정말이지… 없었다.약이 담긴 양고기 탕을 사용하지 아니고서야 사람을 움직일 수 없다니!아니, 그마저도 부족했다.남자의 강철 같은 심장은 약조차도 꿰뚫지 못했다.그 늙은 자가 그 증거였다.그자는 양고기 탕에 독이 들어간 걸 알고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 그녀의 계획을 망쳤다.사랑한다고? 평서왕비를 아꼈다고? 다 헛소리였다.그가 가장 아낀 건 결국 자기 자신이었다.이지윤은 이마에 주름을 깊게 그었다. 갈등이 가득한 얼굴이었다.오늘, 소우연이 떠나며 남긴 그 말… ‘정말 소씨 가문 사람들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면’어쩌면, 지금 이 행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그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아령을 향해 말했다.“좋아. 네 뜻대로 하자.”무독불부. 독하긴 해야, 남자다웠다.어차피 그와 아령의 운명은 이미 뿌리부터 썩어 있었다.더 잃을 것도 없었다.그는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고, 호위 하나가 곧장 아령 곁으로 붙어 그녀의 안전을 책임졌다.“이렇게까지 나와주셔서 저희는 그저 감동했을 따름입니다. 몸조심하십시오. 아이가 있는 몸으로 이런 곳은 위험합니다.”소한준은 약간의 진심을 담아 말했다.그러나 임 씨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세상 인간들이 다 죽어 없어졌으면 좋겠구나.”아령은 미소를 지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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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무슨 뜻이냐고? 아까 소우연이 나한테 이렇게 묻더구나. ‘너랑 소씨 가문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느냐’고 말이야.”“설마… 너…?”소한준의 표정이 굳었다.임 씨와 소현준도 동시에 아령을 바라보았다.그제야 그들은 그녀의 얼굴에 서린, 가릴 수 없는 원한과 독기를 보게 되었다.소한준의 등골이 싸늘해졌다.설마… 소우연이 말한 그 ‘원한’이 사실이었단 말인가?아령과 자신들이 원수였다니…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아령은 쓸쓸하게 웃으며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임진숙, 넌 정말 내가 조금도 낯설지 않았느냐?”“소우연 얼굴을 보면서 ‘어쩐지 나와 닮았다’는 생각, 단 한 번도 안 해봤어?”임 씨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고개를 저으며 머릴 굴렸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너… 도대체 누구야.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나? 내가 누구냐고?”아령은 싸늘하게 코웃음을 쳤다.그때, 이지윤은 이미 준비를 마쳤다.관리들은 뒷돈을 받고 하나둘씩 묘역을 떠났고, 이제 남은 건… 소씨 가문 사람들과 아령, 그리고 평춘왕 이지윤이 데려온 호위무사들뿐이었다.“너희… 지금 뭐 하려는 거야?”임 씨는 삽과 곡괭이를 든 호위들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뭘 하냐고? 네 남편과 아들 무덤을 파야지.”아령은 독기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가족끼리 그토록 끈끈했다며. 그럼 지금이라도 한데 모여야 하지 않겠어?”“그, 그만 좀 해… 그만하라고!”소한준은 아령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고 소름이 끼쳤다.그건 사람이 지을 수 없는 차디찬 악의였다.호위들이 묘를 향해 삽을 꽂자, 임 씨가 날뛰며 외쳤다.“안 돼! 우리 아들 무덤은 손대지 마! 제발…!”“아버지!”“아버지, 형님…!”쇠사슬에 묶인 소씨 가문 사람들은 엎드려 기어가듯 무덤 쪽으로 향했다.갓 묻은 무덤은 곧 거칠게 파헤쳐졌고, 땅속에서 부패한 냄새가 진동했다.나무 관을 찌르는 삽 소리가 귀를 때렸다.“저하… 멈춰주세요! 제발 멈춰주세요!”소현준은 눈이 붉어져 소리쳤다.“황제 폐하께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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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왜냐고? 그건 저 여자한테 물어봐. 저 여자가 평생 얼마나 끔찍한 짓을 해왔는지 말이야.”아령은 조용하면서도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소한준과 소현준이 동시에 임 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손가락이 잘려 나간 임 씨는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헐떡이며 말을 뱉었다.“아… 아니야. 난 몰라. 정말이야…”그녀는 아령의 얼굴을 마주 보지 못하고 시선을 이리저리 흩뿌렸다.그러다 문득, 어디선가 본 듯한 이질적인 감각이 스치고 지나갔다.그 얼굴이었다.아주 오래전 자신이 백화루 문 앞에 버렸던 여동생의 얼굴과 닮아 있었다.그 아이가 커서… 저 아이를 낳은걸까?소문에 의하면 아령은 청루 출신이라고 했다.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왜 그때 어머니는 경성 구석구석을 뒤지고도 끝내 동생을 찾지 못했던 걸까?설령 청루에 팔려갔다 하더라도, 기녀가 아이를 낳는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아냐, 아니야! 그건 거짓말이야! 말도 안 되는 소리 마!”“거짓말?”아령은 입꼬리를 비틀며 임 씨를 바라봤다.“그럼 이걸 봐.”그녀는 천천히 작은 상자를 열었다.그 안에는 바싹 마른 손가락 한 마디가 고요히 놓여 있었다.“이건 소우희의 유해 일부야. 너희가 지금 잘린 것처럼… 손가락 한 마디지.”“그날 천형사에서, 내가 직접 소우희의 숨통을 끊었어. 그리고 곧장 난장골로 가서, 내 손으로 소우희의 손가락을 잘라냈지.”“왜 그랬냐고? 너희들에게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을 알려주고 싶었어. 절망이란 감정이 뭔지 똑똑히 알게 하려고.”“그래서 이민수를 꼬드겨 너희가 평서왕부 쪽에 붙도록 만든 거야.”“하하, 정말 우습지 않니?”“황후가 될 소우연은 눈도 안 마주치면서, 나랑 이민수한테는 그렇게 아첨을 하더라.”“원래 내 계획은 이랬어. 권력을 손에 넣고, 너희 소씨 가문을 높이 올려주려 했지. 그러고는 공을 세웠다며 너희를 죽음의 구덩이로 몰아넣을 작정이었어. 사지를 찢고, 피를 토하게 만들고, 끝까지 지켜보며 비웃어 줄 생각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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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어머니는 그 자리에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한 시진이나 기다렸다.그 뒤로 백화루 사람들이 어머니를 발견해 데려갔고, 심지어 치욕적인 짓까지 저질렀다.백화루의 노파는 어머니의 차림새가 예사롭지 않음을 눈치챘고, 이곳은 천자의 발밑인 수도였기에 괜한 분란으로 백화루의 주인에게 해가 될까 두려워했다.결국 그들은 한밤중에 몰래 어머니를 성 밖으로 내보내, 멀고도 생소한 땅 양주의 환락가로 떠밀어버렸다.아령의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말에, 소한준과 소현준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소우연을 그렇게까지 미워한 이유… 혹시 소우연의 얼굴이 우리 어머니를 닮아서였기 때문 아니야?”“그때 네가 짓밟았던, 그 여동생 말이야.”“너 같은 사람에겐 양심이란 게 있을 리 없지. 그러니 두려움도 몰랐겠지?”임씨는 머리를 감싸 안은 채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아니야, 아니라고! 그런 게 아니었어!”“난 그냥… 그냥 장난이었어! 혼 좀 내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백화루가 어떤 곳인지, 나보다 여섯 살이나 많은 네가 모를 리가 없잖아. 정말로 몰랐다고?”“모든 걸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냥…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거지.”“넌 악의로 가득 찬 사람이야. 우리 어머니가 총애를 받는 게 질투났던 거잖아. 그래서 그런 끔찍한 짓을 한 거잖아!”임씨는 목이 메인 채 눈을 크게 떴지만, 이내 눈가에 맺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그녀는 아령을 바라보았다.아령의 얼굴은… 동생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그리운 여동생을… 처음 아령을 봤을 때부터 느꼈던 묘한 낯익음, 그녀는 이제야 깨달았다.그 애는 바로, 자신의 여동생이 낳은 아이였다.“그 애는 분명 죽었다고 들었는데… 왜, 넌 같이 죽지 않은거지?”“왜 나타나서 우희를 망치고, 내 가정을 무너뜨리는 거야!”임씨는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아령은 조소를 터뜨리듯 웃어댔다.눈물은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그래서였구나. 소우연이 왜 너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제야 알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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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아, 아니야… 아니, 안 돼…”소한준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와 함께 아령을 저주하고 욕하던 그였다.하지만 그녀가 집을 나선 건, 분명 그들 때문이었다.그녀를 몰아낸 건, 다름 아닌 그들 자신이었다.그때 시야 한쪽으로 스친 광경에 소씨 일가는 숨을 삼켰다.이지윤이 그들의 손가락 마디를 하나하나 칼로 저며내고 있었다.새하얗게 드러나는 뼈마디는 끔찍할 만큼 섬뜩했다.곁에 서 있던 시위가 맑은 물을 가져와 수차례 씻어내자, 핏자국은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윽…”임씨는 속이 울렁여 참지 못하고 그대로 토해냈다.이지윤은 찡그린 얼굴로 정교하게 조각된 나무 상자를 꺼냈다.그 속에 뼛조각을 조심스레 담아, 아령 앞에 내밀었다.“이제야 다 모였구나. 온 일가의 손가락이 다 모였어.”“…유감스럽게도 소우연의 손가락은 없지만.”“아령아!”이지윤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만하거라. 그렇게까지 너 자신에게 가혹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그래서 어쩌라는 거죠?”아령은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었다. “예뻐서 마음에 들었습니까? 그래서 제가 소우연을 헐뜯는 것도 용납 못 하겠단 말이죠?”“어찌 그런 말을…”아령은 쓴웃음을 지으며 아랫배를 감싸쥐었다.배 속에서 아이가 요동치고 있었다.본래라면, 그녀도 아이도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하지만 소우연.임씨의 딸 소우연이 모든 걸 망쳐놓았다.그녀가 이육진과 손을 잡은 순간, 자신의 황후의 꿈도 태후의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아령은 손을 뻗어 나무 상자를 받아들었다.“그렇다면… 다 죽여버려요.”“이 자리에서?”“그렇지 않으면요? 저들이 하나같이 깔끔하게 저승길에 오르도록 해야, 어머니께도 면목이 서죠.”아령은 이지윤을 똑바로 바라보며 낮게 속삭였다.“이육진이 우리를 가만둘 것 같아요? 그런 허황된 꿈은 이제 그만두세요.”“아니야. 분명 약속했어.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야!”“세상에 진심으로 약속을 지키는 이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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