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해준의 매혹적이면서도 나지막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윤해준도 가는 내내 마음이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정말 황규석이 말한 것처럼 안다혜가 영영 깨어나지 못한다면, 안다혜의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면 계속 이렇게 누워있을지도 모른다.‘다혜가 깨어나지 못하면 어떡하지?’윤해준은 지금처럼 한결같이 곁을 지켜도 상관없지만 눈부시게 빛나던 안다혜가 과연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있는 나날은 안다혜에게 고문이나 다름없었다.윤해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안다혜와 함께한 시간 동안 윤해준은 안다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늘 당찬 그녀였기에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누워있는 걸 견디지 못할 것이다.김미진은 윤해준의 말에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 올라오는 것 같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너... 너 어떻게 감히...”“너 이 자식, 내가 경고하는데 우리 딸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내가 너 용서하지 않을 거야.”“내 목숨을 걸고라도 너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란 말이다.”입술을 앙다문 윤해준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장모님, 아직 이렇게 부른다는 건 장모님을 존중한다는 겁니다.”“걱정하지 마세요. 다혜 장모님 딸이기도 하지만 제가 제일 사랑하는 여자기도 합니다. 다혜에게 무슨 문제 생기는 거 두고 볼 수는 없어요.”윤해준의 목소리가 다소 엄숙해졌다.“다혜 상황은 안소현 씨가 알려드린 거 맞죠?”사실 이 말은 질문처럼 들려도 거의 확신이나 마찬가지였다. 안소현이 일러바치지 않았다면 김미진이 이 상황을 알 리가 없었다.‘지금 장난하나.’김미진은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오히려 윤해준을 지적했다. 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누가 김미진에게 이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그때 김미진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말했다.“해준아, 나는 너에게 바라는 거 없다. 너를 탓할 생각도 없고.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라.”“그냥 하나만 물을게. 내 딸 지금 어떤 상황이니?”“의사가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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