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희가 하려는 건 결국 돈으로 입을 막는 것이다.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만든 작품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가는 걸 단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건 양심의 문제야. 아무리 돈을 준대도, 내 작품을 빼앗기는 건 못 참아.’그래서 단비는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민성희가 다가와 단비의 팔을 억지로 잡아 끌자, 힘껏 뿌리쳤다.“손대지 마세요. 저는 분명히 말했어요. 여기 계신 분들 앞에서 다 같이 듣도록 하자고요.”단비는 고개를 돌려, 문가에 서서 지켜보는 직원들을 바라봤다.“오늘 제게 일어난 일이, 내일은 여러분의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의 창작물을 지킬 권리를 말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잖아요.”그 말에 공감하는 듯, 몇몇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누구도 감히 목소리를 내지는 못했다.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로펌 대표이자, 부윤그룹의 사모님이니 말이다.그러나 단비는 잃을 게 없는 사람이었다.‘난 아직 신입이고, 빼앗길 자리도 없어. 그렇다면 두려울 것도 없지.’단비의 시선은 곧장 아린에게 향했다.“류아린 씨. 회사에서 선배라 불려온 지가 몇 년인데, 아직도 제대로 된 성과 하나 없으니 이번에도 기회가 안 온 거겠죠.”“그런 자리가 욕심이 나면, 본인 실력을 키우셔야죠. 남의 작품을 가로채고 무슨 디자이너랍시고 얼굴 들고 다니십니까?”사무실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민성희는 다급히 앞으로 나섰다.“이 죽일 년이, 어디서 주제넘게 떠들어! 지금 누굴 상대로 그런 소릴 하는 줄 알아?”두 사람의 몸싸움이 격해지려는 순간, 아린이 의자에서 일어나 조용히 방 한가운데로 걸어 나왔다.아린은 미소를 머금은 채 단비를 바라봤다.단비와 민성희도 그제야 몸싸움을 멈췄다.“장단비 씨 맞죠?”단비는 이를 악물며 아린을 노려봤다. 얼굴 가득 분노와 경멸이 서려 있었다.아린은 오히려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장단비 씨 말이 맞아요. 제가 그저 가난한 학생이었다면, 한 번의 기회에 모든 걸 걸고 실력을 키워야 했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