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이의가 없다며 아주 협조적으로 가방을 앞으로 가져다 놓았다.그 모습을 본 어린 안다혜도 가방을 가져가려 했다.이 장면을 지켜보는 지금의 안다혜는 가슴이 미어졌다. 왜냐하면 이어지는 장면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기 때문이다.그녀는 반 친구들이 비웃던 그 표정들, 그리고 담임선생님이 자신을 보던 그 눈빛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평소 교실에서 성실하게 공부하던 아이가 다른 아이의 시계를 훔쳤다는 걸 아마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갖고 싶으면 본인이 사면 되지 왜 굳이 은비의 것을 훔쳐야만 했을까?’시계가 아무리 비싸다고 한들, 현실적으로 ‘귀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시계를 훔친다는 게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안다혜는 이를 막고 싶었지만, 결국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뻔히 보고만 있는 것도 견딜 수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지금의 안다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안다혜는 문밖으로 나와 아이들 사이를 지나갔지만, 누구도 그녀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처음엔 일부러 사람들을 피하며 걸었지만, 곧 누구도 자신과 닿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일부러 비켜 가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었다.마찬가지로 지금 이곳에 나타난다 한들, 어린 안다혜가 겪은 일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었다.결국 그녀는 또다시 어린 안다혜가 그 시절의 고통을 한 번 더 겪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금의 자신이 그 고통을 다시 겪어야 했다.이런 순간을 안다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안다혜는 정말 지쳐 있었다. 덤덤하게 방관할 수 없다면 차라리 벗어나 다른 곳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교실 밖에 쪼그려 앉은 그녀의 예쁘고 정교한 얼굴에는 깊은 무력감이 드리워졌다.왜 여기로 오게 된 건지, 무엇을 겪고 있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분명 단지 장염 때문에 병원에 갔을 뿐인데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이미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