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정은 새 발의 피만큼도 없는 그런 사람들은 차리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살아있으면 이복은 계속 신경만 쓰일 것이다.두 사람이 낮은 목소리로 의논하고 있을 때, 본채에서 한 시녀가 걸어 나왔다.이 시녀가 바로 임세안이 태감에게 얘기하여 경안향을 위해 데리고 온 시녀 한청이었다.한청은 빠르게 다가와 공손하고 깍듯하게 인사를 올렸다.“소인, 마님께 인사를 올립니다.”“가서 따듯한 목욕물을 준비해 오거라. 난 좀 씻어야겠다.”“네, 마님.”고개를 든 한청은 바로 목욕물을 준비하러 떠났고 조철도 그녀와 함께 떠났다.이와 동시에, 낭청리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바로 소식을 들은 진규와 진우가 낭청리에 가보려던 그때, 간석이 두 사람을 제지했다.“간 내관? 아니 왜?”“전하께서는 낭청리에서 일어나는 일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소.”간석은 추호도 당황한 기색 없이 덤덤하게 말했다.“하지만 그곳엔 아령의 아들이…”“걱정하지 마시오. 전하께서도 다 알고 있소.”“다 알고 있다고? 그럼 혹시 저와 진규 장군이 모르는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진우의 물음에 간석은 눈썹을 들썩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표정만으로도 대답을 들은 것 같았다.“김조윤 대감이 처리하고 올 것이오. 아무튼, 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오.”단순한 사고가 아니라…간석의 말에 진규와 진우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간석도 옆자리에 앉혔다.“혹시 자세하게 얘기해줄 수는 없습니까?”이에 간석이 난감한 표정으로 대꾸했다.“말도 마시게. 전하께서 하시는 일을 내 어찌 알겠는가? 다들 혼인까지 했는데 내관인 난…”“간 내관, 상심하지 마십시오. 그러지 말고 내관도 전하와 마마께 대식이라도 하사해 달라고 부탁을 해보세요.”대식이라…간석은 옆에 누군가가 함께 해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지만 이내 씁쓸하게 웃었다. 그도 누군가와 가족을 꾸려 행복하고 단란하게 살고 싶지만 내관인 그를 좋아해줄 여인은 없다.물론 현재 간석의 지위로 보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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