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이안아?]“고모, 오늘 유치원에서 부모 참여 수업 있는데, 고모가 대신 와줄 수 있어?”아린은 손목시계를 흘깃 봤다.[이안아, 엄마는?]“엄마가 또 삐졌어. 안 오겠대. 완전 유치해. 나도 이제 그런 엄마 필요 없어.”아린은 순간 상황을 정확히 파악했다.‘고예진... 이번엔 진짜 단단히 각 잡고 싸우는 거네?’머릿속 계산기가 빠르게 돌아갔다.‘잘됐네. 이 기회에 이안이가 고예진을 미워하게 만들어야지. 그래야 내가 들어갈 틈이 생기지.’그렇게 생각한 아린은 일부러 난처한 목소리를 냈다.[이안아, 고모도 오늘 회사에서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지금은 나가기 어려울 것 같아. 그리고 엄마가 약속했다면 꼭 올 거야.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그 말을 끝으로, 아린은 전화를 끊었다.이안은 뭔가 더 말하려다 전화를 뺏긴 듯한 기분에 말문이 막혔다.‘다 엄마 때문이야! 약속도 못 지키고!’속상함에 이안은 다시 아빠 윤제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윤제는 회의 중이었고,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이번엔 할머니 도순희에게 전화했다.[우리 착한 손주! 지금 할머니는 고스톱하는 중이라 바빠. 엄마한테 부탁해. 엄마는 어차피 할 일도 없잖아.]하나둘 전화를 돌렸지만, 결국 아무도 오지 않았다.이안은 교실 앞 계단에 주저앉아 눈시울을 붉혔다.‘엄마도, 아빠도, 고모도, 할머니도... 아무도 안 와...’그때 선생님이 이안을 발견하고 조심스레 다가왔다.“이안아, 혹시 집에서 어른들이 다 바쁘신가 보네? 그래서 못 오시는 거야?”이안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오늘은 예진이 직접 만든 디저트로 친구들에게 칭찬받을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모든 계획이 무산됐다.선생님은 이안의 어깨를 다정하게 두드렸다.“괜찮아. 그럼 오늘은 선생님이랑 짝꿍 해서 게임을 하면 어때?”“네...”이안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선생님 손을 잡고 교실로 들어갔다.그 순간, 아까 그 무리의 친구들이 또 몰려왔다.“이안, 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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