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향은 입술을 달싹이며 눈썹을 찌푸렸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상대가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니니까. 억지로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임세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소?” “저는 괜찮습니다만…” ‘괜찮다고?’ 그의 발길질이 전력을 다한 건 아니었지만, 그 정도면 하룻밤쯤 앓아눕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를 원망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그 어떤 실수로도, 그 어떤 감정에 휘둘려서도 안 되는 때였다. 그녀가 진짜 누구인지, 어떤 연기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배후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임세안은 지켜봐야 했다. 지금 그가 넘어가면, 경안향이 무슨 수로 경성을 흔들어 놓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경안향은 배를 감싸쥐고, 입술을 꼭 깨물었다. 눈에는 눈물이 맺혔고, 몸은 힘없이 임세안에게 기대어 문밖으로 나섰다. ‘이렇게 말없이 나간다고?’ 그녀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나를 침상에 눕혀줄 생각도 없는 건가?’ 임세안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미안하오, 부인. 나는 지금껏 자는 순간에도 긴장을 놓지 않아왔소.” “조금이라도 바람이 불고 풀이 흔들리면, 적이 침입한 줄 알고 바로 대응하지.” “오늘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 아마 부인을 더 다치게 했을 지도 모르겠소.” 그는 말을 잠시 멈췄다가, 낮은 음성으로 덧붙였다. “앞으로는 날 부를 때 조금 떨어져 있는 게 좋겠소.”“내가 자는 중에 부인을 흉노족으로 착각해, 자칫 목숨이라도 해치게 된다면 어쩌겠소?” 그 말에 경안향의 눈빛이 흔들렸다. “나는 이 나이가 되어서야 겨우 부인을 얻었소. 부인은… 내게 아주 소중한 사람이란 말이오.” 그 말에, 경안향의 가슴이 살짝 저릿했다. 순간, 진심인가 싶어 마음이 뭉클해졌다. 의심하고 있던 것들, 불안하게 요동치던 감정들이 잠시나마 가라앉았다. ‘그래, 임세안도 결국 남자잖아. 여자 경험이 없는 순진한 남자. 이런 남자는 오히려 더 속이기 쉬워.’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조금만 더 다가가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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