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은 생각했다.‘그 늙은이 원래도 괜히 호들갑 떠는 편인데...’‘이번엔 화가 잔뜩 올라서 몸에 탈이 난 거겠지?’집으로 가는 길, 허름한 한약방 하나가 눈에 띄었다.아린은 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세웠다.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약사가 반갑게 맞았다.“어떤 걸 찾으세요?”“몸이 좀 편해지고, 잠도 잘 올 수 있게 하는 약 있어요?”한약사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몸이 불편하신 게 어떤 이유 때문인지 아세요?”“아마도 열이 올라서 그럴 거예요. 요즘 속 끓이는 일이 많았거든요.”한약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열을 내려주는 약하고, 숙면을 돕는 약을 같이 드릴게요. 최소 3개월 복용하시고, 그동안 다른 증상이 생기면 꼭 병원에 가 보셔야 합니다.”아린이 눈살을 찌푸렸다.“3개월이나 먹어야 돼요?”“네, 한 달에 한 주기이니까요 세 주기는 드셔야죠.”‘3개월이라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시달리게 될지 뻔한데.’도순희가 얼마나 호들갑을 떠는지, 아린은 이미 수년간 겪어서 잘 알고 있었다. 가끔 무릎이 살짝 까져도 마치 다리가 부러진 것처럼 요란을 떨었으니 말 다 했다.그런데 3개월 동안 약을 먹게 하면, 사람 하나 잡는 건 일도 아니었다.예전엔 예진이 곁에서 도순희를 달래줬지만, 이제 그런 사람은 없다.‘나더러 그 늙은이 달래가며 놀아주라고? 웃기는 소리.’아린은 고개를 저었다.“효과 빠른 약은 없나요?”한약사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효과가 빠른 게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한약은 기본적으로 서서히 조절하는 거라... 빠른 효과를 원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요.”“부작용이 있어도 상관없어요. 잠만 잘 자고, 몸만 좀 편해지면 돼요.”한약사는 여전히 망설였지만, 아린이 바로 돈을 건네자 곧장 뒤로 들어가 약을 짓기 시작했다.20분쯤 뒤, 아린은 약을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예상대로 문을 열자마자 요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도순희는 거실 소파에 반쯤 기대 앉아 머리를 한 손으로 짚은 채, 끊임없이 앓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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