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511 - Chapter 520

620 Chapters

제511화

더구나, 그는 정확히 이곳이 안다혜의 병실이라는 것까지 알아냈다. 분명 신경을 많이 쓴 듯했다.비서는 속으로 자신을 다독이며 위안으로 삼았다.병실 문 앞에 서서 중얼거리며 제자리를 맴돌던 이 집사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윤해준이 안다혜의 침대 곁에 몸을 기대고 있어 다정한 분위기를 풍기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그 광경을 본 이 집사의 마음은 오묘하게 복잡했다. 뭐라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생각해 보면 지난번 윤해준이 안씨 가문에 사람을 찾으러 왔을 때가 사실상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그때부터 이 집사에게 윤해준은 그다지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아내의 행방도 모르고 결국 안씨 가문까지 와서 물어야 했던 모습이 못마땅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은 안다혜 곁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진심처럼 보였다.그제야 이 집사는 어쩌면 윤해준은 안다혜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그는 가볍게 헛기침했다.그러자 윤해준의 눈이 번쩍 뜨였다.그 시선에는 방해받은 것에 대해 불쾌해하는 기색이 서렸고 눈빛 속의 살기 어린 기운은 채 가시지 않았다.이 집사는 그 눈빛을 보고 흠칫 놀랐다.‘이 남자는 정말 평범한 사람이 맞는 건가? 왜 이렇게 무시무시한 눈빛을 지닌 거지?’심지어 안 이사님조차도 이런 기세는 내뿜지 못했는데 말이다.그의 기운은 확실히 일반인과 달랐다.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본능적인 두려움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졌다.“그... 저는 다혜 씨를 보러 왔습니다. 안 이사님께서 오라고 하셔서요.”그 말에 윤해준은 더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고 곧 평소의 차분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그는 짧게 대답하고는 시선이 다시 안다혜에게로 향했다.이 집사는 다소 머쓱해져서 억지로 화제를 꺼냈다.“제가 의사에게 물어보니 다혜 씨 상태는 자기의 의식 속에 갇혀 있는 거라고 하더군요. 의식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동안은 곁에서 말을 자주 건네주는 게 좋답니다.”윤해준의 눈빛이 흔들렸다. 무언가 이상했다.“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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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안다혜는 그의 아내이고 모두 한 가족이었다.이 집사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고 윤해준에 대한 태도가 조금 바뀌게 되었다.“이 아이는 어릴 적부터 마음씨가 참 곱지만, 고집도 셌습니다.”이 집사의 말에 윤해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다정이가 어릴 때는 이런 모습이었구나.’윤해준이 반박하지 않자 이 집사는 계속 말을 이었다.“어릴 적부터 남다르게 착했어요. 길에서 마주친 고양이나 강아지는 물론이고 심지어 개미 한 마리도 밟아 죽이지 못할 정도였죠. 그런데 그 착한 성격 때문에 사모님과 대립하면서 오히려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이 집사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과거 안다혜가 만났던 그 나쁜 남자 서진우였다.만약 그 남자가 아니었다면 사모님과 아가씨의 사이가 이렇게까지 틀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비록 말로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윤해준은 그의 의중을 알아챘다.분명 서진우를 겨냥하는 말이었다.그리고 그로 인해 안다혜와 김미진의 관계가 이렇게 어긋나 버린 것이었다.사실 부모로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서진우라는 사람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놈이고 남자다운 면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과거의 안다혜가 어떻게 그런 사람을 좋아할 수 있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그런 말을 윤해준은 안다혜 앞에서 절대 입에 담을 수 없다.그는 지금 안다혜의 남편이었고 아내의 과거를 비난하는 건 좋지 않은 일이다.“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혜 씨와 결혼한 이상, 반드시 잘 보살필 겁니다.”윤해준은 다시 한번 진지하게 다짐했다.“과거의 일들은 전부 개의치 않겠습니다. 저는 우리가 앞으로 잘 살아가는 것만 바라고 있습니다.”이 집사는 안씨 가문의 집사였지만 윤해준은 그를 무척 존중했다.그는 안다혜가 자라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이었고 사실상 집안 어른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존중을 표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윤해준이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이 집사 역시 마음이 놓였다.“그렇게 생각해 준다면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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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비서 유이현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알겠습니다. 그런데 대표님이 계속 깨어나지 않으시면 어떻게 하죠?”비서 역시 안다혜를 걱정하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어쨌든 그는 안다혜를 따라다니며 일을 하는 사람이었고 자신이 맡은 많은 일들은 안다혜가 깨어 있어야만 진행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안다혜는 병상에 누워 꼼짝 못 하고 있었다.‘그렇다면 앞으로의 일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도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유이현은 문 앞에 어리둥절해서 서 있었다.여기 계속 있어야 할지, 아니면 회사로 돌아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결국, 그는 회사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어차피 이곳에 있어 봐야 그는 간호사도, 의사도 아니었기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떠나기 전, 유이현은 병실에 들어가 윤해준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여전히 가만히 누워 있는 안다혜를 보자 가슴이 먹먹해졌다.그러나 이렇게 계속 병상에만 있는 것은 절대 오래가면 안 되는 일이었다.안다혜가 계속 누워 있는 건 회사에도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회사는 여전히 돌아가야 했고 무엇보다 많은 일들이 안다혜의 결정이 있어야 했다.그건 결코 비서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결국 안다혜가 깨어나 직접 회사를 이끌어야만 했다.그때 윤해준은 유이현을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유이현은 헛기침하고 나서 자기 뜻을 전했다.“윤 대표님, 저는 회사로 돌아가겠습니다. 여기 있어도 도움이 안 되고 회사에도 사람이 필요하니까요.”그 말에 윤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제가 있으면 충분합니다.”“그럼 잘 부탁드립니다.”유이현은 연신 감사 인사를 하며 말했다.“저는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대표님의 공든 탑이 무너지면 안 되니까요.”무너진다는 말에 윤해준이 반응을 보였다.“알겠어요. 회사는 비서님이 잘 챙겨주세요.”비서의 말이 옳았다.여기서 모두가 시간을 보내고 있겠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는 건 아니었다.“회사 쪽은 비서님이 좀 더 신경 써야겠습니다. 다혜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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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절대로 누구에게도 회사를 빼앗기게 두지 않을 거야.”윤해준은 그렇게 말하며 밖으로 나가 오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때 오정우는 회사에서 일 처리를 하고 있었다.이미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는데 윤해준의 전화가 걸려 오자 눈앞이 깜깜해졌다. 정말 끝이 없다.오정우는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무슨 일이세요? 저한테 무슨 볼일이 있으신가요?”윤해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분간 회사에 나가지 못할 것 같아. 회사는 오 비서가 좀 더 챙겨 줘. 그리고 태안 그룹에 사람을 붙여서 감시하고 있어. 아무도 손을 쓰지 못하게 막아야 해.”말을 마친 그는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남겨진 오정우는 멍한 얼굴로 휴대폰을 내려다봤다.‘이게 도대체 뭐야?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면서 날 부려 먹는 거야?’혼자서 일 처리를 하면서 진작에 과부하가 왔는데 갑자기 일거리가 더 산더미처럼 늘어났다.‘아니, 이 부부는 날 종 부리듯 하는 거야 뭐야?’오정우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다.윤해준이 주는 급여와 대우가 괜찮았기 때문이다.만약 이 일을 그만두면 다음 일자리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차라리 여기서 참고 일하는 편이 나았다.그러던 중 윤해준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이번 달 월급을 열 배로 줄게.]‘열 배’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오정우의 눈이 번쩍 빛났다.순식간에 허리도 안 아프고 머리도 맑아지는 것 같았다. 갑자기 미래가 밝아지는 것 같았다. 아직 젊으니 얼마든지 할 수 있다.지금 그의 머릿속은 온통 ‘열 배’라는 단어뿐이었다. 그걸 생각만 해도 힘이 솟구쳤다.오정우는 싱글거리며 윤해준에게 답장을 보냈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 곁은 대표님이 지켜 주시고 회사와 태안 그룹은 제가 책임집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돈이고 뭐고 중요한 게 아니라 중요한 건 우리 사이의 정이죠.]윤해준은 그 메시지를 힐끗 보고 답장은 하지 않았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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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이 약은 길어야 사흘, 나흘 정도만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계속해서 안다혜에게 주사를 놓아야 했다.하지만 윤해준이 너무 철저하게 지켜보고 있어서 언제나 곁을 맴돌 수는 없었다.며칠 동안 손건후은 계속 기회를 엿봤다.마침내 윤해준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그는 병원 구석에 숨어 있다가 창문을 넘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침대 위 안다혜의 고운 얼굴을 본 순간, 손건후의 마음속엔 아쉬움이 차올랐다.그는 오랫동안 안다혜의 몸을 탐내왔지만 결국 손도 대지 못한 채 지켜만 봐야 했기에 괴로움이 더 컸다.윤해준이 너무 집요하게 곁을 지키고 있어 그에게는 단 한 번의 틈조차 주어지지 않았다.어쩔 수 없이 손건후은 황급히 주사를 준비해 약을 놓았다.안소현이 내린 지시를 완수해야만 자신도 무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들키지 않는 한, 그는 지금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손건후은 안다혜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나직이 말했다.“날 원망하지 마. 이건 다 매정한 네 언니 탓이지, 내 잘못이 아니야. 나는 단지 시킨 일을 할 뿐이야. 네가 깨어나면 우리 모두 곤란해져. 그러니 그냥 이 병원 침대에서 편히 누워 있어. 깨어나서 고통 겪는 것보단 이게 낫지 않겠어.”그는 말을 마치고 주삿바늘을 밀어 넣었다.그리고 서둘러 방을 빠져나가려던 순간, 복도로 들어서는 윤해준과 마주쳤다.묵직한 발소리에 손건후는 가슴이 쿵쿵 세차게 뛰었다.손건후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그는 황급히 두리번거리며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당겨쓴 뒤, 고개를 푹 숙였다.그리고는 CCTV 사각지대를 골라 빠르게 병동을 벗어났다.윤해준은 막 들어서며 손건후의 뒷모습을 흘끗 보았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이 시간에 회진인가? 그런데 왜 병실 안에도 들어가지 않고 바로 나오는 거지?’자신이 지킬 때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하필 자신이 없는 사이에만 사람이 드나든다는 게 석연치 않았다.의심은 점점 짙어졌다. 그는 원래 이 병원이 평판이 괜찮다고 들었지만, 지금 보니 믿음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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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다행히 손건후는 빠르게 움직였고 안다혜 침대 곁에서 불필요한 말을 늘어놓지도 않았다.단 몇 분이라도 늦었더라면, 아마 둘이 정면으로 마주쳤을 것이다.무사히 빠져나온 뒤, 손건후는 안소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방금 안다혜에게 다시 주사를 놓았습니다. 아마 며칠 동안은 계속 깨어나지 못할 겁니다.”그 메시지를 본 안소현은 입이 귓가에 걸렸다.그녀는 즉시 손건후에게 답장을 보냈다.[잘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돈은 곧 계좌로 보내 줄게요. 내가 비밀도 지켜 주고 돈까지 주고, 이렇게 좋은 일을 어디서 또 찾을 수 있겠어요?]메시지를 본 손건후은 헛웃음이 났다. 속으로는 안소현에 대한 원망이 더 깊어졌다.이토록 뻔뻔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분명 자신이 협박당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인 걸 아는데도 안소현은 자신을 이득만 보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만약 안소현이 아니었다면, 그는 지금쯤 병원에서 작은 책임자 정도의 자리를 지키며 무난하게 살고 있었을 것이다.괜히 이런 일에 휘말릴 이유도 없었다.게다가 예전의 그 일도 안소현이 굳이 꺼내지 않았다면 이미 잊고 살던 참이었다.누구나 몇 가지 불명예스러운 과거쯤은 있는 법인데 왜 자신만 계속 끄집어내 당해야 하는지 억울했다.하지만 메시지를 본 이상, 손건후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상대방은 이미 약점을 쥐고 있고 자신은 돈까지 받는 처지이니, 그는 거절할 권리조차 없었다.결국 그는 착실히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그가 할 일은 안소현이 시키는 일을 차질 없이 해내는 것이고 그 외에는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비록 마음은 억울했지만, 돈을 제때 보내 주는 점 하나만큼은 마음에 들었다.충실히 시키는 대로 한다면 자신이 숨겨야 하는 비밀들도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그래서 손건후은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소현 씨 말이 맞습니다. 저도 확실하게 협조하겠습니다. 안다혜에게 정해진 대로 주사 놓겠습니다. 다만, 그 곁에 항상 있는 그 남자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눈치도 빠른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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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그는 이 자리를 꼭 지켜야 했고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어쨌든 중심병원의 부교수라는 직함은 어디에 내놓아도 체면이 서는 것이었다.명절이나 기념일마다 사람들이 찾아와 선물도 주고 안부도 전했다. 이미 그런 생활에 익숙해진 그는 한순간에 진흙탕으로 굴러떨어지는 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손건후는 주먹을 꽉 쥐며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이 자리는 절대로 잃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안소현을 잘 도와 일을 해내야 했다.그래야만 앞으로의 날들에 희망이 있을 것이다.한편, 황규석 역시 순조롭지 못했다.그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눈앞의 사람들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여러분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건 알지만, 사실은 이렇습니다. 때로는 이런 일들이 의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때도 있습니다. 사람의 신체 구조는 워낙 복잡해서 어느 한 장기에 문제가 생기면 연결된 장기들이 모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저도 뭐라 확답하기 어렵습니다.”황규석은 얼굴의 땀을 닦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는 안다혜의 배후에 있는 남자가 이렇게 대단한 인물일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민성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사들을 직접 불러올 줄은 몰랐다.자신의 알량한 의료지식 따위는 이런 사람들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었다.거짓말을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고 게다가 이들을 속여야 했으니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윤해준이 데려온 의료팀은 다섯 명이 모두 흰 가운을 입고 안경을 낀 채 황규석의 사무실로 들어섰다.그들이 둘러싸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압도당하는 느낌이었고 분위기가 범상치 않았다.황규석의 설명을 들은 뒤, 한 사람이 안경을 고쳐 쓰며 물었다.“그래서 위장염이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겁니까? 환자가 이렇게 며칠 동안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는데 이상하다고는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까?”그 말을 듣고 황규석은 뭐라 말하려다 말문이 막혔다. 그는 한동안 머뭇거리다가 겨우 대답했다.“하지만 저희가 환자에게 검사를 진행했을 땐,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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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이런 말은 정작 그 자신도 별로 믿기지 않았다.다만 다행히도 검사 결과에서 아무런 이상이 나오지 않았기에 그는 이렇게 큰소리를 칠 수 있었다.허종혁 쪽에서도 다행히 머리가 잘 돌아갔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 일은 도저히 수습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황규석의 말을 들은 의사들도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황규석의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여겼다.밖으로 나온 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윤해준에게 어떻게 보고해야 할지 난감해했다.어쨌든 이런 상황은 그들 역시 처음 겪는 일이었으니 말이다.그들은 안다혜의 병실 앞에서 서성이며 우왕좌왕했다.서로 얘기를 나눴지만 하나같이 난처한 기색이었다.이 소리를 들은 윤해준이 병실 문을 열자 다섯 명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멈춰 섰다.윤해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위압적인 목소리로 물었다.“다들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겁니까?”“윤 대표님, 저희는...”의료팀은 서로 눈치를 보며 도무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그들의 난감한 모습에 윤해준은 이미 짐작이 갔다.“그러니까 지금 여러분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겁니까?”다섯 명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윤해준의 추궁 앞에서 도저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윤 대표님, 사실 이런 경우는 저희도 처음이라,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합니다.”다른 사람도 거들었다.“맞습니다. 저희도 검사 결과를 확인해 봤지만 아무런 이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희도 그 밖에 다른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이 말에 윤해준은 피로감을 느꼈다.“병원을 옮겨요.”다섯 사람은 잠시 머뭇거리다 방금 황규석이 했던 제안을 말했다.“저희는 그 의사가 한 말도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지금 사모님의 상태가 불확실하니 섣불리 옮기는 것은 머리와 몸 모두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최선은 당분간 이 병원에 머물며 경과를 지켜보는 것입니다.”윤해준은 다시 미간을 좁혔다.“그럼 지켜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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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한문수는 윤해준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별다른 방법이 없는 그는 결국 짐을 챙겨 민성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지금 자기 여동생은 더 이상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태였다. 말을 해도 전혀 듣지 않을뿐더러 아예 자신을 차단해 버렸다.가문 사람들이 걱정은 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었다.처음엔 한문수가 가족들을 달래며 걱정하지 말라고 나섰다.그래도 윤해준이 곁에 있지 않으냐는 것이었다.어쨌든 한유라는 그와 함께 자라난 사이였고 민성은 윤해준의 영역이니 최소한 여동생에게 불이익을 주지는 않을 거라 믿었다.그런데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쩌다 자기 여동생이 민성에서 윤해준을 이토록 화나게 할 만한 일을 벌였단 말인가.남의 집에 들어가 있으면 적어도 조금은 조심해야 하는 법인데 오히려 더 제멋대로 군 모양이다.이제 일이 이렇게 커져 버려 그가 직접 민성까지 와서 여동생을 데리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게다가 이건 그와 윤해준 두 사람을 동시에 난처한 처지에 몰아넣는 일이었다.그토록 가까웠던 사이였는데 이렇게까지 관계가 틀어져 버리다니, 앞으로 도대체 어떻게 지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짓누르며 한문수는 깊은 두통을 느꼈다.그는 곧장 택시를 타고 윤해준의 집으로 향했다.오랜만에 국내로 돌아온 터라 아직 익숙지 않은 것들도 많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미룰 수는 없었다.더는 여동생을 윤해준의 집에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집에 도착했을 때, 한유라는 홀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그녀는 들어오는 한문수를 보며 얼떨떨한 표정을 짓더니 낮게 중얼거렸다.“오빠? 이거 환상이지? 오빠가 여기에 있을 리가 없는데?”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일어서더니 비틀거리며 한문수 쪽으로 다가왔다.한유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한문수의 마음은 더할 수 없이 아팠다. 그는 입을 벌린 채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바라보았다.집을 떠날 때만 해도 멀쩡했던 여동생이 민성에 와서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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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너는... 너는 내 오빠가 아니야. 나 돌아가기 싫어. 제발, 나한테 말 걸지 마!”한유라의 두 눈은 창백했고 온몸에서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그녀는 여기 남아야 윤해준과 조금이라도 더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정말로 해외로 돌아가 버린다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었다.게다가 이번에 이렇게 큰 소동을 일으켰으니 윤해준 마음속에서의 자신의 이미지는 이미 산산조각이 나 버렸음이 분명했다.그렇게 생각하니 한유라는 그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움은커녕, 이제 오빠는 자신을 데리고 돌아가려 한다.이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결국 생각 끝에 한유라는 차라리 모른 척하는 쪽을 택했다.하지만 한문수는 얼마나 많은 세상의 풍파를 겪어왔는데 이런 얕은수에 속아 넘어갈 리가 없었다.게다가 오랜 시간 함께 자라 온 친여동생이니, 어떤 사람인지 훤히 아는 그였다.“됐어, 그만해.”한문수는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네가 아무리 내 친동생이라 해도 윤해준을 화나게 한 이상 아무리 말해 봐야 소용없어. 어쨌든 넌 이 집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어. 너도 좀 정신 차려야지. 여긴 남의 집이고 너는 외부인이야. 그걸 구분할 줄 알아야지.”그 말과 표정에서 모든 게 분명해졌다.한유라는 이제 자신이 이 집에서 나가야 한다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깨달았다.결국, 미친 척하는 건 통하지 않았다.“오빠, 하지만 나 정말 떠나고 싶지 않아. 이틀 동안 계속 생각했어. 내가 떠나면 그땐 더 이상 해준 오빠를 나한테로 끌어당길 수가 없어.”그 말에 한문수는 비꼬며 말했다.“이럴 땐 또 오빠라 부르네? 아까는 나 모른다고 발뺌하더니?”한유라는 머리를 긁적이며 민망하게 말했다.“그건 내가 이 집을 떠나기 싫어서 그런 거였잖아. 여기 남아 있는 건 그래도 희망이 남아 있다는 뜻이야. 이전이랑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지. 근데 나가 버리면 그땐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는 거야.”한문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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