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이 아직 대답하기도 전에 저쪽에서 은주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내가 보낸 메시지 다 봤지? 어떡해? 오늘 저녁에 나 나가야 돼, 말아야 돼?][만약에 차이면 어떡해, 나 아직 마음 준비도 안 됐는데...][이게 무슨 망신이냐고. 나 서은주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굴 따라다닌 건데, 시작부터 거절당하는 거 아냐?]예진은 머릿속으로 지금 친구의 모습을 그려졌다. 지금의 은주는 밤새 한숨도 못 자고, 머리는 분명 까치집이 되어 헝클어져 있을 거고, 침대 위에서 뒤척이다 못해 눈이 충혈됐겠지.‘이대로 두면 진짜 신경쇠약 오는 거 아니야?’예진은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알았어, 알았어. 일단 좀 진정해, 은주 아가씨. 너 이제 갓 대학 졸업한 애도 아니고, 밤새워서 이렇게 흥분하면 심장이 먼저 나가 떨어져.”하지만 은주는 전혀 진정할 기미가 없었다.[나 미치겠어. 예진아, 제발 방법 좀 알려줘!]예진은 한숨을 쉬며 세면대로 향했다. 얼굴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천천히 말을 이었다.“너 지금 영호 씨한테 고백하겠다고 덤벼든 거잖아. 그럼 거절당할 수도 있다는 건 애초에 감수해야지. 결국 둘 중 하나야.”“첫째, 거절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앞으로 얼굴도 못 보고 그냥 남남 되는 거.”“둘째, 네 마음이 그 정도로 크니까 거절당해도 상관없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거. 결국 어느 쪽이든 너 손해는 없어.”잠시 물기를 닦으며 덧붙였다.“사랑이라는 건 원래 즐겁자고 하는 거야. 왜 벌써부터 전쟁 치르는 사람처럼 초조한 건데?”예진의 말에도 은주의 속은 여전히 요동쳤다.[그치만 난...]예진이 단호하게 잘랐다.“알아, 알아. 우리 은주 태어나서 처음으로 직접 누굴 쫓아가잖아. 평생 공주처럼 대접만 받다가, 이제 와서 처음 거절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당연히 겁나겠지.”“근데 말이야, 고백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이미 각오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백 퍼센트 성공 보장된 것도 아닌데. 설마 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세상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