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Bab 111 - Bab 120

340 Bab

제111화

“뭐라고?”아린은 발작이라도 하는 듯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예진은 코웃음을 치며 대화를 잘라버렸다.“좋은 말은 한 번이면 충분해. 네 귀에 잘 새겼겠지.”“너...!”아린은 예진을 향해 삿대질을 하면서, 분노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하기를 반복했다.예진은 그 손을 거칠게 쳐냈다.“내 집에서, 어디서 나한테 삿대질이야! 류아린, 네 주제나 똑바로 파악해. 여긴 내 집, 내 구역이야. 알겠어?”그 말이 끝나자마자, 예진은 문을 그대로 닫아버렸다.쿵! 닫히는 소리가 아린의 귓가에 꽂혔다.단숨에 무너지는 소리였다.자신이 며칠을 공들여 쌓아 올린 계획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말도 안 돼... 이렇게 쉽게?’윤제와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은, 아린이 쥔 마지막이자 가장 치명적인 한 방이었다.‘그런데 그마저도, 예진이 단 하루 만에 무력화시켰어.’분노가 뒷덜미까지 치밀어 올랐다.아린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빌라를 나와, 윤제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윤제는 회의 중이었다.핸드폰 화면에 ‘류아린’이라는 이름이 뜨자, 아무 망설임 없이 통화를 끊었다.아린은 다시 걸었다.두 번, 세 번... 하지만 윤제는 받지 않았다.‘왜 안 받아...? 대체 뭐 하는 거야...’초조함이 심장을 조였다.결국 아린은 핸들을 잡고 곧장 회사로 향했다....거실 한쪽. 유순자는 아까부터 예진과 아린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과일 접시를 들고 나와 예진 앞에 놓았다.“사모님, 방금 하신 말씀 속이 다 시원하네요. 그런 뻔뻔한 여자는 이렇게 단칼에 잘라줘야 해요. 그래야 자기 주제를 알죠.”예진은 웃으며 사과를 한 조각 집어서 입에 넣었다.“달콤하네요.”유순자는 오랜 세월 예진과 함께 지내면서, 이 집안의 여주인이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재벌가 사모님이라면서도, 전혀 그런 거들먹거림이 없었고, 오히려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주는 모습에 진심으로 예진을 좋아하게 됐다.그리고... 진심으로 안쓰럽기도 했다.그런 생각이 스치자, 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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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예진은 고개를 저었다.“이 일에 이모님은 안 끼셨으면 해요. 괜히 윤제 씨가 알게 되면, 이모님 일에도 영향이 갈 수 있어요.”유순자가 손바닥으로 가슴을 ‘툭’ 치며 말했다.“사모님, 걱정 마세요. 절대 대표님 귀에 들어가지 않게 할게요. 게다가 대표님이 알게 돼도 상관없어요.”“저 이 집에서 일한 지도 오래됐고, 사모님이 예전에 챙겨주신 보수도 넉넉해서 꽤 모아둔 돈이 있어요. 설령 이 일을 그만둬도, 다른 데서 얼마든지 일할 수 있어요.”예진은 그 진심 어린 말에 순간 마음이 뜨거워졌다.‘이모님이 이렇게까지 내 일에 마음을 써주다니...’‘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더 이상 이 일에 끌어들일 수는 없어.’ 예진이 고개를 살짝 저으면서 말했다.“정말 괜찮아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걱정 마세요.”유순자는 그제야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집안일을 하러 갔다.이 집은 오랫동안 자신이 살던 곳이었지만, 예진의 마음은 조금도 편하지 않았다.‘익숙해야 할 공간인데... 왜 숨이 막히는 걸까?’시간을 가늠하던 예진은 방으로 돌아와 전화를 걸었다.[예진 씨, 이 시간에 전화라니... 무슨 일 생긴 거예요?]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예영호의 목소리는 약간 놀란 듯했다.예진은 담담하게 답했다.“아니에요, 문제는 없어요. 다만, 경관님께 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그렇게 딱딱하게 부르지 말고, 이름으로 불러요. 우리 이제 친구 아니에요? 모르는 거 있으면 뭐든 물어봐요.]예진은 잠시 말을 멈추고, 무릎 위에서 손끝으로 옷자락을 꼭 쥐었다.“그럼... 바로 물어볼게요, 영호 씨. 만약 제가 호텔에서 불법적인 성매매가 있다고 실명으로 신고하면, 경찰은 바로 출동하나요?”[그건 당연하죠. 실명 신고면 무게 있게 처리해요.]예진은 한 박자 쉬었다가 다시 물었다.“그럼... 현장에서 사람을 연행해 오면, 경찰서에서는 주로 뭘 물어봐요?”영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보통 그런 경우, 두 사람 모두 불법 성매매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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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예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유순자와 인사를 나눈 뒤, 택시에 올라탔다.차가 윤제의 회사 건물 앞에 멈추자, 예진이 막 내린 순간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툭’ 쳤다.순간 몸이 굳어져서 돌아보니...“은주?”늘 밤에 술집 운영을 하는 은주는 낮에는 늦잠을 자는 게 일상이라, 이 시간에 길에서 마주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가린 은주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마치 도둑이라도 된 듯 예진을 자기 차로 냅다 끌었다.오늘 은주가 타고 온 건, 화려한 빨간색 스포츠카가 아니라 눈에 잘 띄지 않는 검은색 소형 세단이었다.“새 차 샀어?”예진이 의아해하자, 은주는 마스크를 벗으며 허리에 손을 짚었다. 표정엔 화가 잔뜩 묻어 있었다.“무슨 새 차야. 너 잡으러... 아니, 네 남편 잡는 걸 도우려고 일부러 빌린 거야. 이런 평범한 차가 뒤쫓기엔 제일 좋거든.”예진은 순간 얼어붙었다.‘어제 나는 혹시라도 걱정할까 봐 일부러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은주가 이렇게까지 준비하고 있다니...’은주가 알았다면, 곧 민혁도 알았다는 얘기였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은주의 눈매가 단번에 매서워졌다.“그걸 왜 몰라? 난 너를 제일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중요한 일을 예영호한테 듣게 할 거야?” “오늘 아침에 예영호가 전화해서 말 안 해줬으면, 난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겠네?”예진은 이제야 상황을 짐작했다.영호가 일부러 말해준 건 분명 좋은 마음에서였지만, 괜히 주변 사람을 끌어들인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 눈치를 읽은 은주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한마디 할게. 이혼이 너하고 부윤제, 둘 사이 문제인 건 맞아. 근데 그 과정을 풀어 가는 건 우리도 도울 수 있는 거야.”“우린 다 친구잖아. 서로 도와야지. 너는 자꾸 빚진 것처럼 생각하니까 문제야. 우린 그냥... 친구라서 이러는 거야.”그 말에 가슴 한쪽이 은근히 따뜻해진 예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답했다.“알았어.”“뭘 알았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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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그 정도가 아니야. 듣기로는 며칠 전에 대표님이 그 ‘첫사랑’ 생일이라고, 호텔을 빌려서 성대한 파티까지 열어 줬대.”“어머, 그럼 사모님은 화 안 내셔?”“화는 무슨 화야. 우리 대표님 같은 젊고 능력 있는 금수저한테, 주변에 여자 몇 명 있는 건 당연한 거지.”“집안에 본처는 그대로 있고, 밖에는 예쁜 여자들이 줄줄이... 그게 이런 남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삶 아니야?”“게다가 요즘 대표님 부부가 이혼한다는 소문까지 돌잖아. 첫사랑이 슬쩍 자리를 노리는 거 아냐?”“...”직원들이 모여 수군대는 소리가 사무실 공기를 묘하게 달궜다.아린은 대표실 안에서, 블라인드 사이로 그 시선과 입 모양들을 보고 있었다.‘회사라는 곳은 원래 소문이 가장 빨리 퍼지는 곳이야.’‘저 입에서 내 얘기가 나와서 좋을 건 하나도 없지...’속이 더 쓰려진 아린은 결국 블라인드를 내려버렸다. 보지 않으면, 듣지 않으면, 없는 일처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한참이 지나서야, 윤제가 회의를 끝내고 돌아왔다.문을 열자마자, 의자에 앉아 있는 아린이 눈에 들어왔다.남자의 표정이 순간 미묘하게 굳어졌다.그리고 거의 반사적으로 문을 닫고, 방 안의 블라인드를 모두 내렸다.“왜? 그렇게 신경 쓰여? 누가 볼까 봐?”윤제가 돌아서며 물었다.“여긴 왜 온 거야? 전화로 해도 되는 얘기 아니었어?”평소 철저한 워커홀릭인 윤제는 집안 일을 회사에 가져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 덕분에 회사 직원들 대부분은 윤제를 가족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듬직한 가장이라고 믿었다.‘성실한 남편’이라는 이미지가 그만큼 탄탄했다.커다란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간 윤제는 도시 전경을 내려다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그 순간, 의자에서 일어난 아린이 뒤에서 남자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차가운 셔츠 너머로 느껴지는 단단한 근육에 얼굴을 묻으면서 나지막히 속삭였다.“오빠... 오늘 아침, 집에 갔다가 예진 씨 봤어.”윤제의 몸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아린은 그 반응에 힘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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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윤제의 성격을 생각하면, 아이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일 따위는 애초에 있을 수 없었다.더군다나, 아린이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들어 놓은 계획대로 이안은 예진보다 자신에게 훨씬 더 마음을 열고 있었다.윤제가 내뱉은 그 말은, 결국 핑계일 뿐이다. 사실 마음속 한자리는, 언제나 예진의 몫으로 남아 있었다.아린은 다시 윤제를 끌어안았다. 얼굴을 남자의 가슴팍에 묻으며, 뜨거운 눈물이 셔츠를 적셔갔다.“오빠, 난 오빠의 ‘미안해’ 따위 변명은 듣고 싶지 않아. 난 그냥 오빠랑 같이 있고 싶어.”“오빠랑 예진 씨, 이미 이혼 얘기까지 나왔잖아. 그럼... 예진 씨랑 완전히 끝난 후에 나랑 함께 할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윤제의 미간이 잠시 찌푸려졌다.“아린아, 사실... 네가 돌아온 이후로 난 너를 계속 동생처럼 생각했어. 그리고 난, 이안 엄마랑 헤어질 생각은... 한 번도 없었어.”그 말은 마치 사형선고 같았다.아린의 심장이 한순간 뻐근하게 조이는 듯했다.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 아린은 무의식적으로 이를 악물었다.‘그동안 쌓아 올린 ‘욕심 없는 여자’라는 이미지, 오랫동안 이어온 은근한 거리 두기...’ ‘그 모든 게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해 온 거라고 믿었어.’예진이 스스로 물러날 때를 기다린 아린은 드디어 그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이제야 자신이 윤제 곁으로 당당히 돌아갈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하지만, 예진은 하나도 아프지도 않은 표정으로 다시 집에 돌아왔고, 그 복귀로 아린의 모든 계산과 설계는 산산이 무너졌다.‘이건... 말도 안 돼.’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력감, 그와 동시에 끓어오르는 억울함과 분노가 아린을 집어삼켰다.그녀는 깨달았다.‘뭔가 해야 해. 그래야 이 관계를 붙잡을 수 있어.’하지만, 거절하지도 않고 받아들이지도 않는 애매한 윤제의 태도는 아린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 뿐이었다.망설임 끝에 아린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곧 결심하고는 혀끝을 날카롭게 깨물었다. 입안에 금세 비릿한 피가 퍼졌다.아린은 곧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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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며칠 전부터 몸이 좀 안 좋길래, 병원에 가서 재검을 받았어. 그랬더니... 암이 재발했다고 하더라.”“뭐라고?”윤제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졌다.“이미 완치됐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다시...”아린은 쓸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암이라는 게 원래 재발률이 높은 병이잖아. 그동안 일하느라 몸을 제대로 돌본 적도 없고... 이렇게 된 게 이상한 일은 아니야.”그 말을 듣는 순간, 윤제의 눈빛에 억누르지 못한 안쓰러움이 번졌다.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아린은 이런 감정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그래... 아직 날 걱정한다는 건, 마음이 남아 있다는 거야.’‘마음만 있으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그렇게 생각하자,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리면서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이었다.“오빠, 괜찮아. 사실 이렇게 병이랑 붙잡고 산 지 오래 됐어. 외국에서 혼자 아팠을 때, 그 고통도 버텼는데... 지금은 오빠가 옆에 있잖아. 그럼 난 분명 이겨낼 수 있어.”윤제가 아린의 손을 꼭 잡았다.“내가 최고로 유명한 의사를 붙여 줄게. 꼭 나을 거야.”아린은 고개를 저었다.“내 상황은 조금 복잡해. 해외에 있는 내 주치의가 내 몸 상태를 제일 잘 알아. 지금 약을 구하려고 연락 중이야. 오빠... 나 좀 피곤해. 우리 그냥 어디 가서 좀 쉬자. 응?”그 순간, 윤제의 눈에서 망설임이 사라졌다.“그래, 내가 데려다줄게.”그는 아린을 부축하며 문 쪽으로 걸었다.그러나 문 앞에 다다르자, 아린이 다시 심하게 기침을 했다.작은 체구가 기침할 때마다 덜컥거리는 모습에 윤제의 가슴도 함께 내려앉았다.‘이렇게 약해졌는데...’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윤제는 아린을 그대로 안아 올렸다.주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여자를 품에 안고 사무실을 나섰다.아린은 윤제의 가슴팍에 살짝 머리를 기댔다. 규칙적으로 뛰면서 묘하게 강한 심장 박동 소리가 귀에 들렸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수군거리던 사무실 직원들은, 그 모습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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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솔직히 말해서, 미행이라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너무 붙으면 바로 들키고, 멀리 떨어지면 신호 한 번에 놓치기 십상이었다.그런데 은주는 의외로 완벽하게 거리를 유지했다.‘혹시 예전에 이런 일 해본 거 아냐?’예진은 잠시 그런 의심까지 들었다.차는 곧 한 호텔 앞에 멈췄다.둘은 차 안에서 몸을 숙인 채, 눈만 내밀고 밖을 살폈다.그리고... 예상대로였다.아린을 품에 안은 윤제가,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호텔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빵!은주가 핸들을 세게 치는 바람에 자동차 경적이 울렸다.“아, 진짜!”깜짝 놀란 예진은 은주를 끌어당기면서 몸을 숙였다.한참 동안 숨죽이며 있다가, 윤제와 아린이 안으로 사라진 걸 확인한 뒤에야 고개를 들었다.은주는 여전히 분노로 식식대면서, 손바닥으로 허벅지를 ‘탁’ 내리쳤다.“저 쓰레기... 진짜 애인하고 바람을 피네! 드라마에서나 보던 현장 덮치기가 현실로 벌어졌어. 진짜!”예진은 은주가 자기 대신 화를 내 준다는 걸 알았다.하지만 사실 예진운 이 장면을 보고도 놀랍지 않았다. 이미 마음 한구석에선, 이런 결말을 예상하고 있었으니까.“오히려 잘됐지. 이걸로 증거 확보하면, 이혼이랑 재산분할은 순조롭게 갈 거야.”은주는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마음은 이미 끝났어도, 재산 분할은 안 끝났어. 우리가 받아야 할 건, 한 푼도 빼먹으면 안 돼!”약 10분 후,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호텔 로비로 향했다.예진은 안내데스크로 다가가 말했다.“안녕하세요, 부윤제 씨가 묵고 있는 객실 번호 좀 알려주세요.”직원은 정중한 미소를 지었다.“죄송하지만, 저희 호텔 규정상 투숙객의 개인 정보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그러자 예진은 지갑에서 혼인관계증명서를 꺼내 데스크 위에 ‘탁’ 하고 내려놓았다.“저는 부윤제 씨의 아내입니다.”직원은 잠시 망설이다가 컴퓨터 화면을 확인했다.“남편분, 부윤제 씨는 1806호 스위트룸에 투숙 중이십니다.”예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겨우 10분 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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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그 말을 하면서도, 아린의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그런데... 결국 나를 기다린 건, 오빠가 다른 여자랑 결혼하는 모습이었어. 그 순간, 난 붙잡을 기회조차 없었어.”윤제의 머릿속에는 저절로 두 사람의 어린 시절이 스쳤다.어머니를 잃고 처음 집에 들어오던 날의 아린. 마른 체구에 작은 목소리로 ‘오빠’라고 부르던 모습.그 순간, 윤제의 마음은 녹아내렸다.그날 이후, 정말 여동생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좋은 옷, 예쁜 머리핀, 갖고 싶다던 모든 것을 사주었다.윤제의 손길 아래, 마른 꽃 같던 아이는 서서히 빛나는 장미로 피어났다.그리고 사춘기가 찾아오면서, ‘동생’이라는 감정은 조금씩 다른 색으로 변해갔다.처음에는 아무 의심도 없이 아린을 여동생으로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은 점점 깊이 빠져들었다.사실 윤제는 잘 알고 있었다. 그 시절, 아린이 해외로 떠나지만 않았더라면, 아버지가 고씨 집안과의 혼인을 강요해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라는 걸.그때 윤제는 부씨 집안과 등을 지더라도 아린과 결혼하겠다고 마음먹었었다.하지만 아린이 떠났고, 윤제는 그게 곧 ‘포기’를 의미한다고 믿었다.그런데 지금, 아린은 그 모든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있었다.그 말은, 윤제를 다시 깊은 심연으로 밀어 넣는 듯했다.남자의 눈빛 속 떨림을 놓치지 않은 아린은 갑자기 윤제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그리고 잠시 숨을 고른 뒤, 또렷한 시선으로 속삭였다.“오빠, 이번만큼은 나... 이기적일 거야. 오빠 곁에 남고 싶어. 오빠랑 함께 있고 싶어. 오빠랑 예진 씨는 앞으로도 시간이 많잖아.”“근데 내가 정말 죽게 된다면... 그땐 예진 씨가 오빠를 지켜주면 돼. 그렇게만 된다면... 나도 편히 갈 수 있어.”그 말이 칼처럼 가슴을 찌르자, 윤제의 마음속 죄책감은 점점 더 늘어났다.그리고 다음 순간, 그가 먼저 아린의 입술을 붙잡았다.마치 불붙은 장작처럼, 단 한 번의 접촉이 모든 이성을 태워버렸다.옷은 바닥에 흩어졌고, 커튼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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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영호가 신분증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여기서 불법 성매매가 있다는 실명 신고가 있었어요. 여성분과 함께 지구대로 가서 조사에 협조해 주셔야겠습니다.”“실명 신고? 불법 성매매?”윤제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잘못 오신 거 아닌가요?”“잘못 온 거 아닙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상대가 경찰이라, 윤제도 마지못해 방으로 돌아가 옷을 챙겨 입을 수밖에 없었다.잠시 후, 옷을 갈아입고 나온 윤제와 아린.둘은 여전히 손을 꼭 잡고 있었다.윤제는 문득, 경찰의 얼굴이 어딘가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호텔 로비.예진과 은주는, 영호와 다른 두 명의 경찰이 윤제와 아린을 데리고 나오는 장면을 똑똑히 목격했다.데스크 직원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그 장면을 지켜봤다.‘와... 부윤제 씨 부인 진짜 대단하네.’‘남편 바람 현장을 이렇게 신고로 잡아내다니.’아린의 달아오른 얼굴, 그리고 윤제의 짜증 섞인 인상만 봐도 방 안에서 어떤 상황이었는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었다....지구대 앞.예진과 은주는 경찰차를 따라와서, 윤제와 아린이 먼저 안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했다.두 사람은 차 안에서 영호의 연락을 기다리기로 했다.그런데 잠시 뒤, 영호가 직접 나와서 차창을 두드렸다.은주가 차창을 내리자 영호가 말했다.“같이 들어가시죠. 예진 씨는 부윤제 씨의 법적 배우자니까, 옆방에서 조사 내용을 들으실 수 있어요.”그 말을 듣고, 예진과 은주는 곧장 지구대 안으로 들어갔다.영호는 예전에 윤제와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어서 직접 조사하는 건 피했다.대신 동료 두 명에게 조서를 맡기고, 자신은 예진과 은주를 옆방으로 안내했다.옆방 창 너머로, 윤제와 아린이 여전히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아린의 얼굴에서는 열기가 가시고, 창백한 기색이 드러났다.윤제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 긴장하지 마. 분명 오해일 거야.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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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경찰서까지 끌려온 것만으로도 이미 체면이 땅에 떨어진 상황.거기에 윤제는, 사람들 앞에서 ‘기혼’이라는 사실까지 대놓고 들켰다.아린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표정이 굳어졌다.윤제는 더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냈다.“기혼이면 안 됩니까? 기혼이면 연애 못 해요? 대체 어떤 법에, 혼인 중에 바람피면 감옥 간다고 되어 있습니까?”거친 말투에, 두 경찰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잠시 후, 다른 경찰관 한 명이 들어와 두 사람 귀에 뭔가 짧게 전하곤 나갔다.그러자 앞에 앉아 있던 경찰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조사 결과, 두 분은 불법 성매매 관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윤제와 아린은 더는 앉아 있을 생각이 없었다.얼른 자리에서 일어난 윤제는, 아린의 손을 잡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옆방에서 그 화면을 지켜보던 예진은 ‘이제 끝났다’는 생각에 숨을 길게 내쉬었다.결정적인 한 줄이 조서에 박혔다.[기혼자가 제3자와 연인 관계를 인정함.]“이제 그 쓰레기가 뭐라고 변명하나 두고 보자!”은주는 허리에 손을 얹고 씩씩거렸다.“진짜... 이런 놈은 그냥 법정에서 매장시켜야 돼.”예진은 고개를 돌려 영호를 바라봤다.“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이혼이 마무리되면, 꼭 한 번 식사 대접할게요.”영호와 은주, 둘 다 손사래를 치지 않았다.오히려 은주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아니야. 그날은 내가 쏠게. 네가 새 출발하는 날이니까, 사람들 불러서 성대하게!”영호 역시 미소를 지었다.“예진 씨, 정말 대단하세요. 이혼하려는 여자들 중에 남편 외도 증거까지 이렇게 확실하게 잡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예진은 가볍게 웃었지만, 마음 한쪽은 씁쓸했다.‘누구도 이런 데 머리를 쓰고 싶진 않지...’‘근데 안 그러면 내 몫은 못 지키니까.’은주는 영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거들었다.“이 정도면 인정이죠. 우리 예진이가 옛날부터 공부도 잘했거든요. 칼을 뽑으면 이렇게 다르다니까요.”영호는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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