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Chapter 181 - Chapter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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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정우와 나라의 커밍아웃 이후, 분위기는 아예 폭발했다.그동안 서로 눈치만 보면서 조용히 지내던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앞다퉈 자리에서 일어났다.“대표님! 사실 저희도 사귀고 있었어요!”“저희도요!”“저도요!”“...”별다른 연애 사실이 없는 사람들마저 왠지 들뜬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이 사람들은 왜 다들 이렇게 신나 있는 거야?’‘이 분위기는 뭐지, 장난 아닌데?’예진은 그 모습을 보면서 멍하니 잔을 들었다.웃기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광경.그때 사람들 사이로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임인성 변호사님!”로펌 내에서 가장 어린 변호사로 막내 중의 막내.아직 맡은 사건은 많지 않았고, 한아름 밑에서 실무를 배우는 중이었다.활발하고 엉뚱한 성격 덕분에 직원들 사이에서도 인기 짱인 변호사였다.누군가 장난스럽게 외쳤다.“임 변호사님,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설마 누구랑 사귀고 계세요?”인성은 턱을 치켜들며 당당하게 말했다.“아직 사귀는 건 아니지만요, 저는 자신 있어요. 곧 시작될 거니까요!”“오... 우리 임 변의 목표가 있는 거네?”“누군데요? 오늘 여기 계세요?”“우리도 좀 압시다!”“...”사람들이 다 같이 궁금하다는 듯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인성을 쳐다봤다.잠시 의미심장하게 웃던 임인성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아름을 바라봤다.아름은 그 시선을 인식하지 못한 채 와인을 마시려던 찰나였다.그 순간, 인성이 바로 한아름의 앞에 섰다.남자의 눈빛은 장난기 하나 없이 진지함만 가득했다.“선배님.”아름이 멈칫했다.“사실 그동안은 망설였어요. 괜히 선배님 일하시는데 방해될까 봐... 저한테는 너무 대단하신 분이라 괜히 부담만 드리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근데 오늘 대표님 말 듣고 생각했어요. 사내연애가 죄도 아닌데, 왜 숨겨야 하나... 그래서 오늘 여기서 선언합니다. 앞으로 선배님을 진심으로... 열심히... 당당하게... 쫓아다닐 생각입니다!”룸 안은 한순간 모든 동작이 정지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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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예진도 분위기에 휩쓸려 박수를 치고 따라 웃으면서 진심으로 즐거웠다.‘이렇게 신나게 웃은 게 얼마 만이지...’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민혁이 두 손으로 박수를 짝짝 치면서 직원들의 시선을 끌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느새 표정을 바꾼 채 무겁게 입을 열었다.“이제 다 드러날 건 다 드러난 것 같네요?”순간 분위기가 살짝 얼어붙었다.민혁은 일부러 더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좋아요. 오늘 폭탄을 안 터뜨렸다면, 다들 비밀 연애를 하면서 여전히 숨겼겠지요? 잘됐어요. 오늘 다 잡아냈으니까.”너무나 진지한 표정에 진지한 말투!순식간에 다들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방금 전까지 웃고 있던 얼굴들이 하나둘씩 굳어졌고, 예진도 긴장한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아니 설마... 진짜 전부 자르려는 건가?’예진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했다.‘이거... 설마 내가 또 큰일을 저지른 거 아니지?’모두가 숨을 죽인 그 순간, 예진이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그게요... 대표님, 요즘 세상에 사내연애가 무슨 죄라고요. 요즘 연애하기가 얼마나 힘든데요, 회사 안에서라도 누굴 만나는 게 뭐가 어때서요?”“우리 회사 사람들끼리 이렇게 잘 만나고 잘 지내면 더 좋지 않겠어요?”예진은 용기를 내서 말을 이어갔다.“게다가... ‘남녀가 같이 일하면 더 효율이 좋다'는 말도 있잖아요. 연애도 잘되고, 일도 잘되고... 그게 바로 선순환이 아닐까요? 그렇죠... 대표님?”점점 말이 꼬이기 시작하자, 예진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고개를 숙였다.‘하...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야...’‘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잖아?’하지만 민혁은 그런 예진을 보면서 터질 듯한 웃음을 억지로 참는 표정이었다.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억지로 진지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 비서, ‘회사 안에서라도 누굴 만나는 게'...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예진은 그 말에 희망의 빛을 본 듯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네! 완전 괜찮아요! 같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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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와, 진짜 이 시대에 이런 대표변호사님을 모시고 일할 수 있다니... 우린 진짜 복받은 거야!”누군가의 말에 모두가 박장대소하며 맞장구를 쳤다.분위기는 완전히 달아올랐고, 사무실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열정적인 회식 모드였다.민혁은 어이없다는 듯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다들, 아부는 거기까지만! 연애하느라 일 못 하면? 이 규정 바로 없애 버릴 수 있어요!”그 말에 모두가 더 신나서 외쳤다.“대표님! 걱정 마세요! 이제 더 열심히 일할 이유가 생긴 걸요!”“대표님, 최고!”“...”모두가 잔을 부딪치며 함께 웃고 떠들었다.분위기는 최고조로 오르면서, 아까 미뤄뒀던 고수지 변호사의 차례가 다시 돌아왔다.인성이 짓궂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고 변호사님! 마침 저기 철봉도 있으니까, 강렬하게 ‌폴댄스 한 번 가시죠!”“좋아요!”모두가 환호했다.수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벌떡 일어났다.“그래요! 갑니다!”마치 진짜 무대 위 무용수처럼 당당한 걸음으로 무대에 올라 철봉 앞에 섰다.그리고... 정말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그런데 묘하게도 원래 섹시해야 할 ‌폴댄스가 수지의 손을 거치자, 왠지... 태권도 시범처럼 강직하고 단정한 분위기였다.“아이고... 고 변, 그래서 남자친구가 없잖아!”“와, 저건 멋있긴 한데... 연애하고는 거리가 있네!”“...”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농담을 던졌다.모두가 깔깔대며 분위기를 즐겼지만, 아름이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게임은 잠시 멈추게 되었다.예진은 소파에 앉아 그 활기찬 분위기를 조용히 바라보며 잔잔하게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정말 오랜만이네. 이렇게 편하게 웃어보는 게...’그때, 민혁이 옆으로 다가와 예진의 잔에 술을 따랐다.“오늘... 재미있게 놀았어요?”예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진짜 오랜만에 이렇게 웃었어요. 그리고... 전 운이 좋은 사람 같아요.”“운이 좋아요? 왜요?”“첫 직장에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 만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저는 첫 출근부터 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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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민혁이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그럼... 다음 질문요.”순간, 모두가 동시에 탄식을 터뜨렸다.“아 이게 뭐예요?!”“진짜 궁금했는데!”“...”하지만 기대했던 답을 결국 듣지 못하자, 다들 자리에 기대면서 입을 삐죽거렸다.민혁이 고개를 돌려 인성을 바라봤다.“대답은 끝났으니까... 이번엔 누구의 차례죠?”인성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벌떡 일어나 양손으로 가슴을 두드렸다.“준비됐습니다! 뭐든지 시켜만 주세요!”그 기세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고, 민혁의 얼굴엔 이미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가득했다.‘또 뭔가 꾸미는 표정인데...’예진은 잔을 손에 쥔 채 조용히 관전 모드로 들어갔다.“좋아요.”민혁이 말을 이었다.“그럼 이렇게 해보죠. 지금 여기 있는 여자들 중 한 명을 골라서... 10초 동안 가까이서 눈을 바라보기.”“오오오...”사람들의 반응이 폭발했다.“이건 대놓고 큐피드 화살 아닌가요?”“누가 봐도 누군지 정해져 있지!”“...”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름에게 꽂혔다.방금 전에 화장실에 다녀온 아름은 이제 막 자리에 앉은 참이었다.‘이 타이밍에 또 나야?’평소라면 아름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임했을 테지만, 문제는 바로 앞에서 인성이 고백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는 것!‘지금 이걸 수락하면... 그냥 확정 아니야?’아름의 손바닥엔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하지만 인성은 여유롭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예진이 앉아있는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인성이 예진 앞에 멈춰 섰다.“고 비서님. 이번 미션에... 저를 도와주실 수 있죠?”“네?”예진은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고, 방금 전까지의 미소를 짓고 있던 민혁은 표정이 굳어졌다.인성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 있자, 분위기는 다시 오묘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야... 임 변...’누군가가 속으로 감탄했다.‘대표님이 큐피드가 되려고 하는데, 임 변이 거꾸로 대표님한테 화살을 꽂았네?’이건 명백한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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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영호는 안쪽으로 몇 걸음 더 들어섰다.안쪽에서는 은주가 바쁘게 와인병을 정리하고 있었다.딱 봐도 민혁과 예진이 들어왔을 때, 둘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중이었다.그 모습을 본 영호는 같이 정리를 도우려고 조용히 다가갔다.“왔네요?”은주가 눈을 반짝이며 달뜬 목소리로 말했다.“자, 이제부터는 내 작전대로 움직여야 해요. 우리 둘이 타이밍을 맞춰야 돼요.”은주의 눈빛은 마치 범죄 영화 속 전략가 같았다.“내가 예진이한테 전화하면, 영호 씨도 우리 오빠한테 전화해서 여기로 오게 만들어요. 둘이 안으로 들어오면, 우리가 바로 문을 닫고 나가버리는 거예요!”영호는 슬쩍 주위를 둘러봤다. 와인 저장고 특유의 냉기가 피부에 스며들었다.“여기 좀 춥지 않아요? 서 변호사님하고 예진 씨를 여기 가뒀다가... 감기 걸리는 거 아니에요?”그러자 은주는 자신만만하게 검지를 흔들었다.“그러니까 더 좋은 거죠. 추우면 어떡해요?”“서로 껴안고 체온을 나눠야죠! 그럼 뭐든 해결된다니까요.”혼자 중얼거리며 흐뭇하게 웃는 은주를 보자, 영호는 어쩐지 불안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이렇게 한다고 고백을 하게 될까?’하지만 은주의 눈빛은 말하고 있었다.‘민혁 오빠가 오늘도 고백을 안 하면, 진짜 내가 평생 손절할 거야!’그렇게 와인을 정리하고 나서 두 사람은 문 쪽으로 향했다.그런데 문 앞에 다다른 순간, 은주의 표정이 굳어졌다.“뭐야?”은주가 황급히 손잡이를 당겼다.쾅! 쾅!몇 번이나 세게 당겼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은주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영호를 쏘아봤다.“혹시... 문을 닫았어요?”“네, 그런 거 같긴 해요. 아까 들어올 때 습관처럼 그냥...”“아이고...”은주의 눈빛이 순식간에 살벌해졌다.“영호 씨, 혹시 머리가 어떻게 됐어요?! 그냥 들어오면 되는데, 왜 문까지 닫아요!”영호는 얼떨결에 어깨를 움찔했다.“아니 문 닫은 게 뭐가 어때서요... 열면 되잖아요?”“그래요. 그럼 영호 씨가 직접 열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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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한참을 말이 없는 영호의 반응에, 은주는 자기가 말을 너무 심하게 했나 싶어서 살짝 당황했다.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 은주가, 어색함을 풀려는 듯이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그게...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니고, 그냥 화가 나서 그랬어요. 너무 신경 쓰지 마요.”그제서야 고개를 든 영호가 은주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은주 씨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못 들었어요.”은주는 얇은 민소매원피스를 입고 있어서, 날씬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하지만 차가운 와인 저장고 안에서 그 차림은 금세 한기를 불러왔다.팔짱을 낀 채 몸을 웅크린 은주가 덜덜 떨기 시작했다.그런 은주의 모습을 본 영호는 곧바로 눈치를 챘다. ‘추운 모양이구나.’하지만 영호 역시 겉옷이 없는 상황.그는 결국 입고 있던 후드 티를 벗어 들었다.영호가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하자, 놀란 은주가 눈을 가리면서 소리를 질렀다.“뭐 하는 거예요?! 나도 내가 얼마나 예쁜지 알긴 아는데, 그렇다고 이렇게 바로... 당신 경찰이잖아요! 욕망은 참아야죠!”영호는 그런 은주의 반응에 황당한 듯 씁쓸하게 웃었다.그러곤 말없이 벗은 후드 티를 들고 은주 쪽으로 다가갔다.은주는 더 겁에 질려서 몸을 바짝 움츠렸다. 평소의 도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거의 공포에 가까운 표정이었다.“진정해요! 오지 마요! 진짜 소리 지를 거예요!”“사람 살려...”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은주의 몸 위로 부드러운 천이 덮였다. 따뜻한 온기가 스르르 스며들자, 순간적으로 추위가 가시는 게 느껴졌다.은주는 놀란 듯 두 눈을 번쩍 뜨면서 손을 내렸다.그제야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다.영호는 자신의 후드 티를 은주에게 덮어주고, 몇 걸음 떨어져서 돌아서 있었다.“딴 뜻은 없어요. 은주 씨가 여자분이니까... 괜히 감기라도 걸리면 고생하실까 싶어서요.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말고 그냥 입으세요.”‘내가 또 오버한 거야?’은주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당황한 듯 휙 시선을 돌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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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어릴 때 아버지가 그랬어요. 지금은 거의 다 나았는데... 비 오는 날이면 가끔 욱신거리긴 해요.”그 말을 듣자마자 은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뭐라고요? 아버지가 때렸다고요? 영호 씨, 입양된 거예요? 진짜 친아버지라면 어떻게 자식을 그렇게까지 해요?”영호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모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건 아니에요. 은주 씨가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정말 좋은 부모님 밑에서 자랐나 봐요. 그건 축복이에요. 정말...”은주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천천히 영호 옆에 자리를 잡았다.“영호 씨 아버지가 그렇게까지 했는데, 왜 신고를 안 했어요? 그건 명백한 가정폭력이잖아요.”영호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가정폭력의 피해자는... 저보다 어머니였어요.”그건 영호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어두운 부분이었다.은주가 계속 조심스럽게 물었고 밤도 길었다. 영호는 마침내 그 기억을 꺼내기 시작했다.영호의 집안은 부유한 가정이 아니었다. 작은 지방 도시의 평범한 가정.아버지는 술을 달고 살았고, 취하면 꼭 폭력적으로 변했다.아버지는 종종 어머니를 마구 때렸다.어린 시절의 영호는 너무 어려서 아무 힘도 없었기에, 그저 옆에서 울면서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어느 날은 심지어 어린 영호의 눈앞에서, 펄펄 끓는 주전자의 물을 어머니에게 쏟아 붓기까지 했다.그 장면은 아직도 눈에 선했다.어머니는 그동안 몇 번이나 경찰에 신고했다.하지만 눈에 보이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가정폭력은 대부분 ‘부부싸움’으로 여기면서 그냥 넘어갔다.결국...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어머니는 점점 지쳐갔고, 결국 신고를 포기했다.시간이 흐르면서 영호가 조금씩 자랐고, 그제야 어머니를 지킬 힘이 생겼다.영호와 어머니의 삶도 조금씩 나아졌다.하지만 그 평온도 오래가지 못했다.수능을 마친 영호가 집에 돌아왔을 때였다.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영호가 곧바로 뛰어들었다.그 순간 철심이 박힌 몽둥이가 영호의 어깨를 내리찍었다.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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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대학교 시절을 떠올리자, 영호의 미소는 어느새 씁쓸하게 변했다.“등록금은 도움을 받았지만, 생활비는 전부 내가 직접 벌었어요. 아르바이트도 하고, 장학금도 꽤 받았는데... 그래도 늘 빠듯했죠.”“그때 학교에서 그러더라고요. 어떤 재력가 한 분이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 한 명을 후원하고 싶다고요. 제 상황을 알고 있던 학교 측에서 저를 추천한 거예요.”은주는 들을수록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후원요...? 그 사람 이름은 알아봤어요? 직접 만난 적은 있고요?”영호는 고개를 저었다.“졸업하고 취업한 뒤에 학교에 문의해봤는데... 후원자가 신원을 밝히길 원치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연락처도 못 받았어요.”은주는 고개를 저으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설마... 정말로 그런 우연이 있을 리가...?”영호는 그런 은주의 반응에 신경이 쓰였다.“왜요? 무슨 말이에요?”은주는 놀란 듯 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대화를 돌리면서 은주가 다시 물었다.“그럼... 어머님은 지금도 요양원에 계세요?”영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지금은 제가 직업도 있고, 상황이 나아졌거든요. 평소에 제가 쓰는 돈은 거의 없으니까, 모은 돈으로 어머니를 시내에 있는 요양병원으로 모셨어요. 가끔 시간이 날 때마다 꼭 들러요.”그 말을 들은 은주는 괜히 마음 한구석이 찡해졌다.만약 영호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런 어두운 과거를 가졌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이 사람... 도대체 얼마나 혼자 묵묵히 버텨온 거야...’은주는 괜히 미안한 마음에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는 약간 서운한 듯이 입을 삐죽거리면서 말했다.“그럼 왜 진작에 말을 안 했어요? 우릴 친구로 안 본 거예요?”은주의 표정이 살짝 토라지자, 영호가 당황한 듯 손사래를 쳤다.“아니에요, 일부러 숨긴 게 아니라... 이런 얘기를 어디 가서 막 꺼낼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솔직히 아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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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남은 돈 중 일부를 경제적으로 어려운 대학생 한 명을 후원하는 데 썼다.그 일로 감사패까지 받았고, 아버지는 그걸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했다.“우리 은주가 아주 멋진 일을 했구나. 이런 게 진짜 의미 있게 돈을 쓰는 거지.”칭찬이 이어지자, 아버지는 기분이 좋다며 은주에게 또 돈을 건넸다.그때 은주는 그저 ‘좋은 일 한 건 맞지’ 정도로 가볍게 넘겼다.하지만 지금 다시 기억을 떠올려보자, 어렴풋이 기억나는 게 있었다.그때 그 경찰행정학과 학생... 은주가 후원했던 학생이 한 번 직접 찾아와서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하지만 은주는 거절했다.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았고, 무릎을 꿇고 고마워하는 모습 같은 건 보고 싶지도 않았다.그냥 조용히 잘 살면 그걸로 된 거였다.그래서 결국 만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영호가 그런 후원을 받았다고 말했다.‘설마, 진짜 그렇게 우연이 겹친 거야?’은주의 머릿속이 점점 더 복잡해졌다.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손끝이 살짝 떨릴 정도였다.‘이 정도면 그냥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똑같아!’‘세상 정말 좁구나. 그때 후원했던 경찰행정학과 학생이 영호씨였다니...’머릿속이 뒤죽박죽 엉켜가던 은주는, 마침내 깊이 한숨을 내쉬면서 와인셀러 문을 열었다.가장 비싼 라벨이 붙은 와인 두 병을 꺼내 들었다.‘그만 생각하고, 지금은 그냥... 마시자.’은주가 조용히 영호 옆으로 다가갔다.“자, 하나씩 들어요. 1인 1병이에요.”영호는 은주가 내민 와인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였다.“근데... 여기서 이걸 마시는 건 좀, 아닌 거 같지 않아요?”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은주는 와인을 억지로 영호의 손에 쥐어 주었다.“이게 아무 술인 줄 알아요? 해외에서 직수입한 거고, 여기서 한 병에 백만 원 넘게 받는 와인이에요. 이 정도는 마셔야죠...”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와인을 딴 은주는 그대로 병째 입에 갖다 댔다. 곧바로 울대가 고동치면서 와인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영호는 받은 와인을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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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예진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정말로 이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처럼 보였다.“아직 회사 사람들 얼굴도 다 못 외웠지만, 오늘 회식하면서 보니까... 직원들이 은근히 비주얼이 괜찮던데요? 키 크고 잘생긴 젊은 변호사들 진짜 많더라고요.”그 말을 들은 민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방금까지 찢어지던 입꼬리가 말 그대로 ‘급브레이크’!말없이 민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하지만 예진은 그런 기류를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을 이어갔다.“근데 생각해보면... 저도 쉽진 않을 것 같아요. 이혼한 지 얼마 안 됐고... 아이도 있잖아요...”“저 같은 사람하고 연애하려면, 상대도 이혼 경험이 있는 쪽이 낫지 않을까요? 결혼 안 한 사람은 만나주지 않겠지요?”‘이 여자가 지금 뭐라는 거야?!’민혁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이젠 얼굴에서 ‘불쾌’라는 감정을 뚜렷하게 알 수 있을 정도였다.민혁이 나지막하게 내뱉었다.“머릿속에 도대체 무슨 생각만 하는 거예요. 자기가 자신을 가치 없다고 생각하면, 거기서부터 이미 끝난 거예요. 진짜...”예진은 민혁의 말에 살짝 입술을 다물었지만, 곧 특유의 낙천적인 표정으로 말했다.“그 말, 명심할게요! 대표님, 앞으로는 회사 남자 직원들과 많이 접촉해서 보너스 꼭 따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그 말과 함께 어이없을 정도로 맹한 표정을 지은 예진은, 손까지 들어 올리면서 장난스럽게 경례를 했다.‘이건 진짜 모르는 거야? 아니면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거야?’민혁은 너무 어이가 없어 술이 떨릴 정도였다. 예진이 이런 정도로 눈치가 없을 줄은 몰랐다.‘기껏 분위기 만들어 줬더니...’‘회사 남자 직원들과 많이 접촉하겠다는 선언을 들을 줄이야...’결국 참다못한 민혁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없이 거칠게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서,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좋아요. 아주 좋아요. 한 번 두고 보겠어요! 고 비서가 누구를 얼마나 ‘접촉’하는지 말이죠?”쾅!그리고는 쾅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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