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Bab 71 - Bab 80

100 Bab

제71화

키가 비슷한 민혁과 윤제는 서로 마주보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두 사람의 분위기는 완전히 딴판이었다.같은 눈높이인데도, 민혁이 윤제를 내려다보는 듯한 묘한 기세가 느껴졌다.민혁은 입꼬리를 차갑게 올리며 말했다.“저와 고예진 씨의 관계는 부끄러울 것 하나 없습니다. 피고가 아무리 본 변호사와 원고를 흠집 내려 해도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도 고예진 씨가 그저 화가 나서 유난 떤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순진한 건지, 자기중심적인 건지 모르겠습니다.”“뭐라고...!”윤제는 얼굴이 확 붉어졌고, 손까지 떨리는 듯했다.하지만 민혁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더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부 대표님, 스스로도 우습지 않습니까?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놓아주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질질 붙잡고 있는 이유가 뭡니까? 손해만 보는 판국에, 뭘 얻기 위해서죠?”“개소리 작작 해! 누가 고예진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어?!”윤제는 이성을 잃은 듯 언성을 높였다.그 순간, 법원 경위가 급히 다가와 윤제를 제지하며 강제로 한 걸음 물러서게 했다.“이봐요, 여기 재판정입니다. 감정 조절하세요! 여기서 싸울 생각이면 당장 퇴정 명령 내릴 겁니다.”민혁은 천천히 예진 옆에 앉았다.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윤제를 향해 있었고, 그 눈빛에는 대놓고 윤제를 도발하는 기운이 배어나왔다.‘조금만 더. 이 사람, 스스로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야.’윤제는 그런 민혁의 표정을 보자 더 분노에 휩싸였다. 옆에 경위가 서서 제지하고 있는 것도 잊은 듯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뭘 그리 잘났다고 웃고 있어? 고예진이 날 사랑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아! 쟤는 그냥 일시적으로 나한테 삐진 거야. 너 따위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가 이혼하지 않는 이상...”윤제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법원 경위와 변호사가 동시에 달려들어 윤제를 억지로 끌어냈다.“진정하십시오! 지금 바로 퇴정 조치합니다.”윤제는 휴게실로 끌려가며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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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선재는 다시 전화를 낚아채며 말했다.[형, 태현이 말이 백번 맞아요. 지금 형수님 친정 몹시 곤란한 상황이잖아요. 나중에 진짜 못 버티고 무너질 때, 형이 딱 나타나서 도와주면?][그 순간 형은 형수님한텐 구세주일 거예요. 감동해서 울면서 다시 형한테 매달릴걸요?]윤제는 여전히 짜증이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표정이 점점 풀리기 시작했다.‘그래, 예진이 성격에 진짜 절박해지면 나에게 손 내밀 수밖에 없지.’“됐어. 알았으니까 끊자.”윤제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선재가 마지막까지 외쳤다.[형! 우리가 한 말 꼭 기억해요. 절대 주도권 뺏기지 마요! 무조건 돈은 한 푼도 안 주는 쪽으로 가야 해요!]뚝-전화가 끊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판이 다시 열렸다.잠시 휴정 후, 양측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분위기는 이전보다 한결 차분해졌고, 재판장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재개를 알렸다.윤제 먼저 입을 열었다.“고예진. 당신이 이혼을 원한다면... 좋아. 감정이 정말 회복 불가능하다면, 억지로 붙들 이유도 없겠지. 하지만 모든 걸 당신 뜻대로 해줄 수는 없어.”“재산? 그건 얘기가 다르지. 나는 단 한 푼도 당신에게 줄 생각 없어.”‘역시 예상대로 나오네.’예진은 민혁과 짧게 눈을 마주쳤다.민혁은 흔들림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여전히 차분했다.윤제는 말을 이었다.“우리 결혼한 지 몇 년인지 알아? 그동안 당신은 별다른 수입도 없었고, 당신 친정집도 우리 쪽에서 준 도움으로 간신히 버텼잖아.”“나는 당신을 먹여 살린 것도 모자라, 당신 집안까지 부양했어. 그런데 이혼하면서 이제 와서 내 재산 절반을 가져가겠다고? 그건 말이 안 되잖아.”“게다가 나는 외도를 한 적도 없고, 폭력이나 언어적 학대도 없었어. 이혼 사유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왜 내가 피해자가 되어야 하지?”예진이 조용히 입을 열려던 순간, 민혁이 살짝 손을 들며 그녀를 말렸다.‘아직 아니야. 지금은 내가 나설 타이밍이야.’민혁의 눈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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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좋아. 우리 사이 일은 일단 접어두자. 그럼 이안이는? 애 엄마가 이렇게 무책임하게 굴 거야? 이안이가 지금 몇 살인데, 그 아이를 한순간에 엄마 없는 아이로 만들겠다고?”윤제의 목소리는 격해져 있었고, 예진은 그 말에 헛웃음을 터뜨렸다.“무책임? 지금 그 말을 당신 입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네. 이안이가 몇 번을 말했는지 기억 안 나? 엄마 싫고, 고모가 엄마였으면 좋겠다고.”“그 말, 내가 만든 거 아니야. 이미 자기 마음속에 ‘더 나은 엄마’가 생긴 아이를 굳이 붙잡고 있을 이유가 있을까?”‘이젠 이안이도... 내게서 마음이 떠난 지 오래라는 걸... 나도 인정할 때가 됐지.’윤제의 얼굴은 일그러졌다.“너, 분명히 후회하게 될 거야.”예진은 단호하게, 단 한 마디로 마무리했다.“진흙탕 속에 빠져서 평생 발 묶이는 게... 그게 진짜 후회야.”그 말이 끝나자마자, 예진은 더 이상 윤제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예진이 민혁과 함께 차에 올라타자, 차는 곧장 법원을 벗어났다.남겨진 윤제는 씩씩거리며 발끝으로 바닥의 자갈을 거칠게 찼다.그 모습은 누가 봐도... 완전히 밀려난 남자의 분노였다....로펌으로 돌아가는 차 안.예진의 표정은 생각보다 담담했다.아니, 오히려 어딘가 후련해 보이기까지 했다.‘끝났어. 진짜... 끝났구나.’‘이렇게 편안하게 숨 쉬는 느낌... 얼마 만이지?’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민혁은 말도 없이 한 개의 서류철을 예진에게 던졌다.“이번 건, 이번 분기 최대 프로젝트예요. 자세히 읽어보고, 내일부터 나랑 같이 해야 해요.”예진은 놀라 눈을 깜빡이며 서류를 받아들었다.그리고 민혁 자리 옆, 평소에 자신의 자리에 조용히 앉아 한 장씩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이런 상황이면 보통은 ‘괜찮아요’, ‘조금 쉬고 해요’ 같은 말이 나올 법도 한데... 이 사람은 그런 말도 안 하네.’하지만 그게 오히려 좋았다. 감정을 달래주거나, 애매하게 위로하려는 척하지 않는 태도.그런 민혁의 방식이 예진에게는 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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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윤제는 아린 손에서 술병을 다시 빼앗아 들더니, 거칠게 몇 모금을 더 들이켰다.“놔둬. 다 꺼지라고!”아린은 잠시 윤제를 바라보다, 결국 체념한 듯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리고 근처에 있던 맥주병을 집어 들어 윤제처럼 병째로 술을 들이켰다.“예진 씨랑 이혼하게 돼서... 그렇게 힘들어?”‘오빠가 이렇게까지 무너진 모습, 처음이야.’예진의 이름이 입에서 떨어지는 순간, 윤제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는 손에 들고 있던 술병을 바닥에 내던졌다.쨍!깨진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고, 방 안은 금세 아슬아슬한 공기로 가득 찼다.“고예진...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혼을 요구하는데?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참았는데!”“예전엔 내가 한마디 하면 그냥 고개 숙이던 애가... 이젠 감정이 없다고? 그렇게 나만 사랑하던 애가 감정이 없다고?”윤제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려 있었다.그런 윤제에게 아린은 조용히 다른 술병을 건넸다.“예진 씨가 오빠를 많이 사랑했다는 거, 나도 알아. 근데 오빠는? 오빠는 예진 씨를 사랑했어?”“지금 이혼할 판국에 무슨 사랑 타령이야.”윤제는 말을 툭 내뱉고는 고개를 숙였다.‘사랑... 애초에 그게 뭐라고.’아린은 그런 윤제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럼 나는? 오빠는... 나 아직도 사랑해?”윤제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침묵은, 대답보다 더 잔인하게 아팠다.아린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윤제를 마주보았다.“오빠 다리 다쳤을 때... 정말 옆에 있고 싶었어. 오빠 옆에서 같이 견디고, 같이 버티고 싶었어.”“근데 나... 그때 암 진단받았어. 아픈 오빠에게 차마 말하지 못 했고, 말하면 오빠가 더 무너질 것 같아서. 그래서... 나 혼자 외국으로 갔어.”“병원 복도에서 혼자 울면서 숨죽이고 참았던 날들... 그때도 나는 단 하루도 오빠를 잊은 적 없었어. 그렇게 아프고, 그렇게 외로웠는데도... 나는 매일 오빠 생각하면서 버텼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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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윤제와 아린을 둘러싼 공기가, 갑작스레 순간 이상할 정도로 뜨겁게 뒤틀렸다.윤제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며 아린을 밀쳐냈다. 숨이 가빠졌고, 눈이 잠시 허공을 헤맸다.“아린아... 우리... 이러면 안 돼.”아린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왜 안 되는데? 오빠... 나 용서했다고 했잖아. 그 말... 진심 아니었어?”윤제는 말문이 막혔다.‘그냥... 너 힘들었겠다, 미안하다는 말이었는데...’윤제의 워딩 그 이상을 바라보는 아린의 눈빛 앞에서, 윤제는 도망치듯 시선을 거둬들였다.아린은 한 걸음 더 다가와 그의 목덜미를 감싸 안으며 속삭였다.“나는... 지금의 오빠도 좋아. 예전부터 오빠에 대한 감정, 한 번도 식은 적 없어.”윤제는 눈을 감았다. 애써 밀어내던 기억들이 마치 물결처럼 되살아났다.그는 마지막 남은 이성으로 한 번 더 아린의 팔을 조심히 풀어냈다.“아린아, 지금 이건... 술 때문이야. 우리... 이렇게 끝내면 안 돼.”아린은 말없이 입술을 깨물었다. 눈동자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그 안엔 분명한 무언가가 스쳐갔다.‘이건 기회야. 이 남자... 나한테 다시 돌아오게 할 마지막 기회.’아린은 다시금 윤제에게 몸을 기댔다. 남자의 목을 감싸 안고 더 깊이 입을 맞추었다.마지막 남은 이성이 윤제를 두어 번 찡그리게 했지만, 술기운 앞에서 그 이성은 이내 무너져 내렸다.희미한 조명, 머리를 띵하게 만드는 알코올, 그리고 금기의 경계를 깨트리는 자극.모든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흘러갔다.짐승처럼 통제를 잃은 윤제는 아린을 소파에 눕히고는 맹렬히 탐했다. 마음껏, 그리고 천천히.입술에서 목덜미, 그리고 그 어떤 금기도 존재하지 않는 곳까지 윤제의 입맞춤이 내려앉는 걸 느끼며,아린의 입꼬리는 희미하게 올라갔다.‘고예진, 이번엔 네가 먼저 손을 놓게 될 거야.’...한편, 예진은 사무실에서 파일을 다 읽고 작게 한숨을 내쉬며 손에서 서류를 놓았다.책상 맞은편, 민혁도 동시에 자료를 덮었다.둘 사이엔 오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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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왜, 우리 오빠가 너 강제로 데려와서 클럽의 여왕으로 만들었어?”예진은 순간 당황했지만, 친구의 목소리를 알아채고 나자 표정이 조금 풀렸다.“은주야... 너였어?”은주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예진 옆에 툭 앉았다.“강제는 무슨... 나는 그저 묶인 본능을 해방시켜드렸을 뿐이지.”그 사이 민혁은 진지한 얼굴로 술 메뉴판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직원에게 몇 가지를 주문했다.은주는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근데 오빠, 여기서 마신다고 해서 내가 할인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민혁은 픽 웃으며 대꾸했다.“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네, 이 자식. 내가 이렇게 와서 단골 돼 주는데, 가족 할인도 없어?”“가족이니까 더 받아야지. 응원한다며? 그럼 제대로 응원해. 오빠 돈 많잖아.”그런 남매의 티키타카를 바라보던 예진은 그제야 어깨에 힘이 빠지며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이 두 사람, 말은 살벌하지만 서로 무척이나 생각해주는 찐남매라니까...’은주는 예진을 팔로 끌어안으며 장난스레 말했다.“솔직히 말해봐. 우리 오빠한테 영혼까지 갈아 넣어가며 일하는 거 아니야?”예진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은주 말만 들으면, 변호사님이 무슨 괴물이라도 되는 줄 알겠어요.”민혁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봐라, 피도 눈물도 없는 동생이에요. 오빠 노릇 참 어렵다, 진짜.”그때 직원이 주문한 술을 들고 와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알록달록한 칵테일부터 어디서 본 적도 없는 위스키까지 다양했다.예진은 몇몇 병을 보며 중얼거렸다.‘이런 술... 부윤제 술장 안에서만 봤지, 마셔본 적은 없었는데.’보기에 따라선 그냥 주스 같기도 했다.그만큼 예쁘고 부드러워 보였다.민혁은 가장 먼저 한 잔을 집어 들었다.홍차빛을 띤 위스키를 입에 머금고 두어 모금 마신 뒤, 살짝 한숨을 쉬며 몸을 소파에 기대었다.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셔츠 단추도 두 개쯤 풀어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저 사람... 평소엔 완전 단정한데, 지금은 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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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하지만, 천천히 마셔요. 이건 미션 아니에요. 언제까지 다 마셔야 한다는 규칙도 없고요. 그냥, 편하게 즐기면 돼요.”민혁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어딘가 부드러움이 느껴졌다.예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네... 알겠어요.”‘하지만... 쉽지 않아. 아직도 이런 분위기에선 어쩐지 긴장돼.’예진은 술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괜히 테이블 가장자리를 말없이 바라봤다.그때, 민혁의 등 뒤로, 누군가 다가와 그의 어깨를 툭 눌렀다.“어이, 서민혁. 이런 데서 널 다 보다니, 세상 좁다, 진짜.”민혁이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은색 가면을 쓴 남자가 서 있었다.민혁은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피식 웃으며 벌떡 일어났다.“재하? 야, 이게 얼마 만이야.”민혁은 자연스럽게 구재하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를 자기 옆자리로 끌어당겼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재하는 마스크를 벗으며 웃음을 터뜨렸다.그 역시 민혁과 비슷한 또래의 남자였지만, 인상은 전혀 달랐다.민혁이 차갑고 단정한 이미지라면, 재하는 눈웃음이 부드러운, 어디서든 친근함을 주는 ‘옆집 오빠’ 같은 느낌이었다.“뭐래. 이건 원수가 아니라, 진짜 친구 맞지. 너랑 내가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는 것도 다 운명이야.”재하는 고개를 돌려 은주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은주야, 여기 진짜 장사 잘되네? 올 때마다 더 화려해진다.”은주는 시크하게 술을 한 모금 목구멍으로 넘기며 으쓱했다.“그야, 누가 운영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감각이 있어야 장사도 되는 거라고.”재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옆자리에 앉아 있던 예진에게 시선을 옮겼다.“근데... 이분은 처음 보는 미인이시네?”민혁이 입을 열려던 순간, 예진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고예진입니다. 서민혁 변호사님의... 비서예요.”‘이런 분위기에서 이 정도는 예의겠지...’갑작스러운 정중한 자기소개에 재하는 순간 멍한 표정이 되었다.“비서요?”재하는 잠시 당황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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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세 번째 라운드가 시작됐다.은주와 선아는 바위를, 재하는 혼자 보, 그리고 예진과 민혁은 동시에 가위를 냈다.예진은 빠르게 반응했다.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민혁을 향해 손을 뻗었다.그런데 위치가 조금 멀었던 탓일까...예진의 발끝이 휘청였고, 중심을 잃은 채 앞으로 쏠렸다.“앗...!”그 순간, 민혁이 반사적으로 몸을 앞으로 숙이며 한 팔로 예진을 단단히 붙잡았다.두 사람의 손이 맞닿은 채, 잠시 눈이 마주쳤다.그리고 둘 다 동시에 얼어버렸다.‘왜 이러지. 이 사람 얼굴,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 있었나?’민혁의 눈동자도 순간적으로 멈췄다. 남자의 손에 잡힌 예진의 손목이, 왠지 모르게 뜨겁게 느껴졌다.‘술 때문인가... 아니면 조명 때문인가... 왜 심장이 갑자기 이렇게 뛰지?’민혁이 먼저 정신을 차렸다. 서둘러 예진을 일으켜 세우며 자세를 바로잡았다.“괜찮아요?”예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숨을 내쉬었다.“네... 괜찮아요.”‘큰일 날 뻔했네... 진짜.’두 사람이 자세를 바로잡고 고개를 들자, 맞은편에서 은주, 재하, 선아 셋 다 게임은 잊은 듯 어이없고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저희가 이긴 거 맞죠?”예진은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목소리를 한껏 낮춰 말했다.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서도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심지어 재하는 턱을 쓰다듬으며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었다.예진과 민혁은 그제야 아직도 손을 맞잡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아...”예진이 손을 빼며 급히 한 걸음 물러났고, 민혁도 가볍게 웃으며 반대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이런 상황, 괜히 더 어색하잖아... 그냥 게임인데... 왜 이렇게 민망해.’잠시 정적이 흐르자, 민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시선을 선아와 은주 쪽으로 옮기며 말했다.“근데 손 못 잡았지? 그럼 벌칙 있어야겠네.”선아는 태연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좋아요. 벌칙은 벌칙이니까. 뭐든 받아줄게요.”은주도 따라 일어나며 말했다.“내가 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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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지금... 그거 나한테 한 말입니까?”영호가 어이없다는 듯 자기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은주는 한숨 섞인 표정으로 금빛 가면을 벗어 던졌다.‘세상에... 이 넓은 세상에서 이 사람과 또 마주치다니.’두 번째 보는 것만으로도 은주의 신경은 이미 극한으로 곤두서 있었다.영호는 은주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진짜 그 유명한... 기세등등 서은주 씨였어요?”‘기세등등은 무슨,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와.’은주는 기가 차다는 듯 영호에게 눈을 굴리며 쏘아붙였다.“경찰관님은 여긴 또 왜 왔어요? 오늘은 조용하게 잘 굴러가고 있는데... 다 선량한 시민들만 모였거든요?”그제야 정신을 차린 영호가 말했다.“설마... 이 바 서은주 씨가 하는 거예요?”영호는 막 야근을 끝내고 친구 부탁으로 근처에 물건을 전해주러 들렀다가, 뜻밖에 여기서 은주를 마주쳤다.“내 것이 아니면 경찰관님 것이에요?”은주의 반응에 영호는 피식 웃었다. 그녀가 왜 기분이 안 좋은지도 어느 정도는 충분히 짐작이 갔다.영호는 최대한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혹시... 2번 테이블이 어딥니까?”은주는 말없이 안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저기요.”영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말했다.“고마워요.”그렇게 대화는 딱 거기까지가 전부였다.영호가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은주는 기운 빠진 표정으로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진짜... 오늘 괜히 벌칙 하겠다고 나섰네.’은주가 평소와는 달리 말없이 술만 들이켜고 있으니 재하와 선아는 점점 더 흥미진진했다.“야야야, 뭐야 뭐야. 방금 그 훈남, 은주 네가 아는 사람이야?”재하가 묻자 은주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술잔만 들었다.“모른 척하면 모르는 거고, 알아도... 말 안 하면 그만이야.”예진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아까 들어온 남자가 누군지 더 확신이 들었다.‘맞아... 그 사람, 분명히 예영호 경찰관님이었어.’‘근데... 은주랑 저렇게 날카로운 기류가 흐르는 건 왜지?’선아가 장난기 가득한 미소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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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막상 민혁 옆에 앉고 보니, 예진은 알 수 없는 긴장감에 손끝까지 힘이 들어갔다.‘괜히 어색하다... 그냥 게임인데 왜 이렇게 심장이 두근거리지.’게임은 재하부터 시작됐다.재하는 익숙한 듯이 입에 휴지를 물고, 웃음을 참으며 민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민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종이를 입으로 받아냈다.종이는 이미 반쯤 찢어진 상태였다.그리고 민혁이 고개를 돌려 예진을 바라보는 순간, 예진은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가까워... 이거 생각보다 너무 가깝잖아...’종이를 받아야 하는 건 알았지만, 이 거리에서 민혁의 얼굴을 마주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긴장감이었다.게다가 코끝에 닿는 따뜻한 숨결.‘이건... 그냥 술 때문이겠지...? 아니면 분위기...?’모두가 숨죽이며 예진의 반응을 지켜보는 가운데, 민혁이 살짝 눈썹을 들어 보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이 묘한 미소... 완전 반칙이잖아.’예진은 결국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살짝 돌려 조심스럽게 종이를 입으로 받았다.입술이 종이에 닿는 순간, 민혁의 숨결이 볼을 스치자 예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예진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종이를 은주에게 넘겼다.하지만 조절을 잘못한 탓에 종이는 은주 쪽에 거의 남지 않았다.말 그대로 ‘조각’이었다.“으악, 진짜 너무하네!!” 은주가 입에 휴지 한 점을 문 채로 외쳤다.“예진아... 넌 진짜 내 진정한 친구다...”모두가 웃음을 터뜨렸고, 예진은 민망한 듯 고개를 살짝 숙였다.“아니, 일부러 그런 거 아니고... 그냥... 너무 작았어. 얼른 넘겨, 입에 침 다 묻겠어.”민혁은 옆에서 팔짱을 끼고 말했다.“야, 네 침 묻은 휴지 전달받는 건 진짜 쉽지 않다.”은주는 민혁을 노려보며 종이를 입에 간신히 물고 고개를 돌렸다.정면에 앉은 영호의 얼굴이 은주의 눈에 들어왔다.평소처럼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던 그의 입꼬리에 종이 조각 하나 달린 은주와 눈이 마주친 순간... 얼음이 되어버렸다.아무 움직임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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