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린 손끝이 남자의 턱을 쥐고 살며시 들어 올렸다.그녀는 그의 고개를 들게 하고는, 찬란한 붉은 입술을 열었다.“조철아, 내가 네 주인이 되어 준 게… 기쁘냐?”조철의 가슴은 쿵쾅거렸다.“소인, 소인 매우 기쁩니다.”그녀가 있었기에 자신은 처음으로 진정한 사내가 될 수 있었다.그녀가 있었기에 사람으로서, 살덩이를 가진 존재로서… 그저 피로 얼룩진 삶이 아닌, 쾌락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천상의 즐거움이라 여길 만큼, 생을 향유하는 법을 배웠다.“마님을 위한다면, 이 목숨 바쳐도 아깝지 않습니다.”“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맹세가 제일 듣기 좋은 법이지. 나도 그 소리를 아주 좋아한다.”경안향은 사뭇 느긋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조철아, 나에 관한 일에선 귀도 눈도 닫아야 한다.”“너는 그저 내 사람일 뿐이니 그 선만 지키면 된다. 그리하면 네가 원하는 것은 다 주마.”“소인은… 자유 따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마님의 곁에서, 마님의 개가 되어 평생 따르겠습니다.”“좋은 개로구나.”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진짜 개를 어루만지듯, 가볍고 느릿하게.보라. 조철 같은 죽음을 먹고 사는 자도, 감정 따윈 없던 이 사내도, 결국은 그녀 손바닥 위가 아닌가.임세안도 마찬가지일 터였다.그가 그녀가 주는 극락을 맛보고 나면, 두 번 다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오늘은 일이 좀 골치 아프게 돌아가고 있었다.조철은 곧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마님께서 언짢으시군요. 소인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경안향은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담담히 말했다.“내 일은 네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네가 해야 할 건, 복종 하나뿐이다.”“예, 반드시 명을 따르겠습니다.”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조철을 바라보았다.“잊지 마라. 너의 신분. 그리고 넌 질투할 자격도 없다. 알겠느냐?”‘질투…?’그 말에 조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부인께서 여기에 오신 이유가 혹시 다른 사내와 함께 하시려는 건가?그 순간, 가슴이 찢기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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