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거간꾼이 끝까지 말하지 않아도 정연은 바로 알 수 있었다. 결국 정연은 주위를 쓱 훑어보다가 나이가 서른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여인을 가리키며 물었다.“저 여인은 무슨 상황이오?”“전에 모시던 가문에서 잘못을 저질러 이곳에 팔려온 겁니다.”정연은 이내 그 여인에게 다가갔다.“넌 할 줄 아는 게 무엇이냐?”중년 여성은 황급히 허리를 푹 숙이고는 대답했다.“소인은 요리도 할 줄 알고 집청소도 할 줄 압니다. 그 외에도 할 줄 아는 게 많습니다.”“이자로 선택하겠소.”젊은 시녀는 충성심을 기르기 쉽지만 가르침의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정연은 그동안 많은 궁녀들을 가르쳤기에 이제 많이 힘들어진 것도 사실이다.요즘 따라 피로감을 가끔 느끼고 있는 정연은 차라리 성숙하고 차분한 시녀를 사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게 노비계약을 마치고 관아를 나왔을 때, 날은 어느새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정연이 마차에 오르려던 그때, 도아가 갑자기 목청 높여 말했다.“어? 마님! 저기 저 사람, 이름이… 이름이 뭐였죠? 저 사람!”정연은 도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상연이 어두운 안색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상연의 손에는 옥졸이 입는 것으로 보이는 옷이 들려 있었다.상연은 정연을 발견하지 못한 듯, 빠르게 지나치더니 손에 들고 있는 옥졸의 옷을 바닥에 홱 던지고는 발로 힘껏 짓밟기 시작했다.“늙은이 주제에!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늙은 놈이! 그저.좀 한눈 본다고 뭐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왜 보지도 못하게 하는 건데!”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상연이 멀리 떠나고 나서야 정연이 다급하게 말했다.“원진아,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얼른 저자를 따라가 보거라.”원진은 진우가 정연 곁에 붙여준 호위병이었다. 그녀가 외출을 할 때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할까 봐 붙여준 것이다.한편, 원진은 표정이 난감했고 이에 정연이 말을 보탰다.“얼른 쫓아가거라. 절대 아무한테도 들켜서는 안 된다.”“알겠습니다.”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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