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Chapter 351 - Chapter 360

370 Chapters

제351화

“너희들 진짜 못됐다, 내가 얼마나 고생해서 너희 키웠는데. 이안이도 내가 데려다 키웠잖아. 그런데 너희 둘만 좋다고 나가버리면 나는 어쩌라는 거야!”요즘 윤제는 도순희의 잦은 잔소리에 머리가 지끈거렸다.처음부터 끝까지 윤제와 아린의 결혼을 성사시키겠다고 소리 높였던 사람도 도순희였다.이제 와서 아들이 결혼을 마치자 울상 짓는 것도 도순희였다.하지만 상대가 어머니인 이상, 윤제로선 달리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순간 분노가 치밀어 오른 윤제는 탁자 위를 세게 내려쳤다.그 소리에 놀란 이안이 움찔하며 아린 품으로 파고들었다.도순희도 기세가 죽어 버렸는지, 더는 큰소리를 못 쳤다.“그만하세요. 마치 우리가 불효자라도 되는 것처럼 말씀하시잖아요. 이안이 키우는 게 힘드시면, 우리가 데리고 가서 직접 돌볼 테니 됐습니다.”말을 마치자 윤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안의 손을 붙잡고 곧장 나가버렸다.아린은 잠시 멈칫하더니 주먹을 꼭 쥐었다.‘빌어먹을... 이렇게 엉뚱하게 이안까지 다시 데려오게 되다니.’‘뭐, 상관없지. 하나씩 처리하면 되니까.’‘어쨌든 먼저 늙은이부터 떼어내는 게 우선이야.’아린은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뒤따랐다.아들, 며느리, 손자까지 모두 나가버리자 도순희는 뒤늦게 일어서며 소리쳤다.“나는 그런 뜻이 아니야! 나...!”하지만 세 사람은 돌아볼 생각도 없었다.도순희는 허벅지를 탁탁 치며 분통을 터뜨렸다.“이게 다 뭐야, 자식 키워 노후에 의지하면 된다더니 전부 헛소리잖아! 영감, 보고 있지? 차라리 내가 죽어 당신한테 가는 게 낫겠어!”아무리 울고불고해도 집 안은 그저 적막하기만 했다....본가를 나서자 아린이 발걸음을 재촉해 윤제를 따라붙었다.“여보, 애가 놀라잖아요.”겉으로는 한없이 다정한 어머니의 얼굴을 지켜야 했다.무엇보다 아린은 이안이 윤제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그녀는 이안을 안아 조수석에 올려 태웠다.윤제는 묵묵히 운전대를 잡았다.“이안, 이제 아빠랑 고모랑 같이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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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아린은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며 작은 소리로 신호를 보냈다.“쉬... 이안아, 목소리 조금만 줄이자. 아빠가 들으면 못 먹게 할 거야.”그 말을 듣자 이안은 금세 조용해져서 침대 위에 얌전히 앉았다.아린이 건네준 봉지를 받아 든 이안은 반짝이는 눈으로 포장을 뜯더니, 기다렸다는 듯 달콤한 맛에 빠져들었다.초콜릿을 한 입 베어 물며 해맑게 웃는 이안이 말했다.“고모, 고모는 나한테 정말 잘해 줘.”아이란 참 단순했다. 이렇게 쉽게 속아 넘어가는 걸 보니 아린은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나왔다.아린은 손을 뻗어 이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은근히 말을 꺼냈다.“고모가 이렇게 좋은데, 이제 고모를 엄마라고 불러야 하지 않겠어? 고모는 이제 아빠랑 결혼했으니까 이안의 엄마야.”이안은 망설임도 없이 아린을 꼭 끌어안았다.“엄마!”그 순간 아린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눈빛엔 뿌듯함이 감돌았다.달콤한 것을 다 먹고 난 이안은 아쉬운 듯 눈을 깜빡이며 아린을 올려다봤다.아린은 속삭이듯 약속을 던졌다.“이안이 착하게 자면, 앞으로 엄마가 매일 초콜릿 하나씩 줄게.”“정말?”이안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순순히 이불을 덮었다. 동화책을 읽어 달라 떼쓰지도 않고, 금세 잠자리로 들어갔다.하지만 아린이 방을 나서려 하자, 이안은 아린의 옷자락을 꽉 잡았다.“엄마, 가지 마.”아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삼키고 휴대폰을 내밀었다.“이안 착하지? 엄마가 핸드폰 줄 테니까, 보고 싶은 거나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해.”그동안 도순희도, 윤제도 시력 걱정 때문에 이안에게 핸드폰을 오래 쥐여 준 적은 없었다. 정해진 시간만 허락했던 것이다.하지만 지금, 핸드폰 사용의 자유를 얻게 된 이안은 두 눈에 별빛이 가득했다.“엄마가 이안한테 제일 잘해!”휴대폰을 꼭 쥐고 즐겁게 화면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고서야 아린은 겨우 숨을 돌렸다. 그녀는 방을 빠져나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너무 빨리 돌아온 아린을 보고 윤제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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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지난 몇 년 동안 봉춘영은 남편의 폭행으로 몇 차례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매번 결국 합의로 끝나고 말았다.그러나 이번은 달랐다.남편이 술에 취해 그녀를 심하게 구타했고, 중상을 입은 봉춘영은 병원에 실려 갔다.무려 사흘 동안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맨 끝에 겨우 목숨을 건졌다.중대한 특별 상황인 데다가, 남편은 이미 구속된 상태였다.봉춘영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남편이 그동안 저지른 일들의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었다.예진은 사건 기록을 확인한 뒤, 다음 날 바로 병원에 가서 의뢰인을 만나기로 했다.신뢰를 얻기 위해 꼼꼼히 준비했다. 단정한 정장을 갖춰 입고, 건강 보조 식품까지 챙겼다.하지만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예진은 걸음을 멈췄다.침대에 누운 여인의 모습에 본능적으로 숨이 막혔다.얼굴은 피멍으로 얼룩졌고, 머리엔 두꺼운 붕대가 감겨 있었다.부은 얼굴은 원래 모습을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였다.온몸은 붕대로 뒤덮여 있었고, 다리에는 깁스를 하고 있었다. 뼈가 부러진 게 분명했다.‘이런 상태로 버텼다니... 얼마나 아팠을까.’예진은 차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잠시 굳어 있던 그녀는 가까스로 억지 미소를 지으며 침대 앞으로 다가갔다.“제가 변호사입니다... 봉춘영 여사님 맞으시죠?”봉춘영은 고개를 아주 살짝 끄덕였다.예진은 준비해 온 영양제를 탁자 위에 올려두고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저는 여사님의 변호사, 고예진이라고 합니다.”그제야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침대 곁에 앉아 있던 일곱 살 남짓한 여자아이가 눈에 들어왔다.낡고 해진 옷, 짧아져 발목이 드러난 바지, 희끗희끗해질 만큼 빨아 입은 티셔츠.여자아이의 이마에도 군데군데 상처가 남아 있었다.어린 아이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예진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한 채 움찔거렸다.‘애까지... 이 어린애가 무슨 죄라고.’예진의 가슴이 순간 뭉클해졌다.억지로 웃음을 띤 채 다가가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얘, 이분이 네 엄마지? 이름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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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예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남편분이 여사님을 때리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습니까?”봉춘영의 부은 눈가가 붉게 물들더니 곧 눈물이 흘러내렸다.“대략... 2년쯤 됐어요. 그전까진 우리 둘 다 힘들어도 공사판에서 돈을 꽤 벌었거든요.”“그런데 최근 2년은 형편이 너무 나빠졌죠. 임금도 형편없고, 생활비는 늘 부족했어요.”“아이도 이제 학교에 들어가야 하니, 돈은 더 많이 들어갔고요. 그러다가 그 사람이 술에 빠져버렸어요.”말을 하다 기침이 터져 나오자, 예진은 얼른 컵을 들어 물을 건넸다.잠시 목을 축인 봉춘영은 숨을 고르며 다시 말을 이었다.“처음엔 그저 말다툼할 때 뺨을 몇 대 때리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점점 심해졌습니다.”“마치... 미친 사람처럼, 집에 들어오면 무조건 손찌검을 했어요.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주먹부터 날아왔죠.”“저도 경찰에 몇 번이나 신고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경찰 앞에서 거짓말을 했습니다.”“제가 스스로 다친 거라느니, 이혼하려고 자신을 모함한다느니... 아니면 무릎 꿇고 울면서 용서를 빌고...”봉춘영은 치를 떨며 눈물을 훔쳤다.“경찰들도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며 어지간하면 화해하라고만 했습니다. 저도... 애 때문에 꾹 참자, 참자 하며 버텼죠.”“그런데 그게 결국... 지금 이 꼴입니다. 변호사님도 보셨잖아요.”예진은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아이 때문에 견디려고 했던 마음이, 결국 더 큰 상처를 만든 거구나.’그리고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그런데 이번은 왜 이렇게 심각했던 거죠? 다툼이 있었습니까? 누가 먼저 싸움을 유발했나요?”그 질문에 봉춘영은 더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우린 같은 현장에서 일했어요. 전 식당에서 밥을 하고, 그 사람은 막일을 했죠. 얼마 전까진 별일 없었는데, 누가 뒤에서 헛소리를 했는지... 식당 사장님이 나한테 마음이 있다더군요.”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그냥 제가 음식을 잘해서, 사장님이 월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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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남자의 가정폭력은 이상하리만큼 제대로 된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것 같았다.판례들을 확인할수록 예진의 가슴은 먹먹해졌다.‘이미 21세기인데도, 여전히 여성들은 이렇게 불공평한 대우를 견뎌야만 하는 건가.’‘폭력이 없는 결혼 생활이 당연한 건데...’‘나는 오히려 맞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판이야.’‘이 자체가 얼마나 뒤틀린 가치관인지...’예진은 로펌으로 돌아온 뒤 줄곧 컴퓨터 앞에 앉아 찌푸린 얼굴로 판례와 자료를 살펴보고 있었다.그런 예진을 힐끔 보던 민혁은 커피라도 한 잔 사다 주고 싶었다.하지만 사무실 안에 직원들이 많은데, 로펌 대표가 괜히 특정 여직원만 챙기는 듯한 인상을 주는 건 이상했다.결국 회사 이름으로 간식을 주문해 모두와 나눴다.그 틈을 타 조심스레 커피 한 잔을 예진 자리 앞에 내려놓았다.따뜻한 커피 향기가 퍼지자, 예진은 비로소 현실로 돌아왔다.“오늘 의뢰인 만나고 왔다면서요. 상태는 좀 괜찮던가요?”예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의뢰인은 큰 고비는 넘기셨어요.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걱정이에요.”민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아이는 왜요?”“생각해 보세요. 어른도 폭력 사건을 겪으면 트라우마가 남는데, 하물며 일곱 살 아이가 직접 본 거예요.”“엄마가 아빠한테 맞아 쓰러지고, 피투성이로 병원에 실려 간 장면을 그대로 목격했잖아요. 그 충격이 평생 따라다닐 수도 있어요.”민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손에 쥔 커피컵을 꽉 움켜쥐다 보니 뜨거운 액체가 손등으로 흘러내렸다.허겁지겁 휴지로 닦으면서도 민혁은 끝내 고개를 들지 않았다. 창백해진 얼굴빛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아무리 숨기려 해도 예진은 곧 이상함을 눈치챘다.‘아... 내가 말 실수를 했구나.’‘민혁 씨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얘기였는데...’예진은 죄책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횡설수설했다.“저... 그게 아니고, 제 말은...”“죄송합니다.”민혁은 오히려 담담한 얼굴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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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윤제의 움직임은 빨랐다.다음 날 아린이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민성희가 커피 한 잔을 들고 아린 사무실로 들어왔다.활짝 웃는 민성희의 얼굴만 봐도, 굳이 무슨 말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돈이 제때 들어왔구나.’“아이구, 우리 아린 씨. 커피가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요.”아린은 대수롭지 않게 커피를 받아들며 곧장 물었다.“무슨 일이에요?”민성희는 눈치를 빠르게 챈 사람이었다. 싱긋 웃더니 본론을 바로 꺼냈다.“오늘 아침에 부 대표님이 벌써 날 찾으셨어요. 패션위크 참가권은 다 정리해 놨으니 걱정 마세요. 올해는 아린 씨 이름 꼭 들어갑니다.”아린은 얇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대표님께 신세 좀 지겠습니다.”“무슨 소릴. 우리 아린 씨한텐 뭐든 다 해드려야죠. 앞으로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나만 찾아요.”민성희는 당장 아린의 어깨라도 주물러 줄 기세였다.역시 돈으로 안 되는 일은 없었다.있다면, 그건 돈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아린은 억지 웃음을 띤 채, 그의 아첨 섞인 목소리를 흘려들었다.그때, 아란 사무실 밖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대표님 여기 계시죠? 당장 만나야겠어요!”“오늘 확실히 답을 안 주면 바로 고소하겠습니다!”순간 민성희의 얼굴빛이 싸늘해졌다.미처 대처할 틈도 없이,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다음 순간, 디자이너 장단비가 직원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사무실로 들이닥쳤다.민성희는 난처한 얼굴로 단비를 노려봤다.“이게 뭐 하는 짓이야?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지. 할 얘기 있으면 내 방에서 하자. 남 일하는 데 방해하지 말고.”그러나 단비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싸늘한 표정으로 서서 단호하게 말했다.“여기서 말하죠. 당사자도 다 있으니까요. 어제 회의 때 분명 제가 패션위크에 참가하기로 결정됐는데, 왜 오늘 아침에 류아린 씨로 바뀌었다는 통보를 받은 겁니까?”그녀는 곧장 손가락으로 아린을 가리켰다.민성희는 아린이 불쾌해할까 봐 황급히 앞으로 나섰다. 잔뜩 찌푸린 단비의 표정을 보며 서둘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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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민성희가 하려는 건 결국 돈으로 입을 막는 것이다.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만든 작품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가는 걸 단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건 양심의 문제야. 아무리 돈을 준대도, 내 작품을 빼앗기는 건 못 참아.’그래서 단비는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민성희가 다가와 단비의 팔을 억지로 잡아 끌자, 힘껏 뿌리쳤다.“손대지 마세요. 저는 분명히 말했어요. 여기 계신 분들 앞에서 다 같이 듣도록 하자고요.”단비는 고개를 돌려, 문가에 서서 지켜보는 직원들을 바라봤다.“오늘 제게 일어난 일이, 내일은 여러분의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의 창작물을 지킬 권리를 말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잖아요.”그 말에 공감하는 듯, 몇몇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누구도 감히 목소리를 내지는 못했다.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로펌 대표이자, 부윤그룹의 사모님이니 말이다.그러나 단비는 잃을 게 없는 사람이었다.‘난 아직 신입이고, 빼앗길 자리도 없어. 그렇다면 두려울 것도 없지.’단비의 시선은 곧장 아린에게 향했다.“류아린 씨. 회사에서 선배라 불려온 지가 몇 년인데, 아직도 제대로 된 성과 하나 없으니 이번에도 기회가 안 온 거겠죠.”“그런 자리가 욕심이 나면, 본인 실력을 키우셔야죠. 남의 작품을 가로채고 무슨 디자이너랍시고 얼굴 들고 다니십니까?”사무실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민성희는 다급히 앞으로 나섰다.“이 죽일 년이, 어디서 주제넘게 떠들어! 지금 누굴 상대로 그런 소릴 하는 줄 알아?”두 사람의 몸싸움이 격해지려는 순간, 아린이 의자에서 일어나 조용히 방 한가운데로 걸어 나왔다.아린은 미소를 머금은 채 단비를 바라봤다.단비와 민성희도 그제야 몸싸움을 멈췄다.“장단비 씨 맞죠?”단비는 이를 악물며 아린을 노려봤다. 얼굴 가득 분노와 경멸이 서려 있었다.아린은 오히려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장단비 씨 말이 맞아요. 제가 그저 가난한 학생이었다면, 한 번의 기회에 모든 걸 걸고 실력을 키워야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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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절대 당신 뜻대로는 안 될 거예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 저작권은 끝까지 지킬 겁니다. 류아린 씨, 돈이 다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 전문성은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겁니다!”단비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눈빛만큼은 단단했다.아린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가볍게 올린 시선에는 노골적인 경멸이 담겨 있었다.문가에 서 있던 다른 디자이너들도 숨을 죽인 채 모든 대화를 듣고 있었다.속으로는 분노와 억울함이 치밀었지만, 거대한 자본 앞에서는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저 말이 틀린 건 아니야.’‘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이 목소리 낸다고 뭐가 바뀌겠어.’민성희는 진땀을 흘렸다.‘이 꼴을 계속 놔두면, 류아린도 기분이 상하겠지. 그럼 회사 투자도 물거품이야.’그는 황급히 단비 앞으로 나섰다.“그만해! 단비 씨 아직 젊잖아. 앞으로 기회야 얼마든지 있어. 회사에도 회사 사정이 있는 거고, 더 고집 피우면 오히려 자리만 잃을 거야.”단비는 싸늘하게 민성희를 노려봤다.“자리요? 그런 건 필요 없어요. 오늘로 끝입니다. 이딴 회사, 더는 못 다니겠네요.”말을 내뱉자마자 단비는 가방을 움켜쥐고 거칠게 발걸음을 옮겼다.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사무실을 박차고 나갔다.남은 직원들은 서로 눈빛만 주고받았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에는 불편함과 씁쓸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아린은 그런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태연하게 자리에 앉았다.‘그래, 다들 속으로 날 욕하겠지.’‘하지만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많았으니, 수많은 재능이 묻혀왔던 거야.’‘선택지가 있다면, 저 사람들 역시 날 부러워했을 텐데.’소란이 가라앉자 민성희는 서둘러 직원들을 흩어지게 했다. 그리고는 아린 옆에 붙어 아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장단비 같은 애는 아직 철이 없는 거니까, 아린 씨는 마음에 담아두실 필요 없어요. 저작권 문제는 걱정 마세요.”“어차피 되찾을 수 있는 방법도 없어요. 제가 사람을 붙여서 옷은 제대로 제작해 드릴 테니, 아린 씨는 패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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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이안은 초콜릿을 먹고도 양치질 한 번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잠들곤 했다.아직 이가 나는 시기라 관리가 중요한데, 이렇게 가다간 충치가 생기는 게 당연했다.아린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생각보다 너무 빨리 일이 터지고 말았다.한동안 조용히 있자, 선생님이 다시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이안 고모님? 듣고 계시죠? 지금 혹시 유치원으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아이가 통증이 심한지 계속 울고 있어서요.]시간은 충분히 있었지만, 아린은 속으로 망설였다.‘치과라니... 애가 계속 울고불고 하면 머리만 아프지.’‘내가 왜 이런 수고를 해야 하지?’그러나 곧 다른 생각이 스쳤다.‘안 가면 더 문제야. 부윤제랑 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벌써 이안한테 무심한 사람처럼 보이면 곤란하지.’‘지금은 착한 엄마 노릇을 할 절호의 기회야.’잠시 고민하던 아린은 이내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네, 선생님.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이안이한테 조금만 기다리라고 해주세요.”전화를 끊고 곧장 유치원으로 향했다. ...아린이 유치원 복도를 걷는 순간부터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그리고 문 앞에 다다르기도 전에 이안의 찢어지는 울음이 가슴을 후벼 팠다.문을 열자, 이안은 의자에 앉아 얼굴이 벌겋게 부은 채 서럽게 울고 있었다.옆에서 선생님이 달래고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아린이 들어오는 순간, 이안은 눈물 범벅인 얼굴로 벌떡 일어나 그녀에게 달려왔다.“고모! 아파... 이안이 아파, 너무 아파!”작은 몸이 품에 안기며 울음을 터뜨렸다.아린은 본능적으로 밀쳐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아, 정말 성가셔...’그러나 곧 표정을 고치며 부드럽게 안아 올렸다.“괜찮아, 우리 이안이 이제 다 컸잖아. 치아 문제는 누구나 겪는 거야. 조금 지나면 새 이가 나니까 울 필요 없어. 고모가 같이 병원 가 줄게, 알았지?”이안은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콧물을 들이마시면서도 아픈 탓에 입은 다물지 못했다.아린은 선생님에게 간단히 인사한 뒤, 이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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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아린은 애초에 책임을 피하려는 태도였다.의사는 속으로 다 짐작했지만 굳이 드러내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아이가 지금 충치가 꽤 심각합니다. 치료가 꼭 필요해요. 나중에 영구치로 바뀌긴 하지만, 지금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검진도 받아야 하고요.”아린은 그 말을 듣자 미간이 찌푸려졌다.‘치과를 몇 번이나 들락거려야 한다는 거야?’‘이렇게 번거로운 일을 내가 계속 맡아야 한다니...’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그럼... 얼마나 자주 검진을 받아야 하죠? 치료 기간은 길까요? 많이 복잡한 건가요?”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설명을 이어갔다.“쉽지 않습니다. 지금은 잇몸이 부어서 발치도, 충전 치료도 할 수가 없어요. 당분간은 항생제와 진통제를 먹이면서 염증을 가라앉히고...”“그 뒤에 본격적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이 기간 동안은 병원에 자주 들러야 해요. 부모님께서 시간을 내셔야 합니다.”아린의 표정에 곤란한 기색이 스쳤다.그 모습을 본 의사는 잠시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혹시 아이 어머니께 연락은 안 되나요? 이혼하셨다고 해도, 아이 문제는 외면할 수 없는 거니까요.”아린은 입술을 깨물며 곧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 친엄마는 처음부터 양육권조차 가져가지 않았어요. 아이한테도 완전히 손 뗀 상태라...”“제가 처음으로 ‘엄마’ 역할을 맡다 보니, 이런 건 잘 모르겠네요. 우선은 약을 처방해 주시면 어떨까요? 당장 아픈 건 막아야 하니까요.”의사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다만 꼭 명심하세요. 아이가 아직 어려서 진통제나 항생제를 오래 복용하면 몸에 무리가 갑니다. 통증이 줄면 바로 다시 데리고 오셔야 해요. 절대 미루면 안 됩니다.”아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맞장구를 쳤다.“네, 알겠습니다. 부탁드려요.”의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처방전을 작성했다.그러면서 마지막까지 잊지 않고 당부했다.“이 나이대 아이는 치아가 무척 약합니다. 특히 초콜릿이나 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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