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651 - Chapter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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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1화

무슨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었다.김미진의 마음속 걱정은 점점 커져만 갔다.과거 윤해준은 전화를 걸면 바로 받았는데 지금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받지 않았다.뚜뚜...끊긴 신호음과 함께 김미진의 눈빛도 점점 어두워져 갔다.‘도대체 무슨 일이지?’재발 그가 안다혜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길 바랐다.아니면 김미진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윤해준과 끝까지 싸울 생각이었다.‘내 딸을 다른 놈이 괴롭히게 둘 수는 없지.’김미진은 더더욱 단호하게 결심을 굳혔다.이번에는 절대 어떤 남자도 안다혜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무슨 일이 있든 안다혜를 데려갈 생각이었다.그렇게 생각하며 김미진은 바로 안소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안소현은 전화받는 순간 이미 이유를 짐작하고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김미진이 말했다.“전화가 안 통하네. 역시 네가 직접 가봐야겠어. 소현아, 네가 고생이 많아. 뭐가 됐든 내 딸이라...”왠지 모르게 김미진은 입을 열기가 좀 쑥스러웠다.특히 안소현을 마주할 때는 더욱 그랬다.김미진은 지금 꼭 사위에게 무시당하는 기분이었다.이 일은 그녀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주식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안다혜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고 그녀의 기분조차 알지 못했다.어렸을 때부터 늘 그런 태도였다.안소현이 웃으며 말했다.“엄마, 무슨 말씀이세요. 당연히 엄마 딸인 거 알고 있어요. 게다가 제 동생이기도 하니 저도 마음이 아파요.”이 말로 안소현은 또다시 완벽하게 발을 뺐다.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 될 것이다.분명 나중에 문제가 생길 테지만 김미진 쪽에서는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게다가 지금 김미진의 기분이 평소와 달랐다.윤해준이 전화받지 않아 더더욱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엄마, 제가 도착하면 말씀드리고 스피커 모드로 돌릴 테니까 윤해준과 대화 나누시면 돼요.”김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어.”몇 년 동안 회사도 운영한 사람이라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김미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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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서늘함과 거만함은 줄어들고 반듯한 모습이 더해졌다.이는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었다.휴대폰은 윤해준 바로 옆에 있었다.평소 휴식 시간에는 늘 무음 상태로 해놨기에 소리를 듣고 싶어도 들리지 않았다.윤해준은 병실에 머문 이후로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다녔다.안다혜가 쉬는데 시끄럽게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였다.안다혜는 계속 혼수 상태에 있었지만 윤해준은 그녀를 몸이 불편한 환자가 아닌 그저 보통 사람으로 대했다.침대에 엎드린 채 매일 수액에 의존하여 목숨을 유지하는 안다혜를 보며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윤해준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곁에 있어 주는 것뿐이었고 다른 건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병실 안이 어두워 보이자 그는 커튼을 열고 창문도 열어 환기했다.그런데 허종혁은 윤해준의 행동 덕분에 온몸의 긴장이 풀렸다.이 점은 윤해준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바였다.단지 방 안의 공기가 더 좋아지길 바랐는데 뜻밖에도 선의가 역효과를 낸 셈이었다.윤해준이 침대에 누워 안다혜를 안으려던 찰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휴대전화를 확인해 보니 이미 김미진이 여러 번 전화를 걸어온 상태였다.하지만 윤해준은 김미진의 번호를 차단한 게 아니라 그저 잠시 쉬고 있었을 뿐이었다.시끄러운 주변의 수많은 소음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그 시간이면 의사들을 닦달하며 제대로 연구해서 언제쯤 약을 개발해 낼 수 있는지 묻는 게 나았다.계속 이대로 시간만 끄는 것도 해결책은 아니니까.윤해준도 모르는 게 아니었다. 안다혜의 신체 기능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원래 멀쩡했던 사람이 이유도 모를 병 때문에 이 지경이 됐다안다혜 본인뿐만이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는 윤해준도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하지만 의사들을 재촉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정말 웃기는 일이었다.밖에서 갈수록 다급하게 전해지는 노크 소리에 윤해준은 김미진에게 전화하지 않고 문 앞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안소현임을 확인하자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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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해준아, 왜 내 전화 안 받아?”그 말에 윤해준의 표정이 다소 누그러졌다.김미진이 정말로 연락했을 줄이야.처음엔 안소현이 자신을 속이는 줄 알았다.여기까지 따라온 사람이 못 할 짓이 뭐가 있겠나.이 점에 대해 윤해준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이곳에 오기 전부터 안소현이란 사람의 인성이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지금 휴대폰을 들고 다가온 순간에도 윤해준은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왠지 저 웃는 얼굴에 딴 속셈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그래서 윤해준은 안소현에 대한 경계를 완전히 풀지 않았다.김미진의 목소리가 저쪽에서 들려왔다.“해준이 이 녀석, 내가 말하는데 왜 대답이 없어?”김미진이 다시 재촉하자 윤해준은 그제야 입을 달싹이며 짧게 대답한 뒤, 안소현의 손에서 휴대폰을 받아 들고 밖으로 걸어갔다.뭐가 됐든 그녀는 안다혜의 친엄마였기에 어느 정도 예의는 지켜야 했다.안 그러면 안다혜가 깨어난 뒤 누군가 그에게 어른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누명을 씌울 수도 있으니까.이 사람들의 추악한 본성에 대해서 윤해준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잘 알고 있기에 그런 상황을 반드시 막아야 했고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했다.안소현은 윤해준이 휴대폰을 받아 드는 모습을 보며 얼굴에 머금은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좋아, 윤해준만 자리를 비우면 허종혁이 들어갈 기회가 생겨.’그러면 남은 일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될 테니 굳이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집에 돌아간 뒤에도 여전히 그 자리가 자신의 것이란 생각에 안소현은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안다혜가 깨어날 필요도 없이 기회만 주어진다면 그녀가 더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안소현은 주먹을 꽉 쥔 채 언제나 자신에게 필요했던 건 단지 기회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왜 사람들은 그녀에게 기회조차 주려 하지 않는 건지.안소현은 윤해준을 바짝 따라갔다. 그가 휴대폰을 든 채 김미진과 통화하는 걸 확인하니 안심이 됐다.이쪽에서 충분히 시간을 끌면 허종혁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질 테고 그러면 안소현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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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이 말을 듣자 김미진은 순간 당황해서 굳어버렸다.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이젠 건방지게 구는 거니?”기가 막혀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건방진 사위가 이젠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말까지 하고 있었다.“네가 내 딸을 데려갔잖아. 게다가 아직도 깨어나지 않았는데 넌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말할수록 화가 난 김미진이 윤해준에게 연이어 다그쳐 물었다.“예전에 나한테 어떻게 약속했니? 다혜를 잘 돌보겠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어떻게 됐어?”“다혜가 국내에 있을 때도 보러 오지 않으셨죠.”윤해준은 이제 김미진의 신분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이런 말을 내뱉었다.안다혜의 어머니라 해도 다를 게 있나.그녀가 입원해 있는 동안 김미진이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던 건 변함없는 사실이었다.윤해준의 추궁에 김미진은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게다가 상대가 말한 건 사실이 맞았다.안다혜가 입원해 있는 동안 그녀는 정말로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다.이건 엄마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고 무책임한 짓이었다.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어린 윤해준이 그녀에게 훈계할 처지는 아니지 않나?이렇게 생각할수록 김미진은 마음이 더 불편해졌다.특히 따지듯 묻는 윤해준의 말투에 그녀도 덩달아 퉁명스럽게 대꾸했다.“잊지 마, 지금 네가 이렇게 건방지게 굴면 다혜가 깨어났을 때 내가 걔한테 너에 대해서 다 얘기할 거야. 뭐가 됐든 난 네 아내의 엄마, 즉 장모님인데 예의를 갖추는 게 좋을 거야.”윤해준의 태도 때문에 김미진은 제대로 화가 났고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을 들으며 안소현은 즐거워했다.김미진이 시킨 대로 해내지 못할까 봐, 심지어 들통날까 봐 걱정했었다.그런데 지금 김미진과 윤해준이 그것도 안다혜에 대해 이렇듯 많은 얘기를 나누자 마음속으로 또다시 질투가 솟구쳤다.안소현이 결혼한다고 했을 때 김미진은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이런 식으로 윤해준을 대한다는 건 곧 안다혜를 대하는 태도로 이렇다는 의미였다.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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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안다혜가 누워있던 병상 옆 심장 박동 기계도 파동을 보였다.그녀는 악몽에 잠식된 듯 보였고 실제로도 그랬다.안다혜는 보름이 넘도록 기나긴 꿈을 꾼 것 같았다.누구도 볼 수 없는 곳에서 안다혜는 가시밭길을 헤치며 성장하고 있었다.시선을 조금씩 뇌리로 옮겨간 안다혜는 지금 어린 시절의 자신과 마주하고 있었다.마치 주마등이 스쳐 가듯 자신의 일생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훑어보고 있었다.이어지는 것은 안다혜의 기억 속 장면이었다.안씨 가문 수영장에서 세 명의 꼬마가 물가에서 놀고 있다.어린 안다혜와 민초연이 놀던 중 안소현이 합류한 것이었다.처음엔 둘 다 상대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가 안소현이 그들 앞에 다가온 뒤에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안소현은 제법 수줍게 옷자락을 말아쥔 채 말을 건넸다.“나도 같이 놀아도 돼?”안다혜와 민초연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물론이지.”먼저 말을 꺼낸 건 민초연이었다.민초연은 꼬인 게 없는 아이였고 안소현이 먼저 제안한 거라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어린 안다혜는 속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안소현은 평소 절대 먼저 다가오지 않았다.게다가 민초연이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다가오지 않을 터인데 이 점만 봐도 어린 안다혜는 매우 이상하게 여겼다.곁에서 지켜보던 안다혜는 미칠 지경이었다.안소현은 어릴 때부터 뼛속 깊이 악랄한 사람이었다.애초에 민초연이 안다혜를 찾아온 게 샘이 나서 함께 놀자고 제안했다.목적은 오로지 그녀를 물속에 밀어 넣는 것이었다.이 때문에 안다혜는 오랫동안 감기에 시달리며 고생했고 안소현에 대한 민초연의 생각도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안소현이 생각했던 것만큼 착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으니까.하지만 둘은 처음에 아무것도 몰랐기에 안소현을 거절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이걸 본 안다혜는 급히 소리쳤다.“같이 놀지 마. 걔는 나쁜 애야! 안소현을 무시하고 둘만 놀아. 쟤는 목적이 있어서 접근한 거야!”안다혜는 목이 쉴 정도로 소리쳤지만 어린 민초연과 안다혜는 아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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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안소현은 가고 싶지 않았다. 안다혜가 몸부림치는 힘이 점점 약해지는 걸 보면서 그녀의 눈빛은 오히려 더 흥분하고 있었다.민초연은 안소현을 아무리 불러도 꿈쩍하지 않자 물속에 있는 안다혜를 향해 소리쳤다.“다혜야, 조금만 기다려! 내가 어른들을 데려올게! 금방 널 구해줄 거야!”그때 그들은 고작 다섯, 여섯 살이었다. 그 나이에는 안소현의 웃음 속에 담긴 살의를 알아차리기 어려웠지만, 안다혜는 지금 관찰자의 시점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그때의 안소현은 장난을 치고 있던 게 아니었고 진심으로 안다혜가 죽기를 바라고 있었다.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안다혜는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무엇 때문에 그러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두 사람은 친자매인데 안소현이 그렇게까지 자신을 미워하고 증오할 이유가 뭘까?안다혜의 기억 속에서 자신은 딱히 안소현에게 무슨 큰 잘못을 한 적이 없었다.그런데도 왜 안소현은 그렇게 자신을 대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안다혜는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바라보며 이상하게도 조급함을 느끼지 않았다.왜냐하면 결국 자신은 구해질 거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녀는 오직 한 가지, 안소현의 표정을 관찰하는 데만 집중했다.그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서 그런 자세한 부분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에 와서 다시 보게 되니 많은 일들은 이미 그때부터 예고되어 있었던 셈이었다.어릴 적부터 안소현은 자신을 싫어했다. 이는 단순한 거부감이 아니라 분명한 살의와 증오였다.그렇기에 어른이 된 후, 아무리 다가가려 해도 안소현이 끝내 밀어내는 것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이건 처음부터 예정된 일이었다.그 사실을 깨달은 안다혜는 오히려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곧바로 눈앞의 장면이 서서히 흐릿해지며 다른 장면으로 바뀌었다.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민초연이 다급하게 어른들을 데리고 달려오는 모습이었다.그 장면을 본 안다혜는 오히려 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친구란 자신이 직접 선택한 가족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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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안다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바로 떠올리지 못했다.그러나 곧 어린 안소현이 교실의 CCTV를 피해 몰래 무언가를 어린 안다혜의 가방에 집어넣는 모습을 보았다.그 장면을 본 순간, 안다혜는 마침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랐다.그때, 같은 반 친구가 시계를 잃어버렸다. 그 시계는 친구의 아버지가 외국에서 사 온 다이아몬드가 박힌 고가의 시계였다.그 친구는 자랑하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었고 시계를 받은 뒤 교실 안에서 계속해서 뽐냈다.그 덕분에 반 아이들 대부분이 그 시계가 굉장히 비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아이들은 아직 돈의 가치에 대해 잘 몰랐기에 맛있는 걸 얼마나 살 수 있느냐로 값어치를 매기고는 했다.그래서 나중에 선생님이 그 시계의 실제 가격을 들었을 때는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선생님은 이렇게까지 비싼 시계를 왜 아이에게 차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다들 가정형편이 비슷비슷한데 굳이 이렇게 비싼 시계를 학교에 차고 올 필요가 있을까?’이것은 어린 안다혜가 나중에 선생님이 시계가 분실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보였던 반응을 보고 추측해본 선생님의 생각이었다.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친구가 교실로 들어왔고 평소처럼 가방 속에서 시계를 꺼내 차려 했지만 이내 표정이 굳었다.아이는 책상 서랍 속의 가방을 꺼내더니 안에 있던 책을 몽땅 책상 위에 쏟았고 그 소리에 반 아이들의 시선이 전부 그쪽으로 쏠렸다.“은비야, 왜 그래?”“책을 왜 다 쏟아버렸어? 뭐 찾는 거야?”“은비야, 표정이 왜 그래?”그 말을 들은 은비는 얼굴이 일그러졌고 울먹이며 외쳤다.“내 시계가 없어졌어. 아빠가 사준 시계가 사라졌어... 어쩌면 좋아, 오늘 막 받은 건데, 나 그거 정말 좋아했단 말이야. 아빠가 절대 잃어버리지 말라 했는데.”은비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고 감정이 북받쳐 올라 흐느끼며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아이들은 모두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비록 모두 ‘귀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지만 이렇게 비싼 시계를 가진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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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선생님께서 분명히 그 도둑을 찾아낼 거야.”“맞아, 선생님께서는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걱정할 필요 없어. 무슨 일이든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면 돼.”그 말을 들은 은비는 울음을 멈추고 친구들의 위로를 받으며 담임선생님을 찾아갔다.담임선생님은 우선 차분하게 물었다.“시계가 얼마짜리인지 알고 있니?”은비는 흐느끼며 말했다.“저... 저도 잘 몰라요. 아빠가 되게 비싼 거라고 했어요. 학교의 건물 한 채를 살 수 있을 만큼 비싸다고 했어요.”그 말을 들은 순간, 담임선생님은 눈앞이 캄캄해졌다.은비가 농담하는 게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아이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담임선생님도 조금 알고 있었다.집안이 굉장히 부유했고 교장이 늘 은비를 특별히 잘 챙기라고 신신당부했었다.왜냐하면 은비의 아버지는 손쉽게 학교에 건물 하나를 기부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그런 부자를 싫어할 사람은 없었다.교장도, 학교의 선생님들도 모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은비의 담임선생님은 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은비의 아버지는 왜 아이에게 이렇게나 비싼 시계를 사주었는지 골치 아픈 일이었다. 그런데 그 비싼 시계를 학교에서 잃어버렸다는 건 정말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다.더군다나 이 학교의 학생들은 대부분이 부잣집 아이들이라 섣불리 누구를 의심하거나 결론을 내리기도 어려웠다.혹시라도 잘못 처리했다가 다른 학부모가 문제 삼으면 어쩌겠는가.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담임선생님은 교장에게 전화를 걸며 시계는 꼭 찾아줄 테니 시간을 좀 달라고 은비를 달랬다. 그 말을 듣고서야 은비는 울음을 멈추었고 담임선생님의 품 안에서 코를 훌쩍였다.그 모습을 본 담임선생님은 잠시 안도했다. 아이가 울며불며 난리를 치지 않고 얌전하다면 그나마 다행인 일이었다. 전화를 받은 교장은 설명을 다 듣고 나서 머리를 싸맸다.분명 쉽지 않은 일임이 틀림없었지만 아무리 난감해도 이미 일이 벌어진 이상 반드시 해결해야 했다.“교장 선생님, 그럼 저희 어떻게 해야 할까요?”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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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아이들은 이의가 없다며 아주 협조적으로 가방을 앞으로 가져다 놓았다.그 모습을 본 어린 안다혜도 가방을 가져가려 했다.이 장면을 지켜보는 지금의 안다혜는 가슴이 미어졌다. 왜냐하면 이어지는 장면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기 때문이다.그녀는 반 친구들이 비웃던 그 표정들, 그리고 담임선생님이 자신을 보던 그 눈빛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평소 교실에서 성실하게 공부하던 아이가 다른 아이의 시계를 훔쳤다는 걸 아마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갖고 싶으면 본인이 사면 되지 왜 굳이 은비의 것을 훔쳐야만 했을까?’시계가 아무리 비싸다고 한들, 현실적으로 ‘귀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시계를 훔친다는 게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안다혜는 이를 막고 싶었지만, 결국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뻔히 보고만 있는 것도 견딜 수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지금의 안다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안다혜는 문밖으로 나와 아이들 사이를 지나갔지만, 누구도 그녀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처음엔 일부러 사람들을 피하며 걸었지만, 곧 누구도 자신과 닿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일부러 비켜 가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었다.마찬가지로 지금 이곳에 나타난다 한들, 어린 안다혜가 겪은 일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었다.결국 그녀는 또다시 어린 안다혜가 그 시절의 고통을 한 번 더 겪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금의 자신이 그 고통을 다시 겪어야 했다.이런 순간을 안다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안다혜는 정말 지쳐 있었다. 덤덤하게 방관할 수 없다면 차라리 벗어나 다른 곳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교실 밖에 쪼그려 앉은 그녀의 예쁘고 정교한 얼굴에는 깊은 무력감이 드리워졌다.왜 여기로 오게 된 건지, 무엇을 겪고 있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분명 단지 장염 때문에 병원에 갔을 뿐인데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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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이윽고, 어린 안다혜가 누명을 쓰는 장면을 본 뒤, 안소현의 얼굴에는 바람이 이뤄진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그 모습을 본 안다혜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자신은 분명 안소현의 친동생인데, 도대체 무슨 큰 원한이 있다고 그녀가 정말 이렇게까지 자신을 대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어릴 때 크게 죄지을 만한 일을 한 것도, 원한을 쌓을 만한 다툼을 한 것도 아니었다.안다혜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안소현이 자신에게 이토록 큰 증오를 품은 이유가 무엇인지, 그 근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말이다.생각을 마친 안다혜는 곧장 일어서서 오늘 일은 반드시 끝까지 밝혀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안다혜는 바로 어린 안소현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다 놀랍게도 안소현이 학교 선생님들과 연이 있는 듯한 정황을 발견했다.평소 어린 안다혜는 학교에서 눈에 띄지 않는 편이었고 학부모 상담 때면 김미진은 언제나 안소현 쪽을 먼저 챙기고는 했다.그러다 보니 학교 선생님들은 오직 안소현만이 가문에서 금지옥엽으로 키우는 딸이라고 여겼다.자연스레 안다혜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았다.안다혜는 계속해서 어린 안소현의 뒤를 밟았다.어린 안소현은 주위를 한 번 훑어본 뒤, 입가에 비웃음을 띤 채 자기 교실로 돌아갔다.안다혜는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했다. 겨우 열 살짜리 아이가 이런 일을 겪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 됐다. 여러 정황을 보면 마치 사전에 계획된 일처럼 보였다.안다혜는 이게 과연 열 살 아이의 판단과 지능으로 가능할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혼자 꾸미기엔 무리이고 뒤에서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솔직히 안소현의 평소 모습으로는 이런 치밀한 방식까지 떠올릴 정도로 머리가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안다혜는 뒤에 누군가가 있으리라 확신했다.안다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으나 뒤늦게 자신이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안소현과 은비는 원래부터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해가 저물 무렵, 하교한 안다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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