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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Author: 리치 사랑
한유라는 크게 심호흡하고서야 겨우 마음을 다잡았다.

어차피 지금 이 모든 일은 한씨 가문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회사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윤해준이 마음만 먹으면 그들이 해외에 있든 어디에 있든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한유라는 어릴 적부터 윤해준을 동경하며 좋아했을 때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한유라가 다른 누구보다도 윤해준의 수단을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

지하 주차장에 들어설 때부터 한유라는 애써 긴장을 누르려 했지만, 마음은 점점 더 조여 왔다.

지난번 윤해준이 차갑게 꺼지라고 했을 때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마주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그에게서 혹시 다른 태도를 볼 수 있을지, 그녀의 마음은 두근거림과 기대, 그리고 두려움으로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막상 병실 앞에 서고 보니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자신을 깨닫게 되었다.

한문수는 병실에 들어서서 침대 옆에서 세심하게 안다혜를 돌보는 윤해준을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정말 해준이를 이렇게까지 바꾸는 여자가 있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진 것이었다.

한문수는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손에 든 물건을 들고 다가갔다.

그러자 차갑고 낮은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여기는 왜 온 거야?”

윤해준은 그들을 보고는 표정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나마 둘만의 시간을 간신히 지키고 있었는데 불청객이 들이닥친 셈이었다.

“그게 말이야. 해준아, 내가 유라를 데리러 왔어.”

이 말을 듣는 순간, 뒤에 서 있던 한유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말 한마디가 그녀의 가슴을 산산이 부수는 듯했다.

그래도 잠깐은 오빠가 눈치를 보며 기다려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망설임 없이 정곡을 찔러 버린 것이다.

잠시 숨 돌릴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한유라는 떨리는 눈으로 혹시 가지 말라는 말을 해줄까 기대하며 윤해준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다음에 들려온 대답은 그녀의 표정을 단숨에 얼어붙게 했다.

“나랑 무슨 상관이지? 당장 데리고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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