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 그룹 건물 앞.배서준은 혼이 빠진 듯한 얼굴로 차에 돌아왔다.손에 들고 있던 장미꽃은 이미 손아귀에서 으깨져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었고 새빨간 꽃잎은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마치 지금 산산조각이 난 그의 마음 같았다.그는 핸들을 세게 내리쳤고 쿵 하는 굉음이 차 안에 울려 퍼졌다.“남설아, 감히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배서준은 이를 악물고 분노와 억울함이 뒤섞인 눈빛으로 중얼거렸다.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한때 자신에게 한없이 순종적이었던 남설아가 이렇게 냉정하고 무정하게 돌아설 줄은 꿈에도 몰랐다.“분명히 이건 밀당일 거야, 일부러 이러는 거야.”그는 애써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기합리화를 했다.남설아는 지금 자신을 시험하는 거라고, 자신의 관심을 끌려고 그러는 것으로 생각했다.“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남설아. 반드시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오게 만들겠어.”그의 눈빛에는 다시금 무서운 집착의 기운이 맴돌기 시작했다.이설 그룹, 대표 사무실.남설아는 배서준에 관한 생각을 단호하게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그녀는 책상 위의 서류를 넘기며 새 프로젝트의 추진 방향에 대해 고심하고 있었다.그때, 전화벨이 울리며 생각이 끊어졌다.수화기를 들자 강연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설아야, 바빠?”남설아는 자연스레 미소를 지었다.“오빠, 무슨 일이야?”“아니, 별일은 아니고. 오늘 하루 어땠는지 궁금해서 전화했어. 오늘 하루 잘 보냈어?”다정한 그의 목소리에 남설아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나긋하게 대답했다.“응, 괜찮았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다행이다.”강연찬은 한 박자 쉬고 나서 다시 물었다.“그나저나 새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남설아는 손에 들고 있던 문서를 내려놓고 차분히 설명했다.“화승 그룹 쪽에서 우리 제안에 대해 꽤 긍정적이야. 관심도 많고 협력 의향도 보여. 다만 구체적인 조건은 좀 더 협의가 필요해.”강연찬은 감탄하며 말했다.“설아야, 정말 잘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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