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891 - Chapter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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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1화

허산 그룹과 수년간 협력해 왔는데 회사에 ‘손님’으로 찾아오니 눈치 없는 프런트 직원이 앞을 막고 있었다.생각할수록 김미진은 화가 치밀었다.‘이렇게 오래 같이 일했는데 허씨 가문 그 늙은이는 한 번도 마음에 두지 않았던 거야?’아니면 프론트 직원이 이렇게 대할 리가 없었다.김미진은 원래 속이 부글부글 끓던 중에 직원의 이런 행동을 보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진이수는 눈치가 빨라 바로 경호원에게 눈치를 보냈고 경호원들은 곧바로 달려가 좌우로 프론트 직원을 붙잡았다.상대가 여자라는 이유로 봐주는 척도 하지 않았다.이 광경을 본 회사 로비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깡패가 있는 거야? 저건 범죄 아닌가?’프론트 직원도 당황한 나머지 미친 듯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당신들 뭐 하는 거예요? 여긴 허산 그룹이에요! 무턱대고 사람을 납치해도 때와 장소는 가려야죠.”직원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 일행을 향해 위협적인 말을 내뱉었다.하지만 김미진은 붉은 입술을 말아 올리며 비서, 경호원과 함께 프론트 직원을 억지로 끌어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이전에 계약을 논의하러 왔던 터라 당연히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한 무리의 사람 중 김미진을 막으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그녀를 호위하는 두 경호원만 봐도 체격이 우람해 한눈에 위압감이 느껴졌다.그런 사람과 맞서 싸울 바엔 차라리 포기하는 게 나았다. 무모한 짓이었다.흥미로운 구경거리이긴 해도 목숨을 지키는 게 우선이었다.모두 그렇게 김미진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일행이 엘리베이터에 탄 뒤에야 누군가 뒤늦게 말했다.“방금 그분, 태안 그룹 회장님이신 것 같은데요?”그 말을 듣고 다들 놀라 당사자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게 사실이야?”“네...”그도 처음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하지만 점점 생각할수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상대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지만 옆에 있던 비서의 얼굴이 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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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허승호는 그 모습을 보고 눈빛이 깊어졌다.문득 또다시 한심한 아들과 집에 있는 못난 아내가 떠올랐다.이미 밖에서 사생아를 낳았어도 계속해서 여자를 만나는 것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원래 바람이란 게 한번 피우면 계속 피우는 법이니까.허승호의 미소가 점점 깊어지더니 목을 가다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수민 씨, 에어컨 온도가 좀 높은 것 같은데 덥지 않아?”수민이라는 이름의 비서는 몸을 흠칫 떨었다.허승호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챘지만 그녀는 모르는 척하며 말했다.“그러게요. 어제도 온도는 비슷했는데 오늘 에어컨이 고장 난 것 아닐까요?”수민은 말하며 옷깃을 아래로 당겼다.이미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살결을 이젠 더 노골적으로 내밀었다.이 모습을 보자 허승호의 눈이 붉게 달아올랐다.그는 이렇게 눈치 빠른 부하 직원이 참 좋았다.단 한 마디로 그녀가 자기 뜻을 알아챘다니.역시 돈이 만능이었다. 돈으로 사람 마음을 시험해 보면 실패할 경우가 드물었다.허승호도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수민을 끌어다 자기 다리 위에 앉혔다.50대가 넘었지만 관리를 잘했고 돈과 권력까지 갖추고 있어 여전히 많은 여자가 그의 침대에 오르고 싶어 했다.“수민아, 난 너처럼 똑똑한 여자가 좋아. 내가 한마디만 해도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채잖아.”웃는 허승호의 눈가 주름이 더 깊어졌다.수민은 일부러 놀란 척 말했다.“회장님,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사모님께서 아시면 전 끝장이에요.”허승호는 코웃음을 쳤다.“뭐가 두려워?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하면 되지. 걱정하지 마, 내가 섭섭하지 않게 챙겨줄 테니까.”“저...”수민은 두려움에 허승호의 옷자락을 움켜쥐며 거부하는 척하면서도 그에게 화답하고 있었다.사실 속으로는 잔뜩 들떠 있었다.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칠 동안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는데 허승호의 아내가 줄곧 회사에 있어서 얌전히 지내느라 손을 쓸 기회가 없었다.오늘이 되어서야 비로소 대담해질 수 있었다.‘한 번뿐인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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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허승호는 수민에게 서둘러 물러가라는 듯한 눈치를 보낸 뒤 본인은 김미진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김 회장님,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허승호도 영리한 사람이라 김미진의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는 대신 가볍게 말을 돌리며 되물었다.자칫 조금 전 비서와 벌어졌던 상황이 밖에 알려진다면 좋을 게 없으니까.회사 주식에도 영향을 미칠지 몰랐다.그러니 회사를 위해서 이 일은 반드시 덮어야 했다.집에 있는 호랑이 같은 아내에게도 둘러댈 구실을 생각해야 했다.이내 허승호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김미진을 바라보는 시선도 위험하게 번뜩였다.기세등등하게 찾아온 여자는 딱 봐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대체 무슨 일로 온 건지.’허승호가 주변을 둘러보니 상대는 회사 프런트 직원을 붙잡고 있었다.이 모습을 본 허승호는 심장이 철렁했다.여자가 운영하는 태안 그룹이 못마땅했지만 그동안 그쪽에서 많은 것을 얻어왔다.게다가 그의 아들이 안소현과 약혼한 터라 외부에서는 두 가문을 하나로 여겼다.그 이후로 많은 협력을 진행하며 그들 허산 그룹도 한층 더 도약하게 된 셈이었다.김미진은 무심코 선글라스를 벗으며 붉은 입술을 살짝 올렸다. “그야 당연히 볼 일이 있어서 찾아왔죠.”“그럼 이건...”허승호가 프론트 직원을 가리키며 목소리에 당황함이 묻어났다.“무슨 뜻입니까? 우리 회사 프런트 직원을... 저희 허씨 가문 체면은 생각도 안 하시는 겁니까?”직원은 입이 막힌 채 붉어진 두 눈에 눈물만 글썽거렸다.허승호는 그녀가 안타까운 것보다 프론트 직원이 허씨 가문의 체면을 대표한다고 생각할 뿐이었다.지금 제대로 따지지 않으면 허씨 가문이 남들에게 손쉽게 짓밟혔다는 뜻이 되니까.그렇게 됐을 때 벌어질 뒷일은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김미진은 허승호가 경악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고 말했다.“이 직원이 먼저 나를 존중하지 않았으니 허 회장님 대신 제대로 가르쳐준 겁니다. 개를 때렸으니 주인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똑똑히 보라고 여기까지 데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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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그러나 정작 허승호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프런트 직원과 김미진 사이에서 허승호는 당연히 후자를 택했다.후자가 회사에 더 많은 발전 기회를 가져다줄 테니까.하찮은 프런트 직원 따위는 하나 없어져도 별일 아니었다.“닥치고 나가.”허승호는 분노를 억누르며 프런트 직원에게 낮은 목소리로 소리쳤다.직원은 깜짝 놀라 몸을 떨면서도 여전히 허승호가 자신을 옹호해 주길 바랐다.출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런 처지가 되어 정말 억울했다.“하지만 회장님, 저는 그냥 제 일을 했을 뿐인데 그게 잘못인가요?”프론트 직원이 김미진을 가리키며 말했다.“저 여자가 강압적으로 행동해서 이런 상황이 된 거예요.”직원이 뭐라고 더 말하려는데 허승호가 참지 못하고 발로 차서 바닥에 넘어뜨렸다.“그만하라는 말 못 들었어? 귀 뒀다 안 쓸 거면 필요한 사람에게 기부나 해.”허승호가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썩 꺼져.”프론트 직원은 더 말하려다가 입을 다문 채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허승호가 이런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직원인 자신을 지켜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호통을 치며 꺼지라는 말까지 했다.‘단물만 쏙 빨아먹고 뱉어버리는 게 이런 걸까.’프론트 직원은 허승호의 이처럼 격노한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었다.계속 머물면 오히려 욕을 자초하는 꼴이 될 테니.홀연히 문 쪽으로 기어가서 서둘러 문을 열고 떠났다.예상대로 문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프론트 직원은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마주했다.그들은 문이 벌컥 열리자 깜짝 놀라며 재빨리 자리로 돌아갔다.프론트 직원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는 안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졌다.직원은 얼굴을 감싼 채 울면서 달아났다.이곳에서 단 한 순간도 머물 수가 없었다.배려심 많은 누군가가 문을 닫자 순식간에 바깥의 모든 것을 차단했다.이 모든 상황이 김미진의 눈에는 우습게만 느껴졌다.어차피 이들과 엮이고 싶지도 않았고 궁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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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그런데 저 늙은이는 여기서 비서와 애정행각이나 벌이고 있었다.‘대단하네.’“귀찮아하는 것 같으니까 나도 더 말 돌리지 않을게요.”김미진의 입가에 비웃음이 스쳤다.“그쪽은 급할 게 있나요? 당신 아들 때문에 두 딸이 망가진 나조차 그렇게 짜증을 내지 않는데.”“그게 무슨 뜻이죠?”허승호는 이해하지 못하는 눈빛으로 김미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은 한마디도 믿을 수 없었다.“경고하는데 우리 두 집안이 오랫동안 협력해 왔다고 함부로 날 모함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이 말에 김미진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럼 당신 아들은 어디 있는데요? 당장 데려와요. 얼굴 보고 물어볼 게 있으니까.”김미진은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다는 듯 당당한 허승호의 태도에 미간이 지끈거렸다.전에는 왜 몰랐을까. 이렇게까지 뻔뻔한 사람이라는 걸.처음 협력할 때는 모든 게 괜찮아 보였는데 지금은 허승호가 누구보다 낯짝이 두꺼운 사람 같았다.‘도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건지... 아니면 이젠 태안 그룹 도움이 없어도 회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그 생각을 하니 김미진은 웃음이 나왔다.정말 순진하기 짝이 없었다.허승호는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말했다.“제 아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 다른 건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방금 두 딸을 해쳤다는 것에 대해서 전 조금도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허승호는 콧방귀를 뀌며 김미진과 끝까지 맞서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김미진도 상대의 그런 모습에 덩달아 피식 웃고는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역시, 살다 보니 별사람 다 만나겠네. 진 비서, 서류 갖고 와.”“네, 회장님.”말하며 진이수는 가져온 자료를 모두 꺼냈다.진작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이곳에 온 것이다.처음엔 허승호도 그다지 믿지 않았지만 확신에 찬 상대의 모습에 조금 당황하기 시작했다.‘설마 정말로 무슨 일이 있는 건가?’아들이 어떤 행실을 하고 다니는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이연서 사건만 해도 집에서 그를 위해 감춰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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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김미진은 서류를 들어 허승호의 몸을 툭툭 치며 말했다.“못 믿겠으면 직접 보세요.”그 서류가 궁금했던 허승호는 김미진의 말에 그녀의 행동이 자신을 모욕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서류를 낚아채 꼼꼼히 읽어본 허승호는 그 내용이 중심병원 건과 관련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그리고 허종혁이 해외에 나가서는 정체불명의 약물을 안다혜에게 주사하려 했고 이 일로 현지에서 체포돼 현재 해외 교도소에 수감됐다는 내용까지 적혀 있었다.이에 대해 허승호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일 때문에 허종혁이 해외에 수감되어 있다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 사실이 밖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앞으로 자신은 김미진을 마주할 낯이 없었다. 그 생각에 허승호는 머리가 지끈거렸다.그가 서류를 받아 드는 순간부터 줄곧 그의 표정을 살피고 있던 김미진은 아들이 감옥에 수감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그가 생각보다 많이 놀라지 않는다는 걸 눈치챘다.즉 허승호는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었다.이를 깨달은 순간, 김미진은 눈빛이 서늘해졌지만, 끝까지 성질을 억눌렀다. 여긴 밖이고 이 정도의 자제력은 있어야 했다. 한때 그룹 전체를 이끌던 사람이었는데 자신의 감정조차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우스운 꼴이 될 것이다.김미진이 물었다.“허 회장님,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쪽 아들이 한 일이라고 여기 다 적혀 있잖아요. 아들의 변명이라도 더 들어볼 생각이세요?”김미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허승호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지금 순간에는 정말로 체면이 바닥에 떨어진 기분이었고 더 이상 이 자리에 어떻게 앉아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었다.역시 제 아들은 쓸모없는 놈이었다. 해외로 나간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렇게 사고를 치다니,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저는...” 허승호는 혀로 바짝 마른 입술을 한번 적시더니 어색하게 말을 이었다.“김 회장님, 혹시 미처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오해가 있는 게 아닐까요?”“이렇게까지 명확하게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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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며칠 전에 제 아들이 제게 전화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김미진은 흥미가 생긴 듯,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허승호를 바라봤다.“그래서요?”그녀는 허승호에게 계속 말하라고 손짓했다. 지금 허승호가 말하는 내용은 만국에서 일이 발생한 이후의 이야기였고 안소현도 그녀에게 이렇게 자세히 까지는 말해 주지 않았다. 게다가 안다혜 쪽에서도 깨어났다는 소식만 전했고 그 구체적인 과정에 대해 김미진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허승호는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아들이 무슨 일 때문에 만국 교도소에 들어가게 됐는데 방법을 대서 꺼내 달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도 정말 방법이 없었습니다.”김미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그때 안 도와 줬어요?”뭔가 이상했다. 허종혁은 허씨 가문 부부의 외동아들 아닌가, 상식적으로 그냥 두고 보며 모른 척할 리가 없었다.허승호는 의아해하는 김미진의 표정을 보고는 전략을 바꿨다.“어떻게 안 구하겠습니까.”허승호는 급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제 유일한 아들인데 어떻게 보고만 있겠습니까?”“그럼 허종혁은 지금 어디 있죠?”김미진이 들은 바로 허종혁은 아직도 교도소 안에 있었고 정신 상태도 좋지 않다고 했다. 이런 것들을 허승호가 알고는 있었는지, 김미진은 궁금했다.허승호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훔치며 말했다.“아직 못 꺼냈습니다. 김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제게는 하나뿐인 아들이잖습니까. 저도 그 애가 이렇게 무너지는 건 보고 싶지 않습니다.”허승호는 그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혀를 찼다. 아들 하나쯤이야 돈이 있고 몸만 멀쩡하면 몇이라도 낳을 수 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일이었다.그는 말을 이었다.“교도소에 들어갔다는 걸 알고 정말 화가 나더군요. 답답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안에서 좀 더 지내게 하려 했습니다. 나중에 꺼내 주더라도 그사이에 정신 좀 차리고 성격도 좀 죽이게 말이죠.”김미진은 허승호의 뻔뻔한 낯짝을 보자 속이 울렁거렸다. 그녀가 진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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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그러나 허승호는 곧바로 몸을 떨며 표정이 굳었다. 그는 다급히 서류를 내팽개치고 애원하듯 김미진을 바라보며 말했다.“김 회장님, 이게 무슨 뜻입니까?”“본 그대로예요.”김미진은 탁자 위의 서류를 내려다보며 손가락으로 톡톡 짚었다.“일부러 정리해 온 겁니다. 허산 그룹이 꽤 잘 나가신다면서요? 그럼 이제 독립하셔도 되겠네요. 이 몇 개 프로젝트는 여기서 정리하죠. 빨대는 다른 데 가서 꽂으세요. 저는 더는 못 봐줍니다. 그리고...”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제 두 딸이 당한 일에 대해 이른 시일 내에 확실한 해명부터 내놓는 게 좋을 거예요.”김미진은 차갑게 말했다.“저도 너무 추잡하게 일이 커지는 건 원치 않아요. 그 타격이 어느 쪽 회사에 더 치명적일지는... 제가 굳이 말 안 해도 아실 텐데.”그녀는 천천히 몸을 숙여 허승호의 귓가에 대고 서늘하게 속삭였다.“허 회장님은 똑똑한 분이시니, 내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말을 마친 김미진은 허승호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고는 허승호는 뭐라고 말할 틈이 없이 비서와 경호원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허승호는 뒤늦게라도 설득해 보려 했지만, 문이 쾅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닫혔다. 문소리만 들어도 김미진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이건 누구라도 분노할 일이었다. 자신의 두 딸이 모두 피해를 보았으니 말이다.허승호는 탁자 위에 쌓인 서류와 증거들을 보며 머리가 지끈거렸다. 도대체 일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나, 이 모든 일에 대해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고 전부 그 망나니 같은 놈이 벌인 짓이었다. 그러나 일은 아들이 저지르고 그 빚을 아버지가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허승호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지금으로선 하나씩 대응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무슨 수를 쓰더라도 허종혁과 연락이 닿아야 했다. 사고는 그놈이 다 쳐 놓고 이제 와서 감쪽같이 숨어 있는 것은 절대 안 됐다.허승호는 곧장 허종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 중이라는 표시만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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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막 비행기에서 내렸으니 대체 무슨 일로 전화해 온 건지 알 수가 없었다.안다혜는 투덜거리는 민초연을 보며 무심하게 한마디 했다.“그냥 받지 말자. 우리랑 크게 상관없는 일이잖아.”어차피 허종혁은 지금 경찰서에 체포돼 있었고 그전에도 분명 허승호에게 자기 상황을 말했을 것이며 경찰서 쪽에서도 이런 사정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허종혁의 정신 상태가 이상해질 리가 없었다.이 모든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흐름이었고 안다혜는 비웃음을 띠었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손을 놓겠다면 자신이 여기서 더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이모건도 안다혜 말을 잘 들었다. 안다혜가 받지 말라고 했으니, 굳이 받을 이유가 없었고 다들 속으로는 이미 짐작한 일이기도 했다.“그럼 무음으로 해 둘게.”이모건이 웃으며 말했다.“이런 일로 기분을 망칠 필요가 없잖아.”민초연도 세게 고개를 끄덕였고 머리 위 삐죽 솟은 잔머리까지 덩달아 살랑살랑 흔들렸다.“맞아. 모처럼 국내에 돌아왔는데 그 사람의 집안일에 신경 쓸 이유가 없어.”안다혜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그러게. 다른 일도 많은데 난 저 가문의 부자 사이 싸움에 끼어들 생각 없어.”허종혁이 어떤 꼴이 됐든 전부 자업자득이었고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안다혜는 처음부터 끝까지 피해자였고 이 일을 누가 알게 된다고 해도 이는 변치 않을 사실이었다.옆에서 윤해준은 자연스럽게 안다혜의 캐리어를 들어 올렸고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웠다.둘의 다정한 모습을 지켜보던 민초연이 못 참고 놀렸다.“그만하지. 옆에 솔로가 둘이나 있거든? 두 사람 너무 한 거 아니야?”안다혜는 그 말을 듣고 오히려 윤해준의 손을 더 힘주어 잡더니 그의 어깨에 살짝 기대었다.“초연아, 너도 만나면 되지. 걱정하지 마. 내가 좋은 사람 소개해 줄게.”윤해준은 잠시 멈칫했다. 어깨에 닿는 무게가 느껴지자 이상하게 마음이 평온해졌다.그런 두 사람을 보던 민초연은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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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그러나 누가 봐도 지금 허승호의 기분이 최악이라는 걸 모두가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 하나 선뜻 다가오지는 못했다. 지금 다가갔다가는 괜히 불똥이 튀기 십상이었다.허승호는 바닥에 산산조각이 난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투덜거렸다.“허종혁 이 자식은 대체 뭐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와달라고 난리더니, 이제는 전화도 안 받아? 그러고도 집에 돌아오겠다고?’허승호는 혀를 찼다. 하는 행동을 보니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오늘 김미진이 들이닥치지만 않았어도 자신은 이렇게 골치 아플 일에 휘말릴 리가 없었다. 가능하다면, 저 아들을 정말 없는 셈 치고 싶었다.허승호는 탁자 위에 쌓인 서류들을 힐끗 보고는 짜증을 꾹꾹 눌러 담은 채 비서를 다시 불러들였다.수민이 들어오자 방 안의 난장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수민은 감히 시선을 함부로 돌리지 못하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회장님, 저 부르셨나요?”허승호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겉으로는 감정을 추스른 듯했지만, 여전히 기분이 나쁘다는 게 표정에 그대로 묻어났다. 그걸 느낀 수민은 더욱 움츠러들었고 말투도 행동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둘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의 공기는 전혀 달랐다.허승호는 짧게 대답했다. 수민이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자 아까 끌리던 마음도 식어 버렸다. 그는 대충 끌어내렸던 셔츠 깃을 정리하며 더더욱 시큰둥해졌다.조금만 일이 생겨도 이렇게 쩔쩔매다니, 얼굴 말고는 쓸모가 없었다.“만국 쪽 그 경찰서를 조사해봐. 허종혁의 이 번호가 어느 경찰서 통해서 걸려 온 건지 알아내고 확인되면 그 경찰서의 청장 전화번호를 나한테 가져와.”수민은 왜 갑자기 이걸 지시하는지 의아했지만, 허승호의 표정을 보고는 더 묻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욕심이 꿈틀거렸다. 조금 전 거의 손에 넣을 뻔했던 권력의 맛을 이렇게 놓치고 싶지 않았다.다른 사람들은 십 년 넘게 발버둥 쳐도 못 올라가는 자리를 한 번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였다.수민은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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