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천천히 마셔요. 이건 미션 아니에요. 언제까지 다 마셔야 한다는 규칙도 없고요. 그냥, 편하게 즐기면 돼요.”민혁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어딘가 부드러움이 느껴졌다.예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네... 알겠어요.”‘하지만... 쉽지 않아. 아직도 이런 분위기에선 어쩐지 긴장돼.’예진은 술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괜히 테이블 가장자리를 말없이 바라봤다.그때, 민혁의 등 뒤로, 누군가 다가와 그의 어깨를 툭 눌렀다.“어이, 서민혁. 이런 데서 널 다 보다니, 세상 좁다, 진짜.”민혁이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은색 가면을 쓴 남자가 서 있었다.민혁은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피식 웃으며 벌떡 일어났다.“재하? 야, 이게 얼마 만이야.”민혁은 자연스럽게 구재하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를 자기 옆자리로 끌어당겼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재하는 마스크를 벗으며 웃음을 터뜨렸다.그 역시 민혁과 비슷한 또래의 남자였지만, 인상은 전혀 달랐다.민혁이 차갑고 단정한 이미지라면, 재하는 눈웃음이 부드러운, 어디서든 친근함을 주는 ‘옆집 오빠’ 같은 느낌이었다.“뭐래. 이건 원수가 아니라, 진짜 친구 맞지. 너랑 내가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는 것도 다 운명이야.”재하는 고개를 돌려 은주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은주야, 여기 진짜 장사 잘되네? 올 때마다 더 화려해진다.”은주는 시크하게 술을 한 모금 목구멍으로 넘기며 으쓱했다.“그야, 누가 운영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감각이 있어야 장사도 되는 거라고.”재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옆자리에 앉아 있던 예진에게 시선을 옮겼다.“근데... 이분은 처음 보는 미인이시네?”민혁이 입을 열려던 순간, 예진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고예진입니다. 서민혁 변호사님의... 비서예요.”‘이런 분위기에서 이 정도는 예의겠지...’갑작스러운 정중한 자기소개에 재하는 순간 멍한 표정이 되었다.“비서요?”재하는 잠시 당황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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