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471 - Chapter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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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1화

곧이어 오정우도 밖으로 나왔다. 그는 재빨리 윤해준에게 담배를 건네 불을 붙여주었다.“다 처리했어?”윤해준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태연하게 물었다.오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십시오, 대표님. 깨끗하게 정리했습니다.”“귀국하자.”윤해준의 표정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이 하찮은 것들 때문에 자신이 안다혜와 이틀이나 떨어져 있어야 했으니,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뿐이었다.윤해준이 돌아온 건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그 사이, 안다혜는 김미진의 건강 문제로 갑자기 업무가 몰려들어 큰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정신없이 바빠 윤해준을 떠올릴 여유조차 없을 정도였다.비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모든 걸 눈에 담고 있었다.“대표님, 잠깐이라도 쉬시는 게 어떠세요?”안다혜는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안 돼요.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입니다.”그녀는 억지로 정신을 부여잡고 안경을 고쳐 쓰며 모니터 속 글자를 들여다봤다.비서는 더는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물러났다.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녀를 방해하지 않는 것뿐이었다.비서가 밖으로 나오자 부서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비서에게로 쏠렸다.관심과 걱정이 가득 담긴 눈빛이었다.“대표님은 어떠세요?”“아직도 안에서 일하고 계셔요?”“큰일이네요. 몸이라도 상하면 어떡하죠?”동료들이 걱정하는 표정에 비서의 마음이 따뜻해졌다.평소에는 안다혜에게 불만이 많아 보이던 이들이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이렇게 걱정하고 있었다.이렇게 보니 이 회사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다들 진정하세요. 각자 맡은 자리에서 업무를 잘해주시면 됩니다. 대표님은 제가 잘 챙길게요.”비서는 그렇게 말하고는 음식을 사러 나갔다.사무실은 다시 조용해졌다.그러다 누군가 입을 열었다.“사실 평소에 대표님이 우리한테 참 잘해주셨잖아요.”“맞아요. 안씨 가문의 둘째 딸이라지만, 절대 잘난 척하지 않고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오셨죠.”“우리 대표님께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있는지 물어보는 게 어떨까요?”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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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대표님은 손목이 너무 허전하잖아요. 액세서리도 하나도 없잖아요. 그리고 맨날 정장만 입으시고... 가끔은 좀 다르게 입어보셔도 좋잖아요. 그리고, 그리고...”안다혜가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이, 이지영은 갑자기 마음속의 얘기를 터뜨리듯 외쳤다.“그리고 왜 그렇게 모든 걸 다 타고나신 거예요? 피부도 어쩜 그렇게 모공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요? 피부도 그렇고 기본적인 조건 자체가 너무 좋잖아요. 저 정말 질투 나요!”안다혜는 웃음을 터뜨렸다.‘지영 씨가 이렇게 귀여운 면이 있었네. 왜 전에는 몰랐던 거지?’“네?”안다혜의 웃음소리에 이지영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아, 저 뭔가 까먹은 거 같아요. 원래는 대표님 서류 처리 도와드리러 들어온 거였는데...”하지만 안다혜는 단호하게 거절했다.“됐어요, 여러분 마음은 충분히 알았어요. 정말 고마워요. 다른 분들한테도 고맙다고 전해줘요. 잠시 후에 비서한테 커피랑 간식을 나눠주라고 할게요. 제 일은 여러분이 도와주기 어려운 일이에요. 제 일은 제가 하는 게 맞아요.”커피와 간식이라는 말에 이지영의 눈이 반짝였다. 그러면서도 안다혜를 보며 마음 한구석이 짠했다.“그럼 대표님,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우리한테 말씀하세요. 저희 다 문밖에 있어요. 바로 달려올게요.”안다혜는 손가락으로 ‘OK’ 표시하고 이지영을 배웅했다.밖에 있던 직원들은 이지영이 문을 열자마자 우르르 몰려들어 상황을 물었다.그 모습을 본 안다혜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이 사람들, 참 따뜻하고 정 많네. 사람이라는 게, 참 모순적인 존재야.’직원들은 입을 모아 물었다.“지영 씨, 어떻게 됐어요?”“대표님이 우리한테 일을 주신대요?”“저는 자신 있어요. 프로젝트를 맡겨만 주시면 무조건 기한 안에 끝낼 수 있습니다.”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는 이지영은 얼굴이 붉어졌다.“아니에요. 저 아무 소득 없이 나왔어요. 대표님께서 그냥 고맙다고만 하시고 조금 있다가 우리한테 커피랑 간식을 사신대요.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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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알겠어요. 나가봐도 돼요. 사무실 문을 닫는 거 잊지 말고요.”안다혜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런 차가운 모습에 비서도 더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그는 곧장 문을 닫고 나와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시선을 마주했다.다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자 비서는 가볍게 헛기침했다.“다들 흩어지세요. 여기 있지 말고 각자 업무 보세요. 일이 제일 중요하잖아요.”하지만 그렇게 말했음에도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불안이 사라지지 않았다.아마도 다들 대표님이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걸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다.예상은 틀리지 않았다.안다혜는 서류에 파묻힌 채 비서가 사 온 음식을 겨우 몇 입만 먹고는 곧바로 손을 놓아버렸다.쌓여 있는 업무에다 엄마의 건강 문제까지 겹치니, 지금 그녀에게는 자신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안다혜는 조금이라도 엄마의 짐을 덜어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버티고 있었다.그럴수록 더 악착같이 일할 수밖에 없었다.무언가를 증명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엄마가 편해지길 바랐을 뿐이었다.그래서 윤해준이 집에 없는 이틀 동안, 그녀는 거의 회사에서만 시간을 보냈다.어차피 혼자 집에 돌아가도 의미가 없으니 차라리 회사에서 일을 더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밖이 어두워졌을 무렵, 안다혜는 눈가가 시큰거렸고 배에서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안다혜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이상했다.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아픈 건지.안다혜는 위급한 상황임을 직감하고 배를 움켜쥐고는 비서를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미 퇴근 시간이 지나 이 층에는 그녀 혼자뿐이었다.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기운이 쭉 빠져 몸에 전혀 힘이 없었다.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다름 아닌 윤해준이었다.손이 덜덜 떨렸지만, 그녀는 어떻게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윤해준은 복주에서 돌아왔지만, 한유라에게 붙잡혀 있었다.“안 돼. 나 밥 한 끼로 끝내겠다고 한 적 없거든? 이렇게 큰일인데 오빠 설마 밥 한 번 사는 것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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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한유라 씨도 참, 겁이 없네.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기나 하고 저렇게 팔짱을 끼려 드는 건가.’안다혜 말고는 감히 윤해준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오정우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그리고 예상대로 윤해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는 한유라의 손목을 낚아채며 서늘하게 쏘아붙였다.“지금 뭐 하려는 거야?”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손에 힘이 서서히 들어갔다.한유라는 얼굴이 일그러지며 고통을 호소했다.“오빠, 아파. 이거 놔줘. 잘못했어.”그 소리를 듣자 오정우는 오히려 안도했다.그래, 이게 그가 아는 윤해준이다.누구든 가까이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들이 복주에서 그 난리를 치며 처리할 이유도 없었다.오정우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그리고 불현듯 자신이 언제부터 이렇게 속으로 투덜거리는 사람이었는지 생각이 들었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 윤해준을 만나기 전에는 이럴 일도 없었다.그러니 지금의 반응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였다.윤해준은 차갑게 한마디만 던졌다.“이번에 밥 먹고 다시는 귀찮게 하지 마.”그는 곧장 앞을 향해 걸어 나갔다.오정우는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눈치껏 뒤따르며 동시에 레스토랑을 예약했다.뒤에 남은 한유라는 손목을 주무르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결과만 생각하면 불만은 없었다. 어쨌든 윤해준과 자리를 함께할 수 있게 됐다.그녀는 윤해준을 상대로 이렇게 속임수를 쓰는 게 오히려 기쁘기까지 했다.좋아하는 걸 얻고 싶다면 어떻게든 쟁취해야 한다. 세상에 서로 좋아해서 사랑에 빠지는 게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인가.적어도 한유라는 그렇게 믿었다.그녀와 윤해준이 여기까지 온 것도 자신이 포기하지 않고 버텼기 때문이라고 확신했다.그렇지 않았다면,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나버렸을 것이다.한유라는 표정 관리하고는 태연하게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오빠, 잠깐만 기다려!”그 목소리에 오정우는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솔직히 이 집요함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윤해준 같은 사람을 상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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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괜찮다. 어찌 됐든 지금의 윤해준은 온전히 자기 사람이었다. 안다혜는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었다.“주문해.”윤해준은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한유라 쪽으로 밀어줬다.남자로서 최소한의 예의, 몸에 밴 습관 같은 것이었다.마치 밥을 먹을 때 젓가락을 드는 것처럼, 지극히 의미 없는 것이었다.“좋아!”한유라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띠었다.역시 윤해준이 자신을 신경 쓰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메뉴판을 자기 쪽으로 밀어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분명 자신의 입맛을 배려한 게 분명했다.한유라는 메뉴판을 들여다보다가 직원을 보고 물었다.“저기요, 혹시 추천해 주시는 요리 있어요?”직원은 친절하게 웃으며 설명했다.“매운 걸 드실 수 있다면 저희 대표 메뉴인 코다리찜을 추천해 드립니다. 아침에 잡은 코다리를 바로 손질한 겁니다.”“아, 그럼 그 메뉴는 주문 안 할게요. 오빠가 매운 걸 못 먹어서요.”한유라는 당연하다는 듯 말하면서 윤해준을 쳐다보았다.하지만 정작 그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순간 한유라의 눈빛이 흔들렸고 풀이 확 꺾였다.“그냥 여기 대표 메뉴 전부 주세요. 매운 거만 빼고요.”“네, 알겠습니다.”직원이 공손하게 나가자 한유라는 물 한 모금을 넘기며 다시 윤해준을 바라봤다.혀로 마른 입술을 살짝 적시며 억지로 대화를 이어갔다.“오빠, 출장 가서는 무슨 일을 한 거야?”윤해준의 손가락이 멈췄다.그는 잠깐 멈칫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쓸데없이 캐묻지 마.”마치 찬물을 뒤집어쓴 듯, 한유라는 온몸이 싸늘히 식어버리는 것만 같았다.그런데도 그녀는 자신을 다독였다. 둘만의 시간인데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마침 그때, 직원이 문을 두드렸다.“실례합니다. 요리 나왔습니다.”윤해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직원들이 줄지어 들어와 음식을 상 위에 하나씩 차려 놓았다.한유라는 그 틈을 타 몰래 윤해준의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리고는 음식 사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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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한유라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마음속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이 여자 도대체 왜 이래?’겨우 윤해준과 밥 한 끼 먹으러 나온 건데 제발 좀 조용히 있어 주길 바랐다.“오빠, 오늘은 내가 약속 잡은 자리잖아. 이건 분명히 우리 둘만의 시간인데 다른 사람이 왜 끼어들어야 해?”지금 순간에 윤해준은 온전히 자기 것이라고 확신했다.그런 생각이 스치자 한유라는 아예 윤해준의 휴대폰을 꺼버린 뒤 자기 가방에 넣어버렸다.“걱정하지 마. 밥 다 먹고 나면 돌려줄게.”그러고는 약간의 불만이 섞인 말투로 덧붙였다.“어차피 오빠도 진짜 정체가 새언니한테 알려지는 건 원치 않잖아?”윤해준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지금 그가 곧 폭발할 분노를 참고 있다는 걸 눈치챌 것이다.옆에 놓인 주먹이 꽉 조여졌다 풀리길 반복했다.그러나 결국 그는 한문수의 체면을 생각해 손을 대지는 않았다.만약 다른 여자였다면 이미 수백 번은 죽었을 거다. 그것도 한참 전에 이미 숨통이 끊어졌을 것이다.“그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거야.”윤해준은 짧게 내뱉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젓가락을 들었다.안다혜한테는 나중에 직접 설명하면 된다. 그제야 한유라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봐, 윤해준을 휘두르는 건 어렵지 않아.’그녀는 금세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인스타그램에 몇 장의 사진을 올렸다....그 시각, 안다혜는 의자에 몸을 웅크린 채 전화를 붙들고 있었다.끊긴 신호음에 그녀는 믿기지 않는듯한 표정을 지었다.분명 오전에 귀국했다고 했었고 직접 메시지도 보내왔었다.식은땀에 축축해진 앞머리는 이마에 붙었고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그녀는 간신히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이번엔 아예 전원이 꺼져 있었다.안다혜는 절망감에 사로잡힌 채 결국 비서에게 연락했다.“구급차 좀 불러줘.”비서는 소식을 듣자마자 깜짝 놀랐다. 안다혜의 상태가 왜 갑자기 저렇게 된 건지 몰랐다.“대표님, 조금만 버텨주세요! 제가 곧 갑니다.”비서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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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치료를 진행하는 데도 더 효과적이었다.비서가 약을 들고 병실에 들어섰을 때, 안다혜가 마침 눈을 떴다.“대표님, 괜찮으세요?”안다혜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팔에 힘을 주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그러나 비서가 재빨리 막았다.“대표님, 지금 팔에 링거 꽂고 계시잖아요. 그냥 누워 계세요.”그 말에 안다혜가 시선을 옮겼고 정말로 링거액이 떨어지고 있었다.결국 다시 고개를 떨구며 누워야 했다.목을 가다듬고 말을 꺼내려니 목이 너무 건조해서 쉰 소리가 섞였다.“비서님께서 저를 병원까지 데려온 거예요?”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 의사 말씀이 급성 위장염이라고 하셨어요. 평소 식사 습관이랑 관련이 있다고 하더군요. 제가 사 온 식사, 안 드셨죠?”안다혜는 드물게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바빠서 깜빡했어요.”그 순간 비서가 벌컥 목소리를 높였다.“깜빡이라니요! 대표님, 본인 몸인데 건강을 좀 챙기셔야죠. 건강은 밑천인데 그렇게 무심하면 안 돼요.”비서는 말을 하면서 눈에 눈물이 맺힐 것 같았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그 모습에 안다혜는 오히려 웃음을 지으며 달랬다.“괜찮아요. 다 지나갈 거예요. 봐요, 이렇게 멀쩡하잖아요.”비서가 더 말을 하려는 순간, 안다혜가 가볍게 기침했다.그는 곧장 탁자 위의 물컵을 안다혜에게 건넸다.“대표님, 조심하세요. 뜨거워요.”안다혜는 알겠다는 듯 눈짓했다.평소에는 조용한 비서지만 막상 이런 순간엔 정말 든든했다.그녀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손을 흔들며 됐다는 신호를 보냈다.“오늘은 정말 고마워요. 밤늦게 괜히 민폐 끼쳐서 고생시켰네요.”그 말에 비서는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대표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왜 그래요?”안다혜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당황하여 목소리가 높아진 비서를 바라보았다.‘내가 뭐 잘못 말했나?’비서는 단호하게 말했다.“대표님, 저희도 이제는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이잖아요. 동료이자 친구로서 도와주는 게 당연한 거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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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안다혜는 링거가 아직 두세 병은 남아 있는 걸 보고 비서가 여기 남아 있으면 제대로 쉬지도 못하겠다고 생각했다.“이제 들어가요. 이건 상사로서 명령입니다. 저 혼자서도 괜찮아요. 그냥 푹 자려고요. 무슨 일 있으면 간호사 부르면 됩니다.”그 말에 비서도 더는 버티고 있을 수 없었다. 안다혜의 단호한 표정을 보니 진심이라는 게 느껴졌다.“그럼 알겠습니다. 대표님, 내일 아침에 다시 찾아뵐게요.”안다혜는 고개를 끄덕였다.비서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마저 거절했다면 밤새 곁을 지키고 있었을 것이다.비서가 떠나자 텅 빈 병실엔 안다혜 혼자만 남았다.하얀 벽에 걸린 TV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움직였다.언제나 밝고 또렷하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표정이 어두웠다.안다혜는 휴대폰을 꺼내 통화 기록을 확인했다.윤해준의 부재중 전화는 없었다.‘왜지? 왜 전원을 꺼놨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불안한 추측이 꼬리를 물었다.그녀는 무심히 인스타그램을 넘기다가 한 게시물에서 시선이 멈췄다.게시물은 단출했고 사진 네 장이 다였다. 하지만 화면 속 남자는 너무도 익숙했다.그 남자는 의심할 여지 없이 윤해준이었고 게시물의 작성자는 다름 아닌 한유라였다.사진과 함께 밑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앞으로도 소중한 사람과 식사를 많이 할 거야!”안다혜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굳게 다문 입술 끝은 점점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게시물의 시간까지 확인했다. 하필 자신이 전화를 걸었던 바로 그때였다.‘그러니까 전화를 받지 않은 것도, 전원을 꺼버린 것도 다 한유라와 함께 있었기 때문이야?’그들이 함께 식사하고 있었다니, 그럼 그동안 자신에게 해온 말들은 다 뭐인지, 그냥 자신을 바보 취급한 건지 안다혜는 혼란스러웠다.사진 속 외모가 출중한 두 사람은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잘 어울려 보였다.안다혜는 마음속으로 평소 윤해준이 자신한테 어떻게 했는지 떠올리며 자신을 설득했다. 분명 무슨 오해가 있을 것이다.그녀는 윤해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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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윤해준은 얼른 안다혜에게 전화를 걸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유라는 일부러 속도를 늦추며 온갖 핑계를 대면서 식사 자리를 질질 끌었다.결국 인내심이 바닥난 윤해준은 식사 내내 얼굴이 굳어 있었다.한유라도 그걸 알면서 끝까지 버텼다. 설령 윤해준에게 미움받는다 해도 이 시간이 자기 것이어야 한다는 집착 하나로 말이다.‘안다혜, 그년은 왜 이렇게 욕심이 많아? 왜 겨우 이 시간조차도 나한테 안 주려는 거야?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면 되지, 왜 이렇게 성가시게 굴어? 진짜 짜증 나!’결국 한유라는 식사를 끝내고 싶지 않았지만 억지로 끝낼 수밖에 없게 되었다.한유라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윤해준은 곧바로 손을 내밀었다.차가운 눈빛과 굳은 표정만으로도 그가 무척 화가 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한유라가 억지웃음을 지었다.“안 까먹었어. 휴대폰 돌려줄 거야. 뭐가 그렇게 급해.”윤해준은 대꾸도 하지 않고 손바닥만 내밀고 있었다. 의미는 분명했다.“안 준다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한유라는 입술을 삐죽이며 변명했지만, 윤해준의 눈빛은 점점 더 싸늘해졌다.“빨리 줘. 안 그러면 네 오빠도 너를 지켜주지 못할 거야.”그 한마디에 한유라는 식은땀을 흘리며 황급히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건넸다.“여기, 돌려줄게.”윤해준은 전원을 눌러 보았고 휴대폰은 꺼져 있었다.“내가 언제 전원을 꺼도 된다고 했어?”그의 목소리에 한유라는 흠칫 놀라며 더듬었다.“혹시라도 또 방해될까 봐 그러지. 나는 식사 시간을 누가 방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윤해준은 주먹을 움켜쥐며 한문수의 체면을 봐서라도 참아야 한다고 속으로 여러 번 다짐했다.“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그는 이 말을 차갑게 내뱉고는 휴대폰을 들고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윤해준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고 한유라를 기다리려는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한유라는 어쩔 수 없이 뒤에서 허둥지둥 쫓아가는 수밖에 없었다.차 앞에 도착하니 차 문을 ‘쾅’ 닫아버리는 윤해준의 모습에 한유라는 민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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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안다혜가 이틀 동안 어떻게 지냈을지 윤해준은 알 수 없었다.출장을 나가 있는 동안에도 그는 여전히 다정한 아내의 온기와 향기가 그리웠다.뒷좌석에 앉아 있는 한유라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윤해준은 한시라도 빨리 한문수에게 연락하고 싶었다.그의 이 귀찮은 여동생을 더는 감당하고 싶지 않았다.집에 도착하자 한유라도 따라 내렸다.그는 윤해준의 뒤를 조심스레 따르며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윤해준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감히 섣불리 말을 걸지도 못했다.사실, 그의 휴대폰을 빼앗은 것도 본인조차 어쩌다 그랬는지 알 수 없었다.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나가 버린 탓이었다.한유라는 입술을 꾹 깨물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다짐하다가 결국 윤해준의 옷자락을 붙들었다.“해준 오빠...”윤해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중요한 일이 아니면 입 다물어.”그는 휴대폰을 충전해야 했기에 한유라와 쓸데없이 말다툼할 여유가 없었다.집 안으로 들어오자 불이 꺼진 채 온통 깜깜했다.분명 안다혜가 있을 시간이었지만 집에 없다는 사실이 윤해준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한유라는 난처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오빠, 제발 우리 오빠한테는 말하지 말아줘. 앞으로는 절대 오빠를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그녀는 한문수가 자신이 여기서 어떻게 지내는지 아는 걸 두려워했다.게다가 이미 한문수를 차단해 둔 상황이라 혹여 윤해준과 한문수가 이야기를 나눈다면 자신은 금세 들통나고 말 것이다.한유라는 간절한 눈빛으로 윤해준을 바라보며 조금이라도 마음이 약해지길 기대했다.그러나 윤해준은 그녀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냉정하게 잘라냈다.“이건 네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그 말로 모든 대화가 끝났다.윤해준은 더 이상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곧장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한유라는 떠나는 그의 넓은 어깨와 위압적인 뒷모습을 보며 더는 협상의 여지가 없음을 직감했다.순간 그녀의 얼굴에 섬뜩한 미소가 번지더니 금세 광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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