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Kabanata 971 - Kabanata 978

978 Kabanata

제971화

원진은 상록의 심장이 더는 뛰지 않는 걸 보고서야, 그녀가 진짜로 죽었다는 걸 깨달았다.피비린내 나는 현장은 수없이 겪어왔지만, 오늘처럼 섬뜩한 광경은 처음이었다.사방은 짙은 비린내로 가득했고,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희미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고개를 푹 숙인 그는 금성에게 두들겨 맞아 멍투성이가 된 자기 몸을 내려다보다가, 시야 한편에서 이미 숨이 끊어진 상록의 배가 마치 시체가 되살아나는 듯 격하게 꿈틀거리는 걸 보고 얼어붙었다.그리고 그 다음 순간, 그녀의 복부가 터져버렸다.마치 내장이 아닌, 끔찍한 무언가가 안에 가득 들어차 있던 것처럼 말이다.아까 그녀는 약을 먹고 출산을 했다. 하지만 상록은 달랐다.그녀의 배는 ‘출산’이 아니라, 그 자체가 마치 터지는 듯했다.터진 배 안에서 연분홍빛의 유충들이 쏟아져 나왔다.갓 태어난 듯 연약해 보이는 벌레들은 공기와 맞닿자마자 서서히 회색빛으로 바래며 죽어갔다.원진은 그 광경을 넋이 나간 듯 바라보다가, 그 유충들 틈에서 손가락 한마디의 선홍색 줄기 하나가 고개를 들고 나오는 걸 보았다.그건 혈충이었다.녀석은 머리를 높이 쳐들고는 주저 없이 원진 쪽으로 기어오기 시작했다.“안 돼… 안 돼, 안 돼…”원진은 숨을 몰아쉬며 뒤로 물러났지만, 벌레는 계속 다가왔다.그리고 마침내, 그의 다리에 남은 상처 자국을 비집고 파고들었다.“아아아아아아악!”뼛속까지 찢어지는 고통에 그는 비명을 터뜨렸다.몸은 덜덜 떨리고, 정신은 아득해졌다.그 와중에 입안 깊숙이선 상록이 귀에 달고 있던 귀걸이가 혀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그 뾰족한 고리가 혀끝을 깊숙이 꿰뚫고 있었다.……한편, 경성 변두리의 인적 없는 장소.강원보는 금성과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얼굴에는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불안이 남아 있었고, 손끝은 자꾸만 떨렸다.금성은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강도령은 저와 같이 피도 나누고 죽음도 함께할 만큼의 사이 아닙니까.”“다른 놈들이 다 죽는다 해도, 강도령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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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2화

이후 강원보는 더는 궁 안의 무의미하고 고된 나날을 견딜 수 없었다.벼르던 끝에, 그는 궁을 나서 사부 수현을 찾았다.마음 한구석에는 아직 희망이 있었다.사부라면 다시 한번, 그를 궁으로 끌어줄 수도 있으리라 믿었다.하지만 돌아온 말은 냉정했다.“난 이제 힘이 없다. 궁으로 돌아갈 생각은 마라. 차라리 여기서 내 곁에 머물며 말년을 함께 보내자꾸나.”남은 생을 수현 곁에서 소박하게 늙어가는 삶. 혹은 궁에 남아 발에 차이며 치욕을 견디는 삶.강원보는 끝내 후자를 택했다.그러던 어느 날 그는 금성을 만났다.금성은 그에게 아낌없이 금전을 내주었고, 강원보는 그 대가로 사부에게 금성을 소개했다.“강 도령, 아직도 믿지 못하시겠습니까?”금성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물었다.강원보는 정신을 차린 듯 급히 손사래를 쳤다.“아닙니다. 믿습니다. 진심으로요.”그는 염만이 지은 약을 복용한 뒤로, 몸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꿈틀대기 시작하는 걸 느끼고 있었다.‘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되살아날 거야.’금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다행입니다.”그리고 이내 목소리를 낮췄다.“하지만 그 사부님 말입니다… 그분은 조정을 철석같이 믿고 있지요. 그 중에서도 특히, 그 개 같은 이육진에겐 맹목적입니다. 저희가 앞으로 벌일 일을 그분에겐 절대, 절대 알려져선 안 됩니다. 작은 실수 하나가 모든 걸 망칠 수 있으니까요.”강원보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저도 사부님도 염만 술사에게서 받은 금단이 있습니다. 그걸 알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배신을 하겠습니까?”금성은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단순한 게 아닙니다. 예전 선제도 양탕을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끝내 이아령 같은 이들에게 문을 열지 않았지요. 주군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하인의 품성도 결정됩니다. 약 하나로 그분의 충정을 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입니다.”강원보는 할 말을 잃었다.맞았다. 수현은 뼛속 깊이 황실의 개였다.잠시 후, 금성이 시 한 구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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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3화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면,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들켰거나, 잡혔거나.“정중, 그 자도 염 술사의 사람입니까?”강원보가 물었다.금성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그렇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연락이 없는 거라면, 이미 잡혔을지도 모르겠군요.”“그럼… 이제 어쩌란 말입니까?”강원보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목소리를 높였다.금성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진정하십시오. 정중에게는 이미 고충을 심어두었습니다. 그 자와 나 사이의 약속은 입이 있어도 단 한 마디도 내뱉지 못할 겁니다.”“그렇게까지… 확실합니까?”강원보의 눈빛엔 본능적인 경계심이 번뜩였다.그러자 금성은 싱긋 웃었다.“강도령과 저는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부자의 모든 비밀은 수부에 있죠. 우리가 강 도령이나 수총관을 배신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저흰 한배를 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공생하는 것과 다름이 없지요.”강원보는 그 말에 살짝 고개를 숙였다.“도령과 수총관이 아니었다면… 우린 진작 들켰을지도 모릅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가, 강원보가 다시 말을 이었다.“사부님께선… 그저 제가 염술사에게서 금단을 받아, 남성 기능을 회복하려 한다는 것만 알고 계십니다.”“지하 병사 같은 건, 전혀 모르시죠.”금성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괜찮습니다.” “저는 강 도령만 믿고 있습니다. 강 도령네 스승은… 황제에게 너무 충성스러우니 말입니다.”그 말에 강원보는 씁쓸하게 웃었다.선제 때부터 그랬다.궁을 떠난 뒤에도, 그는 이육진을 주군으로 섬겼다.그토록 곁을 지켜왔건만… 자신을 위해 단 한 번 나서주지 않았다.형제로 맺어졌다고 말했건만, 궁 안 자리는커녕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았다.생각할수록 가슴에 서늘한 기운이 퍼졌다.그런 강원보를 바라보던 금성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강 도령과 저는…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이 통했지 않습니까. 차라리 이번 기회에, 형제로 맺는 건 어떻겠습니까?”“복이 오면 함께 나누고, 환난이 닥치면 함께 견디며… 그렇게 살아가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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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4화

“그렇군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강원보의 말에 금성은 고개를 끄덕였다.“형님, 너무 낙심 마십시오. 제가 궁에 직접 드나들 순 없지만, 얼굴 아는 이들은 꽤 있습니다.”“저를 몰라도… 제 사부의 체면은 무시하지 못할 테니까요. 손만 잘 쓰면 길이야 생기겠지요.”금성은 감탄을 감추지 못한 채 손가락을 치켜들었다.“역시 아우는 사람이 남다르다니깐요.”그렇게 잠시 훈훈한 분위기 속에 말을 나누던 중, 강원보는 조용히 금성을 밀실 쪽으로 인도했다.금성이 지하로 몸을 숨기자, 강원보는 곧장 벽면 장치 하나를 눌렀다.‘덜컥.’묵직한 소리가 울리고, 장서로 가득한 벽면이 부드럽게 회전하며 평범한 서가로 돌아갔다.밖에서 보기에,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지하 통로를 따라 두 개비 향이 다 탈 만큼 걸어간 끝에야 금성은 염부로 돌아올 수 있었다.그는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자신의 침실로 향했다.그곳에는 또다시, 침대 위에 누운 소녀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연한 살결에 홍조가 번진 볼, 부드럽고 앳된 숨결. 그녀 역시 연골산과 고충 유도약에 취한 채 조용히 누워 있었다.금성은 눈을 질끈 감고, 이마를 짚었다.그의 눈에는 오히려 극도로 혐오스러웠다.‘염만… 날 이젠 씨받이로밖에 안 보는군.’하나를 끝나면 또 하나, 또 하나. 돼지도 쉬게는 해줘야 할 텐데.쿵, 쿵.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금성의 표정이 금세 일그러졌다.“누구지?”“나다.”익숙한, 그러나 꺼림칙한 목소리. 염만이었다.금성은 급히 문을 열고 허리를 숙였다.“어쩐 일이십니까, 아버지. 몸소 여길…”염만은 말없이 방 안으로 들어와 테이블에 앉았다.슬쩍 침대 쪽을 훑어보며 물었다.“아직 잠은 안 든 모양이지.”“예, 아직 밤이 깊지 않아…”염만은 손가락을 깍지 낀 채 잠시 침묵을 머금었다.그리고 이내 낮게 말했다.“며칠째 마음이 편치 않구나. 바깥에서 이상한 짓 하고 다니는 건 아니겠지?”금성의 어깨가 순간 굳어졌다.“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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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5화

천옥에 갇힌 혈충인 이아령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생기라곤 하나도 없었다.누군가 다가오면, 고개를 들어 입을 벌린 채, 당장이라도 사람을 물어뜯을 듯 으르렁댔다.소우연이 도착했을 때, 용강한은 이미 한참 전부터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뜨거운 돼지 피와 양 피까지 준비해 아령의 입가에 갖다 댔지만, 그녀는 단 한 입도 대지 않았다. 그저 생기 잃은 눈, 마치 죽은 물고기 같은 눈동자로 용강한을 가만히 응시할 뿐이었다.소우연이 말했다.“오라버니, 더는 시험하지 마세요. 저 아이는 사람 피밖에 먹지 않는 것 같아요.”용강한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곤 몸을 돌려 찻잔을 하나 집어 들고, 손가락을 그어 피를 흘려 잔에 담았다.“오라버니, 대체 뭘 하시는 거예요?”소우연은 잔 안의 피를 보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함향은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속이 울렁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저것에게 먹이려고 합니다.”용강한이 말을 마치자, 찻잔 가득한 생피가 이아령의 입가에 닿았다. 이아령은 혓바닥을 날름 내밀더니 순식간에 피를 핥아 마셨다.피를 들이킨 뒤, 이아령의 눈빛은 확연히 달라졌다. 숨결이 안정되고 기운도 차오른 듯, 쇠사슬을 잡아당기려는 힘까지 되살아났다.소우연은 반사적으로 용강한을 끌어 자기 뒤로 숨겼다.용강한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마마, 저것은 저를 해치진 못합니다. 그러니 너무 긴장 마세요.”“긴장 말라니요? 제가 앞에 섰으면 오라버니께선 과연 긴장하지 않았을까요?”“긴장했겠지요.”“그러니까요. 저도 걱정돼서 그런 거예요. 저건… 너무 사람 같지 않잖아요.”사람 같지 않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그것은 사람의 육신을 지배하고, 의지를 꺾고, 심지어 탈취까지 해낼 수 있는 존재였다. 말처럼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용강한은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지금 생에는 인연이 없지만, 그녀는 그에게 있어 가족과 같은 벗이자,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었다.소우연은 그제야 손을 놓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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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6화

“그 손을 붙잡아주십시오.”용강한이 싸늘한 얼굴로 명했다.“예.”임세안은 그저 용강한이 신중한 인물이라 여겼을 뿐, 그가 자신의 속을 꿰뚫어 보고 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그는 명령대로 이아령의 양팔을 눌러 붙잡았다.용강한은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틀어쥐고, 다른 손으로 항아리를 들어 술을 이아령의 입속에 들이부었다.이아령의 목구멍에서 울려나온 소리는 사람이 낼 법한 것도, 귀신의 통곡도 아닌 섬뜩한 음성이었다.순간, 그녀의 온몸에서 강력한 힘이 솟구쳤다.하지만 임세안과 용강한은 범인이 아니었다.그들은 무력 하나로도 상운국에서 손꼽히는 이들이었다.혈충인이 아무리 거칠게 발악한다 한들, 그들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두 항아리 분량의 술이 모조리 그녀의 뱃속으로 흘러들어갔다.“용 대인, 이아령이 술을 아주 두려워하는 듯합니다. 점점 몸부림이 심해지고 있습니다.”임세안은 안색을 굳힌 채 말했다. 문득 진우와 진규의 말이 떠올랐다.“설마, 스스로 팔 다리를 끊고 도망치려는 건 아니겠습니까?”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우두둑.’이아령의 팔이 한쪽에서 끊어져 나갔다.창백하고 축 늘어진 팔.그것은 마치, 오래전에 생명을 잃은 죽은 살덩이처럼 생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일행들은 즉시 뒤로 물러섰다.용강한은 지체 없이 입술을 움직이며 낯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순간, 금빛이 번쩍이며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의 기류가 일었다.곧이어 일종의 보호막이 형성되어, 끊어진 팔과 이아령의 몸, 그리고 그들을 둘러싸듯 감쌌다.“용 대인…”임세안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사이, 보호막은 마치 한낱 착시였다는 듯 자취를 감추었다.“놈을 이곳에서 빠져나가게 해선 안 됩니다. 계속 부어주시죠.”“알겠습니다.”임세안은 다시 이아령의 몸을 제어했고, 용강한은 끊어진 팔에 술을 흠뻑 적시고는, 이내 또다시 그녀의 입에 술을 들이부었다.이아령의 목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더는 인간의 비명도 신음도 아니었다.마치 괴물이 울부짖듯, 윙윙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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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7화

“마마, 과찬이십니다.”“오라버니라면 당연히 그러실 자격이 있으시지요.”소우연의 말에, 용강한은 웃음을 지으며 말없이 받아넘겼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세안은 두 사람의 다정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감탄이 새어 나왔다. 마치 친남매라도 되는 듯, 그 친밀함은 자연스러웠다.하긴 흠천감의 감정일 뿐 아니라, 누구나 고개 끄덕일 만한 국구였으니. 그때 소우연이 조용히 손수건 하나를 꺼내 건넸다.“오라버니, 이걸로 땀 좀 닦으세요.”용강한은 잠시 멈칫했다.그의 품 안에도 손수건 하나가 있었다.태자부에 변란이 일어났던 날, 그녀가 직접 그의 상처를 닦아주었던 그 손수건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꺼낼 수는 없는 물건이었다.“괜찮습니다.”그는 부드럽게 사양했으나, 소우연은 다시 한 번 손수건을 내밀었다.“그저 손수건 하나일 뿐입니다.”그녀의 시선은 그의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좇고 있었다.그가 더 거절한다면, 직접 닦아줄 생각이라는 속뜻도 분명히 담겨 있었다.그 뜻을 눈치챈 용강한은 이내 손수건을 받아 들었다.“감사합니다, 마마.”한편, 곁에서 지켜보던 함향은 문득 정연의 당부를 떠올렸다.‘황후 마마와 용 대인의 우정을 세속의 잣대로 재단하지 말거라.’그래, 저 두 사람의 관계는 말 몇 마디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용강한은 천천히 얼굴의 땀을 닦았다.손수건에서는 묘하게 싸한 향이 은은히 풍겨왔다. 꽃향도, 풀내도 아니건만, 이 피비린내 가득한 방 안의 악취까지도 덮어버릴 듯한 기묘한 향이었다.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임세안은 이내 시선을 내리깔았다.그도 땀을 닦으려 팔을 들었는데 함향이 문득 급히 자기 손수건을 내밀었다.“장군님… 괜찮으시다면, 이걸 사용하세요.”임세안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맙다, 마다할 이유가 없지.”조심스레 손수건을 받아 얼굴의 땀을 훔쳤다.방금 전 아령을 제압한 일은, 전장에서 적과 겨루는 것만큼이나 버거운 일이었다.“이젠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임세안이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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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8화

그는 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린 채 얼굴을 찌푸리며 한참 혈충을 들여다보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죽었군.”역시나 이 괴이한 것의 근원은 결국 ‘사람’이었다.이육진의 시선이 용강한의 손에 머물렀다.그 손수건은 소우연의 것이 분명했다.이육진은 티를 내지 않고 조용히 미간을 찌푸렸다.용강한은 손에 들고 있던 그릇을 옆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손가락으로 결을 짚으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사악함을 거두는 주문이 방 안에 울리자, 그 순간 천옥 전체가 등골이 오싹할 만큼 싸늘한 기운으로 뒤덮였다.임세안의 눈엔 잠시 전 사라졌던 기류가 다시금 어렴풋이 떠오르기 시작했다.그리고 무언가가 그 기류를 향해 거칠게 들이받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그는 반사적으로 문 쪽으로 몸을 옮기면서도, 이육진과 소우연 근처에서 멀어지지 않으려 했다.소우연은 전생의 기억을 지닌 채 다시 태어난 여자였다.죽음을 맞이하기 직전, 그녀는 믿기 힘든 현상들을 여럿 목격한 바 있었다.그래서였을까. 지금 그 충돌하는 기류를 바라보며, 그녀는 분명히 무언가의 울부짖음을 들었다.남자와 여자의 목소리가 뒤엉켜 있었고, 그중에서도 특히 이아령의 목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그 영혼이 찢겨 나가는 듯한 비명은 듣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털이 곤두설 정도였다.이육진은 다른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우연을 품에 안은 채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임세안은 말없이 그들 뒤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주문을 계속 외우는 용강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하얀 옷자락이 바닥을 스치며, 마치 신령처럼 맑은 음성이 뱉어냈다.“오천마귀, 망신멸형, 신혼파산… 급급여율령.”“돌파!”임세안은 그 순간을 똑똑히 목격했다.한 줄기 광채가 번뜩이며 기류를 강타했고, 그것은 순식간에 안개처럼 흩어졌다.그리고 마침내, 그 기류 자체도 완전히 사라져버렸다.용강한은 도술을 거두고 몸을 돌렸다.그 모습을 바라본 임세안의 얼굴은 창백했다.그 역시 완전히 기가 질린 상태였다.“임 장군, 돌아갑시다.”용강한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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