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831 - Chapter 840

1680 Chapters

제831화

“그렇다면.”소우연이 천천히 일어나며 말했다.“우리 셋 모두 그 아이를 의심하고 있고, 정체를 알아낸 셈이니… 임 장군, 나와 함께 한 편의 연극을 펼쳐줄 수 있겠느냐?”“어떤 연극을 말씀하시는지요?”소우연은 가만히 자기병 하나를 꺼내 찻상에 올려두었다.안에는 은은한 광택을 띤 주연수가 담겨 있었다.“이걸 그 아이의 빨래에 묻힐 방법을 찾아보거라. 그리하면 보름 안에 반드시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누가 고양이고 누가 쥐인지, 똑똑히 알게되겠지.”소우연의 눈빛이 잠시 매서워졌다.“그 아이는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영리하다고 믿고 있다. 모든 이들을 손바닥 위에서 가지고 논다고 생각하지.”“그러니 임 장군, 이번 일은 절대 차질이 없어선 안된다. 치밀하고 또 치밀해야 한단 소리야.”임세안은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신… 절대 마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소우연이 담담히 웃었다.“이토록 흥미로운 연극이니, 마음을 다해주란 말이네.”“예.”소우연은 병을 다시 닫아 찻상에 조심스레 내려놓은 뒤, 정연을 향해 말했다.“좋구나. 이제 돌아가자.”“조금 있으면 그 여자가 여의서에서 돌아올 것이니… 그때면 우리가 다녀간 걸 눈치채겠지.”정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임세안이 두 사람을 문 앞까지 공손히 배웅하자, 소우연이 느긋한 걸음으로 걸으며 말했다.“너무 공손하게 대하지 말거라. 난 지금 네 사촌 누이일 뿐이니. 그 아이가 질투할지도 모르겠구나. 네가 바람이라도 피울까 오해할 수도 있지 않느냐?”임세안은 그 말에 화들짝 당황했다.황후가 황후의 얼굴이 아니라면, 감히 누가 황후를 황후라 여기겠는가.하지만 지금 이 자리, 이 얼굴. 그 누구도 소우연을 알아볼 수 없었다.‘이아령이 초조해하겠지.’임세안은 속으로 그렇게 되뇌었다.그녀의 몸이 하나둘씩 무너져가고, 더는 되돌릴 수 없는 순간이 되었을 때, 비로소 그 진짜 얼굴이 드러나게 될 터였다.“알겠습니다.”임세안은 웃으며 두 사람을 문 앞까지 배웅했다.“그
Read more

제832화

“피곤하지 않았다니 다행이오.”임세안은 온화한 미소를 띠며 경안향을 바라보았다.함께 저택으로 돌아가는 걸 기다리는 그 태도는 겸손하고, 조용했다.한 시대를 호령한 명장이 부인에게 이토록 정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경안향의 입가엔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그를 바라보는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세상천하의 사내들, 황제부터 평민까지… 결국 다 자신의 손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경안향은 연꽃처럼 우아한 걸음을 옮기며, 조용히 조철을 힐끗 바라보았다.그 짧은 시선 하나에 담긴 뜻을 조철은 곧장 읽어냈다.방금 본 두 ‘사촌 여동생’들의 정체를 조사하라는 신호였다.그토록 아름다운 여인들이라면, 아무리 자신 있어도 본능적인 경계심이 생길 수밖에 없을 터. 조철은 살짝 주먹을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아, 이고야.”임세안이 갑자기 불렀고, 이고가 다가왔다.“예, 장군님.”“전에 구한 좋은 술이 있지 않더냐. 그걸 꺼내서 오늘 조철, 유순복 등 형제들과 함께 마시게 해라.”“부인이 장군부에 들어온 지 꽤 되었는데, 너희가 한자리에 모여 제대로 술잔도 나눈 적이 없지 않느냐.”“이런 날 아니면 언제 또 자리를 만들겠느냐.”경안향이 눈을 가늘게 떴다.술은 많았다. 하지만 오늘 이 시국에 갑자기 이런 자리를 마련한다니… 그의 속셈이 무엇인지 그녀는 단박에 짐작했다.이고 역시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두 미녀가 떠난 직후였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목적은 분명했다.“예, 명을 받들겠습니다.”이고가 조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자, 조철. 술 옮겨야지. 이참에 유순복이며 아달, 양송까지 다 불러오자.”“그래.”조철은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그녀들은 이미 떠난 후였다.이대로 그녀들을 놓치면 흔적도 찾지 못할 것이다.“하지만…”임세안이 말을 자르며 웃었다.“사양하지 마라.”그리고는 자연스럽게 경안향의 어깨 위에 팔을 올렸다.경안향은 그 손길을 느끼며 황홀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뜨겁다. 이 남자의 손은… 정말이지 뜨거웠다.어
Read more

제833화

’역시나.’경안향은 속으로 조용히 비웃었다.그녀 같은 자에게 하인은 그저 ‘물건’에 지나지 않았다.몸종 계약서 한 장이면 언제든 부릴 수 있는 존재들. 그런 자들을 ‘협력’의 대상으로 여긴다니…겉으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서방님 말씀이 옳습니다.”조철이 빠져나가지 못한 걸 보니, 그 두 ‘사촌 누이’들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터.그토록 아름다운 여인들이라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임세안이 그런 미인들을 보고도 마음 하나 두지 않았다고?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비록 혼례는 올렸지만, 마음 한구석이 도무지 놓이지 않았다.아까 대문 앞에서 분명 그는 얼굴을 붉혔다.그건 아무 감정 없는 이의 반응이 아니었다.혹시 그 ‘사촌 누이’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건 아닐까?그렇다면 자신에게 보이는 은근한 거리감도, 모두 설명이 되었다.아니면… 신혼 첫날밤 혜아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것처럼, 자신도 그저 무미건조한 여자라 느낀 걸까?경안향은 복잡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머릿속이 뒤엉킨 생각들로 가득 찼다.‘그 두 사촌 누이… 그 눈빛, 그 말투… 도대체 정체가 뭐지?’임세안의 태도는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었고, 그녀는 그 이면을 꿰뚫지 못한 채 불안에 잠식되고 있었다.‘나를 경계하는 건가, 피하는 건가?’‘아니면… 이미 다른 누군가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걸까.’경안향의 시선은 자신도 모르게 임세안의 뒷모습을 따라갔다.크고 단정한 어깨, 조금도 흔들림 없이 곧은 걸음. 그 뒤를 따르면서도 그녀는 그와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임세안은 그저 말없이 앞서 걸었다.뒤에서 들려오는 조심스러운 발걸음 소리에 잠시 고개를 돌리려다, 짧은 비웃음을 흘렸다.‘따라오는군.’‘이 바닥이 사내들뿐이란 걸 뻔히 알면서도 따라오겠다고?’‘좋아. 얼마나 버티는지 한 번 보자.’그는 더는 뒤돌아보지 않았다.차갑고도 단단한 태도로 묵묵히 제 갈 길을 갔다.경안향은 그런 임세안의 등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나는…
Read more

제834화

임세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부인께서는 참으로 고우시오. 거칠기만 한 우리를 전혀 마다하지 않다니….”경안향은 살며시 웃으며 대답했다.“장군들께서 피를 흘리며 전장을 지켜주지 않으셨다면, 어찌 저희가 지금 이처럼 평안할 수 있었겠습니까. 서방님께서도 말씀하셨듯, 모두가 한뜻으로 마음을 합쳐야 비로소 좋은 세상이 올 수 있는 법이겠지요.”그녀는 살짝 시선을 낮췄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렸다.“오늘 이 자리에 주종의 구분이 없다고 서방님께서 허락하신 만큼, 첩이 감히 한 잔씩 올리는 건 어떠하실지요?”임세안은 조금 당황한 듯 말했다.“부인을 이리 번거롭게 해도 되겠소?”경안향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번거롭지 않습니다. 서방님 곁에서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첩은 그저 기쁠 따름입니다.”임세안은 더 말리지 않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철은, 경안향이 이토록 정중하면서도 부드럽게 말을 건넬 때, 눈빛이 번뜩였다.‘아씨께서는 정말로 신분의 차이를 두지 않으시려는 건가?조철의 머릿속엔 어느새 그녀의 하얗고 말간 피부가 떠올랐다. 마치 눈처럼 희고 투명한 그것이, 문득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경안향은 곧 한청에게 술병을 가져오게 하고, 직접 술잔을 들었다.그녀는 하나하나 조심스레 잔을 채우며 사람들에게 권했다.“감사합니다, 부인.”“부인, 송구합니다.”“감사하옵니다, 부인.”처음엔 모두들 사뭇 긴장해 어쩔 줄 몰라 했지만, 임세안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켜보고 있었고, 경안향 역시 태연하고 너그럽게 대하며 정중하게 예를 갖추니 차츰 마음의 문이 열렸다.식탁 위엔 다시금 웃음소리와 잔 부딪히는 소리가 오가고, 남자들은 술기운에 점점 거침없이 재잘대기 시작했다.서로 화주를 정해 술내기를 하며 분위기는 순식간에 들썩였다.처음엔 즐겁게 웃으며 함께하던 경안향도, 이윽고 점점 부추김을 받고 술을 따르기를 요구받자, 애써 웃던 얼굴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그 미소가 차츰 굳어가던 찰나, 임세안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부인
Read more

제835화

이고는 임세안의 명에 따라 곧 두 사람을 지목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형제들이었기에, 임세안이 눈빛 하나만 보내도 이고는 손짓 하나로 그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지시는 명확했다. 조철과 유순복을 철저히 감시하라는 뜻이었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자, 이고는 잔잔히 취기가 도는 얼굴로 임세안에게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장군, 혹시 따로 분부하실 일이 있으신지요?”방금 전까지만 해도 술에 취한 듯 보였던 임세안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맑아졌다. 그는 이고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만안당에 다녀오너라. 부친과 모친께 전해라. 부인이 혹시 오늘 본 그 사촌누이에 대해 물어오면 처음엔 완강히 부정하시고, 나중엔 마지못해 먼 사촌이라 시인하시라고.”이고는 살짝 눈이 동그래졌다.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지시 아닌가 싶었다.그러자 임세안이 말을 이었다. “만약 부인이 그 사촌이 어디에 사는지 묻거든, 모친께선 곤란하다는 듯 말하게 하여라. '오래도록 왕래가 없어서 지금은 어디에 사는지 모른다'라고.”“예, 장군.”복잡한 심경을 안은 채 이고가 나간 뒤, 임세안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자신의 본채 쪽을 잠시 바라보다가 방향을 틀어 서재로 향했다.그 시각, 태자부. 한 시진 전, 소우연은 정연과 함께 돌아온 후, 곧장 진우를 불러 정연을 집으로 데려가게 했다. 정연이 떠난 뒤, 진우의 도움으로 그녀는 태자부 정청에 들어설 수 있었다.오늘 이육진은 조정 회의에서 사막 문제와 몇몇 지방의 가뭄 문제를 두고 대신들과 늦게까지 논의하다가 궁에서 모든 장계를 처리한 뒤에야 태자부로 돌아왔다.그러나 막 하마하려던 찰나, 문 앞을 지키던 호위무사가 그를 붙들었다.“폐하, 방금 주 대인께서 미인을 한 분 보내셨습니다. 지금 정청에서 폐하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이육진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뭐라? 진우가 내게 여인을 보냈다고?”그러자 호위가 대답하였다.“예, 폐하. 주 대인께서 직접 보내셨다고 하였습니다.”“하, 미친 자식 같으니라고...
Read more

제836화

“당장 저 여인을 끌어내지 못하겠느냐!”이육진은 이를 악물고 화려한 낯빛의 여인을 힐끔 쳐다보더니, 곧 이를 갈 듯이 말했다. “그리고 저 여인을 당장 진우에게 데려다줘라. 내 명이니, 당장 저 여인을 첩으로 삼으라 전해라!”감히 그와 소우연 사이를 이간하려 하다니!이 세상에 소우연보다 예쁜 여인이 있다 한들, 그가 바랄 사람은 단 하나, 소우연뿐이었다.아니, 그들은 이미 다음 생에도, 그 다음 생에도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 사이다. 한 편생 함께하겠노라 맹세한 사람이었다.이육진은 분노로 얼굴빛까지 푸르스름하게 변해 있었다.‘진우… 내가 너무 풀어줬군. 너무 한가한 나머지 미쳐버린 게 분명해!’‘좋다. 진우야. 내 이 여인을 너에게 보내주마. 정연이가 이 일을 용서할지 보자.’감히 정연을 울리기라도 하면, 자신과 소우연이 합심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이육진의 얼굴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 얼굴을 본 소우연은 그만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아름다운 여인 앞에서 아내를 떠올리고는 벌컥 화를 내는 저 모습이 너무 귀엽지 않은가.간석은 부채를 껴안고 소우연 앞에 다가왔다. 얼굴엔 딱딱한 기색이 가득했지만, 마주 선 여인을 보는 눈엔 살짝 찡그린 기색이 보였다.‘어느 집 규수가 황제를 앞에 두고 저리도 거만할 수 있는가.’간석은 부드럽게 말했다. 이전엔 보지 못한 그의 모습이었다.“낭자, 이만 어서 물러가시지요.”“……”‘간석은 오늘따라 왜 이렇게 공손하게 구는거지? 평소 같으면 벌써 소리를 쳤을텐데?’‘감히 미색 하나에 마음을 빼앗기기라도 했단 말이냐!’다행히 간석은 진정한 내시였다. 아니었으면 진작 미인계에 당했을 것이다. 이육진은 헛기침을 하며 소매를 탁 털었다.소우연은 웃음을 억누르며 뒤따라 걸었다.그의 그 뿌루퉁한 뒷모습이 어쩐지 더 귀엽게 느껴졌다.간석은 멍하니 서 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다.저 여인의 눈빛, 황후 마마를 바라보는 것처럼 전혀 동요가 없었고,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을 대하듯 자연스러웠다.황제 앞에서
Read more

제837화

“다들 밖으로 나가 있어라.”소우연은 한마디만 남기고, 곧장 이육진의 뒤를 따라 약방으로 들어섰다.간석은 심장이 턱 밑까지 뛰는 것 같았고, 송이와 함향도 숨을 삼키며 고개를 조아렸다. 다들 입을 꾹 다문 채 밖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소우연은 약방 문을 닫자마자 몸을 돌려 촛대를 하나하나 밝혔고, 어두웠던 실내는 단숨에 환해졌다.이육진은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다가 그녀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방자하다! 감히, 누가 너더러 따라오랬느냐.”소우연은 그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제야 이육진도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눈앞의 여인은 어쩐지 자신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고, 그 시선에는 익숙한 온기가 담겨 있었다.소우연은 일부러 목소리를 변조하며 말하였다. “오래전부터 황제 폐하의 명성을 익히 들었습니다. 존경하는 마음이 지극하여, 폐하께 제 소원을 들어주실 수 있을지 감히 여쭈어봅니다.”“널 서천으로 보내줄 수는 있다.”이육진의 냉소에 소우연은 움찔했다. 어찌 이렇게 무심하단 말인가.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외투를 벗어 어깨를 드러냈고, 맑은 눈동자로 이육진을 올려다보았다. “소녀의 미색이 부족해서입니까?”이육진은 냉소를 머금고 날카로운 눈빛을 던졌고, 그 기운에 소우연은 순간 얼어붙었다.당황한 그녀는 결국 본색을 드러냈다. “폐하! 어찌 알아보지도 못하십니까? 아직도 제가 누구인지 모르겠단 말입니까? 정말 서운합니다!”혹시라도 장난이 도를 넘었다가 그에게 쫓겨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사실, 예전에도 이육진은 접근하는 여인을 가차 없이 내쳤던 전적이 있으니 말이다.당장 손을 뻗으려는 이육진은 멈칫했다. “방금, 뭐라고 했느냐?”소우연은 고개를 기울이고 눈웃음을 지으며 다시금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사나우시다 하였습니다. 그리 모질게 대하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이육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다가갔다. 방금 전 그 목소리는 분명히…두세 걸음 만에 그녀 앞에 다다르자, 그녀의 얼굴 뒤편에 놓인 촛불이 그 절
Read more

제838화

이육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혹시 소우연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자가 그를 속이려는 것은 아닐까?바로 그때, 소우연이 그를 꼭 껴안더니 웃으며 신혼 첫날의 일이며 오직 둘만이 아는 이야기들을 줄줄이 꺼내놓았다.“부군, 혹시... 제가 진짜 소우연이 아닐까 두려우셨습니까?”이육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실수했다가는 용강한 같은 자가 그 틈을 파고들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이제 안심이 되셨나요?”이육진은 그녀의 붉은 입술을, 그 얼굴을 바라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도무지 입을 맞추지 못하고 망설이기만 했다.“왜 그러시죠?”소우연은 그의 머뭇거림을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이리도 지워지지 않는 것이냐?”“부군께서는 미인만 생각하시느라, 이 화장이 왜 지워지지 않는지 그 뜻을 잊으신 듯하네요.”“그 말인즉슨...”소우연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이아령이 이 방법으로 여러 차례 모두를 속였습니다.”“헌데 분명 그려낸 얼굴이라면, 어찌 지워지지 않느냐?”“지워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물로는 지워지지 않는 것뿐입니다. 약초로 만든 특별한 세안수로만 지울 수 있습니다.”“이아령은 의술에 능한 자입니다. 가사 상태를 만드는 약도 지을 수 있고, 주연으로 만든 진한 화장품 역시 능수능란하게 만들 수 있죠.”이육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내가 그 아이를 얕봤구나.”“예전부터 사막 공주가 늘 의심스러웠습니다. 부군께서 기억하시겠지만, 그 공주의 시녀 중 하나가 소령이라 불렸었죠.”이육진은 소우연을 끌어안으며 그녀 몸에서 나는 익숙한 향기를 맡고 한층 만족스럽게 입을 맞췄다.“기억한다. 그 날, 진규와 임세안, 진우까지 나서서 사막 공주 일행을 물에 빠뜨렸지. 결국 조윤이 소령이란 아이를 구해냈지만, 그녀는 이미 죽어 있었다.”소우연은 짧은 탄성을 흘리며 이육진의 손길을 피하지도, 거절하지도 않았다.“진우와 진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당시 소령은 화장이 조금도 지워지지 않았죠.”“진규는 사막 공주에게 죄책감을
Read more

제839화

한바탕 진이 빠지도록 뜨겁게 뒤엉킨 후, 소우연은 양모 깔개 위에 축 늘어져서 숨을 몰아쉬며, 나긋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부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다른 것 같죠? 평소답지 않네요.”“부군?”이육진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자신의 여인이 가장 고았다.소우연은 귀엽게 투정하듯 말하며 그의 얼굴을 찌푸렸다. “네, 부군. 대답해주세요.”그녀가 부르는 '부군'이라는 말이 어찌나 감미로운지.“어떤 점이 다르다는 것이냐?”이육진이 물었다.소우연은 물기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슬며시 웃었다. 그 얼굴엔 지나친 사랑에 물든 붉은 기운이 남아 있었고, 더욱 도도하고 눈부신 매력을 뽐냈다.“그냥, 다른 것 같아서요.”이육진은 그녀의 고운 손을 잡고 살짝 입을 맞췄다. “너에게 다른 재미를 보여줄 수도 있는데, 해보겠느냐?”“네?”“이번엔 너 스스로 움직여보는 건 어떠겠느냐.”그는 몸을 기대어 누웠고, 그녀를 가볍게 끌어당기자 소우연은 그의 위에 걸터앉았다.초가을 밤은 살짝 서늘했으나, 실내는 점점 더 뜨거워졌고, 방 안은 아찔한 열기로 가득 찼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이육진은 간석에게 욕탕을 들이게 했다.그는 물에 젖은 꽃잎처럼 나른한 소우연을 안아 욕조에 옮겨 앉혔다.그와 함께 욕조에 몸을 담근 채, 둘은 마치 한 쌍의 원앙처럼 서로 기대어 있었다.“아까 네가 말한 그 연지 분이 주연으로 만든 것이더냐?” 이육진은 느긋하게 물었다. 알몸의 그가 유약한 학자처럼 고상한 말투로 물었다.“네.”“앞으로 그런 저급한 화장품은 쓰지 마라. 주연은 독이다. 나는 너와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단 말이다.”소우연은 뒤돌아보며 그를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그곳을 잡았다. “얼마나 오래요?”“하루도, 밤도, 달도, 해도, 사계절도 모두 너와 함께하고 싶다. 정무만 아니면 하루 종일 너 곁에 있고 싶을 만큼 말이야.”“그렇게 붙어 있으면 질리지 않겠습니까?”“아니, 절대 안 질린다.”그는 다시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
Read more

제840화

“아버님, 오늘도 많이 바쁘셨습니까?”경안향은 단정하게 예를 올리며 공손히 물었다. 한껏 얌전하고 공손한 자태였다.임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저 그렇다. 이제 제자들이 제법 손을 놓아도 될 만큼 되었지.”요즘 들어 제자들이 의술을 익혀 자리를 잡은 덕분에, 그 역시 조금은 여유가 생긴 터였다.“무슨 일로 왔느냐?” 그는 다 아는 듯한 말투로 물으며 안채로 걸음을 옮겼다.경안향도 슬며시 웃으며 뒤따랐다. 바깥에는 눈이 많았기에 이내 안으로 들어선 것이다.“사실은요, 어제 제가 여의서에 가서 의술을 배운 뒤 돌아오던 길에, 서방님의 먼 친척 여인들을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곱던지, 그야말로 절세가인이었지요.”경안향은 말하며 슬쩍 임곽수의 표정을 살폈다.임곽수는 다소 당황한 듯했으나, 곧 자신의 수하로부터 들은 말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 그 먼 친척 말이냐.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모양이더구나.”“서방님께서 이제 막 장군이 되셨으니, 아마 그걸 핑계로 연을 잇고자 온 듯합니다.”임곽수는 곧바로 손사래를 쳤다. “안심하거라. 우리 세안이는 부인 하나면 족하니. 무슨 사촌이며 팔촌이라도, 절대 마음 쓸 일 없을 게다.”경안향은 속으로 분이 끓었다. 무슨 먼 친척이겠는가. 분명 임세안이 꾸며낸 말일 것이다.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임세안은 초야 이후로는 그녀를 찾지 않았다. 그날밤, 방에 대신 들어간 건 바로 그 천한 계집, 혜아였다.임세안이 그녀를 시시하다고 여긴 것이 틀림없다.경안향은 혜아 같은 무미건조한 여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안 돼. 그 두 여인은 너무도 위협적이야. 서방님을 내 손아귀에 놓지 못하면, 머지않아 저 여자들에게 빼앗기고 말겠지.’이를 악문 경안향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사실, 오해일 수도 있사오니, 제가 직접 예를 갖추어 찾아뵙고 인사를 올리고자 합니다. 어제는 문 앞에서 스쳐
Read more
PREV
1
...
8283848586
...
168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