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581 - Chapter 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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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1화

허종혁은 전화라는 단어를 들은 뒤로 표정이 좋지 않았고 행동도 부자연스러웠다. 저번에 잘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안소현이 기억하고 있다가 지금 다시 꺼낸 것이다.허종혁의 눈빛이 요동쳤다.“자기야, 이 일은 저번에 설명했던 것 같은데?”“다시 물어본다 해도 전에 했던 말 그대로야. 다른 건 없어.”안소현은 그 눈빛을 놓치지 않고 전부 읽어냈다. 요즘 윤해준과 힘겨루기하며 사람을 어느 정도 꿰뚫어 볼 수 있게 되었다. 허종혁이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뭔가를 숨기고 있는게 분명했지만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무엇을 어떻게 물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묻는다 해도 본인의 의지가 이런데 절대 말해줄 리가 없었다. 캐물을수록 오히려 상황만 이상해질 것 같았다.허종혁이 거짓말한다는 걸 뻔히 알고 있는 안소현은 내키지 않았지만 허종혁이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더 물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성격이 어떤지 뻔히 알면서 더 물어보는 건 재미가 없었다.게다가 안소현은 원래도 독립적인 여자였다. 혼자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데 굳이 허종혁에게 의지할 필요가 없었다.안소현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종혁 씨. 나는 종혁 씨 믿어요. 더는 설명할 필요 없어요.”“그래도 하나...”안소현이 일부러 뜸을 들이며 허종혁 앞으로 다가가 섰다. 가느다란 손이 남자의 가슴에 닿는 순간 허종혁은 무언가에 홀린 듯 마음이 간질간질했다.허종혁이 안소현의 손을 잡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는데 안소현이 손을 거두며 기회를 주지 않았다. 벙찐 허종혁이 억울한 표정으로 안소현을 바라봤다.“왜 그래. 자기야. 왜 피해.”안소현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밖에서 뭘 하고 다니든 상관없어요. 들키지만 않으면 돼요. 아니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예요.”깜짝 놀란 허종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일단 고개라도 끄덕였다.“그래. 알았어. 명심할게.”“그래도 자기야. 그게 무슨 헛소리야. 내 인생에 여자는 너 하나뿐이야.”허종혁은 충성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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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이연서는 그저 장난감에 불과했다. 다만 아직 질리기 전이라 버린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안소현은 허종혁의 신경이 다른 곳에 팔린 걸 보고 얼굴을 찡그리며 상대의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저릿한 고통에 허종혁이 안소현을 놓아주며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자기야, 왜 그래?”잘 나가다가 갑자기 왜 깨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는데 찬물을 끼얹는 거나 마찬가지라 허종혁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가끔은 허종혁도 안소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이 딱 그랬다.‘한창 좋았는데 뭐야? 기분 잡치게.’안소현이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종혁 씨 지금 다른 데 신경이 팔렸잖아요.”“나랑 키스하면서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해요?”안소현이 정곡을 찌르자 허종혁은 눈빛이 흔들렸다.‘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는 거잖아.’허종혁은 가끔 여자가 너무 무서웠다. 앞으로 함께 생활한다면 작은 생각도 아주 쉽게 들켜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됐어. 자기야. 내가 잘못했어. 화내지 마.”허종혁의 기분은 마음먹기 나름이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안소현에게 사과했다. 그러자 안소현이 콧방귀를 뀌었다.“우리가 만난 시간만 해도 얼만데 설마 아직도 종혁 씨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내 뒤에서 이상한 짓거리하지 마요. 그러다 들키는 날에는 끝장이에요.”허종혁은 안소현의 말에 놀라 멈칫했다. 순간 별장에 이연서를 숨겨둔 게 맞는 선택인지 주저하게 되었다. 안소현도 있는데 따로 한 명을 더 둔다는 건 너무 바람둥이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이러다 들키면 어떡하지?’게다가 안소현이 이렇게 연달아 경고한다는 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는 의미였다.허종혁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으로써는 일단 상황을 봐가면서 그때그때 대책을 강구하는 수밖에 없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안소현이 이연서의 존재를 영원히 모르는 것이었다. 아니면 정말 모든 게 끝이다.허종혁은 절대 걱정하는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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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이연서를 잘 숨겨야만 큰 시름을 덜 수 있을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허종혁은 안소현의 팔을 더 꼭 잡았다.안소현은 그런 허종혁을 보며 문득 전에 전화했을 때 들었던 이상한 소리가 떠올라 의심하기 시작했다. 허종혁이 말하려 하지 않으니 캐묻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하나씩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허종혁. 늘 이렇게 얌전해야 할 거야. 내게 미안한 짓은 애초에 할 생각도 하지 마. 아니면 너도 죽고, 나도 죽는 거야.’이렇게 생각한 안소현은 허종혁을 보는 눈빛이 매서워지기 시작했다. 화들짝 놀란 허종혁은 얼른 사람 좋게 웃어 보였다.안소현은 허종혁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어 일단은 가만히 있었다. 사람은 늘 직접 겪어야만 교훈을 뼈저리게 느끼는 동물이었다....한편, 전화를 끊은 김미진은 조급하게 윤해준을 연락했다. 평소 안다혜에게 엄격하긴 했어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서툰 엄마였다.남편을 일찍 보내고 혼자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역할을 소화하다 보니 부드러울 때보다는 엄격할 때가 더 많았다. 아주 어릴 적부터 김미진 혼자 안소현과 안다혜를 돌보느라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빼먹지 않고 교육한 게 있다면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는 독립적인 사람이 되라는 것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김미진은 이걸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다.태안 그룹에서 의지할 곳이 없었던 김미진은 믿을 사람이 오직 자기 자신뿐이었다. 자기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은 믿지도, 믿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인지 김미진은 늘 안다혜에게 성장을 요구했다. 게다가 안소현이 아프자 김미진은 안다혜를 더 엄격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이렇게 생각한 김미진은 죄책감에 사로잡혔다.‘내가 너무 엄격하기만 했던 건 아닐까? 소현이가 아프다는 이유로 다혜의 기분을 헤아려본 적이 없네.’‘다혜에게는 너무 불공평하네. 다혜 때문에 소현이가 아픈 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김미진은 손이 파르르 떨렸다.‘전화가 걸린다 해도 무슨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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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저는 방관자일 뿐 직접 겪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김미진은 이 말에 더 감격했다.“그래요. 지금 바로 전화할게요.”이 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 집사도 안다혜의 근황이 궁금했다. 저번에 봤을 때만 해도 혼수 상태였는데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집사는 이 상황이 안타까울뿐더러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자라는 걸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아이가 아픈데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에 울화통이 터질 때도 많았다. 다만 화를 낸다고 해서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 있는 건 아니었기에 앞으로 잘 보상해 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은 김미진이 윤해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한번 울리는가 싶더니 이내 전원이 꺼져있다는 차디찬 시스템 알림이 들리자 김미진은 넋을 잃었다. 머리가 윙 해서 잠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안소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지금 병원을 옮기면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어요. 다혜 주치의가 그러더라고요.”이 말이 그전에 했던 다른 말과 겹쳐지며 김미진의 머리를 가득 메우자 뇌가 울리는 것 같아 너무 어지러웠다.이 집사는 점점 창백해지는 김미진의 안색을 보며 바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사모님, 왜 그러세요?”김미진이 이렇게 속수무책인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라 이 집사도 적잖이 당황한 상태였다. 핏기 없이 창백한 얼굴만 봐도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건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김미진이 고개를 젓긴 했지만 안색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맨정신으로는 버틸 수 없었던 김미진은 결국 떨리는 손으로 한쪽에 놓인 약상자를 가리켰다. 이 집사는 김미진이 무엇을 원하는지 단번에 알아채고 얼른 그쪽으로 달려가 약을 가져왔다.저번에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김미진도 몸이 많이 상한 상태라 흥분은 금물이었다. 정서 기복이 심해지면 이런 증상이 종종 나타났다. 상황이 좋으면 말을 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상황이 좋지 않으면 그대로 쓰러질 수도 있었다. 안소현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였다.사람이 없어도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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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이 집사도 어떻게 김미진을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이런 김미진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안씨 가문에서 일하는 동안 이렇게 나약한 김미진은 처음이었다. 이 집사가 기억하는 김미진은 늘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라 무슨 일이 닥치든 대범하게 처리했는데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김미진은 잠깐 몸을 파르르 떠는가 싶더니 이내 정신을 차렸다.“집사님, 내 걱정은 말아요.”김미진은 걱정하는 이 집사를 보며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라는 의미로 웃어 보였다. 그녀는 절대 이런 일로 무너질 사람이 아니었다. 이 집은 아직 김미진이 필요했기에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었다.“걱정하지 마요. 별문제 없이 이겨낼 거예요.”이 집사는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으로 웃었다.“알고 있습니다. 저는 사모님 믿어요.”“아무것도 없던 데서 지금이 있기까지 얼마나 고생했는지 옆에서 지켜봐서 압니다.”이 말을 들으니 김미진도 코끝이 저렸다. 그동안의 고생을 누군가 알아준다는 게 큰 위안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실 안다혜가 김미진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할 때면 마음이 씁쓸했는데 그런 안다혜가 아프니 마음이 괴로웠다.“집사님,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나는 괜찮아요.”김미진이 마음을 추슬렀다.“이따 전화해서 윤해준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야겠어요.”이렇게 핏줄이 다른 사람과 떠나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게다가 상태가 안정적인 것도 아니고 위급하니 더더욱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하나뿐인 딸인데...’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느낀 김미진이 다시 윤해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전원이 꺼졌다는 시스템 알람 대신 신호음이 들렸다. 어쩌면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김미진은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수화기 너머로 윤해준의 목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장모님.”장모님이라고 부르는 윤해준의 목소리를 듣자 불안하던 김미진의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그래도 아직은 윤해준의 장모라는 신분이 있어 두려울 게 없었다. 누가 뭐래도 윤해준은 사위였고 김미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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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윤해준의 매혹적이면서도 나지막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윤해준도 가는 내내 마음이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정말 황규석이 말한 것처럼 안다혜가 영영 깨어나지 못한다면, 안다혜의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면 계속 이렇게 누워있을지도 모른다.‘다혜가 깨어나지 못하면 어떡하지?’윤해준은 지금처럼 한결같이 곁을 지켜도 상관없지만 눈부시게 빛나던 안다혜가 과연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있는 나날은 안다혜에게 고문이나 다름없었다.윤해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안다혜와 함께한 시간 동안 윤해준은 안다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늘 당찬 그녀였기에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누워있는 걸 견디지 못할 것이다.김미진은 윤해준의 말에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 올라오는 것 같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너... 너 어떻게 감히...”“너 이 자식, 내가 경고하는데 우리 딸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내가 너 용서하지 않을 거야.”“내 목숨을 걸고라도 너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란 말이다.”입술을 앙다문 윤해준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장모님, 아직 이렇게 부른다는 건 장모님을 존중한다는 겁니다.”“걱정하지 마세요. 다혜 장모님 딸이기도 하지만 제가 제일 사랑하는 여자기도 합니다. 다혜에게 무슨 문제 생기는 거 두고 볼 수는 없어요.”윤해준의 목소리가 다소 엄숙해졌다.“다혜 상황은 안소현 씨가 알려드린 거 맞죠?”사실 이 말은 질문처럼 들려도 거의 확신이나 마찬가지였다. 안소현이 일러바치지 않았다면 김미진이 이 상황을 알 리가 없었다.‘지금 장난하나.’김미진은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오히려 윤해준을 지적했다. 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누가 김미진에게 이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그때 김미진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말했다.“해준아, 나는 너에게 바라는 거 없다. 너를 탓할 생각도 없고.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라.”“그냥 하나만 물을게. 내 딸 지금 어떤 상황이니?”“의사가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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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아마 그때 이미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것이다. 아니면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신호가 없을 리는 없었다.윤해준이 입술을 앙다물었다.“다혜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게다가 그 병원은 치료가 안 되잖아요. 거기 계속 남아있는 건 시간 낭비나 다름없어요. 함부로 병원을 옮기면 안 된다는 말 저도 처음에는 엄청 걱정했는데 지금은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아요. 다혜 멀쩡하거든요.”윤해준의 말에 김미진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그 말 사실이야?”윤해준이 사뭇 진지한 말투로 약속했다.“당연히 사실입니다. 저의 목적은 장모님과 같아요. 제가 왜 장모님을 속이겠어요?”“국내 병원의 의사가 해결하지 못한다면 외국 의사를 믿어보는 것도 방법이잖아요.”이에 김미진도 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한참 침묵하고 나서야 김미진은 겨우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그러면 약속해. 영상 통화로 다혜 보여준다고.”“네.”윤해준이 대답했다.“그건 걱정하지 마세요.”“의사들이 안에서 다혜 바이털을 체크하고 있어서 저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아픈 이유가 뭔지는 알아내야죠.”“처음에는 저도 의사가 한 말이 걱정돼서 오는 길 내내 의사 곁에 있었어요. 저는 한시도 곁을 떠난 적이 없고요. 하지만 이상한 건...”윤해준의 말이 김미진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이상한 거라니? 그게 뭔데?”이 말에 이 집사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김미진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은 것에 내심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마음을 추스르자마자 안다혜에게 전화를 거는 걸 보고 그저 사랑 표현에 서툰 엄마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이는 김미진의 단점이기도 했다. 겉보기에 너무 강해 보여 부드러운 내면이 잘 드러나지 않아 안다혜가 친해질 기회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안다혜는 이 집사를 찾아와 말을 걸어도 김미진에게는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다. 이건 김미진도 어느 정도 보아냈지만 직접 말하긴 어려워 안다혜가 먼저 발견해 주기를 기다렸다.솔직히 말해서 이 집사도 김미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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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아마 지금쯤 뒤에 숨겨진 이해관계를 알아챘을 것이다. 장모님은 원래도 판단이 느린 사람은 아니었다. 게다가 안다혜가 한두 날 아픈 것도 아니니 모를 수가 없었다.사실 김미진의 머리에 제일 처음 떠오른 사람은 안소현이었지만 윤해준 앞에서 이를 드러낼 수는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대외로는 안소현도 김미진의 딸이었다. 만약 김미진이 다른 사람 편에 서서 안소현을 나무란다면 앞으로 안소현이 얼굴을 들고 다니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엄마로서 체면은 지켜줘야 했다.이렇게 생각한 김미진이 마음을 다잡으며 이렇게 말했다.“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이 말에 윤해준은 다소 실망했다. 김미진이 예전에 비해 달라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전화를 했다는 건 안다혜를 걱정한다는 의미라고 보였는데 통화가 길어질수록 착각 같았다. 결국 김미진은 안다혜를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마음의 저울은 안소현에게 치우쳐 있는 것 같았다.이렇게 생각한 윤해준은 안다혜가 너무 마음 아팠다. 태안 그룹을 위해 그렇게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데 상대는 조금도 알아주지 않으니 말이다.‘결국에는 안소현이 더 중요하다는 거잖아. 안소현이 뭐라고 이렇게 감싸고 도는 거지? 정녕 안씨 가문을 위해 힘써주는 사람은 다혜뿐인데.’김미진도 이를 잘 알고 있으면서 항상 안소현만 편애했다. 윤해준은 안다혜의 노력이 참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알아들을 수 없다고 하니 더 드릴 말씀이 없네요.”윤해준이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안다혜의 체면을 봐서 장모님이라고 부르며 존대했지 그게 아니면 윤해준의 실력으로 태안 그룹을 부도내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정말 그럴 수는 없었다. 안다혜가 한마음 한뜻으로 안씨 가문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윤해준도 덩달아 태안 그룹을 지켜주려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었다.안다혜를 알고 지내면서 태안 그룹이 그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옆에서 봐서 잘 알고 있었다. 가능하다면 여자인 안다혜가 고생하지 말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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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그러면 적어도 지금처럼 매일 안절부절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다혜가 언제 깨어날지 모르니 그렇게 자책감과 죄책감이 들 수가 없었다.매일 눈을 뜨면 세상은 색깔이 쭉 빠진 것처럼 어둡기만 했다. 안다혜가 조용하게 자는 모습을 볼 때면, 창백한 입술에 시선이 닿을 때면 큰 무력감에 빠졌다.‘돈을 벌면 뭐 해. 사랑하는 사람 하나 못 지키는데.’윤해준은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자책감과 괴로움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한편, 김미진은 갑자기 끝난 통화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소파에 기댄 김미진은 한참 멍한 표정으로 앞만 바라봤다. 이에 안다혜의 상태가 걱정되었던 이 집사가 다가가 물었다.“왜 그러세요. 윤해준 씨가 뭐라던가요?”“작은 아가씨 상황은 전해 들으셨나요? 괜찮대요? 아니면 이미 깨어났다든지...”속사포 질문에 김미진은 어느 것부터 대답해야 할지 몰라 난감한 표정으로 그저 이 집사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 집사도 걱정에 마음만 너무 앞섰다는 걸 알아챘다. 김미진의 표정이 어딘가 언짢아 보였기 때문이다. 안씨 저택에서 일하면서 그 정도의 눈치는 있었다.김미진은 결국 시선을 거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집사도 나쁜 뜻으로 그런 게 아니라 걱정이 앞서 조급해진 것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함께 지낸 시간이 있으니 이 집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고 이 정도의 신임은 그래도 있었다.“다혜는 아직 깨어나기 전이래요. 다행히 가는 길에 수치는 이상 없었고요. 그렇다는 건...”김미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 집사가 흥분하며 말했다.“큰 아가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네요?”이 집사가 왠지 기뻐 보이자 김미진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기분이 좋아 보이네요?”이 집사는 미소를 머금은 표정 그대로 대답했다.“사모님, 제 기분이 좋아 보인 건 작은 아가씨가 차도를 보여서 에요. 그러면 태안 그룹 문제도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까요.”생각을 바꿔보니 그렇긴 했다. 안다혜가 나으면 김미진의 부담을 덜 수 있을뿐더러 김미진이 회사 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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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김미진의 몸 상태는 무엇을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게다가 김미진은 안소현이 어떤 사람인지 꿰뚫고 있었다.제일 중요한 건 믿을 사람은 자기 사람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미진은 딸이 고생하는 게 싫었고 회사가 이대로 무너지는 것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러면 일단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데 김미진의 선택은 회사였다....심서아가 언짢은 표정으로 서진우를 재촉했다.“언제 끝나.”“서아야, 잠깐만 기다려. 금방 끝나.”서진우는 몸에 힘을 주며 얼른 하던 걸 끝내려 했다. 남녀가 할 수 있는 제일 미묘한 일이라고 하지만 두 사람의 표정에서는 그 어떤 즐거움도 찾아볼 수 없었고 마치 임무를 완성하는 것 같았다.심서아의 표정은 그렇게 언짢을 수가 없었다. 사실 심서아도 이러고 싶지 않았지만 서진우의 움직임이 느려도 너무 느렸다. 시간을 충분히 줬는데도 서림 그룹과 태안 그룹의 경쟁을 추진하지 못한 것이다. 달리 방법이 없었던 심서아는 이런 방식으로라도 서진우를 격려하려 했다.“진우야, 우리 이 지경까지 왔는데 계속 몰래 만날 수는 없잖아. 나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우리 미래는 생각해야지.”심서아는 한시라도 빨리 하던 걸 끝내고 싶어 이를 악물고 서진우의 머리를 꽉 끌어안았다. 서진우도 이를 눈치채고 몸에 힘을 줬지만 머릿속은 심서아가 한 말로 가득 찼다.‘그래. 우리 두 사람의 처지가 좋은 건 아니지. 뭘 하든 뒤에서 몰래 해야 하고.’‘게다가 부모님은 서아랑 만나는 거 달가워하지 않잖아.’이것만 생각하면 서진우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부모님이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지 알 수 없었다. 심서아도 많이 변해서 서진우가 돕지 않아도 혼자 돈을 벌 수 있는데 말이다. 게다가 저녁이면 서진우가 원하는 만큼 맞춰주는데 이렇게 좋은 여자를 포기하라니,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도대체 왜 반대하는 거지? 이해할 수가 없네?’‘서아도 이제 많이 성장했는데 왜 계속 서아를 미워하는 거야?’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니 서진우도 이 일을 꺼내기 싫었다. 아직 집에 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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