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Bab 11 - Bab 20

30 Bab

제11화

“됐어요. 더 이상 할 말 없어요. 우리 그냥... 도장 찍어요.”예진의 담담한 말에 윤제의 미간이 더욱 깊게 구겨졌다.“그래? 내가 이렇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데도 안 받겠다? 좋아, 그럼 나도 봐주는 거 없이 간다. 이혼은 해. 대신... 이안이 양육권은 내가 가져. 앞으로 내 허락 없인 아들 얼굴도 못 봐.”윤제는 그렇게 말하면 예진이 당연히 물러설 거라 생각했다.‘애까지 포기하진 못할 테니까...’하지만 예진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협의서에 그렇게 적혀 있어요. 이안이 양육권, 당신에게 넘어가는 걸로.”윤제는 순간 멍해졌다.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그는 곧 이를 꽉 물며 협의서를 들었다.“하... 진짜 대단하네. 애도 버리겠다? 결국 노리는 건 돈이구나. 이 집 재산 절반, 고예진... 네 욕심 참 크다.”예진은 예상한 반응이라는 듯 차분히 답했다.“혼인 기간에 만들어진 재산은 공동 재산이에요. 그건 우리나라 법이 정한 거고, 내가 요구한 50%는... 사실상 내 쪽에서 최대한 양보한 숫자예요.”윤제는 코웃음을 쳤다.“이 집의 모든 돈, 내가 새벽부터 밤까지 미친 듯이 일해서 번 거야. 당신 단 한 푼이라도 벌어본 적 있어? 당신이 뭔데, 감히 그 돈을 반으로 나누자는 거냐고.”‘그렇게 나오겠지...’예진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과거의 장면들을 애써 밀어냈다.처음엔 꿈이 있었다.그녀는 교수의 추천으로 진학이 예정돼 있었고, 법무법인 인턴 과정도 함께 예정되어 있었다.하지만 그때, 꽃다발을 들고 찾아온 윤제가 말했다.“성공한 남자의 곁에는 걱정 없이 그 사람을 지지해 주는 여자가 있어야 해.”그 말을 믿고, 그녀는 모든 걸 내려놓았다.그래서 도순희가 쓰러졌을 땐 병원 출퇴근도 도맡았고, 이안이 천식으로 밤새 아플 땐, 아이를 간호하며 병원 바닥에서 밤을 새운 것도 예진이었다.그리고 한약을 지어다 도순희에게 먹이고, 명절마다 집안 살림을 도맡아 했던 것도 예진이었다.윤제는 한 번도 집안일에 손대본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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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죄송한데요... 혹시 뭔가 착오가 있는 건 아닐까요? 제 예산으로는... 여긴 좀 무리일 것 같은데요.”예진은 난처한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공인중개사는 입꼬리가 귀에 걸린 듯 올리며, 세상에 이런 행운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진짜 운 좋으신 거라고요. 이 집은 어제 막 나온 매물인데, 집주인 분이 해외 근무 중이라 거의 국내에 안 들어오세요.”“돈도 많고 집에 애정도 있지만 바빠서 살 수는 없고... 조건은 단 하나, 깨끗하게만 써주면 된답니다.”‘진짜 이렇게까지 운이 좋을 수가 있나?’예진은 여전히 어딘가 꺼림칙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혹시 월세가... 얼마예요?”그러자 공인중개사는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손사래를 쳤다.“그건 좀 이따가 말씀드릴게요. 일단 집부터 보시죠. 정말 보자마자 마음에 드실 거예요. 진짜 ‘여기다’ 싶으실 겁니다.”예진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며 따라나섰다.‘설마 벽에 금칠이라도 되어 있는 건 아니겠지.’공인중개사와 함께 도착한 곳은 8동 16층.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깔끔하게 정돈된 복도가 눈에 들어왔다.이 단지는 한 층에 두 가구만 배치되어 있어 프라이버시도 훌륭했다.“여기입니다. 1601호.”철컥- 문이 열리자, 예진은 순간적으로 말을 잃었다.‘뭐야, 여기 5성급 호텔 아니야?’우윳빛 벽지와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진 거실은 포근하면서도 고급스러웠고, 거실 한쪽 벽에는 대형 TV와 고급 오디오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주방도 깔끔한 아일랜드형 구조였고, 냉장고, 전자레인지, 세탁기 등 모든 가전이 최신형이었다.‘여기... 진짜 사람 살았던 집 맞아?’게다가 가장 충격적인 건 가구들이 모두 해외 명품 브랜드였다는 점이었다.소파는 B&B이탈리아, 식탁은 까시나, 심지어 쓰레기통조차 루이비통 로고가 박혀 있었다.예진은 본능적으로 침을 꿀꺽 삼키며 공인중개사를 바라봤다.“정말로, 여기 월세가 얼마라고요?”공인중개사는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들어 숫자 ‘8’을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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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전화기 너머로 낮고 차분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이번 일, 잘했어요. 고예진 씨가 낸 월세는 그냥 수고비라고 생각하세요. 중요한 건, 이 일이 절대 고예진 씨 귀에 들어가선 안 된다는 겁니다.]“아유, 걱정하지 마세요! 전 입 무거운 사람이에요. 절대 말 안 합니다.”한편 그 시각, 예진은 새집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체크를 끝낸 참이었다.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같은 대형 가전부터수저, 냄비, 컵까지... 없는 게 없었다.‘진짜... 이 집 뭐지? 이쯤 되면 집주인이 지금 사는 것도 아니고...’‘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준비가 돼 있어?’그럼에도 딱 하나 부족한 게 있었다.바로, 초록색 생기와 생활의 흔적.‘화분 몇 개 사서 창가에 놓고, 쿠션이나 커튼 색도 좀 바꾸면 더 따뜻한 느낌이 들겠어.’생각을 마치자, 예진은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들고, 서은주에게 전화했다.그 시각 은주는 이제 막 침대에서 일어나 예진이 남겨놓고 간 따뜻한 미역국에 밥 말아 행복하게 먹고 있던 참이었다.전화를 받자마자 예진이 집을 구했다고 하자, 은주는 입에 있던 밥을 뱉을 뻔했다.[뭐라고?! 시내 중심에 월세 50만 원짜리 집? 너 미쳤냐? 이거 백퍼 보이스피싱이야! 당장 그 집에서 나와!]예진은 바닥을 닦으며 웃음을 터뜨렸다.“공인중개사 말로는... 풍수가 안 좋다나 뭐라나. 전에 살던 세입자들 전부 이혼하고 나갔대. 그래서 사람들이 꺼리는 바람에 매물이 싸게 나왔대.”은주는 기침하다가 목이 막힌 듯 켁켁거리며 소리쳤다.[야, 그 말 듣고도 들어갔단 말이야? 근데... 어쩐지 너한텐 좀... 찰떡이긴 하다.]예진은 웃으며 대꾸했다.“너랑 같이 사는 거 좋지만, 계속 신세 지는 것도 미안하잖아. 이참에 새출발해야지. 짐 다 정리되면 일도 다시 시작해 볼까 해.”은주의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났다.[넌 법대 나왔지. 근데 부윤제 때문에 학교도 포기하고, 자격증도 안 땄잖아. 업무 경험도 없고... 몇 년을 가정주부로 살았는데, 지금 나가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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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오늘은 아린이 엄마 기일이야. 아린이 기분도 안 좋을 텐데, 데리고 나가서 밥도 먹고, 좀 놀게 해. 기분 전환이라도 시켜줘야지.]윤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회의 끝나고 나서 갈게요.”도순희는 그 말에 바로 날을 세웠다.[하루 종일 일만 한다고 다냐? 사람 마음이 먼저지! 회의는 내일 해도 되잖아.]지친 듯 도순희의 성화를 더는 버티지 못한 윤제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지금 가서 데리고 나갈게요.”아들의 대답에 도순희는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놀이공원 야간권 예약해 뒀어. 아린이 어릴 때 제일 좋아하던 데잖아. 오늘은 늦게 들어와도 괜찮아. 이안이는 내가 봐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전화를 끊고 난 뒤, 윤제는 컴퓨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사실 오늘은... 고예진 생일인데...’예전엔 매년 오늘, 예진이 조심스레 윤제에게 물어보곤 했다.“여보, 이번엔 같이 내 생일 보낼 수 있어요?”하지만 그때마다 어김없이 아린이 전화를 걸어왔다.[오늘은... 그냥 너무 힘들어요. 오빠, 나랑 있어 주면 안 돼요?]그리고 윤제는 늘 그 전화를 선택했다.돌이켜 보면, 그는 지금껏 예진의 생일을 제대로 축하해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그래, 어차피 지금은 이혼하겠다고 들이받는 상황이니...’‘이번 생일도 그냥 넘기자. 내년엔... 그때쯤엔 예진이도 진정하겠지.’윤제는 그렇게 스스로를 타이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그 길로 아린을 데리러 갔다....한편, 예진은 로데월드 앞 벤치에 앉아 있었다.주변은 점점 해가 지며 환해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놀이기구의 음악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민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바쁘신가 보네. 사건 때문일 수도 있겠지.’예진은 벤치에 조용히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그때, 귀여운 미키마우스 탈을 쓴 풍선 판매상이 다가왔다.손에는 형형색색의 헬륨 풍선이 한가득 달려 있었다.“예쁜 아가씨! 풍선 하나 어떠세요?”예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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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윤제는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손가락 사이에 담배 한 개비를 끼고 있던 그는, 아린이 다가오는 순간 허겁지겁 연기를 흩트려버리고 담배꽁초를 재빠르게 쓰레기통에 버렸다.해맑게 웃으며 윤제에게 달려와 팔짱을 낀 아린은, 꼭 누군가 예쁘게 치장한 인형 같았다. 예진은 애써 고개를 돌렸다.‘정말이지, 저 둘은... 누가 봐도 행복한 연인처럼 보이겠지.’지금 이 순간, 괜히 좋았던 기분이 갑자기 엉망이 되는 게 싫었다.하지만 그녀의 입꼬리는 배신당한 듯 잔뜩 올라갔다.‘결혼했을 땐 생일 한 번 챙겨준 적 없더니...’‘이제 곧 이혼할 사람이 무슨 생일을 기억하겠어?’‘웃기지도 않아. 이건 그냥... 웃음도 눈물도 아닌 표정이지.’그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웃는 게 우는 것보다 더 서글퍼 보이네요.”예진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민혁이 캐주얼한 옷차림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살짝 비꼬는 듯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변호사님...”예진은 무언가 말하려다 멈칫했다.민혁은 조용히 다가오며 말했다.“장소, 다른 데로 바꿀까요? 여기... 아무래도 보기 싫은 사람들 많은 것 같아서요.”예진은 순간 망설였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도망친다고 바뀌는 건 없어요. 과거를 마주할 용기가 있어야... 진짜로 새로 시작할 수 있죠.”‘맞아. 이제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했잖아.’‘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지.’민혁은 그런 예진의 말에 잠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럼 가시죠. 표는 이미 사뒀어요.”민혁은 예진 손에 들려 있던 꽃다발을 자연스럽게 받아서 들었다.그리고 먼저 앞서 걸었다.예진은 그런 민혁의 옆에서 조용히 걸음을 맞췄다.‘이 길이 나 혼자 걷는 길은 아니구나. 이제야 그렇게 느껴진다.’사실 민혁을 본 순간, 예진은 이미 눈치챘다.이 풍선이랑 꽃, 전부 민혁이 준비한 거라는 걸.하지만... 알면서도 물어보게 된다.“변호사님네 로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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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됐어, 오빠, 나 혼자 탈게.”아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걸어가려 했다.그 모습을 본 윤제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안 피곤해. 네가 타고 싶다면 같이 타 줄게.”아린은 윤제의 말에 눈이 반짝이며 기뻐했다.“정말?!”그러고는 신나게 윤제의 손을 끌고 사람들 사이에 줄을 섰다.어릴 적 예진은 놀이공원을 무척 좋아했다.하지만 그 모든 즐거움은 열여덟, 윤제를 처음 만난 날 멈춰버렸다.윤제를 사랑하게 된 뒤로, 예진은 늘 ‘부씨 가문의 작은 안주인이라면 이래야 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다잡아왔다.차분하고, 단정한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유지하고, 감정은 쉽게 드러내지 않아야 했다.그래서였을까... 오랜 세월 놀이공원은 그녀의 삶에서 사라졌고, 예전에 그렇게 좋아하던 짜릿한 놀이기구들조차 지금은 보기만 해도 심장이 뛰었다.민혁은 말없이 예진을 데리고 쭉 걸었다.둘이 도착한 곳은 놀이공원에서 무서운 기구 중 하나인 ‘자이로드롭’ 앞이었다.“제일 센 거부터 시작하자. 변호사님, 겁나요?”예진은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기대에 찬 민혁의 눈빛을 보고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괜찮아요.”생각보다 자이로드롭 앞은 한산했다.둘은 기다릴 필요도 없이 바로 들어가 자리에 앉아 벨트를 매고, 기구 운용이 시작되길 조용히 기다렸다.한편, 반대편에선 윤제와 아린도 드디어 대기 줄을 지나 관람차에 올라탔다. 관람차가 가장 높은 위치에 올랐을 때 자이로드롭과 가장 가까이 마주치게 된다는 사실을 둘은 아직 몰랐다.아린은 창가에 딱 붙어 창밖을 구경하느라 신이 났고, 윤제는 어딘가 긴장한 듯 조용히 앉아 있다가 슬며시 밖을 내다봤다.그리고 그 순간, 자이로드롭 쪽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고예진?’윤제는 순간 미간이 좁혀지며 몸을 일으켜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 확실히 보기 위해 유리창 가까이 고개를 기울였다.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 자이로드롭은 이미 굉음과 함께 하늘 위로 솟구쳐 올라갔다.윤제의 표정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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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예진의 머릿속이 갑자기‘웅’ 하고 울렸다.아무 소리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지금 뭐였지... 방금, 진짜 죽는 줄...’그때, 옆에서 들려오는 민혁의 목소리가 예진을 현실로 다시 소환했다.“괜찮아요?”예진은 멍하니 민혁을 바라봤다.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기계가 떨어지던 그 순간, 자신이 본능적으로 민혁의 손을 꽉 붙잡았다는 걸.‘내가 어쩌다 이러고 있지...’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면서, 예진은 급히 남자의 손을 놓고 안전장치를 풀었다.“괘, 괜찮아요...”민혁도 자리에서 일어나 예진과 함께 출구 쪽으로 걸었다.“어때요? 다른 것도 도전해 볼래요?”자이로드롭이 떨어질 때 느꼈던 그 심장이 튀어나올 듯한 공포는 분명 진짜였다.하지만 그 무섭고 날카로운 비명을 뱉어낸 뒤, 예진은 알 수 없는 해방감 같은 걸 느꼈다.‘숨이 쉬어진다... 몸도 마음도, 다 좀 가벼워진 느낌...’그녀는 몇 년 동안 단단히 조여왔던 뭔가가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었다.“할래요! 왜 안 해요? 롤러코스터, 바이킹, 디스코도... 전부 다 해보고 싶어요!”민혁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웃었다.“그럼, 기꺼이 모시겠습니다.”관람차가 천천히 최고 지점에 도달했을 때, 윤제는 이유도 없이 마음이 어지러워졌다.‘그 사람이랑 이걸 같이 탔더라면, 어떤 기분이었을까...’그 생각이 뿌리처럼 깊게 박히는 순간, 아린이 조심스레 발끝을 들어 윤제의 뺨에 살짝 입을 맞췄다.입술이 닿은 건 한순간, 그녀는 곧장 몸을 뗐다.“아린이... 너 지금...”윤제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리자, 아린은 붉어진 얼굴로 작게 웃으며 말했다.“오빠, 나도 알아. 오빠 아직 이혼 절차 안 끝났다는 거. 그래서 내가 이렇게 하는 거, 분명히 무례라는 것도...”“그치만... 그래도 말하고 싶었어. 나,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오빠가 뒤돌아보기만 하면, 그 자리에 항상 내가 있다는 거... 알아줬으면 해.”윤제는 그 말에 말없이 아린을 바라보았다. 마음 한편이 묘하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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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예진의 기억 속 윤제는 그렇게 인내심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할 때마다 귀찮다는 듯 마지못해 대답하던 사람이었다.“나는 사진 진짜 못 찍는다니까.”그런데 지금, 카메라를 들고 아린의 모습을 정성스럽게 담고 있는 윤제를 보며 예진은 문득 깨달았다.‘이 남자... 참을성이 없었던 게 아니라, 그저 나한테만 인색한 거였구나.’‘놀이공원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던 거야. 나랑 오는 게 싫었던 거야...’예진의 시선이 저절로 식탁으로 돌아왔다.접시 위의 스테이크는 여전히 따뜻했지만, 그녀는 젓가락을 들지 못했다.입맛이 뚝 떨어져 버렸다.잠시 후, 화장실에 다녀온 민혁이 한결 나아진 얼굴로 돌아왔다.하지만 더 이상의 놀이기구 탑승은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다.예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변호사님, 오른쪽에 새로 생긴 미로가 있다는데, 거기 가볼래요?”민혁은 눈치를 보더니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생일자가 우선이죠. 하고 싶은 거 다 해요. 제가 맞출게요.”둘은 식사를 간단히 마무리하고 천천히 미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한편, 회전목마에서 내려온 윤제와 아린도 놀이공원 지도를 함께 들여다보고 있었다.아린이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여기, 새로 생긴 미로래. 무섭다던데, 우리 거기 가보자.”윤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린과 함께 같은 방향으로 향했다....사실 예진은 미로 같은 복잡한 구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길이 어지럽게 얽혀 있는 것도 답답했고, 돌고 돌아야 하는 것도 성가셨다.‘귀찮아... 그냥 조용한 데 앉아 있을 걸 그랬나.’미로 안은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공포 컨셉을 위해 입장 시 1인씩 따로 들어가야 했다.그래서 예진도 민혁과 자연스럽게 갈라서게 되었다.미로의 테마는 공포였지만, 안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한 분장이 너무 어설퍼서 오히려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예진은 겁이 많은 편이지만, ‘이 정도면 그냥 유치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여섯 번째쯤 막다른 길을 만나 돌아서려던 순간, 입에서 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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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예진은 아린의 말투에서 우월감과 의도적인 도발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예전 같았으면 분명히 가슴이 타들어 갔겠지만, 이제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이젠... 정말 아무 감정도 안 생겨. 저런 말에 휘둘릴 만큼 난 약하지 않아.’예진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난 이제 이혼을 앞둔 사람이야. 부윤제의 생일 축하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릴 만큼 한가하지도 않고.”그 말과 동시에, 예진은 더는 말 섞지 않고 조용히 등을 돌렸다.아린은 그대로 예진의 뒷모습만 바라봐야 했다.예진의 실루엣이 복잡한 미로 속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아린은 그대로 바닥에 발을 굴렀다.“고예진, 어디 두고 봐. 윤제 오빠는 결국 내 사람이 될 거야. 네 아들도 곧 날 엄마라고 부르게 될 테니까!”...윤제는 사실 처음부터 이 미로라는 것에 별 기대가 없었다.‘이딴 거 시간 낭비지. 구조도 엉망이고, 논리도 없고...’‘그냥 아무 데나 부딪치고 도는 거잖아.’이미 몇 번째인지 모를 막다른 길에 또 도달했을 때, 윤제는 짜증이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하... 나 진짜 뭐 하는 거지.’벽 모서리를 발로 툭 걷어찬 뒤, 그렇게 투덜거리며 몸을 돌리는 순간, 저 멀리 복도 너머로 누군가 스쳐 지나갔다.그 실루엣.그 걸음걸이.윤제는 순간적으로 멈칫하며 눈을 좁혔다.‘예진...?’그리고 재빨리 발걸음을 옮겨 그 방향으로 걸어갔지만, 도착했을 땐 이미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마치 잠깐의 환영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윤제는 관자놀이를 지그시 문질렀다.‘이젠 헛것까지 보이나. 뭐야, 왜 이렇게 답답하지...’그때, 아무런 예고도 없이, 누군가 그를 향해 곧장 뛰어 들어왔다.“오빠... 드디어 찾았다... 여기 너무 무서워... 나 좀 데리고 나가 줘.”아린이었다. 그녀는 작고 여린 체구로 윤제의 품 안에 안겨 온몸을 떨고 있었다.윤제는 어색한 손짓으로 아린의 등을 토닥였다.“괜찮아. 다 가짜야. 그냥 소품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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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밤 아홉 시 정각, 하늘 위로 불꽃이 화려하게 터지기 시작했다.예진은 고개를 들어 그 장면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민혁이 옆에서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내일이면 이혼 소송 접수하잖아요. 빠르면 일주일 안에도 끝날 수 있어요. 고예진 씨,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축하합니다.”예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늘을 바라봤다.‘예전의 나에게 윤제를 떠난다는 건... 마치 물고기가 물을 떠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근데 이제 알겠어. 나는 물속에서만 사는 게 아니었어.’‘난... 두 곳을 다 견딜 수 있는, 양서류 같은 사람이었어.’...그 시각, 미로에서 나온 윤제와 아린도 성 근처로 자리를 옮겼다.하늘에 터지는 불꽃을 본 아린은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오빠... 이거, 나 보여주려고 준비한 거야?”조금 전,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아린도 윤제도 똑똑히 들었다.재벌 2세가 여자 친구를 위해 불꽃놀이를 준비했다고.오늘 부윤그룹 대표 아들이 여기 왔다고.아린은 윤제의 반응을 눈치 보며 지켜봤다.윤제가 아무런 표정도 없이 서 있는 걸 보며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진짜 연기 잘하네... 아무렇지 않은 척.’윤제는 순간 당황한 듯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아니, 나...”그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아린이 먼저 윤제를 와락 끌어안았다.그 순간, 윤제의 모든 말은 입안에서 사라졌다.“오빠, 고마워. 나 진짜 행복해.”아린이 너무도 행복한 얼굴로 기대오는 걸 보며 윤제는 애써 무표정을 유지했다.‘지금 굳이 아니라고 말해봤자... 더 이상해지겠지.’그래서 그는 가볍게 아린을 안아주며 큰 손으로 그녀의 등을 두세 번 두드렸다....하늘 위에서 터지는 불꽃놀이가 절정을 이루자 지상에서는 색색의 분수형 불꽃들이 터지기 시작했다.예진과 민혁은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하지만 사람들로 가득 찬 군중 속, 예진은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며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그 순간, 민혁이 재빠르게 그녀의 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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