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요, 배 대표님, 저도 중요한 고객과 약속이 있어서 이제 곧 나가봐야 해요.”“아이고, 아내한테서 방금 메시지가 왔는데 애가 아프대요. 얼른 가봐야겠습니다.”“배 대표님, 정말 죄송하지만, 저도 급한 회의가 있어서요.”이사들은 마치 구원의 동아줄이라도 잡은 듯 앞다퉈 핑계를 대며 일어났다. 배서준이 뭐라 말할 틈도 없이 벌써 문 쪽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그들의 발걸음은 빠르고 단호했다. 마치 조금이라도 늦으면 뒤에 일어날 무언가에 휘말릴까 두려운 듯했다.불과 몇 분 만에 회의실에는 네 사람만 남았다.이제 남설아는 하고 싶은 말을 굳이 돌려 말할 필요도 없었다. 눈치 보지 않고 두 사람의 음모를 지적하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수 있었다.소미란이 서둘러 나서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설아 씨, 오해하지 마요. 배 대표님은 그런 뜻이 아니에요. 그냥 설아 씨가 이미 손 뗐다고 하니까 이런 자잘한 일로 설아 씨까지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거예요.”“정말 그래요?” 남설아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제가 번거롭든 말든 그건 제 판단이죠. 그런데 소미란 씨는 이제 막 지분을 사들였을 뿐이고 배건 그룹 최대 주주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당당하게 배건 그룹 이사회에서 나서서 이설 그룹 자산을 어떻게 조정할지 논의하시는 거죠? 배 대표님, 이건 좀 지나치지 않아요?”배서준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이설 그룹은 애초에 배건 그룹의 자회사야. 소미란 씨의 안은 그룹 전체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야. 남설아, 괜한 소란 피우지 마. 너 오늘 여기 온 거, 소미란 씨가 투자한 거 보고 배 아파서 그러는 거 아니야? 뭔가 얻어가려는 거잖아?”그 말에 남설아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회의실의 적막을 가르는 맑고 또렷한 웃음소리였다.“배 대표님, 저를 너무 얕보시는 것 같네요. 소미란 씨가 얼마를 투자했든, 전혀 부럽지도 않고요. 더 솔직히 말해 그 정도 투자로 제가 욕심낼 일도 없어요. 오늘 제가 여기에 온 건,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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