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은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와, 진짜 방연지랑 류아린 둘 다 향수 냄새... 질식할 뻔했네.’그 순간 민혁이 조용히 다가와 예진을 소파 쪽으로 이끌었다.“왜요, 이런 자리 좀 낯설어요?”그는 조심스레 묻고, 두 사람은 조용한 구석에 앉았다.예진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아니요. 그런 건 아닌데요.”‘사실 난 원래 이런 데 좋아했어.’ ‘어릴 땐 부모님 파티 따라가고 싶어서 매번 졸랐는데...’‘작은 드레스 고르는 것도 진짜 진심이었고.’‘심지어 열여덟, 윤제 처음 본 날도... 그 날이 내 성인식이었잖아.’ ‘모두의 시선을 받는 그 느낌이 꽤 좋았었는데...’하지만, 예진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이젠 그때와는 달랐다.윤제는 늘 말했었다.“여자는 괜히 앞에 나서지 말고, 집안 잘 챙기면 그게 최고지.”그 말은 곧, 예진을 세상으로부터 천천히 단절시키고 가두는 주문이 되어버렸다.‘내가 좋아하던 것도, 나라는 사람 자체도... 점점 낯설어졌어.’민혁이 샴페인 두 잔을 가져왔다.예진에게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이혼보다 더 무서운 게 뭔지 알아요?”예진은 잔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뭔데요?”민혁은 잔을 들고 예진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이혼해도, 그 사람의 그림자가 여전히 예진 씨 안에 남아 있다는 거예요.”“아직도... 본인이 누구였는지 기억은 나요?”예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마음 어딘가, 멈춰 있던 감정이 조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나? 내가... 어떤 사람이었더라.’예진은 순간 멍해졌다.‘솔직히 말하면, 기억이 안 나.’부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를 내려놓은 지 오래지만, ‘부윤제의 아내’라는 그림자는 아직도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다.손에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꽉 쥔 채, 손끝이 하얗게 질렸다.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아니... 대답할 용기가 안 났다.그때, 민혁이 조용히 말했다.“질문 몇 개만 할게요. 생각하지 말고 바로 대답해요.”예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민혁은 예진을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