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부인께서는 참으로 고우시오. 거칠기만 한 우리를 전혀 마다하지 않다니….”경안향은 살며시 웃으며 대답했다.“장군들께서 피를 흘리며 전장을 지켜주지 않으셨다면, 어찌 저희가 지금 이처럼 평안할 수 있었겠습니까. 서방님께서도 말씀하셨듯, 모두가 한뜻으로 마음을 합쳐야 비로소 좋은 세상이 올 수 있는 법이겠지요.”그녀는 살짝 시선을 낮췄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렸다.“오늘 이 자리에 주종의 구분이 없다고 서방님께서 허락하신 만큼, 첩이 감히 한 잔씩 올리는 건 어떠하실지요?”임세안은 조금 당황한 듯 말했다.“부인을 이리 번거롭게 해도 되겠소?”경안향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번거롭지 않습니다. 서방님 곁에서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첩은 그저 기쁠 따름입니다.”임세안은 더 말리지 않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철은, 경안향이 이토록 정중하면서도 부드럽게 말을 건넬 때, 눈빛이 번뜩였다.‘아씨께서는 정말로 신분의 차이를 두지 않으시려는 건가?조철의 머릿속엔 어느새 그녀의 하얗고 말간 피부가 떠올랐다. 마치 눈처럼 희고 투명한 그것이, 문득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경안향은 곧 한청에게 술병을 가져오게 하고, 직접 술잔을 들었다.그녀는 하나하나 조심스레 잔을 채우며 사람들에게 권했다.“감사합니다, 부인.”“부인, 송구합니다.”“감사하옵니다, 부인.”처음엔 모두들 사뭇 긴장해 어쩔 줄 몰라 했지만, 임세안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켜보고 있었고, 경안향 역시 태연하고 너그럽게 대하며 정중하게 예를 갖추니 차츰 마음의 문이 열렸다.식탁 위엔 다시금 웃음소리와 잔 부딪히는 소리가 오가고, 남자들은 술기운에 점점 거침없이 재잘대기 시작했다.서로 화주를 정해 술내기를 하며 분위기는 순식간에 들썩였다.처음엔 즐겁게 웃으며 함께하던 경안향도, 이윽고 점점 부추김을 받고 술을 따르기를 요구받자, 애써 웃던 얼굴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그 미소가 차츰 굳어가던 찰나, 임세안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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