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사람들은 늘 세상을 색안경을 끼고서 바라봅니다. 모범생은 절대 나쁜 마음을 품지 않을 거라 믿고, 술집을 드나들며 노는 학생은 반드시 행실이 불량하다고 단정 짓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우리는 수많은 사건 속에서, 평소 모범생으로 불리던 이가 일그러진 마음 끝에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을 봅니다.”“반대로 불량아라고 낙인이 찍힌 학생이 길거리의 유기동물을 돌보고, 재해 지역에 기부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지요.”“이런 반전은 사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됩니다.”“하지만 많은 경우, 사람들은 ‘저 사람은 이런 딱지가 붙어 있으니 당연히 착하다, 혹은 나쁘다’ 하고 쉽게 구분해버립니다.”“그러나 중요한 건, 이 세상이 결코 흑백으로만 나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착한 사람도 실수할 수 있고, 잘못된 길로 간 사람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아름의 시선이 잠시 멈추더니, 그녀는 마지막 말을 힘주어 이어갔다.“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여성도 자신의 치부를 세상 앞에 드러내고,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면서 손가락질당하고 싶지는 않습니다.”“하지만 공정한 대우를 받고 가해자가 마땅한 처벌을 받게 하려면, 결국 용기를 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아름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하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제 의뢰인은 정말 용감합니다. 같은 여자로서 말씀드리자면, 이미 사회 속에서 여성은 약자의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그럼에도 법이 우리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지켜주지 못한다면, 저는 모든 여성들을 대신해 참담함을 느낄 것입니다.”“이상으로 저희 측 최종 변론을 마치겠습니다.”아름의 말이 끝나자, 법정은 잠시 고요에 잠겼다.몇 초가 흐른 뒤, 이윽고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재판부의 판사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의 반응을 보였다.변론이 끝나자, 판사들은 잠시 자리를 옮겨 최종 평의를 나누기 시작했다.예진은 방청석에 앉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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