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누가 봐도 지금 허승호의 기분이 최악이라는 걸 모두가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 하나 선뜻 다가오지는 못했다. 지금 다가갔다가는 괜히 불똥이 튀기 십상이었다.허승호는 바닥에 산산조각이 난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투덜거렸다.“허종혁 이 자식은 대체 뭐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와달라고 난리더니, 이제는 전화도 안 받아? 그러고도 집에 돌아오겠다고?’허승호는 혀를 찼다. 하는 행동을 보니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오늘 김미진이 들이닥치지만 않았어도 자신은 이렇게 골치 아플 일에 휘말릴 리가 없었다. 가능하다면, 저 아들을 정말 없는 셈 치고 싶었다.허승호는 탁자 위에 쌓인 서류들을 힐끗 보고는 짜증을 꾹꾹 눌러 담은 채 비서를 다시 불러들였다.수민이 들어오자 방 안의 난장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수민은 감히 시선을 함부로 돌리지 못하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회장님, 저 부르셨나요?”허승호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겉으로는 감정을 추스른 듯했지만, 여전히 기분이 나쁘다는 게 표정에 그대로 묻어났다. 그걸 느낀 수민은 더욱 움츠러들었고 말투도 행동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둘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의 공기는 전혀 달랐다.허승호는 짧게 대답했다. 수민이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자 아까 끌리던 마음도 식어 버렸다. 그는 대충 끌어내렸던 셔츠 깃을 정리하며 더더욱 시큰둥해졌다.조금만 일이 생겨도 이렇게 쩔쩔매다니, 얼굴 말고는 쓸모가 없었다.“만국 쪽 그 경찰서를 조사해봐. 허종혁의 이 번호가 어느 경찰서 통해서 걸려 온 건지 알아내고 확인되면 그 경찰서의 청장 전화번호를 나한테 가져와.”수민은 왜 갑자기 이걸 지시하는지 의아했지만, 허승호의 표정을 보고는 더 묻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욕심이 꿈틀거렸다. 조금 전 거의 손에 넣을 뻔했던 권력의 맛을 이렇게 놓치고 싶지 않았다.다른 사람들은 십 년 넘게 발버둥 쳐도 못 올라가는 자리를 한 번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였다.수민은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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