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801 - Chapitre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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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1화

검은색 용포를 입은 이육진은 용강한과 마주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다. 두 사람의 표정은 엄숙하면서도 편안했다.검은색 바둑이 승리를 거둔 뒤, 용강한이 말했다.“바둑을 세 판을 뒀는데 전하께서 전부 이기셨습니다.”“짐이 둔 검은색 바둑이 먼저 한 발 두었으니 이 또한 당연한 것이오.”이육진의 말에 용강한이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너무 겸손하신 것 아닙니까?”“겸손이 아니라 사실이오. 짐이 이 야심한 밤에 왜 찾아왔는지 용 대감도 잘 알고 있을 것이오.”말을 하던 이육진은 이번에 흰색 바둑을 골랐고 용강한에게 먼저 한 발 두라고 했다.이육진의 뜻을 눈치챈 용강한은 검은색 바둑으로 먼저 한 발 두면서 대답했다.“저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하지만 짐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소. 경씨 가문의 둘째 딸에게 어떻게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것이오?”이육진의 시선은 용강한이 계속 숨기고 있는 왼손과 그의 허리춤에 찬 태국구에 꽂혀 있었다.이 태극구는 소우연이 용강한에게 선물한 것이다.이를 한 순간도 빠짐없이 몸에 지니고 다니는 용강한을 보며 이육진은 질투가 났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소우연은 경안향을 의심하면서도 직접적으로 용강한을 찾아오지 않은 건 그만큼 그녀도 용강한과의 접촉을 조심하고 있다는 뜻이다.소우연의 이런 배려를 이육진이 어찌 모르겠는가!그녀의 마음은 언제나 이육진을 향해 있다.그리고 이육진과 소우연 부부는 용강한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앞으로 용강한이 원하는 게 있다면 이육진은 어떻게든 그의 요구를 만족하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한편, 용강한도 당연히 이육진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그는 그저 담담한 미소를 지을 뿐,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계속 바둑을 두었다.“경씨 가문 둘째 따님의 명줄에 올해 큰 악재가 있습니다. 제가 본대로라면 이미 악재가 들어와야 맞는 건데 그분은 여태껏 별다른 사고 없이 멀쩡하게 살아 계십니다.”“용 대감은 점괘로 먹고 사는 자가 아닌데 왜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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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2화

”그리고 연이 앞에서 불쌍한 척하지도 말게. 연이가 평생 행복하게 살길 바라면 말이오.”“전 그런 적이…”“그런 적이 없다고?”용강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육진이 그의 말을 딱 잘랐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용강한을 아래위로 쓱 가리키며 말했다.“지금 대감 이 허약한 모습을 보게. 안색은 창백하다 못해 핏기 하나 없지 않은가? 연이뿐만 아니라 짐이 보아도 미안한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네.”이에 용강한이 씁쓸하게 웃으며 대꾸했다.“이 몸은 현재 제 최선의 상태입니다, 전하.”이육진이 한숨을 살짝 내쉬며 말했다.“짐이 어의를 불러 대감을 위해 확실하게 치료해줄 테니 얼른 나아야 할 것이오.”“전하…”용강한이 왼손을 들어올리더니 손바닥을 펼쳐 이육진에게 보여주었다.그의 다섯 손가락에는 베인 상처가 엉망진창으로 나 있었으며 새로 벤 상처가 예전의 상처 위에 뒤덮여 있기도 했다.이 모습에 이육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는 이내 벌떡 일어나 용강한을 쳐다보며 말을 더듬었다.“대감… 이건…”그때 당시 염만 주술사가 말했던 것처럼 매일 용강한의 신선한 피로 고충들을 사육해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 아침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 말이다.고충들에게 많은 피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매번 신선한 피를 먹이기 위해 손가락에 새로운 상처를 내야 했다.상처가 그리 깊지는 않지만 이로 인해 받는 정신적 괴로움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용강한은 이육진의 침묵이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동안 이육진과 왕래를 해온 세월이 있는데 이육진이 어떤 사람인지 용강한이 어찌 모르겠는가?당한 만큼 언젠가 꼭 복수하는 사람? 물론 이 또한 맞지만 무엇보다 이육진은 의리와 정을 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상운국의 전쟁의 신이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한편, 이육진은 뒷짐을 진 손에 주먹을 꽉 쥐었다.그는 소우연에 대한 용강한의 진심을 단 한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예전에는 그 감정을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이제 보니 용강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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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3화

용강한은 이육진과 함께 방문 밖으로 나갔다.검은색 용포를 입은 이육진이 벽을 타고 날렵하게 날아올라 밤하늘에 순식간에 사라진 모습에 용강한은 씁쓸하게 웃었다.그리고는 이내 방으로 돌아와 두다 만 바둑판을 보며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용강한의 바둑 실력은 매우 뛰어났다. 그는 다른 사람과 몇 마디만 나누어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바로 꿰뚫을 수 있었다.심지어 이육진이 다음 바둑을 어디에 둘지도 정확하게 알고 예상했는데 그가 어찌 이육진에게 바둑으로 패배를 하겠는가!용강한이 연달아 이육진에게 바둑 네 판이나 져준 이유는 자신은 평생 이육진에게 져주면서 살 각오가 됐다는 것을 이육진에게 얘기해주고 싶었던 것이다.의자에 앉은 용강한은 허리춤에 달고 있던 태극구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는 태극구 뚜껑을 열어 비수로 자신의 손가락을 살짝 벤 뒤, 새빨간 피가 흐르고 있는 손가락을 태극구 안에 넣었다.피비린내를 맡은 두 마리의 통통한 고충들은 잠에서 깨어 빠르게 기어와 손가락에서 흐르는 피를 쭉쭉 빨기 시작했다.용강한은 조용하게 앉아 자신의 피를 빨고 있는 고충들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손가락에서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자 고충들은 만족스러운 듯 자리로 기어가더니 편하게 누웠다.뚜껑을 닫은 용강한은 태극구를 한참동안 멍하니 쳐다보다가 이내 세안을 마치고 침상에 누웠다.어두운 방 안에서, 매일 밤 잠이 들기 전, 용강한의 머릿속에는 몇 년 전 흠천감에서의 꿈이 자꾸 떠올랐다. 그건 유일하게 그가 주관적 의식을 가지고 소우연에게 가까이 다가갔던 꿈이다.다음날 아침.지저귀는 새소리에 잠에서 깬 소우연은 눈을 뜨자마자 수려한 이육진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이내 환하게 웃던 그녀는 갑자기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조정에 가지 않으신 겁니까?”“난 한 나라의 황제이다. 감히 누가 나한테 아침 일찍 조정에 반드시 나가야 한다고 명령할 수 있겠느냐? 이 천하도 손에 쥐었는데 하루 정도 푹 쉴 수 있는 권한도 없단 말이야?”이육진의 대답에 소우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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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4화

한편, 소우연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이육진은 그녀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간석이 곧 상주서를 가져올 것이다. 내가 어찌 조정을 정말 손에서 놓을 수 있겠느냐?”그러다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말을 보탰다.“그저 한번, 딱 한번 내 마음대로 해보고 싶었다.”이육진의 말에 소우연은 그저 가볍게 미소를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육진은 애초부터 이 황위에 오를 생각이 없었지만 바뀐 운명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황제가 된 것이다.“어젯밤에 어디 다녀오셨습니까?”소우연은 이육진 입가에 묻은 밥풀을 떼어주며 말을 보탰다.“몰래 훔쳐먹은 사람처럼 왜 입가에 밥풀까지 붙이고 있는 겁니까?”소우연은 밥풀을 보며 한 말이지만 이육진은 이를 오해하여 바로 반박했다.“훔쳐먹다니! 연이 네가 날 어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냐? 내가 어젯밤에 정말 훔처먹었다면 오늘 아침 댓바람부터 너를 그리 괴롭히지 않았겠지!”이에 소우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어젯밤 분명 같이 잠들었는데 중도에 깼을 때 전하가 곁에 없었습니다.”“처리해야 할 일들이 좀 있었다.”대답을 한 이육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어갔다.“임세안의 부인, 그러니까 경안향 그자 말이다. 최대한의 경각심을 가지고 그자를 상대하거라.”최대한의 경각심?“어젯밤, 난 네 오라버니를 만나러 갔었다.”이육진의 말에 소우연이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오라버니를 만나러 가셨다고요?”이육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용 대감은 경안향이 올해 큰 악재가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멀쩡하고 살아있지 않느냐…”“임세안 장군은 그때 당시 낚시를 하다가 경안향 그자를 구해줬다고 했습니다. 그게 바로 그자의 악재가 아니었을까요? 오라버니는 임세안 장군의 인연이 그가 바라던 인연이 아니라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그래, 그러니까 최대한 악의를 가지고 경안향 그자를 분석하고 지켜보아야 한다. 우리 안전부터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 나중에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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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5화

’이걸 물으시려고 날 부른 거구나.’임세안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전하, 황후 마마, 안향이는 전에 저한테 여의서에 갈 생각이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갈 생각이 있다…”중얼거리던 이육진이 고개를 돌려 소우연을 쳐다보았다.두 사람은 이 우연이 너무 기막힌 우연이라 단순한 우연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최소한 두 사람은 용강한의 말을 믿고 있다.이육진과 소우연은 서로를 굳게 믿듯이 용강한에 대한 믿음도 똑같이 굳건했다.한편, 임세안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전하, 마마, 혹 안향이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겁니까?”임세안은 왠지 이육진과 소우연이 경안향에게 큰 호감이 없어 보이는 것 같았다.“그자가 뭘 잘못한 게 아니라, 의심스러운 것이다…”이육진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는 임세안의 충심을 믿었고 임세안이 정직한 사람이라고 확신했다.물론, 만약 그가 여자에게 홀려 시비도 가리지 않는다면, 그리고 심지어 오늘 이육진이 한 말을 그대로 경안향에게 얘기한다면 이 또한 임세안의 정해진 운명 아니겠는가!“의심스럽다고요?”임세안은 미간을 확 찌푸렸고 이육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용 대감께서 경씨 가문 둘째 따님에게 올해 큰 악재가 있다고 하였다. 물론 네가 경안향 그자를 구하여 결국 오늘의 인연까지 이어왔지만 혹시 두 사람의 인연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누군가의 계획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느냐?”“하지만 왜 그런 계획을 만들었을까요?”임세안의 물음에 이육진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이때, 소우연이 입을 열었다.“진실이 확실하게 밝혀지기 전까지 본질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장군님께 오늘날의 영광을 소중히 여기시라고 전해드리는 겁니다. 절대 섣불리 무언가에 빠져서 다치거나 상처투성이가 되면 안 됩니다.”임세안은 소우연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머릿속에 오래 전, 태자빈이었던 소우연을 처음 봤던 그때가 떠올랐다. 임세안에게 소중한 기회를 주고 그의 가문이 일반 평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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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6화

’오라버니도 참, 왜 아직도 나와 전하를 걱정하고 있는 거야… 나와 전하는 오라버니가 평안하고 건강하기만을 바라고 있는데… 하긴, 임 장군이 더욱 깊이 빠져들기 전에 얘기를 해주는 것도 맞지. 경안향이 오랫동안 숨어있던 아령 본인이 아니라고 해도 아령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존재일 수도 있으니까.’한편.태자부를 떠난 임세안은 대문 밖에서 진우와 진규 두 사람을 보게 되었다.그는 이내 씁쓸하게 웃으며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날 기다리고 있었소?”“그렇소. 얘기하기 어려운 일이라면 우리도 묻지 않겠소. 그저 걱정돼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오.”진규의 말에 임세안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특별한 건 아니고. 다만 내 인연이 좋은 인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소.”용강한이 점괘를 본 그날부터 임세안은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나중에 황후도 그에게 이 혼약을 취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사실 이 또한 잘못된 선택은 아니다. 임세안은 이 기회에 경안향에게 어떤 달라진 점이 있는지 확실하게 확인해보고 싶었다.전에 임세안은 경안향을 단 한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기에 그녀와 평범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경안향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조금이라도 나아진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목소리가 부드럽긴 하지만 계속 조금씩 갈라져 있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진지하게 하고 있는 것이오?”진규의 물음에 임세안이 손을 내두르며 대답했다.“지금은 얘기할 수 없는 일들이 있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얘기해주겠소. 난 일단 얼른 돌아가봐야 하네.”“임 장군은 혼인을 하자마자 부인 생각에…”상대방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임세안은 빠른 걸음으로 자시의 호위무사를 찾아갔다. 그리고는 말에 홱 올라타더니 그대로 떠나갔다.이에 진규가 진우를 쳐다보며 말했다.“사태가 조금 심각한 것 같네.”진우도 눈치챈 듯 어깨를 들썩였다.“그럼 나도 이만 가봐야겠다.”진규의 말에 진우가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그는 현재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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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7화

경안향은 매우 자연스럽게 대답했고 임세안은 그런 그녀의 표정에서 어색함이나 난처함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그것도 나쁘지 않네.”임세안이 담담하게 대꾸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마쳤고 이내 하인들이 음식을 치우러 들어왔다.임세안은 저택의 태감을 보며 말했다.“괜찮은 시녀를 골라서 혜아와 함께 부인의 시중을 들 수 있도록 하여라.”“네, 장군님.”이에 경안향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어차피 혜아는 이미 멀리 보냈고 그녀가 경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아무도 그녀의 신분을 의심하지 못할 것이다.이런 확신과 자신감에 경안향은 그리 자연스럽고 태연하게 웃을 수 있었다.식사를 마치고 나서 임세안은 경안향과 담소를 몇 마디 나누다가 한순간 적절한 화제가 떠오르지 않았다.바로 이때, 경안향이 갑자기 임세안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임세안은 그런 경안향의 허리를 확 끌어안았다.‘뭐지? 이 허리는 어젯밤 안은 허리보다 훨씬 얇은데?’그리고 조금 전 경안향이 임세안을 향해 다가왔을 때 그녀의 몸에서 난 향기는 어젯밤 침상에서의 향기와 조금 달랐다.경안향을 품에 안은 임세안은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추려고 했다. 이에 살짝 놀란 경안향은 머릿속에 황홀한 장면들이 상상됐다.그녀는 이복과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다. 기분이 황홀해지는 그런 행위를 꽤 오랫동안 하지 못한 데다가 어젯밤 임세안의 남자다운 움직임을 직접 보고 들은 탓에 경안향은 욕망이 빠르게 차올랐다.이내 눈을 지그시 감은 경안향은 임세안의 목을 감싸 안고는 몸을 임세안에게 맡기겠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이에 가까이 다가가 눈을 감은 순간, 임세안은 품에 안긴 경안향과 어젯밤 그와 합방했던 경안향의 체형이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점점 더 크게 들었다.임세안은 이내 경안향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었다.‘확실히 달라.’“부군?”한참 기다려도 임세안이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자 눈을 비스듬히 뜬 경안향이 임세안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제가 싫은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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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8화

”장군님.”이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임세안의 호위무사 이고였다. 그는 임세안이 조금 전에 했던 분부대로 말을 전했다.“장군님, 군중에 급한 일이 생기셔서 지금 당장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동작을 멈춘 임세안이 목청을 높였다.“알겠다.”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경안향을 쳐다보며 말했다.“미안하오. 잠깐 가봐야겠소.”경안향은 임세안의 몸이 너무 간절하게 고팠지만 어쩔 수 없이 순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얼른 다녀오십시오. 저택에서 장군님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알겠소.”벌떡 일어난 임세안은 수건을 들고 떠났다. 한편, 경안향은 임세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한껏 예민해진 자신의 몸을 어루만졌다. 결국 혼자 차오르는 욕망을 해결하기로 했다.그렇게 한참 지난 뒤, 누군가가 창문을 통해 방으로 뛰어들어왔다.화들짝 놀란 경안향은 상대방을 확실하게 보자마자 낮은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미친 것이냐?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그러다가 임세안이 돌아오기라도 하면…”“마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임세안 장군이 군영으로 가는 걸 소인의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오는 길입니다. 그리고 유순복도 밖에서 지키고 있습니다. 만약 장군님이 돌아오면 미리 귀띔을 해달라고…”팍!경안향이 조철의 뺨을 힘껏 내리쳤다.“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것이냐! 유순복 그자가 경씨 가문에서부터 따라온 노비라는 걸 몰라서 그래? 그자를 어떻게 믿어!”“유순복 그자의 노비 문서가 마님 손에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믿으셔도 됩니다.”화가 잔뜩 난 경안향이 다시 한번 호통을 치려던 그때, 조철이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몸을 만졌다.“마님, 소인이 도와드리겠습니다.”경안향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조철의 손이 그녀의 몸에 닿은 순간, 그녀는 스르르 녹아 내리고 말았다.“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돌아오기라도 하면…”“소인도 잘 알고 있습니다.”조철은 경안향을 번쩍 안아 들더니 그녀를 욕조 옆에 엎드리게 한 채 황급히 옷을 벗어 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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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9화

이번 친정 방문으로 아무런 수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유일하게 의심될만한 건, 경성세의 부인이 경안향에게 목이 왜 아직도 안 나았냐고 물어본 말이었다.경안향은 여전히 차분하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한 뒤, 나중에 여의서에 가면 그곳에 있는 어의와 의녀들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다.“목에 문제가 생긴 지도 꽤 오래됐는데 계속 이대로 낫지 않으면 나와 네 아버지가 많이 걱정할 것이야.”경성세의 부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고 이에 경안향은 고개를 끄덕였다.경안향은 첩의 딸이긴 하지만 친모가 일찍 사망한 관계로 저택에서 큰 예쁨을 받진 못했지만 괴롭힘을 당하거나 차별 대우를 받지는 않았다.경성세의 부인도 사람이 좋아 보였다.식사를 마친 뒤, 임세안은 경성세를 따라 서재로 향했다.“세안 장군, 내 딸은 어렸을 때부터 겁이 많고 우유부단했네.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생각해주고 많이 사랑해주게나.”“아닙니다, 아버님. 안향은 성격도 좋고 부족한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이에 경성세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임세안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권했다.하인을 재빨리 서재로 들어와 두 사람에게 차를 올린 뒤, 바로 서재를 나섰다.솔직히 경성세는 경안향이 임세안의 부인이 될 거라고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지금부터 딸과의 관계, 그리고 딸의 혼인을 더욱 중시하기로 했다.그렇게 임세안과 경성세는 서재에서 담소를 나누었다.한편, 경성세의 부인은 경안향을 구석으로 불러가 제대로 된 교육을 하기 바빴다.서재에 있던 임세안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안향은 어렸을 때부터 친모를 여의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그동안 지금의 어머니가 정성을 다해 안향을 키워줬다고 했습니다.”“그래.”경성세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생각해도 그의 부인은 첩의 자식들에게 꽤 잘해주었다.“그럼 어머님이 안향이를 제일 잘 아시는 분이시겠네요?”임세안의 말에 경성세가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그건… 그렇지.”경성세가 확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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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0화

경성세의 부인은 첩이 낳은 딸에게 그리 큰 관심이 없었기에 경안향의 행동과 표정이 예전과 조금 달랐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어차피 경안향은 이미 시집을 간 여인이고 또한 상운국에 큰 공을 세운 대장군과 혼인을 했으니 경씨 가문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때문에 경성세의 부인은 별다른 말없이 그저 경안향에게 이런저런 물건을 챙겨주었다.어느덧 날이 어두워졌고 임세안과 경안향은 경씨 가문 저택을 나섰다.배웅하러 나온 경성세 부부와 작별 인사를 한 뒤, 임세안과 경안향은 바로 마차에 올랐다.“부군, 아버지께서 부군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마차에 탄 경안향이 묻자 임세안이 대답했다.“별말씀 안 하셨소.”경안향은 자연스럽게 임세안의 팔짱을 꼈지만 임세안은 화제를 돌리는 척하면서 은글슬쩍 팔을 쓱 뺐다. 그리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마차에 달린 천을 살짝 거뒀다.“부인은? 어머님께서 뭐라고 하시던가?”한편, 임세안의 미세한 행동에 경안향은 살짝 의심이 생겼다. 하지만 남자들이 원래 여자의 사소한 행동에 눈치를 잘 채지 못한다고 생각했기에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부인은 제 친모가 아니지만 그래도 저에게 많은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저에게 장군님 곁에서 장군님을 잘 보필하라고 하셨습니다.”“친모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좋은 안주인인 것 같은데 부인을 괴롭히거나 차별 대우하지는 않은 것 같소.”“그런 적 없습니다.”“그래.”어느덧 저택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임세안은 마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군영에 처리할 일이 좀 남아서 귀가가 늦을 것 같소.”임세안의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린 경안향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요 며칠동안 경안향은 임세안과 합방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하필 요즘 따라 임세안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귀가했고 이튿날 아침 깨어났을 땐 이미 외출을 해버렸다.그렇게 계속 저택에 다녀간 흔적만 살짝 남겼다.한편, 점점 멀어지는 마차를 보던 조철은 유순복에게 눈짓을 했다. 이에 유순복은 바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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