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해야 앞으로의 단계도 수월해진다.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은 영영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허종혁도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는 손을 들어 안소현의 등을 토닥이며 한층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됐어, 너무 속상해하지 마. 지금까지도 넌 충분히 잘해왔어. 앞으로 일은 우리 두 사람이 같이 맞서면 돼. 터무니없는 소문도 그렇게 많지 않을 거야.”안소현은 고개를 들어 허종혁을 바라보았다.지금 그녀의 눈에 비친 허종혁은 온몸에서 빛이 나는 듯했다.“종혁 씨, 방금 한 말 다 진심이에요?”허종혁은 진지하게 맹세하듯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진심이지. 이런 일로 내가 왜 널 속여? 그럴 이유 없잖아. 앞으로는 우리가 같이 살아갈 건데 함께 맞서는 건 당연한 일이지. 왜 그렇게 예상 밖이라는 표정이야?”그 순간, 안소현의 시야에는 허종혁만 가득했다. 그는 마치 빛나는 영웅 같았다.지금 허종혁이 다소 거칠게 말한다 해도 그녀는 모두 받아들일 수 있었다.“아니에요, 종혁 씨. 내가 어떻게 안 믿겠어요. 그냥 당신이 정말 좋다는 생각뿐이에요.”안소현은 허종혁을 꼭 껴안았고 좀처럼 놓으려 하지 않았다. 뜻밖의 반응에 허종혁은 잠시 놀랐지만, 곧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소현아. 앞으로 내가 잘할게. 넌 그냥 마음 놓고 나한테 맡겨.”이 말에 안소현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녀는 이 남자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말, 그럴듯한 위로, 듣기엔 좋지만 결국 행동이랑 별개라는 것을 말이다.게다가 허종혁은 많은 일을 겪고도 끝내 피하는 쪽을 택하곤 했다.그가 어떤 성격인지, 안소현은 누구보다 잘 안다.만약 결혼까지 생각한다면, 그녀는 분명 다시 한번 차분히 따져볼 것이다.하지만 사람 앞에서는 사람 말을, 귀신 앞에서는 귀신 말을 한다고 하지 않나, 지금 순간, 허종혁을 대하는 안소현도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감정을 추스른 안소현은 곧장 김미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윤해준이 안다혜를 데려가는 걸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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