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는 이를 악물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옆에 앉은 남편의 표정이 이미 심상치 않았다.결국 억울함을 꿀꺽 삼키며 억지로 웃음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잘해 보려다가 결국 은주만 신나게 해 줬네.’‘이게 다 내 손으로 판 덫에 내가 걸린 꼴이잖아...’허무한 자조의 기색이 스치면서, 윤미의 속은 더 타들어갔다.그렇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는 서둘러 마무리됐다.계산서가 건네졌을 때, 윤미는 손끝이 덜컥 떨렸다.₩98,500,000.순간, 손에 쥔 종이가 얼음장처럼 차갑게 느껴졌다.잽싸게 계산서를 낚아채서 숫자를 확인한 남편 김금호는, 체면 따위는 잊은 듯 그대로 윤미의 얼굴에 내던졌다.“미친 년, 이게 얼마인 줄 알아? 구천팔백오십만 원이야, 구십팔만 오천 원이 아니고! 이걸 나보고 내라고? 나를 호구로 보는 거야!”김금호는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다.윤미는 순간 온몸이 굳었다.‘안 돼... 이 사람이 나가 버리면 이 돈을 어떻게 내?’‘여기서 먹튀라도 됐다간 더 창피해져...’윤미는 부랴부랴 남편 팔을 붙잡았다.이제 와서 체면이고 뭐고 없었다.“여보, 제발... 다들 내 동창이잖아. 오늘 우리가 쏜다고 약속했는데, 여보...!”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금호는 윤미의 손을 세차게 뿌리치며 그대로 밀쳐 넘어뜨렸다.쾅!윤미는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리고 이어진 건, 사람들 앞에서 울려 퍼진 싸늘한 따귀 때리는 소리였다.찰싹! 찰싹!룸 안의 웃음소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모두가 숨죽인 채 눈을 돌렸다.“죽을 년,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구천팔백오십만 원짜리야! 꼭 내겠다고 우긴다면 당장 이혼이야!”말을 내뱉은 김금호는 씩씩거리면서 그대로 방을 박차고 나갔다.남겨진 건, 바닥에 주저앉은 윤미.얼굴은 화끈거렸고, 자존심을 뚫고 눈물이 흘러내렸다.방금 전까지 잘난 체하며 고개를 쳐들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지금 그녀에게 남은 건 오로지 참담한 몰골뿐이었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동창들은 속내를 드러내며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