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의 말이 떨어지자, 영호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눈을 깜빡이기만 할 뿐, 아무 반응도 없었다.‘뭐야, 이 반응은... 이 정도면 거의 공포 수준 아니야?’은주는 괜히 민망함을 숨기려고, 더 태연한 척 웃으면서 한 번 더 물었다.“말 안 해요? 영호 씨 눈엔, 나는 어때요?”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영호가 황급히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지금 그게... 무슨 뜻이에요? 혹시... 제 여자친구가 되는 건 어떠냐는 그런... 뜻이에요?”은주는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면서 말했다.“그럼, 농담 같아요?”그 말을 들은 순간, 영호는 반사적으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심지어 다친 상처도 잊은 채, 손을 휘저으면서 종종걸음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목소리는 갈라지고,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아... 아니! 은주 씨, 그런 농담은... 하면 안 되는 거예요.”그 반응에 은주가 눈썹을 확 찌푸렸다.‘뭐야, 저 반사적인 거절 반응은?’허리에 양 손을 짚은 은주가 바로 따졌다.“그게 무슨 태도예요? 지금 내 말에 그렇게까지 당황하는 거 보니까... 내가 영호 씨한텐 전혀 매력이 없는 사람이란 뜻인가요?”“그냥 가볍게 물어본 건데요? 그게 그렇게까지 놀랄 일이에요?”영호는 그제야 은주가 ‘가볍게’ 물어본 거라는 말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게 아니고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당황했을 뿐이에요. 그리고...”영호가 말끝을 흐렸다.은주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그리고 뭐요? 말 끝까지 해봐요.”영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사실... 은주 씨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에요. 예쁘고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친구들한테도 진짜 의리 있잖아요.”“사실 우리가 아직 어색한 사이였을 때도, 저는 은주 씨한테 관심이 많았어요.”그 말에 고개를 살짝 든 은주가, 입꼬리를 억지로 누르려 애썼다.“그런데... 그렇게 말랐는데도, 남자하고 싸울 때는 매번 지는 법이 없더라고요.”영호는 그때를 떠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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