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에게 우유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마저도, 그 집에서는 늘 뒷전이었다.온 집 안은 이안 때문에 야단법석이었고, 윤제는 급히 예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예진은 막 집에 도착해 현관에서 신발을 벗던 참이었다.소파에 앉기도 전에 걸려온 전화.이안이 또 알레르기 발작을 일으켰다는 말에 예진의 몸이 반사적으로 문 쪽으로 향했다.하지만 곧 스스로를 붙잡았다. 입술을 꽉 깨물며,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약은 약통 두 번째 칸에 있어요. 설명서대로 복용시키면 되고요. 이안이에게 우유 알레르기 있는 건 벌써 몇 번을 말했는지 모르겠네요. 앞으로는 유제품 절대 주지 마세요.”윤제는 허둥지둥 약을 찾아 이안에게 먹였다.한참을 앓던 이안은 결국 호흡이 가라앉았고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하지만 이런 상태로는 오늘은 어린이집은커녕 누군가 곁에서 종일 돌봐야 할 상황이었다.평소 같았으면, 예진이 새벽부터 밤까지 지극정성으로 돌보며 고생했겠지만, 지금은 예진이 집에 없었다. 윤제는 인상을 찌푸렸다.[곧 출근해야 하니까, 당신이 당장 와서 이안이 돌봐.]예진은 그 말에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안 가요. 이안이도 더 이상 날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런 애가 내가 옆에 있는 걸 원할 리도 없고요.”‘이젠, 정말 아니란 걸... 알았잖아. 내가 아무리 매달려도, 안 되는 게 있어.’[고예진!]윤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붉어진 눈가로 쏟아내듯 말했다.[투정도 정도가 있어야지. 지금 당장, 돌아와!]예진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도... 이 남자는 결국 자신이 ‘투정’을 부리는 거라고 믿고 있을 테니까.‘이해할 생각도, 들을 생각도 없는 사람한텐...’‘더 이상 말을 섞지 않는 게 맞아.’핸드폰 화면이 서서히 어두워졌다.예진은 전화를 뚝 끊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옷을 갈아입은 뒤 조용히 주방으로 향했다.냉장고를 열고 재료를 꺼내는 손끝엔 더 이상 흔들림도, 망설임도 없었다.한편, 전화기 너머에서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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