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아마도 소씨 가문의 묘지에서는 두 사람의 장례를 치르고 있을 것이다.벌써 보름 가까이 지난 데다, 비록 겨울이라 하나 시신은 서서히 부패하고 있을 터였다.진우가 물었다.“마마, 성문 쪽으로 갈까요, 아니면 소씨 가문 묘지로 향할까요?”소우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밖에서는 나를 ‘부인’이라 부르렴.”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내 덧붙였다.“소씨 가문 묘지로 가자.”임씨는 늘 말하지 않았던가. 자신은 소우희보다 못하다고. 심지어 자신이 잘사는 모습이 보기 싫다고 하였다.그러기에 그녀는 웃으며 당당히 마지막 걸음을 걸어가는 모습을 임씨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다.묘지를 향해 가던 길, 뜻밖에도 그들은 만삭의 아령과 이지윤을 마주쳤다.“신, 마마를 뵙습니다.”이지윤은 고개를 숙이며 공손히 인사했다.옆에 선 아령은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소우연을 향한 분노가 가득한 얼굴이었다.그녀의 계획은 거의 성공할 뻔했다.만약 그날의 계획이 이루어졌더라면, 오늘처럼 소우연이 의기양양하게 이곳에 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이지윤이 조심스레 아령의 손을 당기자, 아령은 마지못해 고개를 숙이며 형식적인 인사를 건넸다.“마마께 문안드립니다.”소우연은 짧게 미소만 지은 채 더는 그들을 돌아보지 않고, 수레에서 내려 묘지 쪽으로 걸어갔다.멀리서 애절한 곡소리가 들려왔다.진우와 변장한 호위 무사들이 바짝 뒤따르며 혹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까 긴장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그때, 이아령이 갑자기 이지윤의 팔을 움켜쥐며 말했다.“저하, 저하는 제 소원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시죠?”이지윤은 소우연의 뒷모습을 한 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다른 사람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황후만은 안 돼.”“황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도, 그리고 아이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정말 너무하시네요!”“아령아, 어리석은 짓은 이제 그만두거라.”이아령의 입꼬리에 냉소가 번졌다.“저하도 이민수도… 결국 다 똑같아요. 저한테 진심인 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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