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령은 안색이 조금 하얘졌다.“공주님,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겁니까?”“네가 정말 우리 오빠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면 이렇게 먼 길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았겠지. 사막을 떠난 뒤로부터 넌 단 한번도 그곳을 그리워한 적이 없고 한 번도 우리 오빠를 그리워한 적 없는 거지?”후희진의 말에 아령은 말문이 막힌 채 멍하니 서있었다. 그러다가 바닥에 무릎을 꿇으려고 하던 순간, 후희진이 그녀를 덥석 잡아 제지했다.“무릎 꿇을 것 없어. 네가 이렇게 나와 함께 혼인을 맺으러 와줘서 나 또한 너무 든든하거든.”한편, 곁에 서있던 이복도 몰래 손에 땀을 쥐었다. 공주가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거지?이때, 후희진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아령의 어깨를 다독였다.“너에게 어떤 목적이 있든 난 네가 상운국을 진심으로 증오하고 있다고 믿어. 넌 사막의 아군이 확실해.”아령이 후희진의 오빠에 관한 일이든, 또한 아령이 후희진의 어머니와 황제의 어린 동생을 구해준 일을 봐서라도 후희진은 절대 아령을 난처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이에 아령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공주님의 말씀이 옳으십니다. 하지만 소인은 태자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그 감정이 그리 깊지 않을 뿐입니다. 그리고 상운국에 대해서는 증오만 남아있습니다.”소우연이 죽어야 아령은 더 이상 무서운 꿈을 꾸지 않을 것이다. 아령의 어머니는 매일 꿈에 나타나 그녀의 목을 조르면서 왜 자신의 복수를 해주지 않았냐고 원망했다.상운국이 완전히 멸망해야만 아령은 이지윤의 복수도 확실하게 해줄 수 있다.매일 괴로운 악몽 속에서 살고 있는 아령은 하루빨리 이런 나날들을 끝내고 싶었다.그렇게 연속 삼일동안 아령과 이복 두 사람은 궁에서 준 옥패를 들고 궁을 나선 뒤, 궁문이 닫히기 전에 유운전으로 돌아왔다.유운전은 매순간 감시되고 있었다.진규는 사막 공주의 시녀와 노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따라다니기도 했다.하지만 궁을 나선 그들은 시내로 가서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물건이나 식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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