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태의를 마주하자, 소우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앞으로 여의서에서 날 마주치면, 그냥 가볍게 고개만 숙이면 된다. 복잡한 예법은 생략하거라.”이 태의는 말없이 잠시 생각했다.예를 올리는 사람들은 정작 부담을 느끼지 않는데, 황후 마마께서 번거로워하실 줄이야…“이곳에 온 사람들은 무언가를 배우러 온 이들이다. 내가 지나갈 때마다 그들의 귀중한 시간을 예법에 쓰라고 하는 건, 오히려 낭비이지 않겠느냐.”“하지만, 마마… 이는 예법에 어긋나는 건 아닐지요?”소우연은 조용히 웃으며 되물었다.“예법이라… 누가 정한 예법이지?”이 태의가 망설이며 대답했다.“예, 역대 왕조를 보면 군주 앞에선 모두 예를 올리는 것이 관례였습니다.”“폐하께선 군주시고, 나 역시 이 여의서 안에서는 그에 준하는 존재이다. 그런데 내가 직접 ‘예를 생략하라’고 명한다면, 그게 곧 새로운 규칙이 되는 게 아니겠느냐?”이 태의는 머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황후 마마의 말씀이 지극히 옳습니다. 신, 명심하여 모두에게 정확히 전달하겠습니다.”소우연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네 명의 여의가 보이지 않자 물었다.“춘화, 추실, 하온, 동심은 어디에 있느냐?”이 태의가 공손히 답했다.“마마, 네 분은 이미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기본 약재 식별부터 가르치고 있습니다.”소우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다. 약재 식별, 경혈, 조제법, 침술까지… 모두 동시에 익혀야 한다. 빠를수록 좋아.”“걱정 마십시오, 마마. 태의원은 폐하와 황후 마마의 뜻을 받들어 여의서 운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그래.”소우연은 문득 품 안의 의서를 만지작거렸다.지금 펼쳐 나누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 책은 용강한 스승의 소중한 의서였다.‘내가 함부로 베껴 나눌 순 없어. 그분의 허락이 필요해… 하지만 괜히 찾아가 곤란하게 해드리는 건 아닐까?’혼잣말처럼 이어지는 고민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잠시 후, 이 태의가 말했다.“오늘은 주 부인과 임 부인도 여의서에 다녀가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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